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통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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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예비투사 여러분 팔 년
동안 살아들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시작될 이 코스는 초급투사
국민학 과정입니다 짝꿍과 적이 되어 싸우는 과정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는 지난 팔 년 동안 교육받으신 우월감과
이기심,부모 직업, 집 형수 등이 되겠습니다 여러분 선배
기수 때까지 이 과정 중 순수함과 꿈 두 과목이 존재하였으나 이
과목으로 인하여 현실 부적격 낙오자가 속출하는 관계로
훌륭하신 문교부 관계자 여러분의 배려로 개편,대학 입학후, 필요에
따라 자유수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삼년 동안 초급투사
국민학 과정을 통과하시면 무기선택의 폭이 넓어져 영어,수학,컴퓨터
등 다양한 무기를 지닐 수 있게 되겠습니다 이제 곧 부모님이
배정해 주신 무적투사,대학과정 조교들에게 무기사용
방법을 배울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이 무기사용법의 문외한
짝궁들은 무시하고 짓밟아도 무방합니다 여러분 부모님의
체면과 자신들의 값어치,안락한 미래를 위해 남보다 더
열심히 투쟁하시기를 당부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중급투사
중고등과정에서 현실낙오 판정을 받아 피지배계층에 속하는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길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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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내가 갖기에 너무 귀하고
아까운 사람이었습니다. 너무나 귀하게 느껴져 만날수록
나를 두렵게 만들던 사람이었습 니다. 그래서인지 생각해
보면 너무나 한참이 지나버린 일인데도 지금까지 잊지 도
그리워도 못하며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가끔 오늘처럼
많이 마시게 되는 날이면 찾아가 봐야지, 가다 죽어도 좋은
만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 죽지 않을 만큼만 마시고
내 정신 떠나 찾아가 봐야지 하다가도 그 사람 위해 참아집니다.
내 정신이 아니더래도 참아집니다. 나는 그 사람
언제 한 번 꽉 안아보지도 못했습니다. 꽉 안으면 부서져 버릴까
봐, 부서져 날라가 버릴까봐, 조심조심 감싸 안으며 힘
한 번 마음만큼 줘보지 못 했습니다. 너무 귀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주인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그랬습니다. 그
사람 입술 깨물며 알아듣기도 힘든 발음으로 무언가 말하려
할 때 내가 그래줬습 니다. 버릴 땐, 꼭 버려야 할 땐
과감해지라고. 너를 위해 아무것도 못해 주는 놈, 한 번 잡아볼,
맞서 싸워볼 능력도 없는 놈 때문에 네 마음 너무 고생시키는
거 아 니라고. 그런 놈 따위 때문에 이렇게 입술까지 깨물며
가슴 칠 필요 없는 거라고. 그래 놓고 이럽니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내 맘 하나 몇 년째 추스리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쯤 아마 아이를 낳을 때가 지난 것도 같습니다. 한때
서로를 위해 죽어도 줄 수 있던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소식조차 전해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얼핏
생각해 보면 예쁜 아이 한 명 쯤 생길 때도 됐지 싶습니다.
이제 누군가와 아침에 눈을 뜨는 일에도 익숙해져
있을 거고, 지난 세월의 흔적 도 어느 정도 잊혀져 그 나름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아이를 낳았다면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절대로 내가 바라 볼 일이 아니라 무척 이나 쓰려오기는
하지만, 그 사람 꼭 닮은 딸 하나만 낳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그 사람의
표정, 눈빛, 냄새, 성격 꼭 빼다 박은 사랑스런 여자 아이.
그 재롱 단 십분이라도 내 무릎 위에서 지켜 봤으면 그 자리에서
죽 는다 해도 소원이 없겠지만, 내가 지금 죽어도 일어나 줄
것 같지 않은 일은 그 사람과의 그 일이 있은 후에 두 번 다시
바라는 습관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만 마시고
슬슬 일어나봐야겠습니다. 저 앞에 맥시칸 샐러드 집에서 간단하게
한 잔 더하고 가야 잠이 와질 것 같기에 더 취하기 전에 여기서는
그만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그 집
샐러드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는데, 하긴 이제 저렇게 어두컴컴
한 곳에서 우리들의 상황과 내 취한 눈빛에 속이 상해 눈물
참아가며 으적으적 샐러드를 씹어 삼킬 일은 없어졌으니, 난
그 사람을 위해 한 가지는 해주고 사는 셈이 됐습니다. 참으로
가슴을 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일일 수밖에 없지만.
오늘 오랜만에 큰 돈을 써버려 맥시칸
샐러드 집에서는 외상을 좀 해야겠습니 다. 아까 낮에 백화점에서
목걸이를 하나 고른다는 것이 생전 그런 곳에 가보질 안아 너무나
비싼 것을 포장해 다음달 생활비까지 이미 다 써버리고 말아서
말입니다. 오늘 스물다섯 개의 초를 한꺼번에 다
껐을지 모르겠습니다. 생일 케잌에 초를 한꺼번에 다 끄지 못하면
그해에 감기가 자주 찾아온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기억 이 나서
걱정이 됩니다. 하긴 누군가 함께 꺼줄 테니 한 번에 쉽게 끌
수 있겠군요. 외상술은 너무 많이 마시면 안된다는데
간단하게 한 잔 하고 일어나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좋은 것 TOP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어디가
좋고 무엇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사람 어느
순간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특별히
끌리는 부분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그저 좋은 것입니다
긴급
통화 TOP
문득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말을 하고
싶어 저기 앞 공중전화로 발길을 돌린다 수화기를 들고
긴급통화를 누른 뒤 눈앞에 뵈는 번호를 누르지만 네
번 누른 뒤 뚜뚜뚜 조금 있다 딸깍
어디쯤 있는 것일까 언제쯤 나타나려고 그림자조차
보여주질 않나 지금 이 순강 통화돼 웃으며, 응석부리며,
장난치고 싶은데 어디 있길래 나타나질 않나 긴급통화를
해야 하는데 사랑해야 한다는 사랑받고 싶다는 사랑주고
싶다는 아주 긴급한 내용을 전해야 하는데......
나는
눈물이다 TOP
나는 눈물이다.
예전에는 71%의 수분과 18%의 탄소, 4%의 질소, 2%의
칼슘과 2%의 인, 그리 고 0.5%의 황과 0.5%의 나트륨과 0.4%의
염소로 되어 있었고 아주 극소수의 구 리와 망간, 아연 따위로
이제껏 살아 왔었다. 그러던 어느날 71%의 수분이 거이
눈물로 배출돼 요즘 살아가기가 좀 그래졌 다. 그래서 요즘은
나 자체가 눈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도 사
람들은 내가 눈물임을 믿어 주지 않는다. 어제만 해도 700g의
지방이 눈물로 바 뀌어 내 몸을 빠져나갔는데 말이다. 그걸
사람들은 내가 먹지 않고 계속 울기만 해서 자꾸 말라 간다고
한다. 킬킬킬. 어쩌면 그렇게 단순하고
멍청한 생각들 속에 살아가는 것일까? 무언가를 꾸역꾸역
처먹었을 때에는 섭취한 그만큼 살이 찌겠지만, 바꾸어 말하
면 무언가를 꾸역꾸역 처먹지 않았다는 것은 살이 찔 기회를
안 주었을 뿐이지 어떤 다른 작용으로 내 살을 빼앗아갈 아무
근거가 없는데 말이다. 살아가기가 좀 그래진 이유는
어떤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 어느 얼굴을 내가 보 고 싶어 한다는
것과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는 단 두 가지 이유뿐인데, 사람들
이 날 보는 눈빛은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어제는 병원에 갔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는 내 증상의 검사 결과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 다. 담배를 많이 피워 폐가 좀 검기는 하지만 숨 쉬는데
이상이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자꾸 숨이
쉬어지지 않아 다시 그 병원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의사가 진찰
대신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아무래도 내과보다는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옳을 것 같다나? 신경 정신과……!
