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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발라 명상센터에서의 동안거
글 | 스텔라 박
이글락 샴발라 명상센터 입구
2019년에 채워야 할 안거 수를 채우지 못해 노심초사하다가 방송국을 결근하지 않고도 묵언 가운데 안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았다.
이글락(Eagle Rock)의 샴발라 명상센터에서 2019년 12월 26일부터 2020년 1월 1일까지 일주일간 동안거(Winter Silent Retreat)를 발견한 것이다.
지난 달에 밝힌 대로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에서 인증한 마음챙김 명상 교사들은 1년에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묵언 안거에 참가해야 한다.
아무리 매일 매일 수행을 한다 해도 모든 것을 멈추고 집중 수행하는 기간은 수행의 진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스스로에 대해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지각이 있는 존재로서의 우리들의 지나온 배경은 모두 멋집니다.
우리가 살아온 배경들이 특별히 깨달음에 가깝거나
평화롭거나 지혜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경작하기에 충분히 좋은 땅을 갖고 있습니다.
그 땅에 무엇이든 심을 수 있습니다.”
- 쵸감 트룽파 린포체
샴발라 센터는?
샴발라 센터는 티베트 카규파의 스승 쵸감 트룽파 린포체(1939~1987, 결혼한 승려)를 중심으로 세워진 수행 단체이다.
1959년, 티베트를 떠나 인도에 머물다가 1968년 영국에서 삼예링 불교센터를 설립한 그는 이후 미국 콜로라도의 보울더 市에 샴발라 명상 센터와 나로파 대학을 세우고 티베트 불교를 전파했다.
샴발라 센터는 본부를 캐나다 노바스코셔와 미국 콜로라도주의 보울더, 서독의 바르부르 등 3곳에 두고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남미 등 전 세계에 170여 개의 명상 센터를 두고 있다.
이번 리트릿을 담당했던 교사, 마씨 플링크(Marcy Flink)는 서구 세계에 불법을 전해준 쵸감 트룽파 린포체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안거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에서도 금발의 수행자들이 그들에게 담마를 전해준 스즈키 순류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끊이지 않고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먼 바다를 건너와 불법을 전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나는 때로 스승에 대한 유별난 사랑이 상당히 버겁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예수는 자신이 신의 아들이라고 가르쳤다. 사람들은 예수가 전한 내용보다 그 가르침을 전달한 이를 더 크게 대할 때, 또 다른 제도화된 종교를 탄생시킨다. 그리고 제도화된 종교는 결코 우리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
담마를 전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를 간직하면서도 담마 자체에 대해, 그리고 담마를 깨달아 우리들에게 전해준 붓다에 대한 사랑과 감사, 찬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의식을 잘 지키는 샴발라 명상센터
이글락의 샴발라 명상센터에서는 불교적 예절과 의식을 상당히 엄격하게 지키고 있었다. 아침에 수행하러 들어갈 때는 꼭 공(Gong, 징처럼 생긴 악기)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길게 줄을 서서 있다가 들어갔다.
아침에는 반야심경과 그 외 몇 가지 경전을 다 함께 독송하며 시작했다. 특히 반야심경 독송 때는 북소리를 둥둥 울리며 북의 장단에 맞춰 하는 것이 얼마나 분위기가 장엄하고 경건한지 모른다.
법당에는 양손을 모으고 단정하게 고개를 숙이고 불상 앞에 인사한 후 들어간다. “법당 예절 하면 한국인”이라던 나의 자긍심은 샴발라인들을 보며 상당히 위축됐다. 스승이 법당에 들어와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서로에 대해서도 이들은 고개 숙임으로 예절을 지킨다.
이글락 샴발라 명상센터 전경
샴발라 식의 수행
오전 오후 모두 약 50분 앉아서 명상하고 10분간 걷기명상 하는 것을 반복한다. 스피릿록 명상센터, 고엔카 명상센터와는 달리 샴발라 명상센터에서는 명상 수행 시, 눈을 완전히 감지 말고 붓다처럼 반개한 채로 명상하라고 가르쳤다.
하기야 그렇게 못할 것이 뭐 있겠는가, 싶었다. 한 가지 수행법을 고집하는 것도 집착일 터. 그래서 게슴츠레 눈을 열고 수행을 하는데 에고 에고… 결국엔 포기하고 말았다. 반개한 눈에 전달되는 정보가 너무 많아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면담 시간에 지도교사에게 “반개하고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그럼 워낙 하던 방식으로 해도 된단다.
