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사 아내가 코로나에 걸려 자기 옆에 오지말라고 고함을 질러싸서 가까이 갈 수가 없다. 일요일에 날씨는 무덥지 갑갑하기만 한데 무얼 할 수 있는가 ?
궁리를 하다가 서울대입구역 라붐건물에 있는 롯데영화관에 가서 영화나 한편 보고 올까 ? 아내한테 얘기하니 찬성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니 우산을 하나 들고 천천히 동네길을 걸어 내려간다. 영화관에 들어가면 도중에 점심이 어정쩡 할것같아 내려가다 중국사람이 운영하는 중국집에 들러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 먹는데 아침 먹은 지 얼마되지 않아 맛은 좋은데도 다 먹지못하고 조금 남긴다. 짜장면값이 그래도 아직은 싼편인가 7,000원이다.
영화관에 들어가서 무슨 영화를 상영중인가 하고 살펴보니 얼마전에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탕웨이 박해일 주연의 ' 헤어질 결심 ' 이란 영화가 있어 됐다싶다. 그런데 상영시간을 보니 3시20분이다 지금시간이 겨우 12시반이니, 무려 3시간 가까이 남아있다. 어떻게 하나 생각을 하다가 표를 끊으려고 좌석표를 보니 일요일이라 모두 예매가 되고 맨 앞자리 다섯자리밖에 없다. 맨 앞에서 과연 영화를 볼 수 있을까 ? 너무 늦게 볼 수도 없고 여기까지 왔는데 좋다는 영화를 안 볼 수도 없고 막상 표를 끊어놓고 보니 무려 세시간 가까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 옆에 보니 조그만 커피 쥬스등을 파는 코너가 있다. 테이블도 있고 해서 3,000원을 주고 아이스 커피를 한잔 시킨다.
며칠전 교보문고에서 산 조그만 책자 허먼 멜빌의 모비딕 (Moby Dick}을 마침 가져와서 읽어봐야겠다고 펼친다. 책을 두페지 읽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늘 이런 멍청한 짓을 글로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카운터 여직원에게 메모지 두어장하고 볼펜을 좀 빌려줄 수 있느냐고 하니 볼펜은 꼭 돌려주세요 하면서 빌려준다. 그래서 아이스커피를 마셔가면서 바보등신같이 사전필기준비도 없이 시간도 낭비하면서 이 짓을 하고 있다.
시간이 3시10분이 되어 12층 상영관으로 올라가서 맨 앞자리에 삐딱하게 앉아 젊은 남녀들 사이에 끼어앉아 젊은이 기분을 내면서 영화를 보는데 칸영화제 수상작이라 하지만 화면도 그렇고 내용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5시간 이상을 시간을 잘 때우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보고 좀 나아졌소 하니 약 먹을때가 되니 다시 열이 난다고 하며 목이 몹씨 아프다고 한다. 오늘 지나고 나면 좀 낫겠지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해 본다. 그래도 오늘은 간간이 비를 뿌리니 그렇게 덥지 않아서 다행이다. 7/3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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