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울산 남구 고래사랑 전국시낭송 대회 요강
= 개최요강 예선 및 본선 대회 =
시낭송 보급 및 저변 확대로 국민들의 올바른 정서문화 함양을 도모하고,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 문화마을을 널리 알기 위해 울산광역시 태화강시낭송문학협회에서 역량 있는 시낭송가들을 발굴, 육성하고자 합니다. 울산광역시 남구청의 후원을 받아서 성인을 대상으로 전국시낭송대회를 개최하오니 많은 참여를 바라며, 첨부된 신청서를 작성하여 이메일로 2021년 10월 8일까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아 래 *****
1. 주최, 주관(울산광역시 태화강시낭송문학협회) / 후원(울산광역시 남구청)
2. 참가 자격 : 성인부 (대학생 이상 성인 남녀)
3. 참가 규정 : 시낭송가 증서 소지자와 낭송대회 대상 수상자는 참가 불가
(사실과 다른 경우 참가 취소 및 수상에서 제외)
4. 지 정 시 : 울산광역시인 및 울산에 관한 시
(다음 카페 태화강시낭송협회http://cafe.daum.net/taehwagangpoetry 참조)
5. 심사기준 : 작품 이해도, 표현력과 전달력, 발성과 운율, 청중 호응도
6. 대회일정
[예선 대회]
◆ 접 수 기 간 : 2021. 9. 13.(월) ~ 10. 8.(금) 18:00 ◆ 녹음 파일 접수방법 : sso4250@hanmail.net 로 mp3파일 전송 - 참가 신청서와 낭송시는 다음 카페 태화강시낭송협회 http://cafe.daum.net/taehwagangpoetry 다운로드 접수 ◆ 참 가 비 : 2만원 { 반드시 본인 이름으로 입금 } -입금계좌번호 : 355-0034-7218-33( 농협, 울산광역시태화강시낭송문학협회 ) ◆ 예선심사결과발표 : 2021. 10. 11./ 개별통지 (본선 진출 인원 : 30명) |
[본선 대회]
◆ 일 시 : 2021. 11. 6.(토) 13:00~15:00 ◆ 장 소 : 울산광역시 장생포 문화창고(5층) 공연장 (도로명 주소 : 울산 남구 장생포고래로 110, 5층 공연장) ◆ 본선 대회 기준 : 배경음악, 소품, 악기 사용 불가 |
7. 시 상 내 용: ( 본선 대회 참가자 기념품 지급 예정 )
구분 | 인원 | 상금 | 상장 | 시낭송가 증서 |
대상 | 1 명 | 100만원 | 유 | 유 |
금상 | 2 명 | 30만원 | 유 | 유 |
은상 | 3 명 | 20만원 | 유 | |
동상 | 4 명 | 10만원 | 유 | |
장려상 | 5 명 | 없음 | 유 |
◆ 문의 전화
010-3555-4250( 울산광역시태화강시낭송문학협회장송상옥 )
* 코로나19로 인해 본선 대회 참가자는 해외여행 이력이 없어야 하며 당일 자가 진단 결과서 및 체온 CHECK 시 이상이 있을 시 대회 참석이 불가함을 양해 바랍니다.
