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일) 오후 포항 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되는 '2011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엘 갔다.
제목이 조금은 도발적인 맛이 든다.
'그들이 왔다.'
그려?? 그들이 누군디??
강효정(독일 슈투트갈트 발레단), Jason Reilly(독일 슈투트갈트 발레단), 스테파니김(미국 LA 발레단), Christopher Revels(미국 LA 발레단), 원진영(스위스 바젤 발레단), Sergio Bustinduy(스위스 바젤 발레단), 김유미(미국 애틀란타 발레단), Jacob Bush(미국 애틀란타 발레단), 정아름(미국 올랜도 발레단), Denes Darab(미국 올랜도 발레단), 황혜민과 엄재용(국내 유니버셜 발레단 수석무용수) 등등... 외국 직업무용단에서 주역 혹은 솔리스트로 활약 중인 스타급 한국인 무용수 및 외국인 무용수들을 엄선되었다.
사실, 어깨춤도 추지 않는 나의 경직된 육체에 무용을 보러간다는 것은 연결고리없는 기관차와 객차의 만남처럼 무의미해 보이는 일이다. 신나는 장면을 봐도 체면차리고 버티는 몸은 물론 마음만 자춤거리다 마는 여태까지의 삶이니 말이다.
오후 2시 51분에 어린이 회관엘 도착했다. 이미 손회장님은 1시 40분에 도착하여 차안에서 책 한권을 다 읽었단다.
갈 사람을 헤아려보니 6명... 회장님, 시나브로님, 빈마음님, 까꿍공주님, 선인장님, 그리고 한줄기...
당연히 두대로 움직이리라 생각했는데, 회장님이 한명 때문에 두대로 움직이는 포항길의 비경제성을 이야기했다.
주말부부임을 핑계로 선인장이 양보해줬다.
그래서 내 차는 어린이회관 주차장으로 몸을 숨겨놓고 5명이 회장님 차로 포항길에 나섰다.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달린 차가 함지박에 도착하였다. 배를 채우고 갈 요량이었다.
함박꽃님은 늘 대구로 가다가 포항으로 온 가로등불님들을 반가이 맞아주었다.
나는 디카를 빠뜨리고 갔고, 다른 이들 누구도 가져오지 않았다.
(함지박에서의 인증사진은 함박꽃님이 올려주시면 고마우리.....^^)
낭패였다.
나중에야 내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 8M의 고성능 디카 기능을 숨기고 있음을 알았다.
휴대폰은 고성능이지만, 주인은 유감없이 저성능을 발휘하고 있는 현장고발이다.
포항문화예술회관에 도착하여 분주히 전화를 하는 회장님..
포항문화예술회관은 기대했던 것보다 크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잠시 나와 조형미를 갖춘 분수를 얹어 대극장 모습을 담아봤다.
초청공연이 펼쳐지는 대국장 실내풍경....
우연히 벽에 전시된 그림을 감상 중인 까꿍공주님의 옆모습을 봤다.
마치 액자 속으로 흡입될 듯이 그림에 몰입하고 있는 공주님은 이미 풍경의 일부인이 되어있다.
앞으로 삼차원, 사차원의 세상이 온다면 이 장면에서......
그림 속으로 들어간 공주님은 가을 풍경을 즐기며 한참 산책하다가 두어시간 후에 액자 밖으로 걸어나오기도 하겠지....
대극장 한 켠에 놓인 기발한 조각품 하나...
대극장 옆 잔디밭 예술적 나무의자에 앉아 한담을 나누는 두 여인에게 느닷없이 휴대폰을 들이대었더니....
'지금 휴대폰 들고 무슨 폼을 잡으셔?'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 사진의 주제는 결코 두 여인의 뒷모습이 아니다.
멀리 찢어진 구름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초여름 햇살을 잡으려는 것이다. 사진엔 별로지만, 현장에선 꽤 아름다웠다.
잔디와 시나브로님의 풀색셔츠, 그리고 포말같은 까꿍공주님의 흰색 셔츠가 참 조화롭다.
대극장 중앙홀에 매달린 대형 샨데리아가 매우 아름답다.
우리집옆 인터불고 호텔의 그것에 못지 않다.
건너편 각도로 잡은 샨데리아의 영롱함...
진정 무대위의 그들은 한 마리 새보다 더 자유롭고 가벼웠나니.....
무용이 시작되자 객석에서 런닝셔츠바람의 사내 하나가 휴대폰을 걸며 무대로 올라갔다.
그는 윗통을 벗어버렸다. 근육질의 상체가 드러났다. 한창때 내 몸을 그대로 복사해놓은 듯 했다. - 정말이고 싶다.
