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최고의 별미인 굴 한 입에 입 안 가득 바다 향이 퍼진다. 구수한 굴구이와 달콤한 새조개를 맛볼 수 있는
충남 천수만 지역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겨울철 별미 여행지다.
[Theme1] 충남 보령시 천북 굴구이마을
100여 개의 굴 전문점 문전성시
바람이
제법 싸늘하다. 온몸이 움츠러들어도 세 치 혀만은 혀끝을 곤두세워 바지런히 ‘미각의 추억’을 떠올린다. 바다 냄새 가득
품은 짭짜래한 향취,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부드럽게 감치는 맛, 입 안 가득 퍼지는 상큼함이 머릿속까지 전율처럼
퍼진다. 좀처럼 이겨내기 힘든 유혹에 무뎌진 발걸음을 재촉해 추억의 맛을 찾아 떠난다. 해마다 겨울을 기다린 미식가들이
끊임없이 보채는 혀끝을 달래기 위해 찾는 것은 다름아닌 굴이다.
물 빠진 개펄에 바다가 저만치 물러나면 돌 틈 사이로 꽃이 핀다. 굴을 단단한 껍데기로 감싸고 있는 자연 상태의
석화(石花)다. ‘뽀얀 굴이 돌 안에서 핀 꽃 같다’ 하여 석화라고 한다. 굴은 이름 그대로 바다의 꽃이며, 겨울철
최고의 별미다. ‘바다의 우유’라는 칭송에 걸맞게 탐스럽게 빛나는 순백의 빛깔은 물론 영양가도 뛰어나다.개펄에서 자라기
때문에 칼슘이나 철분, 아연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동물성 단백질과 비타민도 많은 편.
"날씨가
쌀쌀해지고 바닷물이 차가워질수록 굴은 살이 통통히 올라 맛을 더한다. 굴이 제 맛을 내는 12월부터 2월까지 서해안
최대의 굴 산지인 충남 보령의 굴마을에는 싱싱한 굴을 맛보려는 미식가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일명 ‘천북 굴구이마을’로
알려진 천북면 장은리 포구 앞에는 100여 개의 굴 전문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생굴은 물론 굴밥과 굴국수, 굴회,
굴전 등 굴을 이용한 갖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일종의 굴 테마 마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한겨울에 맛보는 최고의 별미는 굴구이다. 자연 상태의 석화를 조개구이하듯 석쇠에 통째로 올려
굽는다. 5분 정도 불 위에 올려놓으면 단단한 껍데기가 입을 벌려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낸다. 굴구이는 굴 맛에 석화를
까먹는 맛을 더한 맛이다. 양손에 장갑을 끼고 석화의 입을 벌려 칼로 굴의 눈을 떼어낸다.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한
입에 쏙 넣으면 담백하고 입에 착 감치는 그 맛이 일품이다.
천수만은 개펄이 잘 발달되어 있고 나지막한 바위산이 해변을 둘러싸 굴의 서식 조건에 알맞다. 개펄에 돌을 뿌려놓으면
이것이 굴밭이고 바닷물이 들고나며 자연스레 굴 종자가 몸집을 키워 석화로 자라는 것이다.
이곳
주민은 물이 빠지고 개펄이 드러나면 호미를 들고 나가 석화를 캐낸다. 자연이 선사한 일터에서 바다의 꽃을 따며 감사히
일하는 그들의 손에 하루에 100kg정도 석화가 가득 쌓인다.
굴구이와 함께 반드시 맛봐야 할 것이 바로 굴밥. 굴과 밤 등을 넣고 지은 밥에 당근과 시금치, 콩나물, 버섯 등의
야채를 넣고 간장 양념에 쓱쓱 비벼 먹는 굴밥은 겨울철 영양 만점의 별식. 칼칼한 국물이 그립다면 굴을 듬뿍 넣어 끓인
굴칼국수를 추천한다. 싱싱한 생굴을 좀더 색다르게 먹고 싶다면 식초와 고춧가루를 넣고 배, 오이 등과 버무린 상큼한
굴회를 맛봐도 좋다.
[Theme2] 굴 따라 잡는 최고의 별미
구수하고 달콤한 속살 새조개
모처럼
나선 별미 여행에 굴만 맛보고 돌아간다는 건 여간 애석한 일이 아니다. 굴구이마을이 자리한 천수만 일대에서는 굴 외에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천수만은 자연과 인간이 만든 최고의 어장. 삼면이 육지로 둘러싸였고 충청남도 네 개
시·군이 맞닿아 있다. 태안군 안면도, 서산시 간월도, 홍성군 남당리, 보령시 천북면은 모두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횟집이 모여 있어 어느 곳에 가더라도 만족스럽다.