울산광역시 남구 고래사랑 전국 시낭송 대회 참가신청서
접수번호: 접수처에서 기재
성 명 | 연락처(전화번호) | ||
생년월일 | |||
현 주소 | |||
직 업 | |||
제목 및 시인명 | |||
녹음파일명 | 낭송시제목/본인 성명 | ||
※ 詩 원본 내용첨부 할 것 위와 같이 울산광역시 태화강 전국 시낭송 대회 참가를 신청합니다. ▣ 본인은 상기 제공한 개인정보를 시낭송대회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2021년 월 일 신 청 인 (서명) |
< 지정시 목록 >
2021년 울산남구 고래사랑 전국 시낭송 대회
1. 간절곶 일출/정일근
2. 겨울 가지산/서상연
3. 명선도에서 해돋이/성희경
4. 울기등대 소묘/추창호
5. 울산 바다 고래 봐라!/김종경
6. 태화강에 흐르는 시/문송산
7. 정자 바다/최종두
8. 소금의 노래/권주열
9. 방어진 송림/이사빈
10. 태화루여 날개를 펴라/조남훈
11. 암각화를 위하여/이건청
12. 장생포 장인(匠人) /최병해
13. 치술령/조홍제
14. 망해사에서 부르는 처용가/김태수
15. 영남알프스 바람신 가라사대/배성동
16. 황옥의 사랑가/정일근
17. 빨랫줄에 행복을 널다/허진년
18. 고래를 기다리며/안도현
1. 간절곶 일출/ 정일근
신단수 아래의 쓸쓸했던 남자 환웅
쑥 한줌과 마늘 스무개의 외로웠던 여자 웅녀
그들이 만난, 뜨거웠던 첫날밤이 저러헀으랴
우리나라 동쪽 바다를 금침으로 깔고
그들이 만나 한 몸이 된 것을 알리듯
해는 신성한 첫날밤의 흔적처럼 바다를 붉게 적신다
그대, 아직 살아있는 이 땅의 신화를 만나려거든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 바다에 서라
연오랑과 세오녀 만파식적 만만파파식적
처용량이 태어난 북위36도 아래의 바다
그 바다를 한 평 한 홉 남기지 않고 쩔쩔 끓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해가 뜨는 간절곶에 서라
아직 미명 속에 잠긴 대륙과 산맥이
새벽 등불처럼 바라보는 그리운 동쪽이 바로 이곳이려니
지난밤 처음 남자의 여자로 여자의 남자로 돌아온
환웅과 웅녀가 만든 붉은 생명 붉은 신화가
수평선 위로 솟아 오른다
간절곶 일출로 비로소 아시아의 아침이 오고
유라시아 대륙의 또 하루가 기록 될 것이니
그들의 밤을 지킨 반도 호랑이 한 마리 운다
아주 크게 운다
2. 겨울 가지산 / 서상연
밀양 가는 길
눈 쌓인 산으로 터널이 있고
거기서 내려다보면 울산이
언양이 발아래 보이는 곳
커피 끓이는 아주머니의 손이
삶의 고샅길을 오르내리는 이야기로 얼었고
쉬어가는 차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산 아래 눈바람으로 날려 보내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차들은 또 떠나고 있다
멀리서 보는 가지산은
그 옛날부터 그랬던 것처럼
눈으로 덮였는데
산 아래 마을은 봄으로 오는가
햇볕들이 모여 속삭인다
가파른 눈길을 오르면서
가슴을 틔우고
살바위 쪽으로 난 길이 지렁이 자국처럼
보이는 능선위로
겨울은 눈 덮고 쉬는지
헐벗은 잡목들이
눈꽃을 달고 있는 가지산
골짜기로 흐르는 물소리 아득한데
등성이에 쌓인 무덤 하나
문득 바람 되어
백운산 자락으로 떠난다
3. 명선도에서 해돋이/ 성희경
동녘에 해 오를 때 쯤
매미날개 빳빳해지고
바다 주변은 언제나 해돋이로 설렜다
뱃사람들 가슴은 풍어로 펄떡였고
바닷물결은 햇빛보다 더 붉었다
매미울음이 쌓아 놓은 섬
해묵은 어둠이 쌓이면
낭군 잃은 아낙네의 울음처럼
바다는 매미울음으로 밀려온다
해송의 젖은 사연들
바람의 잔가지에 걸어두고
바닷길 갈라질때면
갈래갈래 흩어졌던
저마다의 외로움
그예 이어질 것인가
신선들의 발걸음은
밤잠 없는 파도를 부추긴다
하루가 숨가빴던 여인들
물질하던 가슴에 출렁이는 멍이 든다
갈매기 품으로 해풍이 날개 접어도
사방의 빛들로 세상은 잠 못들고
달려온 하루는 다시 하늘 길을 세운다
4. 울기등대 소묘/ 추창호
솔향기 풀어내는 묵필로 그린 반도
퍼덕이는 물비늘로 동해 바다 달려와서
밤새워 잠재운 원구를 끌어올려 놓는다
이끼 낀 대왕암엔 용의 전설 묻어 있고
아득한 수평선은 눈썹 달 인양 휘어 있다
동백꽃 눈이 시리게 피를 뿜어 웃는다
때로는 사람 속 같은 험난한 뱃길 위로
물안개 앞을 가려 더더욱 암울한 날
파도는 짐승이 되어 암벽을 베어 문다
큰기침 한 소리로 우뚝 솟은 기암괴석
일 만평 너른 둥지 마음으로 안아보면
천 년 전 피리소리에 뱃길 여는 울기등대
5. 울산 바다 고래봐라!/ 김종경
간절함이 끝자락에 닿으면 소망한 걸 이룰 수 있으랴
그리움이 절정에 타오르면 바라던 걸 만날 수 있으랴
어찌 그걸 모르는 걸까
요즘 사람들
종일 망통에 올라 고래를 찾지만
눈은 늘 비어 있을 뿐이다.