킬킬킬. 그래 숨만 편히 쉬게 해준다면 어딘들 못
가겠느냐 하는 생각으로 신경 정신과 를 찾았다. 어떤어떤
모양을 한 어느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입니까? 글쎄,
그게 언제였을까? 내 방에 달력은 한 달에 한 번 찢는 달력이
아니라 그 걸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달수로 세어 보면
한참 전일 것이라고 대답해 주 었다. 그 얼굴이
보고 싶으면 당신을 어떻게 달래나요? 달랜다? 나를?……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달랜다고 참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몸무게 를 줄인다고, 시원하게 소리내어 울어 본
적은 없지만 그저 울고만 있는다고 얘기해 주었다. 얘기
중간에 신경 정신과 의사가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언제나
이런 식으로만 우나요? 한 번 소리내서 울어 보시죠. 한꺼번에
많이 울어 버리면 좀 덜할 텐데. 건네받은 손수건을 다시
건네주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러면 안된다고, 그 렇게
마음만큼 울었다가는 얼마 살지 못하니까 이런다고 했다. 왜냐하면
나눈 눈 물이기 때문이라고……. 예전에는 71%의
수분과 18%의 탄소, 4%의 질소, 2%의 칼슘과 2%의 인, 그리
고 0.5%의 황과 0.5%의 나트륨, 0.4%의 염소로 되어 있었고,
아주 극소수의 망 간과 아연 따위로 살아 왔었는데, 어떠어떠한
모양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면서 부터는 71%의 수분이 거의
눈물로 배출돼 더 이상 마음만큼 생각만큼 울어 버리 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당신이 가슴 속에는 온통 그 얼굴에
대한 기억이 들어 있기 때문에 공기가 들 어갈 틈이 없는 것입니다.
그 기억을 조금만 버리시고 편히 숨을 쉬고 사시지요.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걸었다. 그
기억을 버리라고? 멍청하긴, 웃기는 소리! 내가 이만큼이라도
살아가는 게 무슨 이윤데. 그 이유를 버리라고! 버리는 그 순간
바로 죽어질걸……. 왜 그걸 모르고 있을까, 사람들은?
나는 눈물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눈물이
되어 살아가는 것에 조금의 후회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생활이
될 수 없어서, 그녀의 위안이 될 수 없어서, 그녀의 기쁨이
될 수 없어서, 그녀의 남자가 될 수 없어서 그녀의 그리움 속에
사는 눈물을 택했을 뿐이다. 오늘밤은 조금 덜 울어야겠다.
조금 전 신경 정신과에서 준비 없이 그녀를 언급하는 바람에
꽤 많은 양의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매일밤처럼 울었다가는
아마도 얼마 못 갈 것이다. 생체 리듬이 갑자기 바뀌면
좋지 않은데…….
난,
안돼요 TOP
그렇게 듣고 싶던 목소린데 막상 걸려온
전화에는 수험생보다 더 긴장돼 기껏 한다는 말이 "웬일이야" 그리고
끊고 나선 또 안 오나 전화기만 뚫어지게
너무나 보고 싶던 얼굴인데 마주 앉은
자리에선 꾸중하는 교장선생님처럼 농담도 근엄하게 그리고
돌아서선 웃기려고 준비해 왔던 말 중얼중얼
난치병
TOP
가을은 기상대보다 내게 먼저 들른다 꾸역
꾸역 어김도 없다
오나보다 또 기어오나 보다 내 가을은
약도 없다
너
> 빈대떡 TOP
너를 알기 전에 비가 오는 날이면 빈대떡을
먹었지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김치 빈대떡은 비와
고독의 연관성을 부인하게 했었지 어제는 비가 와서 빈대떡을
먹었는데 도무지 맛이 없었어 할머니 성의를 생각해서 억지로
한 입 먹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빈대떡으로 채워지질
않는다
내일
일기 TOP
일기를 쓰지요 매일 매일 습관처럼
일기를쓰지요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했다,그랬었다가
아닌 할거라고, 그러고 말거라고...... 내일 힘들거라는
걸 습관처럼 잘 알지만 내 내일에겐 미안하지만 무너질
걸 알면서도 쓰지요 오늘이라도 위해
다
생각이 납니다. TOP
그 사람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과
제가 만들어 두었던 모든 시간의 얘기들을 씹고 되씹으면 아무리
힘든 일이 찾아와도 '힘들다 말겠지, 이러다 말겠지'라고 해버릴
수 있을 것 같은어느 확신에 이렇게까지 힘이 되어 주시는 그
사람을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척 성실하게
그 사람을 사랑했었고,순간순간의 기억들을 추억으로 만들 준비를
해가며 우리의 기억들을 지켜보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다 생각이 납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다 생각이
납니까. 그렇게까지 노력했던 내가 보고만
계시기 미안하셨는지 하나님 당신께서 그 사랑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 놓으셨으니 좀 그렇고 그때의 그 추억들을 내가 다 가지고
살도록 힘써 주셨나 봅니다. 괜찮습니다. 원래가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걸 아파해 본다고 바뀌어지는 것도 아니고,
만약에 어느 선까지 진심으로 너무나 아파해 그 상대가 돌아올
거면 아마 그 사람은 제 곁을 떠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전 아파하지 않고 이렇게 살게 되어 있으려니
하고 성실하게 그 사람과 제가 만들었던 모든 시간의 얘기들을
씹고 되씹으며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만약 시간이 되돌아가
다시 한 번 그 사람과 손을 마주 잡았을 때 하나님 당신이 넌지시
우리의 미래를 알려주며, "이래 저래서 그러그러하게 살도록
되어 있으니 차라리 지금 이 손을 놓는 게 어떠하겠니?"
하셔도 나는 역시 마주 잡은 손을 놓아버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 순간 하나님 당신이 도대체 어째서 그렇게 살아가는지
물으신다면 저는 특별히 그 이유를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저 이렇게까지 다 생각나게 해준 사람이니까, 내
생애에 언제 또 이렇게 솔직해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라고
밖에는 말입니다. 그 사람에게 무엇을 바라겠느냐고도 묻지
말아 주십시오. 그 사람 발걸음을 편히 돌려보낼
수 있는 마음 역시 그 사람이 제게 베풀어준 사랑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마지막 얼굴은 왜 보지 않으셨냐고요?
그건 내가 돌아서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내 얼굴을 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을
겁니다.훗날 아주 먼 훗날, 하나님 당신이 다른 생각에 빠져계실
때 더 이상은 만나지면 안돼는 우리에게 잠시 눈을 떼고
계셔서 우연히 마주친다 하여도 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때의 제 표정만은 보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랬었다는
걸, 차마 돌아보지 못했던 그때의 내 얼굴이 이랬었다는 걸
보여준다면아마도 보고 있는 그 사람보다 내가 먼저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아서 말입니다.그러니 하나님, 제발이지 그 사람과
제게서 눈을 떼지 말아 주십시오.부득이 그 사람과 제게서 눈을
떼고 계셔야 한다면 다른 신에게 감시라도 부탁해 주십시오.
그렇게까지 지키고 싶었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세월이
흘러도 아무리 흘렀어도, 이랬었다는 걸 보여 줄 것만 같아서
말입니다. 그때 그 사람의 발길을 편히 돌려보냈던 내 얼굴이
이랬었다는 걸 보여줘서는 안돼는 까닭에 말입니다.
다음에는
잘 하세요 TOP
연습이었을 겁니다. 그래요, 우리 얘기,
연습이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속이 좀 상하는 것은 서로가
마찬가지이고, 이 정도 아파해도 될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얘기 만들어 두었으니까 그저 연습 한 번 잘했다고 생각하기로
하는 겁 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그렇게 미안해 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기억 속에 나를 자꾸만 불쌍하게 만들어 놓으면
내가 더 비참해지는 겁니다. 아셨죠? 다음에 잘하면
되는 겁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속은
좀 많이 망가지겠지만 입을 안 벌리면 누가 알겠습니까? 어떤
얘기가 있었 는지, 그 얘기로 가슴 한 번 내려앉았던 사람인지,
처음부터만 잘한다면 아무도 모를 겁니다. 경험이 중요한
세상에 좋은 경험 한 번 했다고 생각하십시오. 빌어 먹을
이 경험을……! 어떻습니까? 이제 좀 알것도 같은지요?
