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라는 남자(2022)
감독 마크 포스터
스웨덴 원작 '오베라는 남자를 미국 배경으로 재구성한 2022년 영화로,
이미 원작을 알고 있어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자살에 필요한) 밧줄을 구매하는 오토(톰 행크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필요 없는 도움을 주려는 직원에게 면박을 주고, 상점의 상품 판매 단위가 야드로 입력되는 탓에
5피트인 밧줄을 2야드(6피트)로 지불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화를낸다.
출근길에는 동네의 소소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비로잡는다.
모두 최소한의 아주 작은 규칙에 고나한 것이다.
그가 수십 년 동안 성실히 일한 직장에서 높은 직급에 빈자리가 생기자,
아는 것 하나 없는 부하 직원을 자기 대신 승진시킨다.
그리고 퇴직한 자신에게는 '은퇴 후의 삶을 즐거라'는 어처구니없는 문구가 새겨진 케이크를 내놓는다.
영화는 6개우러 전에 아내를 잃고 자살을 결심한 오토에게 이제부터 벌어지는 일들을 흥미롭게 따스하게 그려낸다.
오토의 주장은 모두 논리적으로 옳다.
그러나 그 옳은 의견을 타인에게 전하는 방식은 별로 적절하지 않다.
그는 모든 것에 화가 아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 까칠한 태도의 바탕에는 불신이 깔려있다.
그에게는 두 세상이 존재한다.
신뢰할 수 있는 다정하고 따스한 세상과 아둔하고 무례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세상, 대부분 후기다.
그는 다정함을 느낄 때마다 아내를 떠 올린다.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은 아내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흑백이던 그의 세상을 컬러로 바꿔 준 존경스러운 동료였으며 그의 유일한 사랑이자 기쁨이었다.
반면에 나머지 세상은 꽉 막힌 머저리들이 주인 행세하는 어처구니없는 곳이다.
그가 이 세상을 믿을 수 없는 이유는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정기적 브레이크 점검'이라는 작은 원칙을 지키지 않은 관광버스 회사 떄문에 소중한 아내는 걸을 수 없게 됐고,
그들의 꿈이던 아이를 잃었다.
아내마저 잃은지금, 그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
그러던 그가 살아갈 이유를 되찾는 과정 역시 신뢰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신뢰의 원칙이 드러난다.
신뢰는상대방이 오랍른 존재라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족하고 결함 있는 이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키워가는 것이 신뢰다.
이를꺠닫게 해준 사람은 새로 이사온 마리솔(마리아나 트레비노)이다.
그녀는 오토에게 이렇게 말한다.
'남들이 다 머저리라 인생이 고달프시죠?
그래도 모든 걸 혼자 직접 할 수는 없어요.
머저리들이라 하더라도 서로 도와 주려는 사람들이 있어야 행복해요'
오토가 보기에 마리솔의 가족은 부족함이 많았다.
너무나 한심해서 그가 가르쳐쥬고 도와줘야 하는 이웃이다.
드러나 오토가 건넨 작은 도움은 다시 따스한 작은 인정으로 되돌아왔고, 그렇게 교류가 이어지면서
그의 '믿을 수 있는 세상'이 조금씩 넓어진다.
그 세상은 이민자 가족에서 아내의 게이 제자, 동사 직전의 길고양이, 그리고 집을 잃고 요양원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배신자 친구까지 확장된다.
영화는 아내 없이는 흑백의 세상뿐이라고 믿었던 오토가 스스로 한심하다고 여겼던 이들과 힘을 합쳐서
컬러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건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다. 장근영 심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