고래는 다 어디로 갔나?
망망대해 사무침의 숲 너머 고래는 산다.
망망대해 애절함의 숲 너머 고래는 산다.
홀연
황홀경이다.
젖은 몸을 뒤집으며 수천의 고래떼 솟구친다.
난리판이다.
불쑥
그래 저 고래떼 봐라!
봄 그믐 밤 알싸한 밤꽃 피어나
육욕에 불 지피게 하듯
종횡무진, 무한질주, 야단법석, 온통 난장을 이루었다.
그리움이 절정에 타올라 오늘 고래떼 봤다.
간절함이 끝자락에 닿아 오늘 고래떼 봤다.
그래 울산 앞바다 저 고래떼 봐라!
6. 태화강에 흐르는 시/문송산
태화강 십리 대밭 이슬을 먹고
바람에 아침 안개를 걷어 올리면
강물 출렁이는 하늘이 열린다
강바닥 깊숙이 들어앉은 하늘 자락에
시인들이 풀어놓은 은빛 언어들이 뛰어놀면
사람들은
시가 흐르는 태화강에 모여든다
눈이 예쁜 사람은 사랑의 시를
가슴이 뜨거운 사람은 정열의 시를
마음이 여린 사람은 이별의 시를
저마다의 빛깔과
저마다의 모양새로 노래한다
줄줄이 시가 흐르는 강가에서
오순도순 낚싯대 드리운 사람들은
인내와
사랑과
꿈을 낚아 올린다
시가 흐르고
인생이 흐르는 태화강
참
가슴 벅찬 풍경이다
7. 정자바다/ 최종두
사모치는 그리움을 삭이고 싶으면
정자로 오라
정자바닷가의 끼룩대는 물새를
만나서 어인 정으로 그리 긴
입맞춤을 해야 하는지
나지막히 그 연유를 물어보라
어떤 이는 바다를 바라보면
그리움만 더 쌓인다고 하지만
푸덕이며 내려앉는 물새는 말하리니
사람도 짐승도 그리워하긴 매 한가지
정자바다는 그리움을 함께 나눌
우리가 있다고 하리니
사랑이여
누룩처럼 부글거리는 열정을 재우며
눌러도 눌러도 한사코 흐르는
그리움을 어쩔까
우리의 가슴으로 혹은 연인들의 황홀한 가슴으로
소리없이 흐르는 그리움을 어쩔까
정자로 오라
정자바닷가에서 사모치는 그리움을
싣고 떠나는
불 밝힌 밤배를 바라보라.
8. 소금의 노래/권주열
바짝 마른 바다
북어 같은 바다
강동상회 한 구석, 라면 박스 사이에서 바다를 찾는다
봉지마다 쓰인
가는 바다
굵은 바다
붉게 구운 바다
퇴근길에 바다 한 봉지 사서 집에 온다. 내 어린 날 키를 뒤집어쓰고 옆집 진술이네 집에 한 사발 얻어 왔던 바다. 바다 사이소, 바다 사이소, 큰형수 머리 위에 됫박으로 넘실대던 바다. 그 바다에 삶은 계란을 찍어 먹는다.
