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을 넘으며/이성교
작년 봄 우리 님 이 산을 넘을 제
아흔아홉 굽이마다 눈물이 서렸나니
얼켰던 머리카락 눈빛에 새로와라
소복하고 오실 님의 머나먼 구름밭.
정황산에 비만 내려 산천만 푸르렇다.
해발 팔백미(八百米). 돌아가면 천 리. 올라가면 만 리.
봄마다 멀리 산앵두 핀다.
내려다보면 어찌도 푸른 짐승이
높디높은 하늘처럼 둥둥 떠서 놀까.
갈매골의 상가(喪家)는 비에 그치지 않고
바위바위마다 피가 맺혀 통곡을 한다.
솔바람에 젊은 가슴도 애타거니
굽이굽이 몇 천 리를 산새는 울고 갔나.
이 산을 다스리느라고
바다는 얼마나 발버둥쳤을까.
어떤 입술도 피에 젖고
어떤 입술은 불에 그을려
아흔아홉 굽이마다 새로운 철이 간다.
아아, 뺨이 달아 올라라
능경산의 보드라운 싸리밭.
횡계벌의 물은 맑아, 우리 님 오실 날이나
눈이나 쏟아지지.
에헤야 데이야, 바다로 흐르는 추목(楸木).
봄은 오고 여름은 가고,
가을은 오고, 겨울은 가고.....
풋풋한 감자 내음만
초막골을 풍긴다.
고루쇠, 들미, 박달, 가래, 물버들, 참나무.....
이렇게 한 조상이 살다 가면, 얼마나 세월이 바뀔까.
마당(未當)님 도포자락도
나의 그늘이 되어
가슴만 가슴만 불타오른다.
종은 울어라.
이 산이 다하는 날까지 종이여 울어라.
점텃골의 피부린 자국만 높고
기우제의 부린밤도 비에 젖는다.
약천 삼포암(藥泉 三浦岩)에 흐르는 물. 그 물을 먹고
우리는 자랐거니, 벚꽃, 매자꽃, 함박꽃, 진달래꽃,
동백꽃-------아흔아홉 굽이마다 핀다.
선자령(仙子嶺)을 따라서 국수당에 오르면
피에 젖은 옷조각, 마르지 않는 눈물.
귀신나무 소나무만 애처로이 자랐거니,
목이 말라도 몰이 말라도 이 산을 부르면
눈앞엔 시원히 해도(海圖)가 열린다.
===[한국 대표 명시 2, 빛샘]===
추목: 가래나무
부린: 부리다. (실었던 짐을) 풀어 내려놓다. 드러내다. 발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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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교(李姓敎) 1932~2021)
1932년 11월 29일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교육자이다. 강릉상업고등학교를 거쳐 국학대학을 졸업하고 1964년에 중앙대학교대학원을 마쳤다. 그는 1957년에 "윤회", "혼사", "노을"이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데뷔를 했다. 이성교 시인은 전통을 바탕으로 신앙시와 토속시와 같이 향토적인 시를 쓰며 강원도의 향토성을 작품에 넣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21년 12월 7일 향년 90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위키백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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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832m의 높은 산.
이 고개를 넘으려면 아흔아홉 굽이를 지나야 한다고.
산을 넘고 또 넘고....
우리 임이 넘은 산.
사계절의 변하는 모습과 첩첩산중을 넘어가는 느낍니다.
문학평론가 윤병로는 "김소월이 평안도를, 박목월이 경상도를, 서정주가 전라도를 노래했다면, 이성교는 강원도를 노래했다"라고 평했답니다.
한 주가 시작됩니다.
고마운 날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업무를 시작합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