대충이라도 이런 남자는 피해야 한다는 것 이제 좀 아시겠지요.
그럼 된 겁니다. 그 정도라도 해드렸으면 그럭저럭 만족 하며
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잘하셔야지요.
다음에는 부모님 마음을 충분히 만족시켜드릴 수 있고 따뜻한
가슴을 보여 줄 수 있는, 왜 자상하 고, 표현 잘하는 그런
남자들 있잖습니까? 자기 자신에게 충분히 만족하고 자신 을
믿는 남자,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 건강도 좀 챙길 줄
알고, 여러 분야 에서 성공할 만한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
놓은 사람. 말 들으세요. 사랑하는 데 그딴 것들이 뭐 필요하냐
말했지만, 필요하답니다. 그 딴 것들이 없어서 보내지 않습니까?
그렇게 보고도 모르시겠습니까? 사랑도 세상 살아가면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또 한 번 무너져 보고 싶은가요?
아니지요? 이제는 두 번 다시 싫지요? 그래요. 그게
경험이라는 겁니다. 나도 싫 어요. 나를 사랑해 주는 내
여자 하나 못 지키는 못난 사람. 이제 생각만 해도 욕 이
나옵니다. 정말이지 이런 얘기 들려 주면 안되는 건데.
가끔 치가 떨릴 때도 있었지요. 사 주고 싶은 것, 먹이고 싶은
것,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왜 그리 많던지. 당신은 언제나
괜찮다 괜찮다 했지만 내가 싫었던 겁니다. 내가 싫어서 취하도록
마신 고, 그렇게 취했으면서 입 벌리면 말해 버릴까봐,
오늘 너와 어디 가서 저녁 먹 고 싶었고, 무슨 옷이 너무
어울릴 것 같았고, 그 옷 입히고 어디를 가고 싶었다 고
내가 말해 버릴까봐, 계속 입다물고 술잔만 비운 거랍니다.
괜찮다는 소리 듣 기 싫어서 내가 생각해도 내 미래가 안보이는데
그래도 다 잘될 거라는 소리 듣 기 싫어서……. 그러니
이제 잘하셔야 합니다. 이제부터 잘하면 되는 겁니다. 부모님들이
어디 당신들 잘 되자고 그러셨겠습니까? 자식 사랑하는 그 마음
다 이해해 드려야 하는 겁니다. 괜찮은 사람 만나서 날씨
좋은 토요일 오후 쇼핑도 하고, 근사한 데 가서 저녁도
먹고 그 사람이 집에 전화했을 때 어머님이 반갑게 바꾸어
줄 수 있는 그런 능력있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동안 나
때문에 벌어 졌던 부모님과의 사이도 예전처럼 가까워지시고
행여라도 쓸데없는 미련 때문에 힘들어 하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연습이었다는 거. 다음에는 잘하실 거예요.
나를 거울로 삼아 피할 건 피하고, 쓸데없는 애정에 발목 잡혀
안되는 거 알면서 사랑에 빠지는 일 없도록 하고, 당신을
아껴주고 가꾸어 줄 수 있는 능력있는 남자 만나야 합니다.
자신 있죠? 잘하실 거예요. 충분한 연습이 있었으니까
이제부터 실수는 없을 겁 니다. 다만 연습을 너무 힘들게 해서
질려 버렸을까봐 사랑하는 사람 만드는 일 생각만 해도 겁을
먹을까봐 그게 좀 걱정이 됩니다. 연습했던 과정이 떠올라,
그 과정에 너무도 치가 떨려 다음 번을 아예 만들지도 않을까
해서…….
당신
앞에서라면 TOP
당신 앞에서라면 일회용 물수건이라도
좋아요 식사하기 전 한번은 손길 주시는 일회용 물수건이라도
좋아요 당신 앞에서라면 자판기 커피라도 좋아요 추운
몸 잠시라도 녹여드릴 수 있는 자판기 커피라도 좋아요
동전이
되기를 TOP
우리 보잘것 없지만 동전이 되기를 기도하자 너는
앞면 나는 뒷면 한번이라도 없어지면 버려지는 동전이
되기를 기도하자 마주볼 수는 없어도 항상 같이 하는 확인할
수 없어도 영원히 함께 하는 동전이 되기를 기도하자
됐어
TOP
왜 그래 괜찮다니까 좋아서 이러는거야 싫은데
내가 싫은데 어떻게 오늘까지 왔겠니 뭐가 안타까운데 뭐가
미안한데 차마 보고 있기 안쓰럽다고 모르는 건 아닌데 그래,알것도
같은데 이렇게 생각해 봐 네 눈에 네가 안 보이듯 난
내가 안 보여
땅을
치며 후회했지 TOP
너를 알고부터 과학자가 되지 못한 것을 땅을
치며 후회했지 투명인간이 되어서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싶어졌거든
너를 사랑하고부터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지 못한 걸 땅을 치며 후회했지 내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게 하고 신문이나 TV에 나와 너는 내 여자라고 발표하고
싶어졌거든
메시지
2 TOP
안녕하세요. 전하실 용건이 있으시면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연락 드리겠습니다. 삐삐호출은
1번, 음성녹음은 2번을 -딸깍- 안녕하세요. 전하실 용건이
있으시면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연락 드리겠습니다. 삐삐호출은
1번, 음성녹음은 2번을 -딸깍-
안녕하세요. 전하실 용건이 있으시면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연락 드리겠습니다. 삐삐호출은 1번, 음.
-딸깍-
……………………
저는요 안녕하지는 못하구요. 전하실 용건도
없구요. 남길 만한 번호도 없지만요. 자꾸만 눌러져요.
저는요. 정말 용건은 없거든요. 그냥요. 이러구 있으면 좀 덜하 거든요.
정말루요.
…………………
용건은 없어요.
모자라는
것이 너무 많아요 TOP
무엇이 이렇게 우리를 가난하게 만듭니까 무엇이
이렇게 우리를 썩어가게 만듭니까 살라고 만드신 세상에 숨쉬라고
만드신 세상에 무엇이 우릴 못 살게 구나요 십대들의
사랑이 여관에서 시작되고 이십대들의 진실은 콘돔에 가리워지고 나머지
세대들의 인생은 전투보다 치열해지는 그들과 다른 길을
걷는 이는 천연 기념물로 내세워지는 그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썩어가게 만듭니까 아니면 썩도록 되어 있던 것입니까 모자라는
것이 아무리 둘러봐도 너무 많아요
미련 Ⅰ
TOP
사랑이 떠나버린 사람의 가슴을 다시
한 번 무너지게 하는 것은 길에서 닮은 사람을 보는 것보다 우연히
듣게 된 그 사람 소식보다 아직 간직하고 있는 사진보다 한
밤에 걸려온 그냥 끊는 전화일 것입니다
미련 Ⅱ
TOP
돌아서야 할 때를 알고 돌아서는 사람은 슬피
울지만 돌아서야 할 때를 알면서도 못 돌아서는 사람은 울지도
못한다
부탁이
있어요 TOP
부탁이 있어요. 나는 커피를 마셨다.
아주 천천히 그렇게 뜨겁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너무도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찻잔에서 입술을 떼었다. 찻잔에서 입술을 떼고
담배를 입 에 물며, 무슨 부탁이 있니?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것이 그러는 것보 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미안해요.」 나는
담배를 들이마셨다. 깊게……. 연기가 다시는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정도 로 깊게 담배를 들이마셨다. 그렇게 들이마신
연기가 다시 밖으로 나올 때쯤, 뭐 가 그렇게 미안하니?
