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수록 훈훈… 떡은 德이다
‘흠씬 매 맞아야 떡은 맛있다/… /설날엔 흰떡/ 잔칫날 인절미/ 대보름날 약식은 어떨까/
朔日(삭일)에 송편/ 삼짇날 두견화전/ 한식에 쑥떡 쑥단자 납시고/
초파일 느티떡 장미화전이라/ 端午(단오)것다 수리취떡 도행병/ 유두날 증편이요/
칠석날 백설기/ 추석 명절 오리송편/ 중양절 국화전/ 상달에 시루떡/
기품 지녀 색떡 그 옆에 방물떡/ 이치저치 시루떡/ 늘어졌다 하면 가래떡/
고색가지 기자떡/ 수절과부 정절편/ 올깃쫄깃 송기떡/ 도리납작하니 송편떡/
에헴, 매 맞은 떡 사람 떡’ <김영태의 ‘안경 쓴 떡집’에서>
떡과 쇠는 치면 칠수록 좋다. 하지만 사람은 아니다.
큰일 난다. ‘술에 떡이 된 사람’은 술로부터 흠씬 매 맞은 사람이다.
죽어라 얻어터진 사람은 ‘사람 떡’이다.
‘떡 주무르듯’ 매를 맞으면 온 몸에 푸른 멍 자국이 돋는다. 명절날엔 가난이 ‘웬수’다.
흥부는 매품을 파느라 ‘섣달 그믐날 떡치듯이’ 볼기를 맞았다.
백결 선생은 거문고로 구차하게 떡방아 찧는 소리를 내야 했다.
“덩더꿍! 덩더꿍!” 하기야 ‘떡 타령’이란 것도 있다.
‘왔더니 가래떡/ 울려놓고 웃기떡/ 정들라 두텁떡/ 수절과부 정절떡/
색시속살 백설기/오이서리 기자떡/주눅드나 오그랑떡/초승달이 달떡이지.’
별의별 떡이 다 있다. 200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아무리 기이한 떡도
①찌는 떡 ②치는 떡 ③빚는 떡 ④지지는 떡, 4가지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찌는 떡은 곡물가루를 시루에 안치고 솥에 얹어, 증기로 찌는 것이다. 시루떡,
무지개떡, 느티떡, 두텁떡, 도토리떡, 호박고지찰편, 녹두찰편 밤떡 구름떡 등이 그렇다.
치는 떡은 찹쌀 멥쌀가루를 시루에서 쪄낸 다음,
뜨거울 때 절구나 안반에 쳐서 끈기가 나도록 한 떡을 말한다.
가래떡, 인절미, 개피떡, 좁쌀떡, 꽃절편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마디로 흠씬 매 맞는 떡이다.
하지만 제사상에 오르는 떡은 절구에 넣어 찧지 않는다.
제사용 흰떡은 떡판에서 정성스럽게 다뤄야 한다.
조상님에게 버르장머리 없이 절구에 넣고 친 떡을 올릴 수는 없지 않은가.
빚는 떡은 떡가루 반죽을 손으로 예쁘게 빚어 찌거나, 끓는 물에 삶은 다음 고물을 입힌다.
송편 경단 단자 쑥굴레 보리개떡이 대표적이다.
송편은 빚어 찌고, 경단은 빚어 삶아 고물을 묻힌다.
지지는 떡은 찹쌀, 수수 등 찰기가 있는 곡식가루를 반죽한 뒤 모양을 만들어
기름에 지진 떡이다. 부꾸미, 화전, 메밀전병, 주악 등이 좋은 예다.
봄에 부쳐 먹던 진달래화전은 찹쌀가루 반죽을 기름에 지진 뒤 꿀이나 조청에 발라 먹는다.
눈으로 먹고, 입으로 먹어 맛이 두 배다. 계절마다 찰떡궁합인 떡이 있다.
오죽하면 아낙네들이 일삼아 노래가사로 부르며 외웠을까.
‘정월보름에는 달떡이요, 이월한식에는 송편이며, 삼월삼질 쑥떡이로다./
사월 팔일에는 느티떡, 오월단오에는 수리치떡, 유월유두 밀전병이라./
칠월칠석 수단이요, 팔월가위 오려 송편, 구월구일 국화떡이라./
시월상달 무시로떡, 동짓달동지에 새알심이, 섣달그믐에 골무떡이로다.’
달떡은 멥쌀가루를 찐 뒤, 절구나 떡판 위에서 쳐서 만든다.
