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화는 4위 LG와 6게임차, 8위 KIA와 1.5게임차입니다. 8월 이후 비교적 높은 승률을 올리면서 '한화도 4강 사정권 안쪽'이라는 기사가 나온지 꽤 오래됐는데 결국 게임차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탈꼴찌 경쟁 상대가 SK에서 KIA로 바뀌는 등 나름의 판도 변화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화이글스의 성적표는 그대로라는 의미입니다.
순위가 원래 그렇습니다. 스윕 한번 하면 금방 뒤집을 것 처럼 보이지만 게임차를 줄이는게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우승하던 시절 처럼 '시즌 막판 기적의 10연승' 같은 좋은 흐름으로 시즌을 마칠수도 있지만 그거야 말 그대로 기적이죠. 우승 후 14년 동안 한번도 해보지 못한, 그러니까 확률상 거의 가능성이 없는 그런 이벤트 말입니다.
저는 야구팀의 전력이 '금연'이나 '다이어트'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담배를 며칠 끊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바짝 굶고 한 달 정도 살을 빼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다 하죠. 하지만 담배와 영원히 이별하는 것, 살 빼고 요요 없이 평생 달라진 몸으로 사는 것은 어렵습니다. 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2011년 후반기나 최근 한 달 처럼 한화도 바짝 힘을 내는 시기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기세를 '내년에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느냐'지요. 그게 되면 암흑기를 벗어나는거고, 그게 안 되면 역사에 길이 남은 다른 꼴찌팀처럼 오랫동안 가을에 노는 팀이 되겠죠.
사람들이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살 빠져요?'
답은 간단합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됩니다.
저녁을 굶지 않아도 적당히 먹고 꾸준히 운동하면 살 안 찝니다. 비싼 돈 들여 운동을 하지 않아도, 연예인 아무개가 했다는 유별난 운동법을 따라하지 않아도 몸이 건강해집니다. 살 빼주겠다며 유혹하는 숱한 '묘수'나 '비법'같은 것들이 결국 3끼 밥 적당히 챙겨 먹고 꾸준히 몸 움직이는 '당연한 건강법'을 이기지 못합니다.
저는 야구를 잘하는 방법에도 비법이나 묘수가 없다고 믿습니다. 튼튼한 선발투수, 계산 가능한 안정된 수비진, 효율적인 부상관리 및 체력관리 같은 3가지 기본조건만 이뤄지면 그 팀은 강해집니다. 삼성의 시스템이 결국 저 3박자를 갖추기 위한 투자였으며 돌풍을 일으키는 염경엽의 선수단 관리도 결국 저 3가지 원칙 하에서 이뤄집니다. 2군 구장을 만드는 것도,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서 출전가능한 자원이 되어야 하는 것도, 엔트리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모두 저것을 위해서고요.
최근 많이 이기고 있는 한화가 과연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선발은 비교적 잘 돌아가는 것 같은데 나머지 2가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투수가 일찍 강판당할 때, 야수진이 무너질 때, 누군가 다쳤을 때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꼭 잘 나가다가 아쉬운 수비 하나가 나와서 그 경기를 놓칩니다. 운이나 집중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바로 강팀과 약팀의 실력 차이입니다. 피에와 송광민이 빠지니까 집니다. 잘 나가던 타이밍에 너무 운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바로 강팀과 약팀의 차이입니다. 아무개가 부상 당해서 지면 약팀, 아무개가 부상 당했을때 다른 선수가 나와서 잘하면 강팀이죠.
9등을 해도 좋고 8등을 해도 좋습니다. 7등을 하면 더 좋고 6등을 하면 아마 더 좋겠죠.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즌 막판 악에 받쳐서 힘을 짜내 한두경기 더 이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팀 전체가 좋은 방향성을 가지고 변하는 중인지 체크하는 겁니다. 유창식 이태양+외국인 2명이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인지, 2015 야수진의 수비 분담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 1군에서 뛰어도 손색없을 (그러니까 1군에서 그냥 뛰는 것 말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1.5군 멤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아프거나 지친 선수들의 체력이 효과적으로 세이브되고 있는지를 봐야겠지요.
어차피 꼴찌니까 그냥 다 지고 내년에 잘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선수나 코치들도 눈치가 있다면 내년에 새 감독이 올거라는 것을 다 직감하고 있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이 장기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여져야 합니다. 오늘 이기는 것도 중요하고 8위 자리를 넘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모두 팀의 투수력과 수비진, 그리고 백업멤버 재건이라는 틀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무조건 안영명 윤규진을 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내년 혹은 후년이나 혹은 그 이후에 어떤 팀이 될 것인가]에 대한 플랜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죠.
사실 이 문제를 가지고 감독에게만 비난을 집중하는 것도 좀 애매한 일입니다. 감독은 2015년이나 2016년에 대해 신경쓸 필요(혹은 여유)가 없습니다. 계약기간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다만 구단에서는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8월 이후 몇번의 짜릿한 승리에서 그 모습이 보였느냐고 물으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안 보인다는 대답과는 좀 다른 의미인데, 어쨌든 잘 모르겠습니다. 2011년에도 시원한 홈런포와 끝내기 러시로 비교적 많은 승리를 맛봤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팀은 크게 달라진 게 없거든요.
시즌 마지막 경기의 순위표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그 순위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어떤 야구를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좋은 야구를 하면 많이 이길테니까 탈꼴찌를 노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올해보다는 내년에, 내년보다는 후년에 더 잘하는 것이 좀 더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기면서 희망을 보든, 지더라도 희망이 보이든, 남은 경기는 그런 모습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나름 고무적인건 2군야수들이 주전들의 부상자리를 어느정도는 메꿔주고 있다는 점 같습니다. 조정원-이창렬-강경학-이학준 등이 한상훈,송광민이 빠진 자리를 그런대로 잘 메꿔줬고 장운호-송주호 같은 외야들도 빠따 야무지게 돌리면서 간간히 호수비도 해주고 있고요. 물론 에버러지는 떨어지겠지만 서산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느낌은 예전엔 없던 기분이네요.
다만 투수들의 성장은 많이 더딘 것 같네요..
고무적인 것은 한화야구가 마냥 물컹거리지 않고 끈기와 집념이 가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비에서건 타석에서건 물고 늘어지는(몇몇 선수 제외하고) 끈끈함이 보여서 희망적이라 생각합니다.
예상했던 성적표였기때문에 성적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는 않습니다. 남은경기 다양한 선수기용과 무리한 선수들에대한 체력안배등.. 내년 혹은 그 이후에 대한 플랜이 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추가적으로 하고싶은 말은 항상 시즌 마지막 성적이 결정되었을때만 힘을내는 야구가 이제는 탈피해야할거같습니다. 패배의식을 탈피하고 정신력을 강화시킬수 있는 토대가 남은시즌 마련되길 바랍니다. 이제는 승리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야수들은 올해 백업 멤버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는 느낌인데 포수와 투수는 아직 많이 부족한것 같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골프에도 이런말이 있죠 핸디는 영원하다 몇홀은 잘칠수 있지만 다 치고 나면 핸디가 나오죠 한화야구는 그 핸디를 극복할수 없나봐요 실망뿐이네요 내년 희망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