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는 것으
로 행동을 대신했다. 「……안되겠어요.」 나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냥 지긋이 눌러도 꺼질 담배였지만
재떨이 를 뚫어버리기라도 하듯 무리한 힘으로 담배를 짓이겨
껐다. 처음부터 아니였 니? 묻고 싶었지만
둘 다에게 너무도 잔인한 질문이라는 생각에 여섯 번째 담배
에 불을 붙이고 얼음물을 한 잔 더 주문했다. 「무슨……말을
좀 해봐요.」 얼음을 하나 씹어 삼키고 여섯 번째
담배를 짓이겨 껐다. 안되겠다는데, 나는 아 니라는데,
왜 내가 되면 안되는지 묻고 싶었지만 사람이 사람을 떠나가려고
할 때는 그 이유를 묻기보다 먼저 뒷모습을 보이는 것이
두 마음을 다 위하는 길이 라는 생각에 일곱 번째 담배에
불을 붙였다. 「먼저……일어날까요?」 열두
번째에 불을 붙이고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의 얼음을 씹어 삼키고
있을 때 물어주었다. 이제는 먼저 일어날게요라고
해도 돼. 라고 대답을 해주었어야 했는데 이제껏 씹어
삼켰던 얼음이 가슴 속에서 녹아버려 눈으로 다시 나올까봐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천천히, 너무도 천천히
의자를 뒤로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일어날……게요」
마지막일 텐데, 저 목소리, 저 눈빛, 저 표정 모두가
마지막일 텐데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힘들여
일어나 걸어가는 뒷모습을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어떤 담배를 갖다 드릴까요?
아마도 아무거나 갖다 달라고 했을 것이다. 열여섯
번째 담배를 태우려고 했을 때 더 이상 내게 담배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새 담배를 주문했었나
보다. 먼저 나가시던 여자분이 전해 주시라고…….
빨간 색상의 새 담배와 연한 파란색의 편지 봉투가
내 앞에 놓여져 있었다. 무언가 할 일이 있었을 텐데…….
어디선가 나를 원하는 일들이 있었던 것도 같 은데, 왜
아무런 생각도 나주질 않는 것일까? 무언가 할 일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지금 저 빨간 색상의 새 담배를 뜯어 태워
야 하는지? 먼저 나간 여자분이 건네주었던 연한 파란색의
편지 봉투를 뜯어 보 아야 하는지? 얼음물을 한 잔 더 시켜야
하는지? 지금도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도 같은데 돌아봐야
하는지? 저 사람 술 시켰었어? 왜 저렇게 걷는
거야? 귀머거린가, 불러도 그냥 가네? 담배 하나 굳었다.
이 편지 뜯어봐도 되나? 그러지 마세요. 자기
정신도 아닌 것 같던데. 다시 오면 돌려줘요. 무슨
편지 봉투가 이렇게 예쁘지! 이걸 무슨 파란색이라고 해야 되는
거야?
〈그렇게도 많이 사랑을 고백했으면서도
이제서야 그 사랑의 크기가 얼마큼이었는지 알 것 같아요.
내가 왜 당신에게 사랑했어요. 라는 과거형을 써야 하는지
하늘에 원망도 해 보지만 안되는 건 안되는 것으로 인정할 수밖에요.
오늘 나는 아마 당신에게 몹쓸 짓을 하고 돌아서게 될 겁니다.
그래도 당신은 나를 원망하지 않으시겠지요? 부탁이
있어요. 당신껜 매우 버거운 부탁이 되겠지만 들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부탁드려요. 저를 미워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랑했던 당신……,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용 서는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라고 알고 있어요. 제발 저를 원망하고
미워해 주셨으면 해요. 하루를 살아도 마음 편히 살아보고 싶습니다.
저는 이렇게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나를
위해 나를 용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편지를 어떻게 건네야
할지…… 건네드리는 게 잘 하는 건지. 당신을 먼저 두고 일어서는
내 표정이 너무도 궁금하지만 나의 이 기적인 표정을 당신의
눈동자를 통해 볼 자신이 없어 인사 없이 일어서겠습니다. 안녕히……,
제발 안녕히……, 영원히 안녕하시기를…….〉
밤의
그리움 TOP
밤새 말없이 가슴을 적시는 조용한 움직임 비처럼
스며들며 운명처럼 자리했던 그리움 욕심만큼 바라는
나만의 그리움이 아니기를 눈으로 시를 써 마음으로 읽어준다
서로가 벽을 느끼고 사랑이 아닌 구속이라
생각될 지 모르는 지금 조금은 아프더라도 가끔은 힘들더라도 다시
없을 열정과 인내로 마지막 순간을 축북하자
이제 너를 그리는 내 마음은 영원히
한 점에 머무른다
사랑의
진리 TOP
만날 인연이 있는 사람은 지하철에서
지나쳐도 거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지만 헤어져야 할
인연인 사람은 길목을 지키고 서 있어도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진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 한 번 엇갈린
골목에서 지키고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또, 하나의
진리이기도 하다
사랑하면
공휴일이 없을껄! TOP
막일꾼은 비 오면 쉬고 회사원은 일요일이면
쉬고 경비원은 격일제로 쉬고 택시기사는 이틀에 한 번
쉬고 선생님은 방학이면 쉬고 농부는 겨울이면 쉬고 수험생은
시험 끝나면 쉬고 배우는 연습이 끝나면 쉬고 애기엄마는
애기 자면 쉬고 널 그리는 나는 언제 쉬냐?
상상
TOP
그녀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옷을 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전화를 기다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팔짱을 끼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정을 부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 생각하며
잠들고 한다면 난 돌아버릴꺼야 그러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면 그 땐 힘없이 웃을 수 밖에
없을꺼야
손해만
본 발악 TOP
자꾸 쓰고 싶어 하는 오른손이 미워 겨울잠바
오른쪽 주머니를 다 뜯어버렸다 뭔가 생각케 하는 신경이
미워 술로 마비를 시키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애꿏은
손톱만 시리더라 죄없는 위장만 아파하더라
시간
없다고 TOP
내가 빌려 줄게 내 시간 니가 다 써
詩人들은
TOP
詩人들은 사랑중인 사람들의 감정을 더
아름답게 꾸며주기도 하지만 힘들여 잊고 살려는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쏟아내게도 한다
아무래도
좋아요 TOP
아무래도 좋아요. 그때 나는 그렇게
얘기를 했어야 했다. 아무래도 좋다고. 뭔가를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 아무래도 좋을 거라고. 그때 나는 그렇게
들려 주어야 했다. 바쁘 게 살다 보면, 없던 일도 만들어
뛰어다니다 보면, 잊어야지 하는 생각도 잊고 살 수 있을
거라고 해야 했다. 담배를 뜯을 때도 생각나고, 시험
준비를 하다가도 생각나고. 이밖에 특별치 않은 일을 하다가도
생각이 나겠지만, 나는 담배를 자주 뜯지도, 매시간 책상을
정리하지도, 항상 시험인 것도, 그렇다고 언제나 특별치 않은
않은 일들만 하고 사는 것도 아니니까, 아무래도
좋아요. 라고 들려 주었어야 했다. 수고했으니까,
그동안 많이 수고하며 살았으니까, 그 많은 얘기 하나도 빠짐
없 이 나와 만들어 준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야 했다. 그 리고 그 다음날부터 수고하며
만들어 준 그 추억들 때문에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 을 감수하며
살아진다 해도……. 어차피 세월이라는 것은 내 편이 되어 줄
테니 까. 그렇게 흐르고
흘러서 마지막으로 무엇인가를 버리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불쌍하니까. 그 추억마저 없다면
내가 그동안 살아온 게 불쌍하니까 그랬다고. 바 보 같지만
별 큰 이유 없이 그래서 그랬었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무엇인가 그때의 그림이 그리워져
떠올리려 할 때 모두 다 생각해 낼 수는 없지만,
정말로 나를 사랑하였구나! 하는 느낌만은 그날과
똑같이 다시 한 번 내 맘속에 들어오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좋아요. 그때 난 그렇게
얘기했어야 했다. 입술 한 번 꿈틀대기도 힘에 부쳤지만 더
이 상 앉아 있을 기력도 없으니까 대충 그렇게 너무 미안해
하지 않도록 그 마음 상 하지 않을 정도로 나는, 아무래도
좋아요. 라고 들려 주었어야 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잠을 좀 자야 했다. 기다리면 더 오지 않는 것이
잠이 라지만 그래도 끝까지 기다려 잠을 좀 자야했다. 오래오래
잘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잠시 눈을 붙이는
설잠이라도 간절히 원해야 했다. 믿지도 않던 하나님이
왠지 꿈 속에서는 나와 얘기를 나눠 주실 것만 같아서 하 나님만
찾았다. 하지만 교회를 가도 안 계시고 거리를 걸어도 안 계시고,
내가 찾 아다니기로 한 모든 곳은 다 찾아다녀도 평소에
내가 믿어드리지 못한 걸 꾸중이 라도 하시듯 어디에서도
나를 만나 주지 않으셨다. 먼저 진심으로 빌어드리지 못 한
걸 꿈에 사과드리고,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간절히 바라며 빌어야
하는데……. 하나님 하시는 일이 저같이
나약한 인간들을 보살펴 주시고 다독거려
주시는 것 이니 어디든 좀 보내달라고, 어렸을 때 동화에서나
만화에서 보고 들었던 불지옥 이나 차라리 죽기를 소원하는
어느 곳이라도 망설이지 않을 테니 부탁을 좀 드린 다고,
어디가 됐든 여기가 아닌 곳으로 보내달라고……. 그리고
그곳에서는 아무래도 좋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안 그래?
