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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캠프에 대해 서연양이 학교에 제출한 수필입니다. 서연양의 양해를 구해 전문을 공유합니다.
여름방학- 청소년 캠프
범 서연
폭우가 연일 내려 밖으로 나갈 생각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들지 않고, 우중충한 하늘이 일상이던 여름. 다른 지방은 폭우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강남에 살던 어떤 중요한 사람의 부인이 폭우로 인한 사고로 인해 죽었다 등의 기사로 한창 떠들썩했지만 고등학생인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터라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의 특권인 여름방학을 만끽하며 놀고, 먹고, 공부하고, 또 노는 일의 무한 반복으로 나날을 지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게으름뱅이의 일상 중에서도 그나마 보람차게 살았던 며칠이 있었다. 아는 선생님께 제의를 받아가게 된 1박 2일 청소년 봉사 캠프. 봉사시간도 5시간 가량 준다고 하였고, 꽤 재미있을 것같이 들렸기에 승낙했던 것이었다. 날짜는 8월 5일 금요일. 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도와야 했던 일 중. 피켓의 그림을 선택했던 나는,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전날 몇 시간 동안 성의를 다해 그럭저럭 끝낸 그림과 옷가지 및 필요할 수 있는 기본적인 물건들을 챙긴 다음 집을 나섰다. 모임장소는 서울 안국 역 근처에 있는 “알트루사”라고 하는 시민단체. 이 곳은 건강한 정신 사회를 추구하는 모임으로 청소년 캠프가 열리는 곳이기도 했다. 장장 1시간을 지하철을 타고 안국 역에서 내렸다. 여기서 잠깐 언급하자면, 안국 역에는 다른 지하철 역과 마찬가지로 출입구가 8개가 있었다. 그 것도 사방팔방으로 뻗은 출입구가. 여기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다지 개의치 않을 것이다. 왜? 보통 고등학생들은 이런 지하철 출입구에 익숙하고 몇 번 출입구로 나가야 할 지 잘 알 테니까. 그러나 나처럼 지하철을 한 손에 꼽을 만큼 드물게 타보았던 학생으로서는 몇 번 출입구로 나가야 하는지의 중요성 따위는 알리 가 없었다. 결국 나는 내가 내려야 했던 출입구와는 정반대의 방향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아무 생각없이 나갔고, 약 30분 정도 약속 장소에 빨리 가자는 계획은 30분간 걸어 다니면서 길을 찾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길을 헤매고 다니다 마침내 종로 3가에 이르자 약속 시간도 살짝 지난 상태였다. 그때서야 나는 길을 잃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선생님께 SOS 전화를 걸었다. 다음 번에는 몇 번 출입구로 나가는지 확실하게 알아두자. 찌는 듯한 무더위에 약 30분간 걷고, 발에는 물집이 생긴 채 선생님께 SOS 전화까지 걸어야 했던 일로 깨달았던 확실한 교훈이었다. 선생님이 나를 픽업하러 오시고, 우리는 5분 만에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30분을 걸었는데…. 자동차의 우월성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알트루사에 도착한 다음 나는 내 그림을 담당선생님께 드렸고 드디어 다 모인 참가자들은 청소년 캠프의 첫 번 째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한 물품들을 가지고 길거리로 나갔다. 가까이의 골목길에 위치한 한 미장원의 주인 아주머니께 허락을 구하고 그 앞에 탁자를 놓은 뒤 그 위에 준비했던 물품들을 늘어놓았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손님들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첫 번 째 활동은 알트루사에 기부된 그릇 판매. 모두들 적어도 몇 개 정도는 팔리겠지 라는 희망을 가진 채 어떤 방법으로 광고해야 하고 팔아야 할 지 토론했다. 20분, 30분 시간이 지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지쳐갔다. 큰 소리로 홍보하는 소리를 외쳐대도 누구하나 관심을 주지 않고 쌩하니 지나가는 사람들. 허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역시 이런 골목길에서 그것도 주말도 아닌 평일에 이런 행사를 벌이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뭐 그런 말들이 우리들 사이에서 오고 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 때 길을 지나가던 한 사람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첫 손님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흥분하여 모두 그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세 발자국, 두 발자국, 한 발자국 그 사람은 마침내 우리의 판매대 앞에 멈춰 섰다. 지친 표정들이 환하게 변하고, 대표로 그 사람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대학생이 그릇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작품이고, 판매가격보다 50%나 싸게 파는 것이라는 등… 열심히 설명하는 대학생의 뒤로 기대에 찬 눈빛들. 모두가 그 사람을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입을 열었다. “늦었네. 엄마” 내가 말을 마친 순간 그 사람은 미소 짓던 얼굴에 더 환한 미소를 보였고 다른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침 여름 휴가 중이신 엄마가 오셔서 그릇 10점을 구입해주시고 우리에게 만두, 아이스크림 등을 사주신 후 떠나셨다. 우리의 구세주.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어느 정도 활기를 찾은 뒤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다. 그릇 판다고 외쳐대고, 피켓을 들고 골목을 돌면서 홍보하고, 그렇게 5시간 동안 장사를 하고 마쳤다. 결과는? 초기에 왔던 캠프 참가자 가족인 엄마가 사갔던 것을 제외하고는 무. 나쁘게 말하면 헛고생, 좋게 말하면 좋은 경험이었던 셈이었다.
