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산(342.6,고성),봉두산(311.5),동산,금능마을

[산마루]

  지난 석창산·송구산에 이어 그 옆자락에 있는 동산·봉두·천황산을 찾았다.

세 산을 원점회귀로 답사하려는데 마땅한 코스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외톨이로 떨어진 북쪽 동산과의 사이에 아스팔트도로가 있고, 또 천황산에서 회귀하는 데도 도로를 걸어야하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트랙을 그어 10km 남짓의 원점회귀 코스를 만들었다.

   세 산에 대한 인문학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

봉두(鳳頭 311.5m)라고만 나오는 봉두산은 이름대로 봉황의 머리를 의미한다.

봉황(鳳凰)은 새 중의 으뜸으로서 고귀하고 상서로움을 나타낸다.

그래서 성천자(聖天子)의 상징이 되었고, 궁궐문에 봉황의 무늬를 장식하였으며, 전각(殿閣)의 기둥 머리에는 ‘봉두(鳳頭)’라고 하는 봉황의 머리 모양을 조각한 꾸밈새가 쓰였다.

봉두산은 그런 성스러운 산인 것.

   산 아래엔 봉황과 관련한 이름인 봉발리(鳳鉢里)와 봉대(鳳台)마을, 가까이에 봉대산(鳳臺山)과 봉림리(鳳林里)도 있다.

봉두산 서쪽 4km 떨어진 곳에는 공교롭게도 오두산(烏頭山 421m)이 있어 낙남정맥(대곡산)을 가운데 두고 봉황과 까마귀가 서로 머리(鳳頭·烏頭)를 쳐들고 있는 형국이다.

   옛날엔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있었을 리 만무했다.

그저 해가 뜨는 쪽이면 동쪽이었고, 해가 뜬 산이면 동산(東山)이었던 것.

천황산도 황혼녘 하늘을 누렇게 물들이며 해가 지고 있었으니 천황산(天黃山)으로 불려진 것.

봉두산은 해가 뜨는 동산과 해가 지는 천황산 사이를 남북으로 잇고 있고, 동서로 오두산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원점회귀로 삼은 곳은 ‘금능(金陵)마을’이다.

옛날 마을 앞산과 성지골 사이의 골짜기에서 쇠를 팠다하여 ‘쇳등’ 또는 ‘쇠띠’라고 불려져 오다가 금능으로 변한 것.

원점회귀를 하면서 정맥을 벗어나 산길로 들어선 건 지나친 호기(豪氣)로 봉발소류지 아래의 농로를 따랐으면 편했을 것.

산행코스: 금능마을회관-폐농막-수조(철조망)-동산(306)-봉대마을-봉두산-천황산-<독도주의>-배곡고개-아스팔트-임도-농가-아스팔트-금능마을

궤적. 빨간색이 오늘의 트랙이고, 우측 파란색은 지난 산행.

봉두 천황 동산.jpg

2.14MB

큰 지도.

자세한 트랙.

<2021/ 11/ 6> 10km가 조금 넘는 거리를 4시간 40분 걸렸다.

고도표.

미리 준비한 표지기.

네비엔 금능마을회관(고성군 봉발3길 3, 또는 영현면 봉발리 1030)을 입력한 뒤...

천귀사 밑 2차선 아스팔트 도로의 한적한 곳에 차를 댔다.

150여m 떨어진 곳에 산길이 보인다.

도로 옆 김녕김씨 공적비를 지나...

4륜구동 자동차가 진입할 수도 있을 임도를 따라오르면...

잘 꾸며진 가족묘지와...

폐농막을 지나...

임도급 산길은 능선으로 곧장 이어지고...

산길 우측으론...

사유지인 듯 철망울타리가 쳐져 있다.

수조탱크가 있는 능선에 올라서면 동산은 능선 우측 200여m 지점에 위치한다.그렇다면 사유지 철망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휴~ 다행." 철망이 나를 위하여 드러누웠다. 이곳에서 배낭을 열고 우선 목을 축인 뒤...

동산에 올랐다.

정상엔 자연석 백비(白碑)가 있어 흰색 매직을 가져갔다면 그럴사한 표석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

열혈산꾼들의 흔적들.

동산에선 동동북(東東北) 방향의 능선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철망울타리를 잠시 따르는 능선은...

묵고 오래된 희미한 흔적.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내려가면...

묏자리.

그런 뒤 다시 안테나선을 만나 100여m 따라 내려가면...

석축이 단장된 묏자리.

제법 선명한 길을 만나면 산아래가 보이고...

길은 더욱 선명해져...

대숲을 빠져나가며...

냇가에 이른다.

냇가를 올라서면 봉대마을(봉발4길).

징검징검 내를 건너...

길 위에서 내가 빠져나온 지점을 내려다 본다.

이제 도로를 건너 봉두산 북릉 끝자락을 올라야 한다.

좌측엔 '봉발1리회관'이 있고...

