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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은행 난자은행
김 선 구
정자은행과 난자은행은 사람의 정자와 난자를 살아있는 상태로 안전하게 보관해 두는 장치이다. 저장되는 정자와 난자는 고객이 저축해두는 예금인 셈이고 훗날 유용하게 쓰이는 가치가 예금이자가 되는 셈이다. 은행관리자는 보관료를 위시한 제반 비용을 받을 수 있으니 소득의 원천이 된다. 그래서 정자와 난자의 동결보존에 은행이란 용어가 채택된 모양이다.
1785년 이태리의 동물학자 스팔란짜니가 개에게 인공수정을 실시하여 성공한 이 후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쳐 동물생산에 크게 기여하였다. 인공수정 기술의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정자를 체외에서 오래 보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1949년 동물의 정자를 동결보존 하는데 성공하였다. 저온생물학자들은 동물세포가 -60도 이하가 되면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고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196도의 액체질소 속에서 정자들을 반영구적으로 냉동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후 동물들의 정자가 국제간의 교역대상이 되었다. 동물자체를 운반하는 것 보다 그 동물의 정자를 운반하여 후손을 생산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동물정자를 동결하고 보존하는 기술을 응용하여 인간의 정자를 동결 보존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정자은행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54년에 처음으로 출범하였다.
원래 정자은행은 남성불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하였다. 남성불임형태에는 정자가 생산되지 않은 무정자증, 정액 내 모든 정자가 죽어서 배출되는 정자사멸증, 정자의 운동성이 현저하게 약한 정자무력증, 정액 내 정자의 수가 현저히 적은 정자감소증 등이 있다. 이들 부부는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통하여 아이를 가질 수 없으므로 인공수정이 불가피하였다. 특히 무정자증이나 정자사멸증의 경우 자신의 정자로 임신이 불가능 하였다. 정자기증자의 정자로 인공수정 해야 하기 때문에 기증자의 정자를 냉동보존 했다가 불임부부의 아내에게 제공하였다. 정자기증자들은 젊은 남성들로 일정한 검사기준을 통과해야한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정자기증자의 신원은 혈액형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알려주어서는 안 된다. 기증자의 신원에 따라 정자를 고를 수 있게 한다면 정자를 사고파는 상업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자은행에 보관된 정자는 기증자의 정자뿐만 아니라 환자나 일반인들의 정자도 장례에 대비하여 보관해 두고 있다. 백혈병이나 고환암 등의 젊은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받을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정자를 보관해 둔다. 그 외에 먼 곳으로 장기 출장을 떠나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정자의 질이 저하 될 우려에 대비하여도 미리 정자은행에 정자를 보관해 두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남편이 사망 후에도 정자은행에 보관된 남편의 정자를 이용하여 임신한 사레가 있다. 이처럼 정자은행의 효율과 기능은 좀 더 확대되어 인류복지에 기여하게 되었다.
1978년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루이스 브라운)가 영국에서 태어나자 인류가 달 착륙 이래 이뤄낸 최대의 업적이라고 세상이 요란했다. 시험관 아기란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에서 공동배양하며 수정시킨 후 생산된 수정란을 모체의 자궁에 이식하여 태어난 아기이다. 정자와 난자를 체외에서 수정시켜 수정란을 생산할 수 있게 됨으로서 여성의 불임문제를 해결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되었다. 자궁이 약하여 임신이 안 되는 경우에도 대리모를 지정하여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또 난자도 정자처럼 동결시켜 난자은행에 보관 해두면 적당한 시기에 체외수정 시켜 자궁에 이식함으로서 임신에 이를 수 있게 되었다.
난자은행의 근본 취지는 암이나 백혈병 등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될 여성 환자의 경우 난자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안전하게 저장해 주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만혼의 여성들이 안전한 출산을 위한 수단으로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 여성들의 자연 임신율은 37세 이전에 50~60%이던 것이 37세를 넘어서면 20~30%, 40세 이상이 되면 10%정도로 낮아진다고 알려졌다. 이것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난자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난자를 보관해 두면 설령 만혼이 되어 결혼 하여도 건전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의 모 병원 여성의학 연구소에서는 임신이 무난하게 잘 되는 나이의 마지노선을 37세로 보고 이 시기를 넘기지 말고 난자를 보관시킬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자은행과 난자은행 제도가 생활에 유익한 면을 제공해 주고 있는 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젊은 부부가 가족계획의 일환으로 수정란을 생산하여 냉동보관 하였다. 그런데 결혼 생활이 파탄이 나서 헤어지게 되자 이 수정란이 문제가 되었다. 아내는 이혼 후에라도 수정란을 이식 받아 애를 갖고 싶다고 하여 자기의 소유를 주장 하였고, 남편은 원하지 않은 애가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폐기할 것을 요청하였다.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 모르나 우리 주변에 닥칠 사회문제의 일면임을 예상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사례는 결혼한 딸이 자궁이 약하여 임신에 실패하자 엄마가 딸 내외의 수정란을 이식 받아 손자를 낳아주었다. 이 아이의 생물학적 지위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법리학적으로는 이 아이의 외할머니는 어머니가 되어야하고, 어머니는 누나, 아버지는 매형, 외할아버지는 의부가 되었다. 법적으로는 아이를 출생한자 만이 어머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신문보도에 의하면 영국에서 60세의 할머니가 딸이 대장암으로 죽자 난자은행에 보관중인 딸의 난자를 체외수정 하고 자기의 자궁에 이식하여 손자를 낳고 싶다하여 화제라 한다. 체외수정에 사용할 정자는 남편의 것이라 하니 부녀간에 근친상간을 용인하는 셈이다. 우리의 상식기준으로는 도저히 용인할 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최근에는 정자와 난자에 대한 음성적인 거래가 국내외에서 성행되고 있다한다. 미국의 대학신문에는 이를 부추기는 광고가 공공연하게 보인다니 윤리와 도덕을 무시하고 돈벌이수단으로 전락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학생 학부모들이 딸애가 난자매매에 나서지 않을까하고 전전긍긍 한다니 먼 나라의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정자은행과 난자은행 제도가 불행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숭고한 이념이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되는바 크다.
아무리 위대한 과학기술도 도덕과 윤리 그리고 휴머니즘의 철학을 동반하지 않으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무기로 변질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첫댓글 쉽게 이해되지 않아 다시 읽을 때 열 뻣쳐서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는 사회가 두렵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인간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최근 인공수정등으로 쌍둥이가 많이 태어나고 있으나 법적.제도적. 윤리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라 다각적인 검토가 있어야 될것 같습니다.잘 읽었습니다.
결혼 8년이 넘어도 생산하지 못하는 아들, 둘이 모두 이상이 없다는데 인공수정 세번 실패하고 포기했는지
어느 날 아들에게 물었지요. 최종적으로 '시험관 애기 도전해 보지 '엄마는 아들 있으니 우리한테 맡기세요.
두번 다시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다려집니다. 잿밥도 제 몫이라는데 두째는 딸 셋이라 하나 동서 주면 어떻겠냐고 묻다가 시어머니자리 뺏길번 했답니다.ㅎ ㅎ ㅎ
의술의 발달로 해결되는 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兩面性으로 우려되는 면도 있을것입니다만 그래도 좋은 쪽이 많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은행도 다양하군요, 혈액은행,종자은행,정자.난자은행....정자은행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경의를 표하며 좋은정보 감사드립니다.
정자은행, 난자은행도 일반은행 처럼 적히 규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동물들 정자 은행은 간편히 수입할 수 있어 참 편리하네요. 색다른 은행에 대하여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