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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칼럼] 출신 국가 고르겠다는 비윤리적·비효율적 발상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인문사회대 교수
얼마 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힘 정책의총에서의 연설을 통해 출입국이민청 신설을 예고했다. 나 또한 이민자로서 이민 문제에 관심이 매우 많다. 대한민국 이민 시스템은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고 문제가 많다는 것을 모두 다 인정하지만 개선하려는 시도는 소홀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한동훈 전 장관이 시스템을 손보겠다고 했을 때 기대 반 우려 반인 마음으로 그의 연설을 경청했지만 실망을 금치 못했다. 해답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문을 더 많이 남긴 연설이었다. 시스템을 고친답시고 오히려 퇴행을 선언했다는 느낌이다. 가장 모순적인 포인트를 몇 가지만 뽑자면 다음과 같다.
‘이민자’와 ‘국외 거주자’ 구별 못하는 이민 시스템
우선 이민청 신설에는 대찬성이라는 입장을 밝힌다. 현재 한국의 이민정책을 담당하거나 외국인을 관리하는 부서는 매우 많은데 컨트롤타워는 없다는 큰 문제가 있다. 이주노동자는 노동부, 결혼 이민자는 여성가족부, 유학생은 법무부, 재외동포는 외교부 등 주무 부서가 각각 나뉜 것처럼 외국인 관리시스템이 매우 복잡하고 통일성이 없으며, 부서 간 정책의 동일성도 없다. 이에 대해 역사적 및 조직적인 이유가 있겠으나 하나의 지붕 아래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민을 많이 받는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 이민과 외국인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별도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구 중 장기 체류 외국인이 곧 5%를 넘을 한국 역시 매우 필요한 조치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한동훈 전 장관을 비롯해 대한민국 정부가 이민을 인식하는 태도에 있다. 한동훈 전 장관은 이민자를 받아야 할 가장 큰 이유로 저출산을 꼽는다. 저출산 문제는 이민자를 받는다고 바로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니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인 것은 맞다. 허나 여기서 한 전 장관이 틀린 것은 바로 이민의 개념이다. 해외 장기 체류자와 관련된 용어로는 ‘이민자’(immigrant)와 ‘국외 거주자’(expat)가 있다. 한동훈 전 장관이 이 둘의 차이를 이해 못해서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는 대한민국 이민 시스템의 전체적인 문제에 직결된다. ‘이민자’ (immigrant)는 자기 출생 나라를 떠나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다른 나라의 국민이 되면서 영구적으로 정착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반면에 ‘국외 거주자’ (expat)는 자기 출생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임시적으로 머물면서 일정한 기간을 채우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서로 전혀 다른 카테고리이고 서로 전혀 다른 정책을 요하는 사람들이다. 전자는 필자 같이 귀화해서 아예 대한민국의 국민이 된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후자는 현재 쿼터제를 통해 여러 업에서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꼽을 수 있다. 한동훈 전 장관은 이민정책 개선을 선언하면서 이 두 개의 카테고리를 혼동하면서 사실상 두 번째 카테고리인 이주 노동자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에 이주노동자 쿼터제를 현재 11만 명에서 16만 5000명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한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올 때 받는 비자 등급은 주로 E-9 (취업), H-2 (방문취업), C-3 (단기취업)이다. 이 비자 등급은 최대 갱신 수가 제한되어 있고 영주권이나 귀화를 금지하는 비자 타입이다. 그 말인즉슨, 이런 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는 임시적으로 한국에서 체류 중인 근로자일 뿐, 잠재적인 사회 일원이 아니다. 잠깐 와서 돈을 벌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을 왜 이민자로 부르는지 첫 번째 의문이다. 이런 사람을 ‘이민자’ 신분으로 전환시키려면 영주권이나 귀화 트랙을 열어야 한다. 해외 근로자 신분으로 들어와서 살다 보니 한국이 마음에 들고 여기서 계속 남고 싶어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적인 길은 막혀 있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이를 요구하는 외국인 목소리도, 관련업에서 일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도 계속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동훈 전 장관은 이에 귀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를 하겠다고 말한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2.17. 연합뉴스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하면서 어떻게 이민자 늘리나
그러면서도 한동훈 전 장관은 이주노동자 수를 늘리는 것이 마치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거듭 반복한다. 자, 여기서 잠깐 역지사지로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자. 이 글을 지금 읽는 독자 여러분이 미국에 일하러 떠난다고 치자. 미국 비자를 신청하고 받았는데 미국 정부에서여 하는 이야기는 ‘자, 이건 체류기간 갱신 불가한 3년짜리 비자다. 와서 마음대로 일하고 돈도 벌다가 3년 후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식이다. 이렇게 미국 국적을 안 준다면서 미국을 위해 아이 출산 강요한다? 독자 여러분 같으면 아이를 낳을까?