목이 마르다. 울대까지 모래가 서걱대는 바다. 자다 말고 일어나 냉수 한 컵, 바다를 희석시킨다. 일생 방파제 저 너머를 기웃댈 뿐, 한 번도 해변을 벗지 못하는 저 바다, 바다를 열면 혈맥 속으로 무수한 바다가 떠 내려와 관절 곳곳에 파고든다.
증발되고 남은 것이 너다. 다 퍼 주고 남은 게 너다. 바다가,
파도가, 바람이, 그리움이, 슬픔이 염병할 온갖 꿈이 다 증발하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안구건조증이라 했다. 의사는 5ml의 바다를 처방했다. 달의 분화구처럼 바짝 마른 동공, 약이 떨어지자 다시 건조한 바람이 불고, 사막이 몰려온다. 발이 푹푹 빠지는 지평선 저 너머 어디에도 낙타는 없다. 아픈 눈을 감으면, 쩍쩍 갈라진 혓바닥 위로 마침내 허옇게 드러나는.
내 살아온 40년의 바다
어느 새 염전(鹽田)이 되어 있다
9. 방어진 송림 / 이사빈
방어진 송림 아름다운 이곳에 오면 수천 년 전해오는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나니
폭풍우 쏟아지는 깊은 밤 어두움 한가운데서 비와 바람이 서로를 뜨겁게 부둥켜안고
바다 속으로 투신하는 눈부시게 황홀한 광경 뉘라서 이토록 절절한 사랑할 수 있으랴
사랑은 스스로를 버려 그에게로 다가가 새롭게 변화될 때 이루어지는 고결한 선물
보라 밤새도록 끝없이 쏟아지던 폭풍우가 아침햇살 반짝이는 은빛바다로 동화되어
지난일은 까맣게 잊고 오늘을 맞는 모습 마치 예정된 오랜 약속을 지키는 것 같구나
사랑이 그리운 이여 사랑이 간절한 이여 사랑을 잃어버린 이여 방어진 송림으로 오라
이곳에 와서 수천 년 전해오는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라
설령 아픔이 몰려와 가슴을 두드릴지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영원한 사랑을 꿈꾸어라
방어진 송림 아름다운 이곳에 오면 수천 년 전해오는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나니
사랑이 그리운 이여 사랑이 간절한 이여 사랑을 잃어버린 이여 빈 가슴일지라도 오라
이곳에 와서 수천 년 전해오는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라
10. 태화루여 날개를 펴라 / 조남훈
향기로운 물빛 살결에 미끄러지는
햇살의 사태로 아침은 오고
태화루 휘돌아 흐르는 강물은 깊고 푸르다
새들은 숨가쁘게 햇살을 베어물고 날아올라
은빛 꽃가루 천지에 뿌려댄다
아! 반구대 그 암각화에서 만난 고래도
물대포를 쏘아올리며 달려올 것 같은 아침이다
누군가가 올듯한 기다림으로
벚꽃은 강변을 돌며 흐드러지게 피워놓아
강물은 꽃빛으로 울렁거리며 흐르고
맑게 갠 하늘로 일순 날아오를 듯,
한 떼의 학이듯 활짝 날개를 편
품새가 한 천년을 거뜬히 날 것 같다
강물이 동여매고 흐르려해도
눈썹하나 까딱않는 태화루의 위용을 보라
이 나라 선비의 지조가 저러했으리
묵객의 부채살 위로 일렁였을
강물 위로 나는 새는 더 아름답다
저녁이면 푸른 하늘 날던 철새들이 떼지어
깊은 노을 속을 저어 건너와
성채처럼 빛나는 십리대밭에 날개를 접는다
우리들의 채워지지 않는 희망의 빈 자리
우뚝 선 태화루는 우리들의 희망, 꿈의 날개다
태화루는 울산 팔경 중의 하나다
하늘의 별이여 총총히 빛나라
11. 암각화를 위하여/ 이건청
여기 와서 시력을 찾는다
여기 와서 청력을 회복한다
잘 보인다 아주 잘 들린다.
고추잠자리까지, 풀메뚜기까지
다 보인다. 아주 잘 보인다.
풍문이 아니라, 설화가 아니라
만져진다, 손끝에 닿는다.
