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이 서울생활
2년이 되는 겨울 어느 밤
은진은 미용실에서 일을 마치고
눈 내리는 골목길을 올라 집으로 가던 중
골목 후미진 곳에서
난대 없이 달려드는 남자에게 강간(强姦)을 당한 것이다.
겨울 밤 호젓한 골목길에서의 갑작스런 일에
은진은 어이할 수 없었다.
성도 이름도 모르는 남자는
은진이 고이 감춘 순결을 빼앗아 도망쳤다.
은진은 갑작스런 아픔을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고 꽁꽁 감췄다.
☆☆☆
겨울이 가고 봄꽃이 피기 시작했다.
노란 꽃 하얀 꽃 빨간 꽃들이 대지 위에 아름다운자태를 뽐내며 피어났다.
그러나 은진에겐 그 꽃들이 아름답지를 안았다.
여자들은 겨우내 꽁꽁 싼 몸뚱어리를 풀어 재치며
봄을 만끽 했다한 겹 한 겹 껍질을 벗어 던지며 아름다움을 과시하기도 하고
저만의 향기로 벌 나비를 유혹하기도 했다.
☆☆☆
은진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사랑은 물총새처럼 나뭇가지에 숨어 앉아
은진의 일탈을 엿보고 있었다.
은진이 미용실이 쉬는 날 극장을 가
옆자리 휴가 나온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혁제와 눈이 맞은 것이다.
성도 이름도 모르는 군인이
은진에게 팝콘과 오징어를 건네 줬다.
그렇게 무언 속에 텔레파시가 오고가
극장에서 나와 커피숍에서 본 얼굴 혁제는
눈이 호수처럼 맑고
얼굴이 달처럼 환한 호감이 가는 남자였다.
☆☆☆
은진은 첫 인상에 운명처럼 삘이 꽂히고 말았다.
혁제는 유머와 니트도 있는 남자였다.
“통성명합시다. 육군 병장 임혁제라 캅니다”
“전 곽은진 이에요.”
“은진씨 미인이네요.”
“아닙니다. 부끄럽게...”
“미인보고 미인이라 카는데 뭐가 부끄럽심니껴”
“고향이 경상돈가 봐요”
“야 안동이구마요”
“ㅎㅎ 그런 거 같았어요.”
“어찌 알았어요.”
“껴 발음이 .......”
“아 그렇치요. 안동 껑꺼이라 껴가 붙지라”
“저 두 고향이 경상도예요”
“경상도 어디”“전 울진입니다.”
“아- 그럼 보리 문디 끼리 만난 기네요.”
“ㅎㅎㅎ”
은진은 소탈한 혁제의 말에 웃음을 아끼지 않았다.
“휴가 언제까진가요.”
“이자 3일 밖에 안 남았구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