(참고로 이주노동자가 받는 비자 등급 대부분은 가족을 데려 오는 것을 금지한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누구나 인생의 큰 결정인데 가족도 없이 몇 년 뒤에 비자가 만료돼서 불법체류자로 남거나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등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으라는 건가. 이것이 첫 번째 모순이다.)
한동훈 전 장관의 이상한 논리는 다른 데에 또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감소 뉴스를 인용하면서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서 이민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바로 내세운 조건이 황당하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식민지가 없었기 때문에 유럽과 달리 전 식민지 출신자 아니라 ‘우리가 알아서 잘 사는 나라를 골라서’ 이민을 받겠다는 주장을 펼친다. 동남아 출신자를 덜 받고 ‘선진국’인 미주나 유럽 출신자를 이민자로 환영하겠다는 말이다. 이 발언은 매우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는 사실을 일단 접어두더라도 현실과 아주 크게 뒤떨어지는 발언임을 이민 전문가라면 누구나 다 안다.
통계청이 내놓은 통계자료를 보면 장기 체류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은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및 구소련 국가 고려인들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해외 취업을 하려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자기 나라에서 못 버는 돈을 해외에서라도 벌겠다는 것이다. 20세기 중반에 한국 사람들이 미국이나 독일을 보듯이 대한민국보다 경제 수준이 아래 단계인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것이다. 자기 나라에서의 생활수준이 낮은 편이라서 보다 잘 산다고 여겨지는 한국으로 가서 자기 자식에게 더 나은 미래를 찾아주겠다는 사람을 한동훈 전 장관은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으로 이민 목적으로 오는 사람이 없다시피 현저히 적은데 말이다.
출신 국가 고르겠다는 비윤리적·비효율적 발상
사람들이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같은 나라로 이민을 많이 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민 과정이 상대적으로 투명하다는 것이 그중 하나이다. 가서 일을 하고 세금 내서 일정한 기간을 체류하면 귀화시험을 봐서 미국 국민이 될 수 있다는 비교적 간단한 과정은 많은 이민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특정한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이런 루트를 닫는 반면에 특정한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에게만 이런 루트를 연다는 말은 그 비윤리성을 떠나 과연 효율성 있는 정책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에는 한국 인구가 3만 3000명 감소했다. 2021년에는 5만 7000명, 2022년에는 12만 3000명 감소했고, 2023년에도 인구 감소가 10만 명 훨씬 넘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인구 감소 대책으로 이민을 받는 거라면 지금 당장 10만 명 넘는 외국인을 데려 와서, 그 사람들이 지금 당장 2023년이 가기 전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올해의 감소하는 숫자를 개선할 수 있는 웃픈 현상이다. 하지만 ‘나쁜 나라’에서 오는 외국인은 ‘단속 강화’를 하고 ‘좋은 나라’에서 오는 외국인을 ‘환영’하겠다는 것이 과연 효율성 있는 생각인지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다. 인구 감소 문제가 절박한 상황에서 ‘골라서 받겠다’는 말이 성립할 수 있을까? 정치적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이민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인구 감소 때문이라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인구 감소 문제는 이민을 통해 어느 정도 개선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는 좋은 나라니까 와서 살고 너는 가난한 나라니까 돈 벌고 가’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출신지와 상관없이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을 잠재적 이민자로 봐야 하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입국 시키고 난 다음에 국내에 살 권리를 결정하는 것보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잠재적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입국 전에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그래야 한국에서 자기 포함 자기 자식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처 : '나쁜 나라'에서 오는 이민자들은 없다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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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나라는 작기 때문에 절대 분류 해야,그동안 외노자 보면 장난 아님.책상머리 앉아서 결정 허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