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史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전투력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원숭이를 사격수로 육성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스포츠 서울 7월 7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6월 28일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 '탈레반들이 아프간·파키스탄 경계에서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원숭이들을 사격수로 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사격수 원숭이는 러시아제(製) AK47 자동소총을 사용한다고 한다.
인민일보는 원숭이 사격수가 나온 이유를 "1960~75년 베트남전 당시 미 CIA가 험한 정글을 뚫고 전쟁터로 뛰어들어가게 하기 위해 길렀던 '군인 원숭이'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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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이동운 기자 dulana@chosun.com
사람도 하기 힘든 사격을 원숭이가 한다는 게 믿기 어려워 보이지만 임무를 수행하다 전사(戰死)한 동물의 사례는 전사(戰史)에 자주 등장한다. 전쟁에 동원된 동물에 고전한 인물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었다.
알렉산더는 기원전 327년, 인도의 포루스 왕이 동원한 200여 마리의 코끼리 부대와 맞닥뜨렸다.
코끼리가 병사들을 코로 감아 던지고 발로 밟아 죽이는 통에 고전했던 알렉산더.
그는 인도 코끼리 부대의 활약에 크게 매료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은 인물이 바로 로마에 맞서 싸운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었다.
기원전 218년 제2차 포에니전쟁 때, 한니발은 전투 코끼리를 끌고 알프스산맥을 넘었다.
대부분 눈 덮인 알프스를 코끼리와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믿었지만, 코끼리를 앞세운 한니발은 성공했다.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 '개'는 전쟁터에서 가장 뚜렷한 활약상을 보인 동물이다.
중세시대 멕시코와 페루 등을 정복한 스페인 군대는 원산지가 영국인 사냥견(犬) 마스티프를 이용했다.
스페인 군대는 마스티프를 풀어 현지에서 붙잡은 포로들을 물어 뜯게 했다.
세계 1차대전에서는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개가 이용됐다.
참호 간 연락 메시지를 개의 목에 달아 보내거나 개 목에 전화선을 감아 참호 사이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2차대전 중 미국은 1만 마리가 넘는 개를 훈련시켜 'K―9 콥스(K-9 Corps)'라는 군견(軍犬) 부대를 만들었다.
이 개들은 10주 이상 훈련을 받았는데 훈련법 중에는 총소리에 놀라지 않는 법, 방독면을 쓰고 버티는 법도 있었다. '
K-9 콥스' 출신의 몇몇 군견은 북아프리카에서 지뢰를 찾는 '지뢰 탐지견'으로도 활동했다.
군견을 아예 '가미카제 특공대'처럼 키운 적도 있었다.
1941년 독일이 쳐들어왔을 때 소련 입장에서 가장 두려웠던 건 독일의 전차부대였다.
1년 뒤 소련은 군견의 옆구리에 TNT폭약가방을 매달고, 등엔 스프링과 나무로 된 스위치를 달았다.
군견이 전차 밑으로 들어갈 때 스위치가 전차에 걸려 뒤로 젖혀지면서 폭탄이 터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결정적인 결함이 있었다.
군견이 소련 전차를 대상으로 훈련받은 게 문제의 발단.
실제 전투에서 군견은 전차와 포탄 소리가 난무한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독일 전차를 구분하지도 못했다.
'자폭견'들은 사방으로 뛰어 도망다니다 심지어 소련 진영에서 자폭하기도 했다.
자폭견과 비슷한 '박쥐폭탄'이 계획된 적도 있었다.
이 극비 계획의 이름은 '프로젝트 X레이(Project X-Ray)'.
1942년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외과 의사 리튼 아담스가 백악관에 제의했다.
이 계획은 박쥐 몸에 약 28g의 'B-24' 경량 폭탄을 매달아 일본 오사카 공장 지대에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텍사스주(州) 반데라 근처의 동굴 1000곳과 광산 3000곳을 뒤져 200만 마리의 박쥐를 포획했지만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핵폭탄 개발과 시기가 맞물렸다는 얘기가 우세하다.
게을러 터진 것 같은 돼지도 전쟁에 동원됐다.
고대 로마 작가 플리니(Pliny the Elder)는 '코끼리에 맞서는 방법으로 돼지를 사용하라'고 썼다.
돼지 울음 소리를 들은 코끼리가 두려워 떤다는 이유에서다.
1973년 출간된 'The CIA and the Cult of intelligence'에는 '도청 고양이'가 나온다.
책에서 전 CIA 요원 빅터 마르체티는 "소련인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고양이 배에 도청장치 배터리와 조작선을 넣었다"고 증언했다. 5년간 1500만달러를 들여 만든 이 '도청 고양이'는 그러나 임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죽었다.
요원들이 고양이를 풀어준 뒤 도로를 걷다 차에 치여 죽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