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사회학회가 2003년 6월 17~19일 제주대학교 서귀포 연수원에서 개최한 국제 학술회의의 결과물이다. 이 책에는 총 7편의 논문이 수록돼 있다.
순서별로 보면, ‘한국사회, 알기힘든 사회’(김일철), ‘어부의 노래에 담긴 사연: 북송과 조선의 당쟁과 문학 환경’(유형규), ‘한국의 가족관련 사회정체성 연구: 감정조절이론의 수정 적용을 중심으로’(최샛별?이명진?김재온), ‘한국사회의 학연: 사회적 자본의 창출에서 인적 자본의 역할’(김용학), ‘한국의 지역주의: 사회 각 분야 지도급 인사 구성에 나타난 지역 편중도’(유의영), ‘한국 정치집단의 유권자 연계전략: 파벌, 정당, 그리고 노사모’(김용호), 그리고 ‘한국재벌기업의 집단주의와 사회연결망’(신의항 송효환)이다.
내용별로 보면, 김일철 교수의 글은 이 책의 총론 격으로, 한국사회를 이해하는데 나타나는 어려운 조건 내지 문제들로 빠른 변화, 정치 중심적 사회, 원한과 음모의 사회, 연줄망의 집단사회, 국제적 긴장관계를 지적하고 있다. 유형규 교수의 글은 북송과 조선에 있었던 당쟁과 문학 환경의 관계에 대해 비교?분석하는데, 어부의 노래가 북송에서는 사대부 전반에 걸쳐서 애창된 반면, 조선에서는 남인계열에 국한돼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노래에 담긴 정서가 자연의 관조와 현실정치에 대한 복합적인 심리라는 두 축을 오고 갔음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이상의 두 글은 글의 성격과 주제 면에서 평자의 능력을 넘어서기 때문에 본 서평에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
최샛별?이명진?김재온 교수의 논문은 가족관련 사회정체성에 부여된 감정적 의미를 통해 한국가족의 구조와 변화양상을 살피고 있다. 이 연구는 사회적 정체성연구가 어떻게 한국가족의 구조와 그 변화양상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제시했는지는 몰라도, 가족에 근거한 혈연이라는 연고가 한국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 주진 못하고 있다. 이는 ACT라는 분석기법을 채택한데서 오는 불가피한 한계로 보인다.
김용학 교수의 논문은 한국의 상층에서 학연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연줄주의와 연결주의를 구분한 다음, 출신 대학에 따라 연줄활동에 차이가 있는지를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알아본 후, 학벌에 따라서 사회엘리트로 진출할 확률이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분석한다. 그 다음 연줄활동과 관련이 있는 신문의 부음이나 인물동정 기사에서 언급되는 대학이름의 빈도수를 분석해, 대학서열과 연줄활동사이에 강한 관련성이 있음을 밝힌다. 결론으로 한국사회가 연줄사회에서 연결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한다.
유의영 교수의 논문은 지역주의가 광복이후 역대 정권에서 권력구조의 서열과 영역별로 어떻게 작용했는가를 살피고, 언론 기업, 대학교육 등 분야의 지도층 인사구성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를 밝힘으로써 한국 사회구조전반에 뿌리박힌 지역주의의 성격을 규명한다. 유 교수는 지역주의의 핵심을 호남인과 비호남인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편견과 차별의 관행으로 보고 있다. 결론으로 한국의 지역주의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의 기회, 문화환경, 교육환경에서의 지역불균형을 해소해 나가는 정책과 함께, 대기업, 언론, 대학에서부터 출생지역과 관련된 인사 정책상의 개혁, 즉 채용, 승진 등 인사규정에 지역할당제와 같은 개혁을 제안한다.
이상의 세편이 혈연, 학연, 지연이라는 연고의 핵심주제를 다룬데 비해, 김용호 교수와 신의항교수는 각각 정치집단과 경제집단에서의 연고를 다루고 있다.
김용호교수는 ‘동교동계’와 ‘노사모’를 택해, 한국의 파벌이나 정당이나 네티즌 정치집단이 채택한 유권자 연계전략의 주요 특징을 분석하고, 이러한 연계전략이 어떻게 등장하고 변화됐는지, 그리고 이러한 연계전략이 어떤 조건에서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연계전략이 정당정치와 선거과정에 미친 영향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결론으로, 앞으로 중대한 정치적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한국의 정당정치는 과거처럼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 졌다가 사라지는 가운데 당분간 표류할 것이므로, 매우 유동적인 정당 정치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의항교수는 한국재벌기업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 집단주의와 사회연결망의 역사적 배경을 밝히고, 집단주의와 사회연결망의 표출된 유형과 그 기능?역기능을 분석하고 있다. 결론으로 집단주의 문화에 기초한 정치?경제체제로는 더 이상의 지속적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으며, 따라서 집단주의 문화와 기업문화의 재조정이 요청되고, 또한 사회적 연결망의 역할 재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의 논문들을 접한 뒤 평자는 우선 연고를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사람마다 다르게 쓰는 용어를 ‘연줄망’과 ‘연결망’으로 압축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대부분의 논문들이 연감, 인명사전, 인터넷자료 등을 통계처리하고 있는데, 앞으로 담론분석등의 연구방법이 보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셋째, 대부분의 결론을 보면 연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연결망으로 바뀌어야 바람직하며, 또 그것이 사회적 변화의 대세하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연줄망도 양가적인 현상이며, 현실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한국인의 아비투스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자본인 연줄망에다 열등하고 주변적인 위치밖에 부여하지 않는 이항대립(이성/비이성, 합리성/정념, 고급문화/저급문화 등)을 강제할 권리가 없다.
이병혁 /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
필자는 '이데올로기에 따른 언어변화연구: 어휘론적 관점에서 본 남북한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논문으로 '몽테스키외의 자유주의', '월드컵과 신공동체 문화',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연줄망'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