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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대한문에서 전국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밀양 송전탑 강제 건설의 평화적 해결과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원직 복직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한수진 기자 |
미사 강론에서 김준한 신부는 “지난날의 공동체는 깨어졌는지 몰라도, 오늘 바로 여기에서 ‘인간 사슬’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가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인간 사슬은 사람들이 손을 잡고 특정 장소를 에워싸는 시위 방식이다.
김준한 신부 “밀양 주민과 쌍용차 노동자, 끊어질 수 없는 공동체 이뤘다”
김 신부는 자본과 권력의 폭력으로 공동체가 파괴되고 이웃이 갈라서는 아픔을 겪는 상황이 비단 밀양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아픈 현실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공동체의 파괴로 상처를 입은 밀양 주민과 쌍용차 노동자들은 오히려 “억울한 이들의 해방구와 같은” 대한문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났다.
김 신부는 “나는 아들이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갈라서게 하려고 왔다”(마태 10,35)는 복음 말씀을 언급하며 “주님께서는 너희가 지금까지 안락하게 맺어오던 관계를, 이 세상의 거짓 평화에 기반을 둔 관계를 끊어버리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나에게 익숙했던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 딸과 어머니의 관계,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가 깨졌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새로운 예언자와 의인을, 하다못해 이 더운 날 우리에게 시원한 물 한 잔 내줄 의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일입니까. 자본과 정권이 폭력으로 갈가리 찢어놓은 상처 입은 공동체가 오늘, 여기에서 새로운 공동체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한 번 힘을 모으는 날이 아닌, 새롭게 탄생하는 첫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신부는 “오늘 밀양 주민과 쌍용차 노동자는 이제 낯선 사람이 아니다. 어떠한 불의한 권력도 끊을 수 없는 새로운 공동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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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곳에서 어떠한 권력도 끊을 수 없는 새로운 공동체가 탄생했습니다.” ⓒ한수진 기자 |
이용훈 주교,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 정부가 나서야”
사회 갈등 조정할 상설기구 설립도 제안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미사 참석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한전의 불성실한 태도로 밀양 송전탑 전문가협의체가 파행으로 치달았음을 지적하면서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이 주교는 정부에 밀양과 유사한 갈등을 정의롭게 해결할 구체적인 법 체계와 사회적 공론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얻도록 강제할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또한, 갈등을 공정하게 조정할 상설기구의 출범도 제안했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와 시민들에게는 “밀양 송전탑 문제의 배경을 이루는 핵발전소의 문제점과 에너지 정책에 바른 안목과 자세를 가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청했다.
이날 미사와 기도회에는 광주 · 부산 · 전주교구 신자들이 버스를 대절해 먼 길을 마다않고 참석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온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밤늦도록 자리를 지켰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대한문을 찾은 두물 미카엘라 씨는 “(밀양 주민과 쌍용차 노동자들은) 혼자가 아니니 제발 나쁜 마음을 가지지 말고 싸움을 끝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 딸과 함께 빵 60개를 구워와 기도회 참가자들의 간식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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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 전에 열린 문화제에서 즐거워하는 밀양 주민들 ⓒ한수진 기자 |
밀양 주민 한옥순 씨는 미사 전 열린 문화제에서 지난 5월 송전탑 공사가 재개됐던 상황을 이야기하며 “이 땅의 어머니로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만신창이가 되어도 (송전탑 건설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정비지회 문기주 지회장은 “또 다른 누군가가 죽지 않도록 (대한문에서) 1년 4개월을 버티고 있다”면서 “모진 고통과 탄압에도 쌍용차 노동자들이 희망을 일구고 빛을 만들면서 극단적 선택을 중단하고 있다”고 다행스러워했다.
미사 후에는 예수살이공동체를 이끄는 박기호 신부(서울대교구)를 초대해 ‘구원’을 주제로 영성강좌가 열렸다. 기도회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묵상하는 ‘도란도란 기도회’와 영화 상영, 독서 묵상으로 이어진 밤샘 기도회는 다음날 오전 6시 미사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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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국 신부(왼쪽)의 사회로 열린 영성강좌 시간에 박기호 신부가 신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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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란도란 기도회에서 신앙체험을 고백하는 용산참사 유가족 유영숙 씨(오른쪽)와 장동훈 신부 ⓒ한수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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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대한문에서 열린 밀양 주민과 쌍용차 해고자를 위한 미사에서 수도자들이 성가를 부르고 있다. ⓒ한수진 기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첫댓글 제 사진이 어떻게 전면에 나왔네요.
쌍용자동차, 밀양송전탑 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이 우리를 대한문으로 부르네요. 기쁘게 싸우시는 밀양의 할매들의 모습, 참으로 인상적이었고요 신부님,수녀님,신자들, 그리고 시민들까지 마음을 모아 기도한 모든 것들이 하느님께 전달되었으면 하네요. 냉담자이면서 천주교 신자가 아닌 척하는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사정을 알고는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청와대의 궁중구궐에서 귀를 막고 있는 것인지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