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등 軍시절의 고비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나눈 추억을 상세하게 밝혔다.박 전 대통령은 1956년 노 소위가 모신 첫 사단장이었다. 박정희 사단장을 처음 만난 데 대해 그는 "체구가 작은 편이면서도 침착하고 속이 꽉 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5·16혁명 이듬해인 1962년 초 박 전 대통령은 방첩부대에 근무하던 노 전 대통령을 불러 보릿고개가 언론 보도만큼 심각한지를 확인하고 싶다며 "자네(가) 암행어사 역할을 한번 해 주게"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유신 말기인 1978년 경호실 작전차장보로 임명돼 청와대에 입성했다. 산림 가꾸기에 큰 역점을 뒀던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잘 자라지 않던 나무들이 최근 급속히 성장하는 이유를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최각규 상공부 장관에게 물었으나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이 "산성이던 한국 토양이 알칼리성으로 바뀌어 나무들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맞았어! 노 장군 말이 맞았어! 이제야 궁금증을 풀었구먼"이라며 "노 장군, 산림청장도 겸하면 어때?"라고도 했다.
- ▲ 1974년 자신의 부대를 찾아온 전두환 1공수특전여단장과 악수하는 노태우 당시 9공수특전여단장. /조선뉴스프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