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가오리와 홍어는 생긴 모양이 비슷하여 구별이 쉽지 않다.
그러나 먹어보면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가오리는 정월 가오리가 약 가오리라 하여 맛이 있는 데 반해 홍어는 철이 따로 없다.
생으로 먹기보단 삭혀서 먹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경상도에서 가덕 대구라면 전라도에선 흑산도 홍어다. 가덕 대구도 요즘엔 많이 나지만 몇십년전에는 거의 씨가 말라 한 해에 8마리가 잡혔느니 어쨌니 할 때가 있었다. 당시엔 마리당 3백만원 할 때도 있었다.
홍어도 마찬가지였다. 흑산도에서 많이 잡히던 홍어가 씨가 말라 잡히지 않아 마리당 3~4백만원 하던 때도 있었다.
전라도에선 대사를 치를 때 홍어가 빠지면 안된다. 내가 홍어를 처음 맛 본 것은 아마도 전라도 출신 교수의 부친상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문상을 하고난 다음 식사 자리에 홍어가 나왔다. 홍어를 한 점 찍어 입 안에 넣고 씹었더니 제일 먼저 코를 찔렀다. 마치 바늘끝으로 코끝을 팍팍 쑤시는듯 온몸을 전율케했다. 한동안 정신이 혼미해져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얼굴을 찡그리며 덜덜 떨었다. 도로 뱉아낼 수도 없고해서 계속 씹었더니 육질이 졸짓졸깃 찰지고 씹을 수록 씹는 맛과 함께 입안이 상쾌해 지는 것이었다. 몇번 씹어서 고기 덩어리가 약간 흐물흐물해지자 목구명으로 꿀꺽 삼켰더니 입 안이 껌을 뱉은듯 청량감이 돌았다. 다른 동료들은 소주와 막걸리를 한 잔 한 후 홍오삼합이라 하여 홍어에다 삶은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묵은 김치를 싸서 안주로 즐겼다.
그 후 대신동 살 때 테니스팀과 어울려 운동을 마치고 목욕을 한 후 출출할 때 한잔 하러 국제시장 흑산도 홍어집에 자주 갔었다.
또 김화백도 홍어를 좋아하여 영도 남항 시장 안 홍어 횟집에서 가끔 만나 한잔 하기도 하였다. 남항집에서는 김화백이 단골이어서 우리가 가면 횟집 사장이 홍어 애를 남겨놨다가 우리에게만 살짝 서비스로 내 주기도 하였다. 홍어는 숫놈보다는 암놈이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만만한 게 홍어 좆이냐?'는 말이 있다. 시장 난장판에 홍어를 올려 놓으면 숫놈 좆이 나와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이 홍어 거시기를 쑤욱 빼어 가도 파는 사람이 못본척 한다는 것이다. 숫놈 좆이 없으면 손님들이 암놈으로 알기 때문이다.
아침에 신문을 보니 우리나라 연안의 바닷물 수온 상승으로 홍어의 본산지가 흑산도에서 군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군산앞바다에서 2017년에 4톤가량 잡혔는데 지난해에는 1417톤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전국어획량의 45%가량 수준이고 흑산도의 3배 정도란다. 최근 흑산도 홍어 8kg짜리 암컷 한마리가 42만원에 위판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싸진 셈이다. 한 때 국산 홍어가 품귀현상을 빚자 칠레산 홍어를 수입했는데 2005년 3227톤이나 수입됐다고 한다. 지난해 홍어 수입량은 4614톤이고 그중 절반이 아르헨티나산이라고 한다. 칠레산은 7%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는데 이유는 칠레 정부가 홍어 남획을 우려해 수출을 규제했기 때문이란다. 예전에는 맛을 아는 사람만 홍어를 찾았는데 정치판의 전라도세가 득세하듯이 홍어 맛도 전국을 제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