TOP
이순신 장군님, 퇴계 이황 선생님, 율곡
이이 선생님, 세종 대왕님 너무너무 훌륭하신 이분들이 당신의
초상이 그려지신 화폐 때문에 자식이 부모에게 칼을 들이대고
사람이 사람을 팔아먹고 죄 없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어가는 걸 알고 계신다면 어떤 표정을 하게 계실까 가만히
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잘못되도 크게 잘못된 걸 느낀다. 백원짜리에는
인신매매 처음 알선한 놈이 천원짜리에는 어린이 성폭행하는
놈이 오천원짜리에는 이완용이 그리고 만원짜리는 돌로
쳐죽일 놈들 중 가장 작은 돌에 제일로 오래 맞아 죽을 돈
좋아하시는 분이 얼굴이 그려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별한
다음날 뭐하셨어요? TOP
이별한 다음날 뭐하셨어요? 그냥 허전하기만
하던가요? 아침에 깨워주는 전화가 없어서,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메시지가 안 들어와서 그냥 허전만 하던가요?
아니었지요? 그게 아니었지요? 친구를 만나 당구를
치고 있어도, 차를 마시고 있어도, 다른 연인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어도 쉽지 않아요. 그게 쉽지 않아요. 그런 건가봐요.
사람 만나고 헤어지 는 일들이라는 것이 마음처럼 쉬운
일만은 아닌가봐요. 뭐하였어요, 이별한 다음날?
웃기지요? 내가 생각해도 참 웃기는 애인인 것 같지만
어쩌겠어요,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아침에 제
시간에 일어나셨어요? 헤어진 건 헤어진 거고 깨워줘야 되는
건 아닌 가 생각했는데, 잘 하겠지요? 안 깨워줘도 학교는
수업시간에 맞춰 갔었나요? 아 니지요? 제발 수업 빼먹지
마세요. 이제는 쓸데없는 걱정인데 그냥 하게 돼요. 쓸데없는
걱정이라도. 보고 싶다던 영화는 봤어요? 하긴 영화가
눈에 들어왔을라고요. 이별한 다음날 영화가 재미있었으면
어디 그게 사람이에요? 삐삐에 메시지 확인 들어왔을
때 놀라거나 혹시하는 마음에 확인하게 되신 적 있던가요?
그래서 내가 남긴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다행이던가요? 이별이라는
걸 하고 나니까 이것저것 궁금해지는 게 많더라고요. 어디 가서
술 마시고 쓰러지지나 않았나, 쓸데없이 허전하다고 친구
데이트에 끼어 눈치 보고 있지나 않나, 웃기는 건 사랑하다
헤어지는 게 무슨 큰 죄 지은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리 연락하기가
쑥스럽고 쉽지 않은 걸까요.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다른 건 대답 안해도 이건 좀 대답하셨으면 해요. 혹시
후회 비슷한 거 안해보셨어요? 괜히 그랬다던가, 이게
아닌가라던가, 왜 헤어진 다음에야 그 사랑의 크기를 알 수
있었다고 후회하는 거 말이에요. 안 그러셨어요? 하긴
그랬다고 해도 내가 그 마음을 알 길이 없으니 확인이나 되나요,
뭐……. 저요? 저는 뭘 했냐구요? 글쎄요…….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것저것 많이 생각한 거 같기도 하고, 호출기를
만지작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메시지 넣은 친구에게 왜 번호로
찍지 메 시지 남겼냐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뭐 그냥 그렇게
지낸 것 같아요. 아니다. 내가 진짜 뭐 했냐 하면은요.
음……, 당신이 뭐하고 있을까 그거 생각하면서 보냈어요.
요즘
난 TOP
예전에 난 담배를 뜯으면 가운데부터
태웠지 정력담배라나? 오른쪽 것은 사랑이고 왼쪽
것은 이별이고 너를 만나고부턴 유치한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오른쪽으로 손이 갔어 버릇된 가운데 것이 나오면 누가
볼세라 얼른 집어 넣고 오른 쪽 것을 꺼내지 유치하면
어때 이미 작은 것까지도 소심해진 것을 유치하지 못하면 사랑할
수 없다고 그 말만 믿고 살아 요즘 난
약속하세요
TOP
다른 사람의 아침식사를 차리셔도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아 주셔도 다른 사람과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리셔도 웃을게요. 안 울게요 그 대신 약속해 주세요 하나만
약속해 주세요 나보다……먼저 죽지는 않겠다고 크게
어려운 일 아니니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오른손
TOP
내가 어떤 여자를 끔찍히 사랑해 주었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는, 충분히 미쳐 있던 상황에서도 어떤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려 던 오른손을 모질게 내려버리고 돌아서 버린
것입니다. 그 다음 순간부터 그렇게 모질게 내려졌던
오른손은 더 이상 나를 위해 움직여 주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해 수저를 들던 일도, 칫솔질을 하던 일도, 운전대를 잡 던
일도 모두 잊은 듯, 빈 술잔을 채우는 일과 담배에 불을 붙이는
일 외에 다른 모든 움직임을 멈춰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는 더 이상 오른손에게 나를 위해 움직여 주기를 강요하지
않았습니 다. 예전처럼 나만을 위해 움직여 주기를 바라기에는
어떤 여자의 눈물을 한 번 만 더 닦아주고 싶어 했던 오른손에게
나는 너무나 모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입니다. 제발 이러지
마. 그렇게 나를 괴롭히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미쳐가고 있어.
어떤 여자에게 편지를 쓰고 있던 오른손은 고맙게도 하던
일을 멈추고 술잔을 채워주었고, 그 술잔을 다시 비웠을 때
내가 울었는지 오른손이 울었는지 충분히 젖어버린 손 끝으로
새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내가 압니다.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귓볼, 그 머리칼, 그 손길이
얼마나 다정했었는지를. 살아오면서 한 번도 받 아본 적 없고
살아가면서 두 번 다시 받아볼 수 없다는 것을……. 그래도,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는 오른손에게 모질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른손이 써버리는 편지에는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고, 숨을 쉰다고 다 살아 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떤
여자에게 알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른손은 다시 어떤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하고 두 인생은
평생을 젖어 있는 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 문입니다.
