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이 깊어간다.
그런데 내 의식은 낮인 듯 깨어있다.
요 며칠 동안 하루종일 자다가 깨면 또 자고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누워서 보냈다.
어젯밤엔 바람이 많이 불었나 보다.
나는 바람소리도 듣지 못했다.
주기적으로 나오는 내 기침소리가
더 컸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유리문 밖 앞뜰을 내다보니
가로수에서 세찬 바람에 떨어져서 날아온
작고 푸른 잎들이 제법 많이 쌓여있다.
일 년에 한 번쯤 억센 바람이 불어오는 날
뜰에 날아들어 쌓인 나뭇잎이 일거리를 만드는데
어젯밤에도 그런 바람이 불었나 보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몸이 아프다.
온몸이 아프고 기침이 나고 목안이 부었다.
한 이틀은 열도 약간 있어 코로나에 걸렸나 싶어
검사를 해보니 음성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지난주에 곧 돌이 되는 손자를 돌봐줘야 했다.
그 아이가 감기가 걸려 열이 나고
콧물과 기침이 심해서 유아원에 갈 수가 없었다.
딸과 사위는 직장 생활을 하니 그럴 때
꼭 필요한 게 할머니인 나다.
계약서 없는 아기 돌보미 보험이다.
손자는 제 몸이 괴로우니 먹지도 않고 잠도 안 자고
안아달라고만 한다.
거기에다 한 군데만 있지 말고 안고 돌아다니라 한다.
사위가 타주로 출장 가는 이틀은 딸네집서 잤다.
딸을 조금이라도 자게 하려다 보니
잠을 제대로 못 잔 데다 젊은애들 집이라
집안 온도를 낮게 맞춰 놓았는지 추웠다.
손자가 기침도 심하고 콧물도 많이 나고
코가 막혀 우유도 먹지를 못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 맘인 것처럼 된 것은 아니지만
손자는 앓을 만큼 앓았는지 낫고
내가 대신 병이 났다.
몸이 아플 때 나타나는 첫 번째 증상은
즐겨마시던 커피도 싫어져서 못 마신다.
그야말로 초라한 반찬에도 맛있던 밥이
먹고 싶은 맘이 싹 가셨다.
좋아 하지만 참고 조금만 먹는 새우깡도 , 에이스...
과자들도 먹고 싶지가 않다.
그나마 과일은 조금씩 먹을 수가 있었다.
제 애들 돌보다 병이 난 것으로 생각하는
딸이 자주 전화를 해 온다.
따끈한 죽 한 그릇 만들어 올 생각은 못하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사다 준다기에
괜찮다고 하였다.
손자들 얼굴 보여주며
"할머니 빨리 나으세요 " 말하라고 하니
큰 손자는 어설픈 한국말로 제 엄마를 따라 하고
애기 손자는 뭐라 연신 떠들며 웃기만 한다.
이렇게 아파본 게 오랜만이다
올해 음력설은 일요일이어서
아이들에게 떡국도 끓여주고
세배도 받으려 했었다.
세뱃돈도 주며 폼나는 말도 해주는 어른노릇을
해 보리라 맘먹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딸 집에 가는 것도 싫고
내 집에 오는 것도 귀찮아 만나지도 않았다.
혹시 나한테 아이들이 다시 감기가
전염될지 그것도 염려스러웠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고
먹고 싶은 것 먹을 수 있던
내 소박한 삶은 건강이 초석이었던 것을
오랜만에 아파보니 절실히 깨닫는다.
이렇게 몇 날 며칠을 맘껏 아파서 앓아 누워 있어도
내가 없어서는 일이 안될 곳이 없는것 같다.
내 쓰임새의 중요함이 적어짐을 실감하게
되니 그것이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다.
예전에는 아프면 안 되는 이유가 충분히
있었지만 지금은 나만 힘든 것 그것뿐이다.
그래도 나는 나를 위해 건강해야겠다.
요즘 다시 시작했다는 미스터 트롯을 보다가
그 옆에 놓인 화분들의 화초가 눈에 들어왔다.
꼭 주인 닮은 모습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시들은 화초들에게 물을
줘야겠다.
앞뜰에 지저분하게 쌓인 나뭇잎 청소도 하고
햇살이 가장 따스하게 내리쬐는 시간에
산책도 나가 보리라.
겨울밤이 아무리 길다 해도
새로운 해는 떠 오를 것이고
어둠은 내일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떠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나도 겨울밤 길을 걸으러 가야겠다.
잠을 부르는 음악을 들으며 그 길로 들어선다.
날이 밝기 전까지 평안히 그 길로 걷고 싶다.