6천여 년 전, 포경선을 타고
바다로 나아간 사람들,
작살을 던져 거경(巨鯨)을 사냥한,
방책을 만들어 가축을 기른,
종교의례를 이끈,
이 땅의 사람들이 살아 있는 숨결로
온다, 와서 손을 잡는다.
피가 도는 손으로 손을 덥석 잡는다.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서 오라고, 반갑다고
가슴으로 끌어안는다.
한반도 역사의 처음이
선연한 햇살 속에 열린다.
여기가 처음부터 복판이었다고,
가슴 펴고 세계로 가는 출발지였다고,
반구대 암각화가 일러주고 있다.
신령스런 벼랑이 일러주고 있다.
눈이 밝아진다.
귀가 맑아진다.
잘 보인다. 아주 잘 들린다.
12. 장생포 장인(匠人) / 최 병 해
반구대 절벽을
가르던
물길이 바다로 갔다
선바위 토닥토닥
다듬던
물살이 바다로 갔다
태화루 자갈돌 자르르 자르르
사포질하던
물결도 갔다, 바다로
자갈돌이 모래로 다시 찰진 흙가루
외고산 옹기가 어이 붉은가
이마에 맺힌 물방울의 대를 이은 마감질
돌흙을 다스리던 이 솜씨 다 품은 장생포 바다
장날처럼 소란터니 또 그믐처럼 잔잔하더니
마침내 파도 같은 맥박도 실어
질박한 오지항아리 귀신고래
찰랑창랑 넘치는 호리병 밍크고래
한 잔 도오 내미는 막사발 보리고래
미끈한 새색시 맵시 청자로구나 참돌고래
한 점 두 점 빚어낸
장생포 바다,
토기장이들 거나하게 한판 벌인 제멋 전시회……
13. 치술령 / 조홍제
치술령 올라서면
아스라이 달려오는 동해가
흰 수건을 흔든다.
버들개를 떠난
박제상의 넋이
흰 파도됨인가?
신라의 넋이
검푸른 바다됨인가?
지어미 이 재에 올라 망부석(望夫石) 되었는데
어미 따른 두 달도 망부석(望夫石)되었다니
가상도 해라.
그 추신에 그 열녀 그 효녀로구나!
옛날엔 신모사(神母祠)로
그 넋 섬겼다지만
오늘은 은을암(隱乙岩)에
이끼만 무성하네.
치술령에 올라서면
나란히 선 모녀암(母女岩) 앞에
동해가 달려오며
흰 수건을 흔든다.
14. 망해사에서 부르는 처용가 / 김태수
망해사에서는 오늘 바다를 볼 수 없어요
이따금 바람 몇 바다 쪽에서 와서는
잠시 머물다 옹아리 한 타래 풀어놓고는
대웅전을 한 바퀴 돌다 무심코
푸른 솔바람과 몸 섞고 바다로 갑니다
아직도 동해 바다를 희망이라고 하는가요
적조와 기름 뒤엉켜 누운 바다는
검붉게 시든 돌미역과 저 바다풀 이름은 무엇인가
아직도 닦아내고 있을 늙은 어부여
굵은 눈주름을 타고 눈물이 흐릅니다
옛날 안개와 구름은 어디로 갔을까요
처용의 땅은 공장 굴뚝만 무성하고
매운 연기 지천에 가득하다 병든 들판은
저녁답 소슬바람에도 흔들리며
붉은 잡초더미 위로 황혼이 내립니다
서울 밝은 달에 밤새도록 노닐다가
돌아와 잠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 것인데 다른 둘은 뉘 것인가
빼앗긴 것을 어찌할거나 내 것인걸
망해사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습니다.