우연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한다면,
우린 한 번이라도 마주치겠지만 그날까지 나 는 움직임을 멈춰버린
오른손에게 그 어떤 움직임도 강요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우연이
날 피해 가 오른손이 평생을 안 움직인다 해도 나는 오른손을
원망할 수 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우연이 날 돕는다면
그때는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습 니다. 나는 참아내겠지만,
가슴이 다시 한 번 내려앉아도 나는 참아내겠지만 오 른손에게
또 내 눈물만 훔쳐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귓볼, 그 머리칼, 그 손길을 그날까지 못 잊고 내가 모질게
잘라내도, 이번에 도 싫다하면 그때는 나로서도 어떻게 해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여자를 끔찍히 사랑해
주었다는 뚜렷한 증거는, 충분히 미쳐 있던 상 황에서도 어떤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려던 오른손을 모질게 내려버린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도 사랑했던 어떤 여자를 다시 한 번
만지게 된다면 나는 이미 미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왜
그랬을까? TOP
왜 그랬을까요? 절대 그럴 상황들이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불안했었는지, 그때는 나를 아끼고 있었는데,
그게 분명하다는 걸 내가 느끼고 있었는데…… 내가
먹고 싶어하는 것을 함께 먹어줄 때도, 어울릴 거라며 입혀주었던
보라색 남방도, 멜로디가 좋다며 들려 주었던 음악도, 이 사람이
분명히 나를 위하고 있 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으면서도
어떤 행동에서도 늘 불안해지곤 했었지. 나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느껴지던 그때도 순간일 뿐, 돌아서고
나면 왜 그 렇게 가슴시리던지. 어쩌면 너무 사랑해서라고 단정지어
버릴 수도 있지만, 꼭 그 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 불안함이 늘
사랑과 함께 내 옆에 서 있었지. 이러구 말아야지!
이러면 둘 다 힘든 거야! 하면서도 문득문득 스쳐가는
불안 함에 어쩔 때는 치를 떨기도 했었는데, 내가 이러는 것이
이 사람 잘못은 아니라 는 걸 알면서도 짜증나게 되고 초라해져
가고……. 따지고 보면 오히려 나보다 더 나 때문에
힘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병이야! 내가 병이야! 하면서도
내가 고칠 생각은 안하고 그 사람이 조금 더 내게 성실하 기만을
바랐었지. 자판기 커피를 두 잔 놓고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었던 벤취에서 내일의 만남을
약속하며 일어설 때, 어쩌면 언젠가 이 벤취만 봐도 아 까 떠들던
어느 대화가 기억나 무척 슬플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지.
그때 그 런 생각들을 만든 내 가슴을 찢어버리고 싶지만 어차피
이젠 더 찢어질 가슴조차 남지 않았으니, 대가를 받는다면 그
나름대로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것이고, 아마 그때 알았다면
이러고 살지는 않았을 텐데.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때 한 번 충실하게 그 사람에게 다가가 볼 걸 하니,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산다고 나를 그렇게까지 보호해야 했을까?
오히 려 그 사람이 더 나를 지켜주려 했었는데. 그렇게 해주었을
때 받고 살았던 그 사랑 반만 돌려 주었어도 얼마나 예쁜 연인이
만들어졌을까? 내가 더 많이 사랑 하고 있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는데. 가끔 빈 술잔 기울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보면, 이래도 싸지, 오늘을 만든 건 나 야 할 때마저 있으니
눈물을 훔치다가도 헛웃음이 나오지. 더 웃기는 건 그렇게 까지
나를 감싸며 기억 속에 안 남겨두려 했던 모든 일들이 다 내
몫으로 돌아 와,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니 어디가서 본전을 찾아야
할지. 사랑은 그야말로 바보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거였는데. 왜 그랬을까요? 정말로
치사한 생각이었는데. 나와 헤어지면 지금 내게 하는 모든 행동
새로 생 긴 사람에게 똑같이 하겠지. 그러다 나와 함께했던
카페도 가고 식당도 가고 공 원도 가고……, 어디든 가는 곳에
나와 함께였다는 생각은 못하고 새로 생긴 그 사람과 즐겁게
웃고 나를 잊어가겠지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들을 했었는데…….
그 시간에 그 따위 생각이 들 때 차라리 그 사람을 더 챙겨줘
볼 걸. 후회는 아 무리 빨리 해도 늦는다고 했던가! 다시
뭘 어째보겠다는 생각조차, 나 스스로가 말이 안된다고 느끼는
지금에야 사랑했어요 보다 더 미안하고 진실하게 말해
주 고 싶어지곤 하지. 왜 그랬을까요? 라고 도대체
그렇게 불안했던 이유가 나한테 있었는지, 그 사람 한테 있었는지.
그래도 양심은 남아 있는지, 미안한 건 알고 사는 건지. 이별만큼
은 참으로 성실하게 하는 나를 그 사람은 알고 있을까? 언제나
내게 멍청하다고 했는데 너무너무 멍청해서 사랑엔 불성실했지만
이별만큼은 참으로 성실하게 하 고 있는 건데 이런 나를 보면
어떤 표정을 보일까?
욕심
= 사랑 TOP
너는 내 나비야 삶에 떨고 있는 내게 따스한
봄날을 알려주려 멀리서 멀리서 날아온 너는 내 나비야 내
마음속에 꽃밭을 만들어 영원히 곁에 둘 거야 사랑스런 내
나비야
우리
아빠 TOP
나는 봤다 큰누나 시집가던 날 현관에서 [아빠
갈께요] 했을 때 몰래몰래 맺히려던 눈물을 나는 느꼈다 엄마
수술하시던 날 접수창구에서 줄 서 계시던 아빠의 뒷모습에 어렴풋이
보이던 떨림을 나는 안다 매형과 큰누나 큰절 올리던
날 엄마 완쾌하셔 퇴원하시던 날 나 대학 합격하던 날 아빠는 세상에
누구보다 행복한 분이셨다는 걸 우리 아빠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너무너무 훌륭한 분이시라는 걸 아빠는
알고 계실까 내가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고 사는지
우리
엄마 TOP
하나가 생기면 둘을 주어야 마음 편해하시는 얼굴만
마주치면 손 씻어라 발 씻어라 하시는 시집간 누나가 섭섭한
소리 좀 했다고 아빠 끌어안고 엉엉 우시며 자식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 하시는 만원만 달라면 지겹게 잔소리하시면서 부잣집
아들소리 듣게 옷 입혀주시고 몸에 좋다는 건 억지로라도
먹여주시는 어쩔 때 보면 철이 덜 드신 것 같은 아직도
아빠에게 자기 자기 하시는 하느님 같으시다 꼬마아기 같으신 너무너무
귀여운 우리 엄마
우린
지금 TOP
남보다 많이 자신을 아끼려하고 남을
사랑해 주기 보다는 자신의 예쁜 소모품으로 만들고 싶어하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그가 없는 인생은 생각할 수 없다고 가식된
진실로 자신을 꾸미려 살고 있습니다 한 순간 사랑이라 말하고 그
순간 후회하면서 버리고도 버림받은 듯 동정을 바라며 착각
속에 서글픔을 즐기며 만들어 낸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우리
나이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그림들을 서슴없이 그리며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조차 모르며 살아들가고 있습니다
원태연
알레르기 TOP
한 사람이 걸렸습니다 그 사람이 제 사랑입니다 걸려도 하필이면
그 사람이 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다가오는 것은 바랄 수도
없고 원태연의 원자도 못 꺼내었습니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치료불능 중증인 것 같습니다
유비무한 TOP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너무 자주 보지
마세요 사랑이 끝난 후 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무심히
지나칠 수 있도록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너무 많이 가지지
마세요 사랑이 끝난 후 그 마음 가져가려 할 때 큰
상처 없이 돌려줄 수 있도록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무 깊이 빠지지
마세요 사랑이 끝난 후 그 아름다운 기억이 한
방울 눈물로 기억되지 않도록
유통
기한 TOP
내 그리움에 유통 기한이 없나 봅니다.