달처럼 둥글게 빚고 떡살을 찍는다. 느티떡은 쌀가루에 느티나무 연한 순을 버무려 찐다.
수리취떡은 수릿날(단오) 쑥이나 취나물을 떡가루와 섞어 찐다. 모양이 수레바퀴 같다.
수단은 화채와 비슷하다. 잘게 썬 가래떡에 녹말을 묻혀 삶은 뒤,
그것을 꿀물이나 오미잣국에 넣은 것이다. 갈증이 단번에 가시고 맛이 오묘하다.
오려송편은 올벼, 즉 햅쌀로 빚은 송편을 말한다.
골무떡은 멥쌀가루 찐 것을 떡판에서 친 다음, 골무만 하게 한 입 크기로 빚은 것이다.
웃기떡도 있다. 떡 위에 예쁜 모양을 내기 위해 얹은 떡이다.
두텁떡은 찹쌀가루를 꿀에 반죽한 뒤 두툼하게 져낸 시루떡이다.
복숭아즙 살구즙 넣은 도행병, 멥쌀가루에 막걸리를 타서 반죽해 쪄낸 증편,
울긋불긋 온갖 색으로 물들인 색떡(방물떡), 소나무속껍질 송기를 섞어 만든 송기떡,
초례상의 둥글넓적 도래떡, 찰수수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어 지진 부꾸미,
비지에 밀가루 넣어 부친 비지떡, 고추장에 밀가루 섞고 나물 넣어 부친 장떡,
메밀가루 반죽을 둘둘 말아 지진 총떡, 호박에 옥수수가루 버무려 찐 호박범벅….
떡은 쫀득쫀득 찰기가 있어야 한다. 엿만큼은 아니지만 찐득하고 질겨야 한다.
착 달라붙는 맛이 없으면 떡이 아니다.
옛날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마을 당산나무에 찰떡을 붙여놓고 한양길에 나섰던 이유다.
요즘 대학입시 교문에도 엿 못지않게 가끔 찐득한 떡이 붙는다.
떡은 사람 사이에서 ‘끈적끈적한 관계’를 뜻한다. 글자그대로 ‘찰떡궁합’인 것이다.
인절미(引切米)라는 뜻도 ‘(찐득한 흰떡을)
서로 자기 앞으로 끌어다가(引), 잘라먹는(切), 떡(米)’에서 유래됐다.
한겨울 딱딱하게 굳었던 인절미를 노릇노릇 구워서 조청에 찍어먹어 보라.
녹작지근하게 풀어져 찐득해진 인절미. 아랫배에서 구수하고 훈훈하게 올라오는
아련하고 끈끈한 그 무엇. 범의 귀과 식물인 바위떡풀 이름도 재밌다.
‘촉촉한 바위에 착 달라붙어 산다’고 해서 바위떡풀이다.
제사상에 떡은 왜 오르는가.
제사떡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접착제 같은 것이다.
밥과 술로는 뭔가 부족하다. 떡이 들어가야 비로소 산 자와 죽은 자가 하나가 된다.
떡을 귀신들과 함께 나누어 먹으면, 그 옛날 잊혀졌던 정이 새록새록 붙는다.
‘묵은 떡 쪄먹는 맛,/ 멀리 떠났던 묵은 인연, 만난 듯/ 쫀득한 맛이랄까/
만나면 만날수록 찰싹 감겨드는 맛이랄까/ 풍기는 콩고물냄새,/
한 넙데기 시루떡 나누어 먹던 옛 이웃 그립듯/ 인절미 절편 등의 녹진한 기억들/
잘팍히 입안으로 고여 든다’ <변삼학의 ‘묵은 떡’에서>
떡은 이웃과 고루 나눠먹어야 한다. 이사 가서 이웃에게 떡을 돌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덕(德)’은 베풀어야 덕이다. 덕은 외롭지 않다. 떡도 나눠 먹으면 훈훈하고 더 맛있다.
아무리 ‘떡보’라고 해도 혼자 먹으면 목에 걸린다. ‘떡’자에서 ‘ㄷ’ 하나만 떨어지면 덕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줘야 한다. 꽃보다 떡이다. 배고프면 인심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면 안 된다.
남의 떡이 커 보이거나,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려는 심보도 눈총감이다. 떡은 덕이다.
첫댓글 떡 먹고 잡다 나 떡보인대.............
지도 시루떡아주 잘해요 집에서 가정연합 사돈어르신 모시고 신년예배 시루떡하고 올려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