가끔 명상 클래스에 오는 이들 가운데 단전호흡을 해야만 명상이 된다는 이들이 있다. 나 역시 단전호흡으로 20년을 수행했었기에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안다. 하지만 단지 건강 챙기고 집중력 좀 좋아지려면 단전호흡 수행을 해도 무방하다만 탐진치의 소멸로 윤회의 종식을 맞고 고통을 벗어나 행복해지려면 호흡을 조절하거나 조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맨 호흡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수행을 해야 한다.
눈을 감고 하는 것과 반개한 것이 어떤 것이 더 수승한지는 모르겠다. 단지 나의 경우엔 눈으로 들어오는 너무나도 강렬한 모든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수행에 있어 무척 중요하게 느껴진다.
눈을 감고 온전히 마음의 눈인 의식만이 모든 것이 고요해진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호흡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다 보면 오래지 않아 몸이 편안해지고 마음 또한 평온한 상태에 있게 된다.
샴발라에서의 식사 명상
점심 때엔 각자 도시락을 싸온 것을 고요히 침묵 가운데 먹었고 오후 4시 30분 경에는 티타임이 마련됐는데 말이 티타임이지 스프와 과일, 야채와 치즈까지 거하게 차려진 저녁 식사나 나름 없는 시간이었다.
티타임 때에는 조용히 줄을 맞춰 나가 음식을 덜어서 다시 법당에 앉은 후, 샴발라 식의 식사 기도문을 함께 낭송했다. 낭송을 마친 후에는 전사(Warrior, 샴발라의 수행자를 일컫는 말)의 웃음소리인 ‘“키키소소(Kiki Soso)”를 크게 외친 후 조용히 먹었다.
오후 시간에 명상을 하고 앉아 있다 보면 티타임 준비를 맡은 이가 요리하는 냄새가 법당 안에까지 진동을 했다. 야채 스프를 만드는 날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한 번은 베이컨 굽는 냄새가 역하게 (일부러 당시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상을 더한 표현을 썼다.) 퍼지는데 난리도 아니었다.
수행을 시작한 후, 가장 마지막까지 현재의 경험에 미묘한 저항감을 경험했던 것이 바로 냄새였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 아랫집에서는 밤 11시가 넘어서 김치찌개, 장조림 등 한국 음식을 자주 요리했다. 수행을 하려 앉아 있던 나는 “이 시간에 뭔 요리야..”라며 판단하는 마음을 일으켰었다. 그 미묘한 저항을 알아차리고는 내려놓으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후각만큼 빨리 피곤해지는 감각기관이 없다던데 새벽 1시가 넘어갈 때까지 나는 냄새로 인해 많이 고통스러웠다.
그날도 베이컨 냄새를 맡고는 속으로 “대충 하지… 뭘 저리 요란하게 차리겠다고….”하는 마음이 일었다.
티타임이 시작되고 보니 잘 구워진 베이컨은 기름기 없이 잘게 부숴 구운 피망, 고춧가루와 함께 소스를 만들어 다소 민민한 맛의 감자 스프에 얹어 먹도록 마련해 놓은 것이었다. ‘이 잘난 것 하느라고 그렇게 냄새를 피웠구나. 한 번 맛이나 보자.’라고 작은 스푼으로 떠와 맛을 본 나는 기절할 뻔 했다. 어쩜 그렇게 맛있던지 나중에 꼭 한 번 만들어먹어야지, 하며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계획까지 세우는 마음의 행을 지었으니 말 다했다. 다시 한 번 비판의 마음을 일으켰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음식 준비해준 샴발라 회원에게 합장으로 감사함을 전했다.
호랑이, 사자, 금시조, 용
오후에는 하루 종일 앉아 있었던 몸을 좀 풀어주기 위해 다함께 요가 동작을 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쵸감 트룽파 린포체가 직접 고안했다는 동작은 호랑이, 사자, 금시조(Garuda), 용 등 4가지 동물의 움직임을 본뜬 15분 정도의 간단하고 쉬운 시퀀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계속 앉아 있어서 생길 수 있는 몸의 불편함을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사라지게 해줬다.
호랑이, 사자, 금시조, 용에 대한 이야기는 법문 시간에도 간간히 나왔다. 법당에도 이 4가지 동물의 그림이 커다랗게 벽장식으로 붙어 있다. 호랑이는 주황색, 사자는 흰색, 금시조는 빨간색, 용은 파란색 천에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신화 체계에서 볼 수 있었던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중 좌청룡과 남주작은 색깔과 동물이 완전 똑같았다.