은혜
TOP
아버지 당신은 이 못난놈 갑자기 정신
나가 대통령이 되고싶다 하면 못 해보면 평생 한 생길
것 같다 하면 그거 보고계시기 마음 아려 당신이 지켜오신
명예보다 정신 나간 이놈 바람을 더 소중히 여기시어 나라를
하나 사주실 분이십니다 당신 아들의 무능이 눈에 밟혀 나라
하나 사주시고 어떠한 대가라도 받으실 분이십니다 그러나
그러지 마십시오 그렇게 그 나라 대통령 돼봐야 지 잘나
그렇게 된 줄 알 놈입니다 지금까지 버리신 당신 명예와
자존심만으로도 몇만번 윤회해 갚아도 어찌 그 은혜 털끝이라도
미치겠습니까
어머님 당신은 이놈 눈물보다 가슴 아픈
기억이십니다 논산 연병장에서 이십 삼년 하루를 가슴
편히 해드린 날 없는 그 많은 세월 자랑거리 하나 만들어
드리지 못한 이 못난 놈의 소매끝을 기어이 못 놓으시고
흘리신 눈물을 어찌 감히 닦아 드릴 수 있었겠습니까 감히
효도하겠다는 다짐도 죄스러운 이 못난 놈의 어머님 당신은 이
세상 단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너무도 죄스러운 기억이십니다
이 름 TOP
한 번 써봤어요 괜히 한 번 다른 얘기 끄적이다 ……써지길래 이름 석 자 다른 낙서들
사이에 끄적여 놓아 봤어요 그랬더니 한 번 그래봤더니 누가 지어주었는지 어쩌면 그 얼굴과 그렇게 잘
어울리던지 이름만 보고도 내가 내 글씨로 내 연습장에 써본 그 이름만 보고도…… 한 번 써봤어요 다른 얘기
끄적이다 이런 줄 알면서도 이렇게 입술 깨물 줄 알면서도 괜히 한 번 ……써봤어요.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합니다 TOP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합니다 그 애가
많이 힘들어 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고통 덜어줄
수 있게 이미 내게는 그런 힘이 없을지라도 날 보고
당황하는 순간만이라도 그 고통 내것이 되게 해 주십시요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합니다 내게 기쁨이
넘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기쁨 다는 줄 수 없을지라도
밝게 웃는 표정 보여 줘 잠시라도 내 기쁨 그 애의
것이 되게 해 주십시요
그러고도 혹시 우연이 남는다면 무척이나
그리운 날 둘 중 하나는 걷고 하나는 차에 타게 하시어
스쳐 지나가듯 잠시라도 마주치게 해 주십시오
이별을
가르쳐 준 적 없었는데 TOP
어쩜 그렇게 잘했어요 어쩌면 그렇게 잘 해낼 수 있었어요 보고만 있어도 뿌듯해서 눈물이 나네요
이연(異
緣) TOP
당신 친구들이 당신의 생일 케잌에 촛불을
켜 주었을 때 내 친구들은 힘 없이 물고 있던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고, 당신이 오늘 약속에 입고 나갈 옷을
고르고 있을 때 나는 오늘도 없을 우연을 기대하며 당신이
좋아했던 옷을 챙겨 입고 있었고, 당신이 오늘 본 영화 내용을
친구들과 얘기하며 그 영화에서 느낌이 좋았던 장면을 떠올리고
있을 때 나는 우리가 왜 만났고 왜 싸웠고 얼마나 행복하게
지냈는지를 빈 술잔을 채우는 친구에게 얘기하며 채운 잔을
또 비우고 있었고,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호출기에 메시지를
남기면 연락드리겠다고 녹음했을 때 나는 그 목소리라도
밤새도록 반복해 들으며 전할 수 없는 메시지를 달래고
있었고, 당신이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놀라 어느
처마 밑으로 피해 있을 때 나는 내리는 그 비를 다 맞으며
당신이 피한 그 처마 밑을 찾으러 뛰어다니고 있었고, 당신이
일기장에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나는
보여주지 못할 편지를 끄적이며 어김없이 찾아올 내일을
두려워 하고 있었고, 당신이 그 해의 첫눈이 반가워 누구를
만날까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당신이 내 호출기 번호를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호출이 올 때마다 철렁 애려앉는
가슴을 느끼며 첫눈을 맞이하고 있었고, 당신이 책상 정리를
하다 미처 버리지 못한 내 편지를 휴지통에 넣을 때 나는
그 옛날 내가 보낸 편지의 어느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머리
속으로라도 다시 고쳐 쓰고 있었고, 당신이 생일 며칠 전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 무슨 선물이 필요해 라고 얘기했을
때 나는 너무나 건네주고 싶었던 선물 앞에서 당신과
너무나 어울릴 거라 생각하며 준비해논 돈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이고 있었고, 당신이 새로 나온 음반의 어느 가사가
너무 좋더라며 음미하고 있을 때 나는 나하고 절대 상관없는
슬픔인지 알면서도 무너지는 그 가사에 또 한 번 가슴이
내려앉아 무너지고 있었고, …… 당신이 한 남자를 얻었을
때 나는 영원히 한 여자를 잃었습니다.
죽느니
산다고 TOP
가십시요 살펴가십시요 두루두루 조심해서
가십시요 아닙니다 어이구 천만에요 말이라도 감사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으시다구요 사람이 사람이 싫어지는 데 어떻게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것보다 타당함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나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십시요 살펴가십시요 두루두루
조심해 가십시요 죽느니 산다고 내 살 찢어지면 마음이야
아프시겠지만 어디 찢어진 나보다야 하시겠습니까 죽느니 어디
한 번 살아보겠습니다
진짠데
TOP
진짜야 비오는 날 혼자 처량히 비 맞고
있는 공중 전화가 쓸쓸해 보여 그냥 한번 들어갔던거야
진짜야 마침 그 안에 동전이 남아 있었고 그냥
끊으면 낭비잖아 그래서 한번 걸어봤던거야
진짜야 전화걸 마음도 없이 들어갔으니 막상
생각나는 번호가 있어야지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눌러봤을
뿐이야
진짜야 그애가 받을 줄 몰랐단 말야 생각해
봐 얼마나 당황했는지 놀래서 그냥 끊은 것뿐이야
......진짠데
집착하지
마세요 TOP
그럴리 없겠지만 한가하시더라도 더 이상은
쓸데가 없어진 옛 기억들이 살아나 ' 그때는 그랬는데'라는
생각이 나시더라도 그저 생각에만 그치십시오. 짐작하지
마세요. 그럴리도 없겠지만 그러지도 마십시오. 내가
당신과 헤어지고 어떤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그렇게 보내지는
시간이 어떤 느낌들로 내 가슴을 찢어 놓았는지 당신은
아무리 깊이 생각을 하셔도 절대로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저
그런 이별 후의 시간들이었으리라는 짐작은 하지 마십시오. 그때
보낸 내 시간들은 짐작 따위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 찬바람
부는 날 혼자 한강을 걷는 것보다 햇볕 쬐는 날 백사장 걷고있는 맨발이
더욱 시리다는 걸 짐작이나 해보시겠습니까? 그래서 바닷물이
몰래 흘려 모은 내 눈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꿈에서나
해볼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을 많이 사랑했으니 그만큼 많이
울었겠구나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한 번도 안 울었습니다. 한
방울 눈물도 눈 밖으로 보낸 적 없습니다. 울고 난 뒤 눈물을
내 손등으로 훔치면 정말일 것 같아서, 내가 정말로 당신과
헤어졌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아무리 힘들어도 너무너무
힘들어 흘린 마음의 땀이 넘쳐 눈으로 나오려 할 때 하도
입술을 깨물어 다 터진 입술 때문에 물 한 모금 통증
없이 넘겨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을
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바라지 않았다면 듣는 즉시
거짓말이란 걸 아셨겠지만 그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것보다 더 바란 것은 그 한 가지 소원만 이룰 수 있다면 지금
죽으라 해도 세상에 별 미련이 없을 것 같은 바람, 그
바람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모르시겠지요. 당연히
모르고 계셔야지요. 나조차 당신이 내게 다시 돌아와
주시는 것보다 더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다는 걸 알고 놀랐으니
말입니다. 꼭 한 번만 그 꼭 한 번이 찰나로 스쳐
가는 한 순간일지라도 좋으니 당신과 제 마음이 바뀔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렇게 우리 마음 바뀔
수 있다면, 알려줄 수 있을 텐데 지금 내 마음이 어떻다 는
걸. 사람의 마음은 한 번 상처를 받으면 종이처럼 조그만
충격에도 속수무책으로 계속 찢어지게 돼 있다는 걸
알고 살게 해줄 수 있을 텐데. 잠을 좀 자보려고
잠에서 깨어나면 꿈이었을지 모르니까. 그래, 꿈이길 바래.