첫댓글 매서운 한파로 인해 살이 에이는 추위가 덮친 시간 큰 대나무 빗자루로 눈길을 쓸고
들어와 수필방을 들여다보려고 온 순간
앗! 아네스 언니다
언제나 소식을 전하실까 기다렸답니다
언니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언니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먼저라는것" 꼭 기억하시면서 생활에 임하셨으면 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글라라-
반가워요 뺄기님
우리가 아주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서
다시 만나다니 ..ㅎㅎㅎ
뺄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했었지요 .
개성있고 심오한 우리 글라라.
소띠방도 기웃거리며 그리워 했답니다 .
엄청 춥다던데
그곳은 어떤지요?
겨울 잘 이겨 나갑시다.
우리 꽃피는 봄을 기다리고 있는거죠?
앓으셨군요
아프면 섧어요 눈물도 나지요~
개스비 애끼지 말고 히터 왕창틀고 땀내세요
그런데
엄마가 아픈데 죽도 안끓여 주는 딸내미 손주는 만다꼬 봐줍니까
제집도 전부 환자입니다
코로나, 독감예방주사가 요즈음에는 소용 없다고 하네요
저도 감기 걸려 목이 아파 죽을뻔 했는데
죽은 커녕
오늘 식은밥 데워서 먹었어요 반찬은 바짝 마른 고기 두점 뿐이데요
아프면 나만 섧어요 생강듬뿍 넗고 푹푹 끓여서 빨리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에혀 ~다들 나이들 먹어가는데 와이라는지 ~~ 내몸 내가 챙겨야지 모두 소용 없어유~
제 마음을 잘 알아주시니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
전 제가 무쇠인줄 알았더니 늙었나봐요.
그깟일로 몸살이 난것을 보면요 .
밥중에 그래도 제일 맛난밥은 남이 채려주는
밥이랍니다 .
단풍님은 앉으셔서 밥상 받으셨죠?
가끔 투덜거리는것이 단풍님의 매력이니
보기 좋아요 .ㅎㅎㅎ
올 한해 무탈하시고 행복 하세요.
손자 돌봄이 하시다 감기 몸살 걸리셨네요.
건강해야 모든 일이 즐거운데 불편하시겠습니다.
빨리 쾌차 하시어 긴 겨울 밤이 따듯한 겨울 밤으로
바뀌기 바라며 건안 하시기를
아기이다 보니 툭 하면 병을 옮아 옵니다.
아직 면역력이 없어서 그렇다네요.
끄적 끄적 속상한 마음을 적다보니
위로를 받고 갑니다 .
역시 한국의 겨울이 몹시 추운것을
실감하실것 같습니다 .
아무쪼록 늘 평화로운 마음이시길 바랍니다 .
손자돌보기 안해줄 수도 없고..
그 피하고 싶은 일을 맡게된 친구가 작년 설에갔던 두물머리에 또 가자했는데
강추위가 훼방을 하네요 ㅜㅜ
아녜스님
건강조심 하세요
가까이 살면서 도움을 주고 받고 하는데
요즘 자주 아파 제가 돌봐주는 일이 많습니다 .
그러다 보니 저한테 무리가 되는것 같아요.
친구분도 그러셔서 잠시 나들이 가시려 했었군요.
두물머리 물도 꽁꽁 얼었겠습니다 .
날 풀리면 가시는 계획을 세워 보시면 좋겠네요.
들꽃마루님도 건강하게 지내세요 .
감기 이건 독감이건 코로나건 걸리지 말아야 합니다
마스크? 귀찮아도 써야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 챙겨야 됩니다
빨리 쾌차하세요
충성 우하하하하하
그렇지요.
한번 앓고 나면 폭싹 늙어 버려요 .
마스크도 잘 쓰고 예방 접종도 잘 하는데
손자때문이예요 저는 ㅎㅎㅎ
며칠 더 지나야 완쾌가 돌것 같습니다 .
고맙습니다 태평성대님
글 잘읽고 갑니다.
억지로라도 식사챙기고 어서 기운차리셔요.
오늘은 좀 나은것 같습니다 .
그냥 자고만 싶었는데 잠시
외출도 하고 왔습니다 .
고맙습니다 도마소리님
오랫만에 오신 아녜스님 반갑습니다.!
편찮으셨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는지요
올 한해 무탈하시기를 빕니다.
가끔씩 올리시는 글
기쁜 마음으로 읽습니다.^^
아직도 기침이 나오긴 하는데
많이 좋아졌답니다 .
괜히 아픈소리해서 위로를 잔뜩 받고 가네요.
수필방에 오셔서 글을 읽으시는군요.
좀더 다듬어진 글을 올리도록
노력 해 보겠습니다.
체루송님이 읽고 계신다 하시니요.
늘 평안한 마음이시길 바랍니다 .
@아녜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잘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난주에 스톰이 동부쪽을 휩쓸고 지나가며 기온도 많이 떨어졌다던데 아프셨군요.