다음 활동은 노래방 컨테스트. 알트루사에 돌아와 노래방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것을 마치자마자 시작되었다. 나를 포함한 몇 몇을 제외하고 모두 각각 노래에 대한 재능을 펼쳐냈다. 비록 노래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없었지만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부르는 모습에 나는 내 점수를 더했다. 우승자 확인 방법은 당사자를 제외한 모두의 점수 매기기. 아쉽게도 계산기의 오류로 우승자는 가려내지 못했다.
저녁 식사를 한 뒤 우리가 머물 숙소인 남산 유스호스텔로 출발. 전철을 타고 도착한 남산 유스호스텔의 첫 인상은 크다 였다. 한 방에 2층 침대가 5개, 1층 침대 아래에 깔 수 있는 매트리스까지 합해 15명이 잘 수 있는 규모였다. 그러므로 12명이었던 우리 일행은 넉넉하게 쓸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자리 잡은 후 다음 활동을 위해 옆방으로 옮겼다. 총 18명이 방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세 번째 활동을 시작했다. 선생님의 사회에 따라 진행되는 촛불대화. 지목되는 대상이 다른 사람들의 질문에 거짓없이 대답하는 일종의 진실게임이었다. 일단 촛불대화라고는 하나 촛불 대신 휴대폰 플래쉬 라이트로 대신하기로 했다. 왜? 촛불을 가져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느 캠프와는 달리 누구를 좋아하느냐, 키스를 해봤느냐 등의 그런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힘든 일이나 친구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나누었다. 비록 재미있다고는 하기 어려우나 마음만큼은 편해질 수 있는 그런 대화. 시간이 부족해 모인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유익한 활동이었다. 약 1시쯤 대화를 끝내고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여기서 문제점이라고는 하나. 나는 노래를 듣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노래 없이 우여곡절 끝에 잠들었고 6시쯤 일어났다. 평소 6시간을 자도 잠이 모자란 내가 4시간 30분 정도 잔 셈. 더워서 다시 잠을 이룰 수도 없고 해서 샤워를 했다. 모두들 기상해서 식당에 내려가 밥을 먹고 아침 운동 겸 남산에 올라갔다 내려온 후 청계천으로 출발. 캠프 참가자 중 한 명이 한강 오염을 주제로 찍은 사진이 다음(daum)에서 하는 사진 컨테스트에 당선되어 청계천에 전시된 사진을 보기 위해서였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런 경쟁에 당선이 되기에는 아직 먼 길이 남아있는데 같은 고 1임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된 그가 좀 부러웠다. 장장 1시간을 걷고서야 청계천에 도착하였다. 여러 사진을 보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분명하게 전해지는 사진 한 장, 한 장에 사진이라는 분야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마지막 활동인 영화를 보기 위해 출발하기 전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갖고 음료수를 마실 수 있었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 더운 여름 날 한참 땀을 흘린 후 에어컨이 틀어진 곳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즐기는 것은 확실히 값진 휴식이었다.
