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면도를 도와 달라는 이민철 씨 전화를 받고 댁에 들렀다.
“들어오이소.”
직원이 누른 초인종 소리에 화장실 창문을 열어 들어오라 손짓한다.
화장실 쪽으로 가니 물을 묻혀 면도 준비를 하는 이민철 씨가 있다.
“아침에 내가 청소기 돌리긴 했는데 한번 닦아 주실랍니까?”
이민철 씨 부탁대로 방에서부터 거실, 주방까지 천천히 여러 번 바닥을 닦는다.
이민철 씨는 걸레질하는 직원을 곁을 떠나지 않는다.
부탁한 입장이라 그런 것도 있을 테고 집주인이라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이민철 씨 친구분들은 언제 초대하면 좋을까요?”
“친구 누구요?”
요즘 날이 참 따뜻하다.
청소를 열심히 한 덕에 이민철 씨 댁도 깨끗하고. 누군가를 초대한다면 지금이 딱 좋을 것 같아
이민철 씨께 지난 어머니 기일에 나눈 진해 이웃들과의 이야기를 꺼냈다.
“진해 친구들이요. 저번에 놀러 오기로 했잖아요. 이민철 씨가 집 구경시켜 주고 밥도 대접하시기로 했잖아요.”
“아, 하늘정원 원장님이랑 걔들 말입니까.”
“네, 이제 날씨도 풀리고 있고 언제가 괜찮은지 의논하면 어떨까요?”
“그래. 내가 전화를 해 보지.”
“이민철 씨는 언제가 괜찮으세요? 저희도 언제가 괜찮은지 이야기하고.”
이민철 씨가 곧바로 하늘정원 이정일 원장님께 전화를 건다.
“원장님, 안녕하십니다. 민철입니다. 민철이. 잘 지내고 계십니까.”
“그래가지고 언제 놀러 올랍니까.”
“어디긴요. 거창이요. 민철이 집에 놀러 오기로 했다 아입니까.”
“근데 상재 아저씨가 요즘 아파서.”
“계실 때 와야 하나, 안 계실 때 와야 하나.”
“바쁘다고?”
“아, 그래요. 그럼 한 번 보시고 말을 해주이소.”
통화 중간중간 지금은 바빠 갈 수 없다는 이정일 원장님의 말이 들렸다.
언제가 좋을지 묻던 이민철 씨도 함께 사는 박상재 아저씨 사정을 생각해 당장은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듣고 있던 직원은 그런 사정도 살폈어야 함을 그제야 알게 된다.
함께 사는 이민철 씨이니, 초대하는 집주인인 이민철 씨이니 그런 것도 고려하시는구나 생각하던 중에
이민철 씨가 전화를 끊는다. 아마 서로의 사정이 모두 괜찮은 날을 다시 살펴 연락하기로 한 것 같다.
전화를 끊은 이민철 씨는 직원이 얼핏 들은 내용을 다시 잘 설명해준다.
아쉽지만, 지금 당장은 서로의 상황이 맞지 않으니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조만간 다시 적절한 때를 살펴 연락해야겠다.
2024년 3월 13일 수요일, 박효진
적절한 때를 살펴 박효진 선생님이 운을 띄어 주시네요. 그 후로는 우리가 알 듯 이민철 씨가 알아서 하시고요. 좋은 때를 기다립니다. 정진호
좋은 날, 기다립니다. 신아름
하늘정원 이정일 원장님과 마산 고향 친구들 초대, 때를 기다립니다. 월평
이민철, 가족 24-1, 새해이니까
이민철, 가족 24-2, 압구정에서
이민철, 가족 24-3, 잘 보내시라고
이민철, 가족 24-4, 가야 하지 않겠나
첫댓글 민철 씨의 말이 공손하고 예쁘네요. 아마 박효진 선생님이 민철 씨에게 정중하게 대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직접 초대하시는 것도 그렇고, 초대할 때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박효진 선생님의 기록에는 이민철 씨께서 당신의 삶을 잘 살고 계시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 많은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