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딸이 제 짝을 만나 떠났습니다.
청첩 대신 초대장을 보내 꼭 모실 분만 모시고, 주례없이 서로가 써온 '사랑의 서약'을 낭독하고 목사님의 기도로 식을 끝내는, 그리고 덕담과 연주, 노래가 이어지는 '작은 결혼식'.
신랑 신부가 손잡고 들어 옵니다.
얼마 만에 안아보는 딸인가.
베베님 말씀대로 드레스 적시지 않으려고 꾹꾹 참느라 혼났습니다.
학생 때 해 본 연극보다 표정관리가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장갑을 끼고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손수건 꺼낼 필요 없이 슬쩍 문지르면 되니까.
연회의 첫 순서는 제가 한마디 하고 연주하는 것.
하객들에게 간단히 예를 차린 후, 딸과 사위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아빠의 고집으로 친형제 없이 자란 효*가 멋지고 착한 사내를 만나 오빠!오빠! 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모른단다. 그러니, 승*는 효*를 외롭게 하지 말고, 효*는 승*가 효주를 만남으로써 높이 훨훨 날 수 있는 比翼鳥가 되도록 잘 도와주기 바란다. 시댁에 비치는 효*의 얼굴이 곧, 엄마 아빠의 얼굴이라는 점 명심하고." 라고.
'백년의 약속'을 동호회원과 3중주로 연주했습니다.
딸 친구들이 '멋쟁이 아빠'래요.
어깨가 으쓱해 집니다.
가족들이 신혼 부부에게 덕담을 전합니다.
한 사람은 덕담 중에 두 팔로 하트모형을 유도하고 다같이 '사랑합니다'를 외칩니다.
성남아트센터에서 같이 활동 하시는 단장님들이 축주를 해주셨고, 신랑친구들이 축가를 부릅니다.
클라리넷 연주와 독창, 색소폰 연주, 마치 가족음악회를 연 기분입니다.
연회도중 딸이 색이 바랜 체육복을 들고 나왔습니다.
고교시절 학교에서 구매한 체육복은 연보라 나일론 제품이었는데 엄마가 나일론은 몸에 해롭다고 면제품을 사서 연보라 물감을 들이고, 이름표도 다른 아이들은 매직 펜으로 썼는데 엄마가 직접 수를 놓아 만들어 주었다고 그동안 간직하고 있던 '엄마의 사랑'을 소개했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었거든요.
신부가 피아노를 치고 신랑은 노래를 하고...
해가 넘어 갈 즈음, 결혼식이 먼저인지 연회가 먼저인지 헷갈리는 행사가 막을 내립니다.
변덕이 심하던 날씨도 그날 만은 따뜻한 햇살로 축복해 주었습니다.
두 사람의 성장과정이 찍힌 사진(위)과 아내가 전시한 사진 작품들(아래).
딸은 초청장을, 아내는 부케를 직접 만들고, 식장 곳곳에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전시했습니다. 식이 끝난 후 그 사진들을 모두 나누어 주었습니다.
식장에서 내다 본 한강 입니다.
중주를 위해 초대한 동호회 회원에게 함구령을 내립니다.
"무슨 007작전이냐" "도둑결혼 하는 거냐"
초청하지 않는다고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 이라는 등 오해도 많이 받았습니다.
축의금을 받지 않는다고 했더니 '사랑의 쌀' 한 포대가 집으로 배달되었습니다.
전복을 한 상자 보낸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봉투를 모아놓고 기다리는 모임을 피해 거짓 핑계를 댑니다.
아직은 익숙치 못한 '작은 결혼식'이라 오해도 받고 아쉬움도 있지만, 보람도 컸습니다.
"00님, 어제 저는 좋은 거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추구하던 결혼식이었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멋진 결혼식이였습니다.
울 아들도 그런 멋진 결혼을 생각해 보렵니다."
다음 날 받은 문자 메시지 입니다.
10월에 바리톤 소프라노.mp3
첫댓글 이곳, 분당의 중앙공원과 탄천 변은 흐드러진 벚꽃과 개나리 등 을 구경하러 나온 인파와 차량이 대단합니다.
찬란한 이 봄, 도림사가족 여러분에게 기쁜 일만 있으시기를 빕니다.
디른 곳에 올린 것 그대로 카피했습니다.
축하드림니다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파이님!따님의 결혼 늦게나마 축하 드립니다.
더구나 연주까지 하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았구요
다음에 기회되면 연주!제 음악회에 초대 하겠습니다.
바쁘실텐데 이렇게 댓글까지 써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도림사에도 봄은 만개, 아름답겠지만 그 만큼 세 분 스님의 일손도 바빠지시겠습니다.
인간극장 후속편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