오공의 구타의 흔적으로 산산히 찢겨진 피가 철철철철 우르르 꽝꽝 와방으로 흐르는 개 뒷다리를 뜯어 씹으며 걸어가고 있는 사오정...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이게 무슨 궤변이요. 빌어먹을 일이란 말인가? 어디서 굴러먹던 시꺼먼 멧돼지 한 새끼가 겁나게 튀어오는 것이었다. 뛰는 폼은 우스웠지만 말투는 원숭이놈 이상으로 싸가지가 만땅으로 철철나게 흘러 넘쳤다.
"으우와아아아아아.........개고기다으으아으아앗, 내놔라....좁마나...."
뛰는 폼에서부터 상당히 논놈이다...라는 사실이 성립될 수 있었다. 온 갖 뱃살을 출렁대며 들창코를 연신 벌름거리며 온 입가에 침을 질질 흘려대며 미친 광돈새끼마냥....즐겁게 뛰어오는 도야지였다. 그렇다고 마냥 먹어주십사 하고 고기를 내 줄 사오정이 아니었다. 그도 성깔 드럽기론 오공 만치 않다구 스스로 자부하고 살아오던 인생(? 수귀생인가?)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옛날 선조들이 즐겨 보던 만화 꾸러기 수비대의 열두간지 중 첫 번째인 똘기가 튀어 오르는 듯 폴짝대며 뛰어오른 사오정은 나무로 올라가 도야지를 골릴 궁리를 했다. 생각을 굳힌 사오정은 고기를 냅다 던졌다. 고기는 참 멀리도 멀리도 날아가고 있었다.
"워리, 워리...이리온.....옛다 주워와라....돼지새꺄...."
평소 밥잘먹던 도야지였고 어머니가 밥을 잘 못먹어서 죽었기에 그에겐 밥이 인생의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개고기를 던져버리는 물귀신을 보니 도저히 도야지는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고 말았다. 눈에 불을 켜고 사오정에게 달려들던 도야지는 급히 생각을 수정하고 떨어지는 견육을 향해 몸을 냅다 날렸다. 그런 도야지의 모습에 역시 돼지는 별 수없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는 사오정이었다.
"역시 어쩔 수 없는 미친도야지였어....도야지새뀌들은 전부 걸신이 들렸나? 애자들..."
그러자, 입가에 흥건히 침을 흘리며 눈에 불을 켜고 먹이를 향해 내달음질 치던 도야지가 급히 방향을 수정하여 달려왔다.
"뭐, 다시 한번 말해봐...이 쪽제비같은 물귀신 넘아!!!"
물귀신이란 말에는 참을성 많고 인내심 많은(지딴에는 그렇단다.) 오정도 마빡에 서너개 쯤 튀어 오르는 힘줄을 느낄 수 있었다.
"아쭈, 니가 핏대 세움 어쩔건데? 앙? "
"빠지지직!!!"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알맞게 눈까지도 눈의 실핏줄이 터져 붉게 변하고 있는 오정이었다. 그런 살벌함을 아는지 멍청하면 용감하다고 쳐먹는 것 밖에 모르는 도야지새끼는 똥꼬 찢어지게 달려 들었다.
"뭐? 미친 도야지? 넌 오늘 주겄어...."
빠악
도야지의 마빡에 두개골이 파열되는 음이 들려 왔다. 그와 함께 진동음까지도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웅웅웅웅우우웅
하지만 이미 정신나간 돼지에게서 이성이라곤 찾아 볼수 없었다. 하지만 도야지는 급히 이성을 되찾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지랄할...."
퍼벅
"에이씨, 차아아앗!!"
뚜두두둑
"이익, 좁마니 새끼가...타하앗!!"
뻐벅
"이런, 젠장....흐야아아압."
떡 꽤액 찌직
"히이씨, 제....제법인데.."
빠박
도무지 지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도야지 였다. 정말 지랄에 염병을 거듭하면서도 계속해서 달려드는 불굴의 투지...
정말 감동의 물결이 파도치고 있었다. 좌우에선 그를 데려갈 저승사자들이 정의의 크로스 포즈를 취하며 똥폼을 재고 있었다.
"이런, 씨팔...."
뿌지지직, 빠직 뚝 떡 빡 퍼벅 탁 콰직
더 이상 도야지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미 전신이 샌드백으로 변해 버린 몸뚱아리와 은근히 즐기고 있는 오정의 모습만이 남아 있을 뿐...
푸쉬시식
선혈이 낭자하고 도야지의 몸 곳곳에선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그리고 그 피와 함께 체지방들이 고름이 되어 흘러 나왔다. 체지방의 뎁혀진 냄새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좆나게 드러웠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오정을 흥분케 했으니 흡사 좀전의 오공과 같은 모습이 연출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때와는 조금 달랐다.
뻐버버버버버버버벅 파직 뿌직 콰지지직 떡
오공의 구타가 무지막지한 빨래방망이질이라면 오정의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수준의 멋진 구타였다. 오정은 자장가를 흥얼거리며 리듬에 맞춰 신나게 두들겼다. 그러다 힙합비트로도 변하고 재즈로도 변하며 그 장르에 따라 그 날리는 주먹의 속도나 파워도 달랐다.
잘자라~~~퍼버벅 우리 아가~~빠지직
앞뜰과 뚝 뒷동산에~~~~투바바바박 새들도 아가 양도~~~~콰
직 빡 퍽 딱 퍼버벅 쾅 다들 자는데~~~~뿌악 달님은 영창으
로~~~~~~
그의 때리는 장면은 후에 음유시인들의 노랫거리로 불려지게 되었는데 오정이 천계에 올라간 후에는 부처와 보살들이 만나면 항상 나불대는 유행가가 되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고 끊이지 않는 구타소리와 들려오는 타격음 그리고 어느새 터져버린 눈깔의 실핏줄에서 흘러나오는 피눈물이 더 괴기스럽게 보이는 필살의 실실 쪼개기를 시전하며 좆나패는 오정의 미친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그 때 마침 어떤 선비하나가 그 곳을 지나게 되었었는데 그가 바로 후에 이름을 떨치는 제갈공명이었다. 그 때 당시의 그의 본명은 공갈협박으로 겉만 선비고 공갈협박으로 애들 코묻은 돈을 갈취하던 쌩양아치 새끼였는데 이날의 장면을 보고는 마음을 바로잡고 최고의 글쟁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