우리는 전날 선생님께 맡겨놓은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돌려 받고 모둠으로 전철을 타고 가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여기서 문제가 일어 났달까? 선생님께 휴대폰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고등학생 두 명이 전철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 우리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나? 혼란스러웠지만 먼저 가도 되는 모양이다 싶어 나 역시 전철을 타러 갔다. 지시사항도 들었고, 혹 만나지 못하게 되면 공중전화나 다른 사람에게 휴대폰을 빌려 통화하면 되겠지. 내 나름대로 생각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전철역에서 나와 주위를 둘러보던 중 내 이름을 부르는 낯익은 소리에 몸을 돌렸다. 파란 색 작은 차의 운전자석에서 손을 흔드는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차에 다가갔다. 뒷좌석은 꽉 차있어 앞 조수석에 타니 다행이라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어? 뭔 소리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나는 눈만 깜박였다. 선생님의 말에 따르자면 그 동안에 일어난 일은 이러했다. 전자기기를 돌려주려고 선생님이 우리가 모였던 장소에 와보니 3명이 행방불명. 나머지 두 명이야 알아서 하겠다 싶지만 나 같은 경우 캠프 시작부터 길을 잃고 헤맨 것, 지하철을 잘 이용해 보지 않은 것, 그리고 휴대폰마저 소지하고 있지 않아 말 그대로 미아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지하철에서 미아신고까지 했다던 일행들의 말은 내 마음을 죄스럽게 만들기로 충분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영화 볼 장소로 도착했다. 우리가 관람할 영화는 “클라우드”. 영화관에 걸어 놓은 영화 표지판에 서바이벌 영화인가? 시간이 얼마 없어 점심을 들이키고 영화 시네마에 들어갔다. 보통 영화관과는 달리 작은 규모에 그다지 높이 차이가 나지 않는 앞뒤 좌석, 새롭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클라우드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서바이벌 영화가 아니었다. 방사선 물질의 위험성을 살짝 덧입힌 고전 인터넷 소설 영화였다. 막장 로맨스에 제대로 된 스토리 라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그런 영화. 난생 처음으로 영화 티켓 값을 낸 것에 대해 후회를 했다. 영화가 끝나고 토론을 나누던 중 나왔던 의견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헌신적이며 오직 그녀 만을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생각한 것? 세상에는 사랑에 대해 너무 몽상적으로 상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결론이었다. 토론을 마치고 헤어지는데 나의 단독 행동에 기겁했던 고3 에게 이끌려 집에 가는 전철을 타고 이틀간 비웠던 집에 돌아가게 되었다. 꽤 많은 일이 일어났던 청소년 캠프. 나는 이제부터 전철역에서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지를 외우기로 했다. 더 이상 ‘고등학생’ 미아 신고는 받고 싶지 않았다.
첫댓글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작가가 될 소양이 다분히 보입니다. 내 의견에 권위는 줄 수 없을 지라도...
끝까지 흥미로운 글이에요. 글 읽은 감상입니다^^
잘읽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같이 움직인다는 전재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첫날 숙소를 가는것도 따로 갔기 때문에 그후 이동도 어찌됬든 목적지에서 보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동욱이 형하고 저는 독단으로 출발한게 된겁니다. 그런 행동 이후에 다소 저희에게 이해가 힘든 말을 한문순 선생님이 하셨습니다. '왜 범서연양을 혼자 두었는냐' 라는 말이였습니다. 그말을 듣고 사실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고1인데 혼자 내버려뒀다고 그렇게 흥분한 일인가?, 알고 보니 범서연양이 지하철을 타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동욱이 형과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적도 없었습니다. 알았더라면 혼자가는 범서연양을 혼자 놔둘리는 없죠. 게다가 그 일때문에 미아 신고까지 했다는 얘기는 이 글을 보기전까지는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후에 머리가 되게 복잡했습니다. 지금와선 저희가 공지를 듣지않고 섣불리 행동한것이 잘못됬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우리가 애도 아니고 이정돈 갈수 있지 않나?", "우리는 듣지도 못한 일을 가지고 왜 우리에게 화를 내는거지?" 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몇자 써 내렸지만 기회가 된다면 알트루사에서 더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그래 만나서 직접 대화 나누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되는구나. 기다리마.
재미있다. 고등학생? 와우 문단에 등록해도 좋겠다. 사실적이면서 죽죽써내려가면서 의미없는듯하지만 크고 와우 책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은 느낌.... 고등학생! 음 얼굴보고싶을만큼 글잘쓰네요. 종종 써줘요. 기대만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