샴발라 수행 체계에서 호랑이는 만족감과 안목을 의미한단다. 뛰어오르기 전에 가만히 평원을 주시하는 호랑이처럼 내 인식에 펼쳐지는 모든 것에 대해 과연 이것이 나의 행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고통을 더하게 할 것인가, 안목을 갖고 살펴보라는 것이다.
사자는 활기와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존재가 경험하는 삶의 감각적 즐거움을 의미한다고 한다. 상을 짓지 않고 모든 것을 처음 대하는 경이를 잃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금시조는 새의 머리와 사람의 팔을 가진 상상 속의 새로 언제든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이다. 금시조는 360도의 시각을 갖고 있어 편견이 없고 아상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늘 새로운 마음을 갖고 있다. 금시조는 자신감에 바탕을 둔 평정심으로 날아오른다.
마지막 상징인 용은 상상 속의 동물로 깊은 지혜를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모든 현상과 존재들의 본질을 아는 것이 지혜이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꿰뚫는 지혜를 샴발라인들은 용을 통해 배우고자 한다.
이글락 샴발라 명상센터 내부
걷기 명상을 하고 있는 샴발라인들
마음챙김 독서
4일째 되던 날, 인쇄물을 나눠주며 마음 다해 읽는 시간을 가졌다. 보통 다른 묵언안거에서는 문자 읽는 일이 금지되는데 글을 읽고 잠깐 묵언을 풀고 1시간 동안 토론을 나눈 점은 샴발라 겨울 안거만의 독특한 순서였던 것 같다.
나눠준 글은 페마 최된의 책, <반길 수 없는 것들을 반기라(Welcoming the Unwelcome: Wholehearted Living in a Brokenhearted World)> 가운데 한 챕터인 양극화의 극복(Ovecoming Polarization)이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페마 최된은 첫번째 결혼이 파경을 맞으며 출가하여 지금은 티베트 불교계의 대표적인 여성 승려가 됐다. 그녀는 금강승 수행을 완성한 최초의 미국인으로 주목 받고 있으며 북미 지역에서 정신적 스승으로 추앙받고 있다. 샴발라인들의 페마 최된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거의 종교에 가까웠다.
우리가 읽었던 챕터에는 양극화의 근원적 원인을 분리의식에서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팔정도 가운데 바른 사유, 바른 행동, 바른 말을 제안하고 있었다.
토론 시간에 줄곧 묵언을 지키며 다른 이들의 말을 마음 챙겨 듣던 나는 사회자가 말을 시켜 한 마디 했다.
“미국 정치권이야말로 가장 양극화를 조장하는 것 같아요.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 규정하지만 북한이 과연 미국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나라인지 선입견 없이 조사해본 적 있나요? 당장 그들이 핵무기를 갖게 된 이유를 생각해봐요. 한국과 미국이 합동으로 북한을 향해 사드를 배치하고 북한을 적으로 상정한 한미군사협동훈련을 하는데 그 나라 사람들(북한 주민)은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나는 한국인으로서 여러분들과 같은 수행자들이 미국의 정치권에서 만들어내는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니라, 왜 그들이 핵무기로 자신들을 보호할 수밖에 없는지, 그 근원적 이유에 대해 통찰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미국인이었지만 나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해줬다. 나를 구성한다고 생각하는 국적까지도 잠시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준 샴발라인들에게 감사한다.
샴발라인들의 자애 수행
5일째 되던 날에는 자애 수행을 시작했다. 스피릿록 명상센터나 고엔카 명상센터 등 테라바다 전통의 명상센터에서 자애 수행을 할 때에는 보통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생명체를 떠올린 후 그 존재에게 사랑을 보내고, 그 사랑을 나에게, 중립적 존재에게, 도전이 되는 존재에게 차례로 보낸다.
자애의 마음 역시 수행하는 대로 개발되는지라 처음에는 어색하게 여기지만 매일 매일 5분 정도를 자애 수행으로 수행을 마무리했더니 이 세상을 향해 연민의 마음을 자연스레 갖게 됐다.
샴발라인들의 자애 수행은 내게 커다란 도전이었다. 이들은 세상을 위해 자신의 열반을 잠시 미룬 보디사트바로서 이 세상의 끈적거리고 기분 나쁜 느낌의 고통을 내가 받아들이고 내가 가진 상큼하고 좋은 느낌의 자애의 마음을 주는 수행을 한다.