얼른 기력 회복하셔서 햇살 따뜻할 때 산책도 하고 그러세요~
이곳은 날씨가 매우 좋답니다 .
섭씨 15도 이상 되는 요즘입니다 .
올 겨울은 비도 좀 오고요.
요즘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온으로 난리인데
마음자리님 가시는 길은 늘 탄탄대로 였으면
좋겠습니다 .
왠일인지 지금도 바람이 많이 부네요.
아프지 말자고 늘 다짐을 하는데
설 준비 한다고 평소보다 힘들었는지
코감기가 괴롭히네요.
어쩌면,글에서 느껴지는 아녜스님 지금 실정이
나와 비슷 해서 더 안스럽고 안타까워요.
입맛도 없고 먹고싶은 의욕도 없고
군것질도 땡기지 않아서 망설이지만
힘을 내야지
힘을 내야지
오오 오오 힘을 내야지
내 좋아하는 가수님 노래 가사를 되뇌어 봅니다.
힘냅시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며느님이 생기셔서 더 다복한 자리가 되었을것
같습니다 .
입맛 없는게 이런것이구나~를
이번에 잘 알았답니다 .
가끔 아파봐야 건강 할때 감사하는것도
깨닫는것 같습니다 .
어리석은 저는요.
올 한해도 조윤정님 가정에 평화가 함께
하시길 ....
요즘에 그런증세들이
많다고 하네요...
따뜻한 차, 국물
많이 드세요...
쾌차 하시길 빕니다.❤❤
자칫 코로나로 의심받을것 같은 증세네요.
저는 지금 목소리도 완전히 바뀌었답니다 .
아저씨 쉰 목소리로요.
따스한 차 많이 마시고 있어요.
수샨님은 아프지 마시고
즐거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
진부한 말이지만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단 말은 진리지요.
햇빛속에 걸으면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기운을 얻게 되는 것
같았어요.(경험상)
아파봐야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것 같습니다 .
저도 햇빛 밝은 날 걷는것을 좋아해요.
이곳은 요즘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라서
걷고 나면 기분이 좋지더군요 .
추운 날씨에 날 지내시길 바랍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필방에 오셨군요.
몸 아픈 것이 힘들어도
힘든다는 말을 딸에게는 못하지요.
그런 엄마의 맘을 전부는 몰라 주어도
그래도 딸이 있어서,
즐겁고 고마운 일이 또 생깁니다.
이제 나아가는 듯 하지만
막바지에 더 조심하셔요.^^
설이 그냥 지나 가버렸네요.
한편, 아쉽기도 하겠습니다.
새해부터 아프다고 징징대서 죄송해요 .
그렇지만 올 한해도 수필방을 사랑하겠습니다 .
딸도 다는 모르겠지만 엄마 힘든것을 잘
알긴 알아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인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사실 음력설은 거의 의미를
두지 않지요 .
1월 1일에 가족끼리 모입니다 .
그래도 저는 아직 고국에서 보냈던
명절을 잊지 않고 그리워 하고 있답니다 .
올 한해도 콩꽃님께 좋은 일만 있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울아녜스님 아프시군요.
아프면 많이 외롭지요.
더구나 자식들은 어미의 아픔까지 헤아리기 에는 아직 무리인 듯 저도 자주자주 느끼게 되는 못내 아쉽기 만한 부분입니다.
울아녜스님
얼른 기운 차리시기 바랍니다.
우리 몸은 마음을 따라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좋아진다. 좋아질거다. 다 지나간다"
편하게 생각하다 보면 곧 나으실 겁니다.
힘 내시고 먹기 싫으셔도 부드러운 음식을 자꾸 드셔야 기운을 차릴 수 있습니다. ^^♡
제 마음을 잘 헤아려 주시니 감사 합니다 .
오늘은 조금 움직여 보았습니다 .
아직도 기침이 많이 나고 목도 아프고
완전하게 낫지는 않는군요.
따스한 차 ~~ 많이 마시고 있답니다 .
많이 춥다던데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세요.
감기는 피로를 풀고 나면 곧 나을겁니다. 영양식도 드시고 어서 일어나세요
감사 합니다 .
가벼운 감기이니 곧 나을듯 합니다 .
늘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곳 서울은 연이은 최강 한파로
거의 얼어있습니다.
나이 들면서 아프면 그 정도가
예전의 몇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고
빠른 쾌유를 빕니다
할머니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만수무강
가내평안 만사형통하세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이 매우 춥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돌비님께서도 추위 무난히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
저는 몸이 많이 좋아져서 오늘은
오랜만에 운동도 다녀 왔습니다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아프셨군요.
저도 이상하게 새해들어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요.
일년 내내 감기 한 번 앓은 적이 없이
강골였는데요.
나이는 못 속이는지 이렇게 감기로
맥을 못추다니ㅠㅠ
우리 힘내기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