15. 영남알프스 바람신 가라사대 / 배성동
바람신 만나려면 영남알프스에 오시라
하늘 냄새에 가슴 벅찰 터이니 울음주머니 채워 오고
밥물 넘치는 억새평원
동풍이면 간월재 남풍이면 신불재 서풍이면 고헌재
눈썹마저 빼놓고 왔다면 바람 헤집고 다니는 사자평에 날려 보내시라
팔랑개비 인생이여
억센 바람 부는 날이면 가지산 눈발로 흩날리고
발로 지도를 그려 보았다면 운문산 표범으로 쏘다니시라
홀딱새 부르는 날이면 세상사 초연한 알몸으로 오고
단풍 물 끓는 학심이골에는 빨치산으로 뛰어들고
뜬구름 잡으려면 일흔아홉 고갯길 오두매기를 넘어보시라
가파르게 살고 싶은가
공룡능선에 올라 축지법을 써보시라
시시때때로 비뚤어지는 입을 날 세운 칼바위가 벨 것이다
달짝지근한 배내구곡에는 내 몸이 봄날이 되면 오고
고사리분교에는 평생 나물만 캔 화전민의 자식으로만 오시라
파래소 폭포에는 속까지 말간 투명인간으로 오고
걷기만 해도 수행이 되는 영축산 고개에는 묵언(黙言)으로 걸으시라
세상 모든 것과 만나고 싶은가
발목이 덜렁거려도 걸어야 하는 인생이라면 홀로 걷는 달이 되시라
그러나 걷다가 죽어도 좋다면 영남알프스 어디든지 끌리는 데로 오시라
그래도 바람신 못 만나는 불청객이라면 걷다가 죽어버려라
16. 황옥의 사랑가/정일근
운명의 맥을 짚어 누런 바다를 건너기로 했습니다.
바다 건너 동쪽나라에 하늘에서 알이 되어 내려왔다는
수로 그대가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더 먼 나라 나사렛에서 태어난 야소라는 남자가
죽은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태어나고 죽는 일이 하늘에 있고
죽어서 다시 사는 일이 하늘에 있다면
제가 그대에게로 가는 것도 하늘이 정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랑이 하늘의 신탁이라면
그대는 그 나라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어머니가 주신 붉은 속곳을 준비하며 저는 자꾸만 붉어집니다.
그래서 바다를 건너는 두려움은 잊기로 했습니다.
이만 오천 리 뱃길 내내 초야의 뜨거움을 꿈꿀 것입니다.
첫날밤 그대가 열여섯 내 나이를 묻는다면
붉은 저 속곳보다, 바다를 건너며 붉어진 내 몸보다
더 붉은 처녀의 피로 답할 것입니다.
내 배 안에서 하늘의 흰 피와 땅의 붉은 피가 섞여
새로운 나라 새로운 옥조의 피를 만들고
그 피 세세년년 붉게 이어지길 바라겠습니다.
건강한 남자로 곧추서서 저를 기다려주시겠습니다.
지금 아유타국에서 허씨 성을 가진 황옥이
물고기 두 마리 문양을 증표로 수로 그대에게 갑니다.
17. 빨랫줄에 행복을 널다/허진년
일요일 오후
외출한 아내가 전화기로 지령을 내린다
세탁기 멈추었으면 빨래 좀 널어줘
마누라 말 잘 듣는 것이 세상 공덕 중에 으뜸이라고 하니
달콤한 잠결에 들리던
규칙적인 회전음이 빨래 소리였구나
빗소리로 들리던
휘파람소리가 헹굼 물 빠짐 소리였구나
둔탁하게 베란다 창을 두드리던 소리가 탈수 소리였구나
뚜껑을 열자
손에 손잡고 씨름하듯이 허리춤을 부여잡은
식구들이 가장자리로 가지런히 잠을 자고 있다
그래, 서로의 등을 두드려서 하얗게 빛을 내었구나
따뜻한 가슴을 풀어서 세제를 녹였구나
가는 목덜미를 씻겨주며 말끔하게 헹구어 내었구나
아내의 좁은 어깨를 펴서
빨래줄 중앙에 편안하게 앉히고
주름진 내 다리통을 반듯하게 펼쳐서 가장자리에 세우고
매일 식구들 체면을 닦아주던 수건의 네 귀를 꼭 맞추어
가을 국화꽃 향기를 묻혀서 널어놓고
소파 깊숙이 몸을 낮추고 올려다보니
내가 사랑하고 아껴왔던 모든 것이 빨랫줄에 있다
18. 고래를 기다리며/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난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 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
첫댓글 많은 신청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