특히 서산방조제 부근의 간월도는 새조개 집산지로 유명하다. 모시조개와 비슷하게 생긴 새조개는 찬바람이 부는 12월
이후에 맛볼 수 있는 겨울 별미다. 새조개는 속살이 새의 부리처럼 삐죽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하지만 조개를
잡는 어부는 새조개가 물 속에서 움직일 때 마치 새 떼가 나는 것처럼 무리 지어 움직이고, 새가 날듯 날쌔게 움직인다
하여 새조개라고 부른다.
새조개는
보통 회로 먹거나 샤브샤브처럼 뜨거운 물에 데쳐 먹는다. 대파와 쑥갓, 마늘과 고추, 미나리 등의 야채를 넣고 시원하게
우려낸 육수를 푹 끓여 새조개를 살짝 담가 겨자를 푼 간장에 찍어 먹는다. 부드럽게 씹히는 첫맛에 새조개의 구수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쫄깃한 조갯살은 씹으면 씹을수록 게맛살처럼 육질이 갈라지며 단맛이 우러난다. 일반 조개와 달리
씹을수록 질겨지는 것이 아니라 입 안에서 더욱 감미로워진다. 또한 쌉싸래한 펄 냄새가 아닌 꿀처럼 단맛이 배어나는 것도
다르다. 야채와 새조개에서 우러난 뽀얀 국물로 라면이나 칼국수를 끓여 먹으면 천수만의 맛 지도가 비로소 완성된다.
원래 새조개는 개펄이 황토와 이어지는 남해안 고흥만이나 강진만에서 나는 조개였다. 한데 천수만에 10km가 넘는
방조제를 쌓기 위해 인근의 붉은 흙산을 헐어 바다를 메우면서 황토 개펄이 만들어져 새조개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그 전에는 이름도 모르던 조개가 방조제를 만든 후에 지역 주민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준 황금 조개가 된 것이다.
간월도
일대의 횟집에서는 대부분 새조개 샤브샤브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바다가 보이는 바다횟집(041-664-7822)은
새조개 맛과 함께 해변 경치도 즐길 수 있어 미식가의 발길이 끝이지 않는다. 새조개 샤브샤브를 주문하면 씨알이 굵은
새조개 외에도 푸짐한 해산물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생굴과 산낙지, 소라, 멍게, 개불 등의 싱싱한 해물과 삶은
새우와 꼬막, 가오리찜 외에도 10여 가지 해초류와 밑반찬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
천수만
찾아가는 길
보령시 천북면 굴구이마을은 서해안고속도로 광천 IC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천북면을 지나 40번 국도를 타고 10분 정도만 가면 홍성방조제 넘기 전에 좌측으로 큰 주차장이 보인다. 이곳에
굴구이집이 모여 있다.
다시 40번 국도를 타고 방조제를 넘으면 5분 정도 거리에 홍성 남당리 횟집촌이 나타난다.
다시 40번 국도에서 96번 지방도로로 갈아탄 후 서산방조제를 넘으면 좌측에 간월도 진입로가 나온다.
비포장도로 끝부분에 바다횟집이 있다. 서울로 올라올 때는 홍성 IC를 타는 것이 편하다.
돼지네
굴구이집
푸짐한 양과 인심
굴구이마을에 있는 굴구이집은 모두 포장마차 형식의 가건물이라 깔끔한 분위기와 편리한 시설을 기대할 수 없다.
대신 잔칫집에 온 듯 북적대는 손님들 사이에 옹기종이 모여 앉아 굴을 구워 먹는 색다른 맛이 있다.
푸짐하고 넉넉한 서비스로 단골 손님이 많이 찾는 이곳에서는 굴구이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재료만 있다면
메뉴판에 없는 음식도 척척 내놓을 만큼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이 뛰어나다. 낙지와 붕장어(아나고), 새조개 등도 맛볼 수
있다.
한 바구니 그득 담긴 석화는 네 명이 구워 먹어도 충분할 정도. 굴구이마을에서는 모든 업소가 동일한 인테리어로 동일한
가격을 받고 있다.
▒ Infomation
041-641-9589 ㅣ 11:00~23:00 ㅣ 자연산 굴 (1kg) 1만5000원, 굴구이 2만5000원, 굴밥
6000원
시월애
천수만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잊는다.
천수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안 절벽 위에 자리한 전망 좋은 카페.
올해 8월에 오픈해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천수만 일대는 물론 서해안에서 가장 좋은 전망과 시설을 갖춘 카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쪽 면이 통유리창이라 바다를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다.
천장에서 드리워진 수많은 구슬이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겨울 추위가 사르르 잦아든다.
시월애의 자랑거리는 갓 볶아낸 원두로 만든 커피. 커피 마니아인 주인 내외가 자부심을 갖고 내놓는 커피는 놓치지 말고
꼭 맛볼 것. 각종 차 외에 식사도 가능하다. 연인과 함께라면 은은한 조명 아래 달콤한 와인 한 잔을 곁들여도 좋을
듯하다.
▒ Infomation
(041-634-6818)
11:00~24:00 ㅣ 커피 4000~6000원, 차 5000~9000원, 스파게티 7000원, 포크커틀릿 9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