처음에는 지도 교사의 인도에 따라 시도해봤지만 이내 나는 너무 힘들게 느꼈다. 아무리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지만 마음이 전부이기에 내가 진이 빠지고 힘에 부치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내가 평소에 하던 방식의 자애 수행으로 전환했다. 이 세상의 고통을 모두 내가 껴안고 내가 가진 긍정과 행복의 에너지를 세상에 방사하는 보디사트바가 되려면 나로서는 좀더 내공을 쌓아야 할 것 같다.
6일째 되던 날
보통 묵언안거에 들어가면 셋째 날이 지나가면서부터 명상을 하다 말고 흐느끼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흐느끼는 이유는 여럿이다.
첫번째는 살면서 제대로 자신을 돌아본 적이 없던 이들이 비로소 멈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가운데 자신의 지나온 날들에 대한 연민이 일어 우는 경우이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이제껏 삶의 경험들이 어찌 되었든지 간에 그 경험들을 붙잡고 그 경험들에 휘둘리면서 나의 행복을 내가 내동댕이쳤음을 깨달았을 때이다.
이번 안거에서도 그렇게 흐느끼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6일째 되었던 날이었다. 어바인 대학교의 교수로 일하고 있다던 한 여성 참가자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내 바로 뒤쪽이라 흐느끼는 소리는 유독 크게 들렸다. 나는 마음 속으로 메따(Metta - 연민, 사랑, 친절한 마음)를 보냈다. “당신이 행복하기를….” 하면서.
마지막 날의 서클 토크
마지막 날에는 둥그렇게 둘러 앉아 안거를 거치면서 느낀 바를 종이에 적고 그것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패사디나 시립 대학에서 작문을 가르친다는 아프리칸 여성이 참가자 전원을 하나 하나 가르치면서 “나(me), 나(me), 나(me)…..” 라며 자신의 깨달음을 말했다.
라마나 마하리시에게 누군가가 “남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남들이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내가 사라질 때 모두가 내가 되기 때문이다.
내 차례가 됐을 때 나는 내가 느낀 바를 이렇게 발표했다.
“나는 내가 그렇게도 기다려왔던 바로 그 존재…
우리 둘은 아무런 노력 없는 성스러운 몸짓의 춤을 춘다.
고요함 가운데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우리를 본다.
우리는 하나의 커다란 우리가 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모두가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계를 함께 창조해간다.”
명상 수행 중인 샴발라인들
에필로그
쵸감 트룽파 린포체의 아들로 샴발라 센터를 이끌었던 사춍 미팜 린포체는 2018년 7월, 샴발라 커뮤니티의 여성 회원들을 상대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나로 인해 불교 공동체가 겪는 고통에 큰 책임을 느낀다”며 자신의 추행 사실을 시인했었다.
이 또한 판단하는 마음이고 상일 수 있지만 붓다가 출가자로 하여금 이성과의 관계를 금지한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음에도 사춍 미팜 린포체는 뭐가 그리 부족했을까.
샴발라 명상센터의 사람들은 사춍 미팜 린포체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가 샴발라 센터 설립자의 아들이고 얼마 전까지 센터를 이끌었으니 성추행 사실이 드러났을 때 샴발라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샴발라 명상센터에서의 일주일은 이제까지와 다른 전통의 수행자들과 하나가 되어 내 안의 근원적 선함에 주의를 기울여 보는 기간이었다.
마지막 날 함께 했던 독송 가운데에는 “나는 기본적으로 선합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지혜롭습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친절합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강합니다.”라는 선언이 있다. 이 선언을 수 차례 반복하는 동안 나 스스로 그렇게 믿게 되는 경험을 했다.
샴발라 수행을 한 이들이 왜 그처럼 친절하고 가슴이 열려 있는지 7일간의 안거만 가지고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자주 시간이 되는 대로 이글 락의 명상센터를 찾아 함께 수행하고 싶은 공동체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윤회의 슬픔과 고통을 가슴 속에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위대한 동양의 태양의 힘과 비전을 가슴에 담으세요. 그럴 때야 전사는 비로소 올바른 차 한 잔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 쵸감 트룽파 린포체
스텔라 박은 1980년대 말, 연세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과
신학을 공부했으며 재학시절에는 학교신문인 연세춘추의
기자로 활동했다. 미국으로 건너와 지난 20년간 한인 라
디오 방송의 진행자로 활동하는 한편, 10여 년 동안 미주
한인 신문에 먹거리, 문화, 여행에 관한 글을 기고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