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월
당장 다음날, 교수님 앞에서 곡을 연주해야하는 시험이 있는데,
하루전날이 되어서야 곡을 선정했다.
그리고 발동을 걸어, 다음날 새벽까지 솔로 만드는데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솔로 반코러스 분량이 계속 마음에 드는 솔로라인이 나오지 않아, 끝내 미완성이 되었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힘들었는데,
배운것을 적용한 솔로가 만들어지는게 신기해서, 피곤함보다 행복감을 더 느꼈다.
11.29.화
나보다 나를 더 믿는 존재가 있다. 이상하다.
정작 나는 구상도 못하는데, 나의 1년후, 5년후, 말년후를 계획하는 존재다.
나의 잠재력을 믿는 존재다.
감사하다.
11.30.수
와우. 합주반 교수님과 잼 연줄했다.
콘트라베이스 연주하시는 것은 한번 보았으나,(이번해, 대구에서 남예지 교수님 공연 때)
일렉 베이스 연주하시는 건 처음보았다.
그 모습을 보는것 자체로도 오우- 였는데. 교수님과 잼을 하다니.
진보적인 마인드의 드럼선배. 교수님께 잼 연줄 제안했다.
감사하게도 내게도 잼 연주의 기회가 주어졌다.
짜릿하다. 좋다.
12.1.목
* Songwrite수업의 마지막 작곡 Project를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교수님은 내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오히려 수고했다 말해주셨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과제나 합주준비로 바쁘다고 말한적도 없는데
이상하다. 모두 알고있다는 듯이 말하신다. "현경양이기 때문에 믿는다."고 말하신다.
오..이런..교수님.. 가슴 한쪽이 소리없이 운다.
* 연주 올라갔다.
나보다 더 잘 챙겨줄 피아노를 구하라고. 더 잘 쳐줄 피아노를 구하라고 그렇게 사양했건만
내가 못빠져나가게 바리게이트를 열심히 친 보컬 아이가 있다.
허락도 안했는데 악보를 미리 주고,
내 메일에 미리 음원을 보내놓는 등,
사방으로 거미줄을 쳐놓고 도망가지 못하게한 아이다.
고맙다. 기회를 줘서. 연주 경험을 선물해줘서. 내 연주를 좋아해줘서. 고맙다.
12.2.금
학교에서 합주를 끝내고 친구와 같이 칠곡의 피자집에 갔다.
내가 피자값을 지불했는데, 그 아이가 나 몰래 내 가방에 돈을 넣은 것이 아닌가..
정작 그 아인 기숙사인이라서 물건을 둘째치고 돈도 아껴쓰고 있다. 그걸 알기 때문에 내가 피자값을 낸건데,
이 아이가, 내가 잠깐 졸고 있을 때 내 가방에 피자값의 몇%를 넣었다.
전화통화로 다음에 날 보면 피해다니라고. 날 보려면 한대 맞을 준비하고 보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론 너무 고마웠다. 이 아이가 내 친구인것이. 이 아일 내 인생에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12.3.토
학교에서 밤을 샜다.
사실 이 날 학교에 올 계획이 전혀 없었지만, 보컬이 전공곡을 맞춰보고싶다하여 학교에 왔다.
당장 다음날, 내가 준비하는 전공곡의 본격적이자 마지막 리허설을 앞두고 있는데, 전공곡의 솔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솔로 미완성은 둘째치고 외우지도 않았다. 상황이 이러한지라 학교에서 밤을 새기로했다.
다행히 다음날 주일 중등부 교사 대타할 사람도 순조롭게 구해졌다.
또 보컬아이가 연습할 좋은 장소를 열어줬다.
여러 사람들의 덕분으로, 남은 솔로를 마저 만들고, 대충 곡을 외울 수 있었다. 고맙다.
12.4.일
잠이 안온다. 좋다.
생각했던 것만큼 피곤하지 않다. 좋다.
벼락치기로 준비하고 외웠는데도 솔로라인이 머리와 손에 잘 흡수된 것 같다. 좋다.
베이스선배가 내일 스쿨첫차(8시) 타고 와주신댄다. 좋다.
12.5.월
전공실기 시험을 보았다.
합주반을 통해 알게된 선배들과
합주반을 통해 얻게된 곡으로 함께 시험을 쳤다.
곡의 탄생부터 마지막까지 작업해주신 선배들에게 감사하다.
머리속의 설계도를 가지고는 있으나 현실로 만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설계도를 뛰어넘는 작품으로 만들어주신 드럼, 베이스 선배.
모두 땡스어랏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