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념> 임흥순 감독, 다큐멘터리, 한국, 93분, 2012년
무게가 <지슬>과 비슷하다. 다큐멘터리로서 논리적 추적보다 시적 병치가 눈에 띈다.
제주의 4.3과 오사카의 사람들,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라는 커다란 축을 두고
고통의 기억이 아직 끝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곶자왈, 한라산, 오름, 바다의 눈송이들 파도, 불꽃들은
사건과 증언을 만나면 이 작품을 하나의 비념이 되게 만든다.
이 작품을 10년이 지나고야 보다니.... 나의 무지를 다시 실감한다.
한국 현대사과 사상의 거점으로 제주도는 중요한 몫을 차지해야 한다.
제주의 신화가 없었더라면 한국의 신화는 얼마나 빈곤했을까?
중앙과 뚝 떨어져 착취와 핍박의 대상이었던 제주가 오히려
더 명확한 증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이 제주를 사상의 본향이 되게 한다.
= 차례 =
4.3사건으로 상처 입은 제주도와 제주사람들...
그리고 지금 아프게 부서져 가는 강정마을의 이야기
제주시 애월읍 납읍에 살고 계신 강상희 할머니, 할머니의 남편 김봉수는 4•3으로 희생되었다.
해군기지 문제로 떠들썩한 서귀포시 강정마을.
‘4•3의 원혼이 통곡한다’ 와 같은 수많은 현수막이 제주 4•3과 해군기지 문제가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카메라는 유령처럼 제주도 납읍리, 가시리, 강정마을, 일본 오사카 등을 돌며 그 흔적과 균열들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다시 강상희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집 앞마당으로 돌아온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잠자리 밑에 녹슨 톱을 두고 살아온 할머니의 삶...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짊어진 제주도와 제주사람들의 삶에서 녹슨 톱은 언제쯤 치워질 수 있을까.
* 녹슨 톱 : 제주도는 악몽을 꿀 경우 잠자리 밑에 톱 같은 날카로운 쇠붙이를 두는 풍습이 있다.
TIP 1: 비념
제주에서, 무당 한 사람이 요령(방울)만 흔들며 기원하는 작은 규모의 굿 혹은 병을 낫게 해달라고 비는 작은 규모의 굿이다.
제주지역에서 행하는 무속 의례는 크게 굿과 비념으로 나눌 수 있다. ‘비나리’라고도 하는 비념은 ‘빌고 바란다’는 ‘기원(祈願)’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굿이 인간의 소원을 비는 가장 큰 규모의 의례라면, 비념은 잡귀나 객귀와 관련하여 집안에 무단가출한 사람이 있거나 관액, 또는 공방이 심하여 부부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하는 간단한 의례를 말한다. - 다음영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