작은 내를 우측 옆구리에 끼고 고샅을 따르다 봉두북릉을 올라서면 봉황의 머리에 이를 것.

작은 다리를 건너...

대숲 우거진 산속 10m 지점...

우측엔 밭. 능선 끝자락의 대숲으로 성큼 올라선다.

뚜렷한 산길.

묘를 지나고...

산길 옆에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고인돌 모양의 테이블이 있다. 나는 또 여기에서 간단요기를 겸해 목을 축였다.

쭈욱 내리뻗은 능선으로 몇 기의 묘가 자리하고 있어...

비석을 확인하니 가의대부(嘉義大夫)다.

가의대부는 조선시대 종2품 상계(上階) 문관의 품계로 처음에는 ‘가정(嘉正)’이었다가 ‘가의’로 개정하였는데, 고려시대의 영록대부(榮祿大夫)에 해당한다. → 가정대부

능선을 따라 몇 기의 무덤들이 더 늘어서 있고 이후 산길은 좀 거칠어진다.

묏자리에서 놈들의 진흙목욕탕이 벌겋게 드러났다.

봉두산은 두루뭉술하고 너른 평지에...

좌표를 찍고 있다.

삼각점은 송두리째 뽑혀있고, 봉황의 영험한 氣는 느껴지지 않는다.

내려서는 길에서...

'분성 김씨 묘' 바로 아래에...

'청주 한씨 묘'.

안부 갈림길에 내려섰다...

묵묘가 있는 319.4m봉에 올라선다.

잡목 사이로 힐끗 보이는 굵은 산줄기는...

낙남정맥의 368.7m봉(갈림봉)에 올라서자 선명히 드러난다.

굵은 산줄기를 따라 무량산이 지척이다.

멀린 갈모봉산인가? 바다가 보여...

살짝 당겨 보았더니 사량도가 따라왔다.

천황산에 올라...

이렇게 인증도 한 뒤...

준비해간 표지기도 걸었다.

옆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풍광을 파노라마로 잡았다.

좌측이 무량산이고...

우측이 갈모봉산(?).전망대에서 산길을 따라 무심코 내려서다(남쪽) 알바임을 알았다.

낙남정맥이라 맥꾼들의 발자국만 따르면 될 줄 알고 선명한 길만 따랐더니 남쪽으로 빠진 것.

낙남정맥은 전망대 맞은편의 희미한 흔적을 좇아 북서방향으로 내려서야만 하는 것(독도주의).

낙남정맥은 차츰 뚜렷해지더니...

망봉로(배곡고개)에 내려서고...

도로건너 우측으로 정맥은 계속 이어진다.

내려서서 돌아본 길.

도로건너 이어지는 정맥길.

나는 아스팔트를 따라 200여m 좌측으로 내려서서 우측 화살표 방향...

차량 차단기가 열려있는 포장임도를 따른다.

내려온 만큼 고도를 높혀가는 중간에서 낙남정맥은 다시 좌측 산으로 갈아타더니...

좌로 꺾어지는 곡각지점에서 우측(북쪽)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비포장 임도.

안부엔 농막이 있고, 경운기 위에 있는 견공 한 마리가 짖는 듯하더니 입을 다문다. 허접한 산꾼이 불쌍해 뵈는 모양이다.

여의치 못하면 안부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려고 하였으나 내킨 김에 임도를 따라 등성이로 올라갔다.

등성이로 올라서면서 좌측으로 발촌소류지를 내려다보다 그 위로 대곡산을 건너다 본다.

올라선 등성이 야산 정수리(고도 약 220m)엔 널따란 밭이 형성돼 있다.

밭 좌측 능선으로 진입하니 잡목지대.

잡목을 헤치고 천천히 진행하니 커다란 묘지가 나오고...

다시 과수원인 듯한 곳을 따라 내려간다.

임도급 산길을 내려서자...

가을 머위가 한밭 자라고 있다.

그렇게 내려서면 발촌소류지로 통하는 농로.

발촌소류지 방향 내가 내려온 지점을 돌아본다.

농로 안전펜스에 '발촌소류지'라고 적힌 곳에서 뒤돌아 본다.

금능마을로 회귀하면서 추수 끝낸 논에서 뭔가를 태우고 있다. 논·밭두렁 태우다 산불났다는 뉴스를 많이 보았다.

바람이 불지 않는 오늘 같은 날은 참 목가적인 풍경이다.

금능버스정류장이 있는 금능마을회관에 도착이다.

19시 쯤 가게에 도착할 거라고 알렸다.

  귀가하면서 사고를 당했다.

신호를 받고 좌회전을 하는데, 갑자기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드는 집채만한 화물차에 받힌 것.

차는 폐차직전으로 많이 망가졌지만 핸들을 급하게 꺾는 바람에 몸은 다치지 않았다.

화물차는 100% 자기과실을 인정하였고, 나는 정비공장에 수리를 맡겼으며, 렌트카를 이용했지만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다.

  딱 일주일이 걸렸고, 나는 예상치 못한 사고에 트라우마까지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