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그 방엔 벽돌 가득했다…어느 모녀의 ‘극악무도 범죄’
오래전에 다녀왔던 범죄피해 현장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방식이 극악무도했기 때문이다.
현장은 강남의 한 빌라였다. 현장은 사전에 이야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무슨 상황인지 알아채기 어려울 법한 모습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2005년께 재력 있는 70대 남성 A는 서울의 한 상가에서 장사를 했다. 같은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50대 여성 B를 알게 되었다. A는 남편 없이 홀로 딸을 키우던 B와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는 유부남이었다. 10여년간 이어진 내연의 관계. 이내 두 사람에겐 비극이 닥쳤다. A의 재산이 욕심난 모녀가 범죄를 공모한 것이다.
모녀는 서류를 조작해 여러 차례 A에게 돈을 받아냈지만, 욕심은 끝이 없었다. 결국 모녀는 유흥업소 직원과 심부름센터 직원 등을 동원해 A를 납치하고, 그에게서 금품을 갈취했다. 그럼에도 불륜이 들통날까 두려웠던 A는 신고하지 않았다.
두 번째 납치가 또 벌어졌고, 이 사건에서 A는 살해당했다. B가 A를 목 졸라 살해한 것. 원하는 만큼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특히 모녀가 범죄를 공모해 사건을 저질렀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경악스러운 사실이 있다. 바로 시신을 유기한 방법이었다.
사건 당시 A의 가족은 연락이 두절되자 실종신고를 했다. B를 포함한 가해자들은 불안해졌고, 강남의 한 빌라를 단기 임대해 시신을 옮겨 두었다. 그리고 벽돌과 시멘트를 주문했다. 빌라 창가에 시신을 눕히고 벽돌을 쌓은 후 그 안에 시멘트를 부어 시신을 유기했다.
현장에는 철거해 놓은 벽돌이 가득했다. 이것을 치우고 사건 이전의 모습으로 복구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벽돌과 시멘트 덩어리들을 치우기 시작하자 끔찍한 장면들이 드러났다. 마치 석고를 뜬 듯, 시멘트 덩어리에 피해자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피해자의 시신을 이불 등으로 감싸지 않고, 그대로 유기한 것이었다.
콘크리트와 벽돌로 시신을 유기한 현장. 범죄 현장이어서 사진 효과를 주었다. 김새별
돈 때문에 범죄를 공모하고 끔찍하게 시신까지 유기한 이 사건은 최근까지 주요 범죄사건으로 뉴스에 등장하기도 했다.
아내의 이름으로 여행자보험을 여러 개 가입하고 신혼여행지에서 아내를 살해하거나, 남편을 계곡에서 뛰어내리게 해 죽게 한 뒤 보험금을 수령한 사건 등등… 모두 돈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100년도 채 안 된다. 질병 등으로 훨씬 더 짧은 삶을 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죽고 나서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닌 돈을 무엇 때문에 사람을 죽여가면서까지 가지려 하는 걸까.
내게 돈은 가족을 든든히 먹일 수 있는 정도, 한겨울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정도, 가끔 딸아이가 좋아하는 모래가 가득한 바닷가에 데리고 갈 수 있는 정도만 있으면 충분한 것이다.
물론 이십대 초, 젊었던 시절에는 다른 생각도 했었다.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쉴 새 없이 일하던 그때, 고급차를 대리운전하면서 시시때때로 생각했다. “나도 나중에 이런 차를 탈 수 있을까” “크고 좋은 집에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유품정리사로서 수많은 죽음을 겪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돈이 많든 적든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죽음은 재산을 보고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행복했던 추억뿐이라는 것. 살아가는 모든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내야만 마지막에 미련이 남지 않는다는 것. 이후로 나는 아등바등 살지 않게 되었고, 흥청망청 지냈던 관계들을 끊었다. 그러자 여유가 많아졌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세히 보였고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아내의 고단함도 보였다. 주말에 무엇을 할지, 여름이 되면 어느 바다로 여행할지, 오늘 현장은 어땠는지,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아이들은 어른이 향하는 방향으로 정직하게 따라와 주었다. 짓궂은 장난을 치며 투닥거리고 웃는 일상은 더없이 행복했다.
갖고 싶은 게 없느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다만 그것들과 지금의 일상을 바꾸겠냐고 묻는다면, 절대 바꾸지 않겠다. 돈이 많은 것보다 웃음이 많은 삶이 진실로 행복하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눈과 마음을 가리는 시꺼먼 욕심은 마지막 순간을 후회로 채워버린다.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정말 행복했다고,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가족으로 만나고 싶다고 인사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살아낼 것이다. 자신의 존엄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