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1일 ....
11월30일 볼일이 있어 청주에 갔다가 동해 추암을 가기 위해 청주역으로
향했다. 주말이고 해서 좌석은 기대도 안하고 친구랑 그냥 맘편히..
"아저씨 동해 2장이여"
"좌석이 딱 2장 남았네"
이야~~우릴 위한 표였다. 예약도 안하고...주말이라 입석도 감지덕지
하련만 ...거기다 우릴 고등학생으로 본 아저씨는 할인까지 해주신당.^^
9시 57분 기차였고 우리가 역에 도착한 시간은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
었다. 청주역 주변에 커피숍도 없고 피씨방도 없어서..우린 두리번거리
다가...결국 다방으로...^^
다방이 두군데 있었는데 우리의 선택을 받지 못한 다방은 출입문이 철문
으로 되어있는지라.....겁이나서...^^;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다방.
1500원짜리 커피, 두모금이면 없어질 양의 커피만 담긴 하얀 커피잔,
주인 아주머니의 끝없는 인생역정...스토리...그녀의 정부(?)인듯한
이상한 아저씨...난로...귤...말장난...
그럭저럭 시간을 때우고 대합실에 조금 앉아 있다가 기차에 올랐다. 생
각 보다는 사람이 많지가 않네...
화투놀이 하는 아저씨들..임산부..장난치는 아이들...끝없이 먹고 떠드
는 남정네들...
후훗~친구랑 둘이 심심해서 우리는 그 남정네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
상(?)하며 그들에 대해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대각선으로 앉아서 들리지 않을정도의 목소리로..."군대는 갔다 왔을까
...얼굴좀 되는 애는 한명밖에 없는것 같다..근데 무슨 남자애들이 저
렇게 먹니...얘기가 끝이 없구만..."
허걱 나중에 보니 이제 수능을 치룬 애송이들이다.ㅋㅋㅋ그러니 저렇게
먹고....수다가 끊이질 않지...^^
쩌런~~~액면상으로는 예비역인데...
[청주역-->청주공항-->증평역-->음성역-->주덕역-->충주역-->제천역-->
영월역-->증산역-->사북역-->고한역-->태백역-->통리역-->도계역-->
신기역-->....]
동해역!
벌써 동해다. 이런~ 너무 빨리 와버렸다.
택시를 타고 가서 민박을 잡고 일출을 볼것이냐.....
근처에서 자고 느긋하게 버스를 타고 갈것이냐..
해야 내일도 뜨는거고...우리는 역근처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진짜 잘생긴 역무원 아저씨가 있당..앙~~
"아저씨~~"
여관있냐고 물어봐야하는데.."진짜 잘생기셨네여.."
"아~예 감사합니다."
ㅎㅎ 정신차리고 "이 근처에 여관이 있나여?"
ㅋㅋ 친절히 대답해주신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주무실곳을 찾으신다.
광주에서 올라오셨단다. 할머니 친정에 제사가 있어서 왔는데 새벽이라
전화하기 미안하다고 주무시고 간다고....
우린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역전 어느 여관으로 들어갔다.
"방 있어여?"
"방이 ....큰게 하나 있긴 헌데......같이 자면 되겠네......"
"아니여 그게....두개 있어야 하는데......."
"응 ~ 그려요 ..같이 자믄 되지 ..손주들이랑."
졸지에 우린 손주가 되었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1박을 하게 되었다.
이런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닌감.........예상하지 못한 일들....
할머니 할아버지 보기좋게 두분이 같은 내의를 입으셨다.
우린 떠들지도 못하고 이불속에서 핸드폰 문자로 몇마디 주고받고 그냥
잠을 청했다. 텔레비젼 소리에 깨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는 벌써 나갈 채
비가 다 끝나셨다. 우리를 깨우지는 못하시고 아마도 일부러 텔레비젼을
크게 틀어놓으신것 같다..^^우리네 할머니처럼....
"안녕히 주무셨어여....."
"잉~깼어?? 다 잔거여....?"
배웅을 해드리고 우리는 느긋하게 나갈 준비를 했다. 근처 식당에서 아
침을 먹고....인심좋은 ...소녀같은 주인 아줌마의 커피 서비스까지.
정류장이다. 버스가 온다.
"아저씨 추암가여?"
"내려서 조금 걸어갈려면 타"
탔다^^ 뭐가 걱정이냐 ~젊은데. ~~룰루루~~
10분정도 걸으면 된다는 아저씨의 말이 ...이런....30분은 걸린것 같다.
어쨌든 좋았다...날씨도 좋았고 옆으로 있는 갈대밭도 좋았고...
드뎌 추암이다.
세번째 찾는 추암인데 좀....낯설다.
중3 겨울, 고3 겨울, 그리고 3년후.......올겨울.....
그러고 보니 추암은 겨울에만 왔었네......추암은 개인적으로 많은 추
억이 있기에 잊을 수 없는곳이라.....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너무 많이 변했다.....앙T.T
여기도 결국 이렇게 관광지화(?)가 되어 가는구나.. 중국관광객들까지
온걸 보면 꽤 유명한가보다.
내 기억속에 추암은 그냥 작고 아담한.....조용한 바닷가 였는데..
스킨스쿠버 하는 아저씨들이 왔다. 우와~~좋겠다. 바닷속은 어케 생겼
을까...실제 보면 어떨까......보트에서 뛰어 내리는거라도 볼려고 눈
을 떼지 못하고 있었는데 결국 시야에서 사라진다.
'추암' 하면 촛대바위가 가장 유명하다...누가 꼭 일부러 갖다 꽂아놓
은듯한....사진좀 찍는다 하는 사람들은 필수 코스라고 한다.
백사장 위의 기암괴석군들은 정말 인공적으로도 만들지 못할것같은 기이
한 비경을 자랑한다. 아마도 파도가 그렇게 만들었겠지...
우리가 갔을때는 그곳까지 물이 들어오지 않았어도.....말이징...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또한 진풍경이다.
옛날에는 경비 초소였던 곳을 관광객을 위해 전망대로 꾸며 놓았다.
우리도 전망대를 올라 바다를 감상한다.
정말 바다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진다. 하얀 포말과 어우러진 촛대바위..
정말 환상적인 빛깔의....맑고 투명한 바다.....아~~
촛대바위에서 북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고려 공민왕10년에 세웠
다는 '해암정'이 있다.
[해암정은 공민왕10년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향리로 내려가 생활을
할 때 건립한 것으로 후학 양성과 풍류로 여행을 보낸 곳이다]
뒤로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고 앞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캬~~이런곳에서 공부가 되었을까나~~~~^^
백사장은 5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백사장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누워도 보고.......많은 생각과 다짐들을 했다.
다짐했던것들.......잊어버리지 말아야 할텐데...
나가는 버스가 2시간에 한대씩 있다고 한다. 버스시간 한시간쯤 남겨
두고 백사장 저쪽 끝에서 이쪽 끝까지 천천히 걸으며 작은...아기조개
껍데기들을 주웠다. 구멍난 조개도..
오랜만에 핫도그도 먹어본다.....오우~맛있는걸!~
위락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도 좋지만...옛날 추암이 더 좋다...그립다.
어렸을적 그렸던 단순한 풍경화 같은......
=====================================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카페 게시글
* 여행후기 *
NO.11 동해 추암~
홀로서기
추천 0
조회 385
02.12.05 04:04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