무리가 있다면 하루 지났으니까 지난 하루만큼은
덜 아파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그거라도 바라면서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 쓰지만, 안 오는 걸 잠마저 내 말을
안 듣는 걸 모르시겠지요? 당연히 모르고 사셔야지요. 당신마저
알고 살면 되겠습니까? 나만 알고 살아도 되니까 짐작조차도
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살다가 살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시겠지만
'잘살겠지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모든 걸 툭툭 털고 잘살고
있을 거야.' 따위의 쉬운 짐작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먼지가 아니니까, 털어버린다고 떨어질 먼지 따위가
아니라 나와 얘기를 만들어 왔던 사람이니까,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이 지난 우리 얘기의 주인공이니까
잊고 살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살다가 살다가
힘에 겨운 어느 순간이 닥치면 바라겠지요. 잊고
살 수 없는 거라면 잃어버리고 살게라도 해달라고……. 짐작하지
마세요. 그럴리도 없겠지만 그러지도 마십시오. 당신이
짐작할 수 있을 만큼만 아파하고 살았다면 아예 처음부터
아파하지도 않았습니다.
착한
걱정 TOP
따지고 보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다
잘못한 것 같고 시험 끝난 다음 답 고치고 싶은 학생처럼 그때
그때 잘못만 생각이 나 그 순간을 후회하며 고치고
싶고 지우고 싶은, 이별한 사람은 모를 이별 당한 사람의 착한
걱정
하나만
넘치도록 TOP
오직 하나의 이름만을 생각하게 하여
주십시오 햇님만을 사모하여 꽃피는 해바라기처럼 달님만을
사모하여 꽃피는 달맞이꽃처럼 피어 있게 하여 주십시오 새벽
종소리에 긴긴 여운 빈 가슴 속에 넘치도록 채워주십시오 하나만
넘치도록...
하루에도
몇 번씩 TOP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짜증을 내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고백을
하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을 하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너를 보고 싶어 넌 누구니?
한 TOP
안 보이지 난도질 당해 상처도 안
보이지 인생이 더러운 팔자가 한두번도 넘도록 가슴을
찢어버려 하도 찢어버려 안 보이지 난도질 당해 이젠 상처도
안 보이지 웬만큼 찔러서 피도 안 나오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TOP
인간이 얼마만큼의 눈물을 흘려낼 수 있는지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사진을 보지 않고도 그
순간 그 표정 모두를 떠올리게 해주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비오는
수요일 저녁, 비오는 수요일에는 별추억이 없었는데 장미
다발에 눈 여겨지게 하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멀쩡히
잘 살고 있던 사람 멀쩡한데도 잘 못 살게 하고 있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신이 잠을 자라고 만드신 밤을 꼬박
뜬눈으로 보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강아지도
아닌데 그 냄새 그리워 먼 산 바라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우연히 들려오는 노래가사 한 구절 때문에 중요한
약속 망쳐버리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껌 종이에
쓰여진 혈액형 이성 관계까지 눈 여겨지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스포츠 신문 오늘의 운세에 애정 운이 좋다
하면 하루종일 호출기에 신경 쓰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썩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던 내 이름을 참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그날 그 순간의 징크스로
사람 반병신 만들어 놓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담배연기는
먹어버리는 순간 소화가 돼 아무리 태워도 배가 부르지 않다는
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목선이 아름다우면
싸구려 목걸이를 걸어주어도 눈이 부시게 보인다는 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 여자도
나를 사랑하고 있을지는 그저 모든 이유를 떠나 내 이름
참으로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한 여자만 사랑하다 가겠습니다
현실
TOP
썩어빠진 정신속에 포기한 듯 끼어들어 거미줄보다
얇은 희망을 찾지만 무거운 절망만이 짓누르고 늙은이의
피가레보다 더 비참한 액체에 나 자신을 맡겨 버리고 공포보다
더 무서운 현실 속에 나를 던진다 얼어붙은 심장은 창녀의
몸을 원하고 배설의 욕구만을 채운 뒤 연극하듯 인생을
살아가고 졸음이 온다 싸늘한 하늘 속에서 죽음이라고
한다 한 모금씩 삼키는 피의 울렁임 썩은 박제같은 내
모습 오늘도 나는 악마를 찾아가 쾌락을 주문하고 내
미래로 지불한다 그리곤 잠 속에 빠져든다 이젠... 정말...
지겹다
회상
TOP
계산할 때 언제나 뒤에서 기다려주던
아이 돈 없을 때 내 표정을 읽고 전표 먼저 잡는 사람이
내는 거라며 잽싸게 전표 잡던 아이 내 친구와 같이 만나기로
했을 때 내가 늦으면 친구가 주문하래도 올 때까지 기다려주던
아이 연시 좋아한다고 봄에 한 번 말한 것 같은데 가을에
바나나까지 사들고 와 먹여주던 아이 예쁜 귀걸이가 눈에
띄어 억지로 사주면 너무나 고마워하고 너무나 잘 어울리던
아이 그 사람 많은 토요일 오후 명동 골목골목을 몇 시간이고
걸어다녀도 짜증은 커녕 시간이 너무 빠르단 생각을 들게
해 주던 아이 숨막히게 더운 여름날 내가 번 돈으로 성년의
생일을 차려주고 싶어 행복한 마음으로 막일하게 만들던
아이 부슬부슬 여름비가 내리던 날 노동판에 찾아와 눈물
글썽이며 다친 데 없지 묻고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안만나겠다
하던 아이 날 한 번도 화나게 한 적이 없으면서 가끔
미안하다 하던 아이 내가 감기로 고생하면 자기 폐렴 걸린
사람처럼 더 아파해 알아서 병원 가게 하던 아이 술 취해
전화 거는 걸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술 취해 전화 걸어 헛소리
한 것 같은데 아침에 찾아와 해장국 사 주며 실수한 거
없고 하고 굉장히 미안한 표정으로 이젠 안 그럴거지 하던
아이 반찬은 잘 안 먹는 내 버릇을 알고 수저에 반찬 올려주는 그런데도
닭살은커녕 한 그릇 더 먹게 하던 아이 마른안주 시키면
먹기 좋게 찢어 주던 아이 평소에는 김미숙 같은 분위기로 나이트나
가라오케 가면 김완선보다 날리던 아이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으면서 우리 갑순이를 질투날 정도로 사랑스럽게 안아주고 한참
있다 얼굴에 뽀록뽀록 뭐가 나와도 더 예쁘게 보이던 아이 그
큰 키로 행진하는 군인처럼 왼팔을 휘적휘적 흔들며 걸어도 귀엽게만
보이던 아이 핏자나 하이라이스 체리펀치를 좋아하면서도 감자전을
잘 부치고 강냉이를 즐겨먹던 아이 부모님이 여름휴가 떠나셨다고 날
집에 초대하고 싶다던 철없던 아이 난생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던 순간에 망설여지지도 창피하지도 않게 하던 아이 착한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알던 아이 우는 것보다 웃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려준 아이 그때 그때가 무척이나 그리워지게
하는 아이 ....
행복한
못난이 TOP
월요일은 수업이 많아서 화요일은 친구
생일이라고 수요일은 집에 손님들이 오시고 목요일은
엄마랑 옷사러 가야 되고 금요일은 숙제해야 되고 토요일은
선약이 있다고 일요일은 성당가야 된다고...... "세상에
너랑나랑 둘만 남는다 해도 말 안 하겠어" 하다가도 "다음
주 화요일 핏자 먹고 싶을 것 같아" 하면 세상에
너랑 나랑 둘만 남는다고 그러면...... 하며 응큼한(?)
생각부터 하는 나는 못난이 행복한 못난이
휴식
TOP
하늘은 마음편한 아저씨 즐거울 때
잊고 지내라 힘겨울 때 한숨 쉬며 올려봐도 꾸중없이
안아주는 하늘은 마음편한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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