조명아래 드러난 그 서양 남자 무용수의 상체는 이미 완성된 하나의 조각이었다.
여자 무용수들은 모두 토슈즈를 신고 마치 팽이가 돌듯 한자리에서 핑그르르 도는 신기의 모습을 보여줬다.
남자 무용수들은 완력 가득담긴 상체 근육을 실룩이며 여자 무용수들을 번쩍번쩍 들었다놨다했다. 힘이 장사다.
얼마나 연습을 했으면 저렇게 허공을 팔을 젓듯 다리가 머리까지 올라가고 허공에서 춤을 출까....
발레도 익숙한 삶의 표현방식임을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에피소드... 5막까진가... 막간의 조명이 꺼지고 어두워지자 아기가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밝은 무대에서 배우들이 춤출 때는 괜찮은데 막간이 되면 자지러졌다. 모두 웃었다.
이 아이의 울음소리는 여섯번째 막인가부터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아이도 발레를 이해하고 어둠에 익숙해졌는가보다 했다.
10분씩 카르멘, 파리의 불꽃, 파드되 등 10여편의 무용이 이어지는 동안 박수는 그칠 줄을 모르고 터져나왔다.
나같은 문외한도 무대에 선 이들의 열정과 완숙은 삶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손색이 없음을 느껴버렸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포항문화예술회관 관장등 임원진들은 손회장님에게 아주 호되게 나무람을 들었단다.
세상에, 공연 중에 아기 울음이 터지게 만드는 공연장이 어디있으며, 진행도 매끄럽지 못하고... 이것저것 지적이 많았다.
아이의 울음이 그친 것은 중간에 나갔기 때문이란 것을 나중에 알았다.
어쨌거나... 무용수들은 분명 별종인간임에 틀림없었다.
고전 무용복이든, 현대평상복이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분명 우리와는 괘를 달리했다.
1부가 끝나고 10분 휴식 후 시작된 2부에 출연한 첫작품에는 10명의 젊은이들이 무대를 채웠다.
평상복에 신발을 신었다. 집단 무용을 하던 그들이 비트에 심장소리같은 비트에 맞춰 율동을 하더니 윗통을 벗어던지고
관중석으로 날아들었다. 아마 가장 박수를 많이 받은 팀 중의 하나일게다.
19시 시작된 공연이 21:30분경 끝나고 포항에서 참석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는 손회장님, 함박꽃님, 빈마음님 등등등..
바깥은 내다보니 낮에 예보한 비가 밤되어 내리고 있었다.
공연 종료 후 배우들과의 저녁식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손회장님은 대극장 앞의 쌈집으로 전원을 초대하였다. 한국식 오리고이와 쌈의 만남은 맛있는 된장으로 방점을 찍었다.
두어시간을 넘게 무대를 휘젓고 다닌 그들이기에 저녁시간 그들의 식성은 황소의 그것을 능가했다.
고기에 맥주를 곁들이는 배우들의 식성은 바다라도 마셔버릴 듯한 기세였다.
흐음.... 고기라...
쌈싸먹는 고기의 맛을 더러는 경험했겠지만, 처음인 사람도 있을 터...
즐거운 분위가 무르익을 즈음, 이날 무대를 책임진 연출자이자 우리나라 연극평론의 일인자인 장광렬 선생이 일행들에게
손회장님을 소개하였다.
무용계의 현실과 앞으로의 지향에 대해 소감을 피역하는 손회장님...
무용계의 발전을 위해 '위하여~~'를 하고 앞에 앉은 외국무용수들과 잔을 부딪히는 손회장님...
포항문화예술회관 관장님이 좌석을 돌며 배우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모두 잘먹는다 잘 먹어....
우리 자리를 찾아오신 장광렬 평론가이자 연출자께서 손회장님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모두가 무용계의 발전을 위한 고언들이었다.
내일, 모레, 울진, 영덕으로 이어지는 일련 무용발표 계획을 추진 중인 손회장님의 일상이 여전히 촘촘하다.
밖에는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고 시간은 흘러가고 갈 길은 멀고.....
22:30분이 가까워 지자 대구팀들은 서둘러 짐을 챙겼다.
포항이 낳은 세계적 발레리나 정아름 양이 손회장님에게 인사를 했다.
내일모레 정아름 양의 부친을 만나기로 약속하는 손회장님은 여러가지로 정아름 양의 사기를 북돋웠다.
손회장님은 비단 영남 지방 뿐 아니라 한국무용계의 큰 힘이 되었음을 느낀다.
돌아오는 밤길은 억수같은 비가 시속 80km로 우리의 바짓가랭이를 잡고 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