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처갓집 식구들과 부곡동 조그만 카페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어
집사람과 같이 나갔다. 차를 몰고 갈까 하다가 만보도 채울 겸 지하철을 타고 가서 걷기로 하였다.
지하철 1호선 부산대학역에서 하차 하여 산쪽으로 한참 올라가야 했다. 약속장소로 정한 곳은 작은 처수가
함께 잘 어울리는 친구가 아늑한 분위기가 좋더라고 소개해서 정해진 장소였던 것이다.
음식은 깔끔하게 나왔으나 여자들이 좋아할 메뉴 같았다.
아무래도 술꾼들한테는 어울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어쩌랴? 적진에서는 몸조심을 하는 것이 상책이다.
음식이 나왔는데도 술 한잔이 없었다. 참다 못해 주인장을 불러 맥주도 파느냐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호스트인 처수가 맥주를 주문하는 아닌가. 주인장이 "어떤 맥주를 드릴까요?"하고 물었다. "테라가 있으면 테라를 주세요" 했다. 청해서 절 받기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맥주가 한 잔 들어가니 입 맛이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집사람이 갑자기 동래역에서 하차하자는 것이었다. 저녁시간이 늦었는데 집으로 바로 가자고 하였더니
메가마트에서 뭔가 살 게 있다는 것이었다. 할 수없이 따라 내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뒤에서 따라갔다.
무얼 살려나 하고 궁금해 했는데 나이키와 프로스펙스 신발 매장 앞에 가더니 나더러 마음에 드는 신발을 하나 고르라는 것이었다. 지금 신고 있는 신발도 괜찮다고 했더니 자기가 사 줄테니 걱정 말고 고르라고 했다. 신고 있는 신발은 온천장역에서 만오천원 주고 산 운동화인데 밑창이 떨어져서 본드로 붙였더니 풀칠한 데가 색깔이 달라 보기에 좋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어제 오후에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역까지 가서 인근에 있는 다이소 매장에 들러 신발접착용 본드를 2천원 주고 하나 사왔다.
그러고는 집사람 운동화 밑창이 떨어진 곳을 본드로 붙였다. 자기도 만 오천원 주고 샀는데 같이 근무하는 젊은 여성들이 70만원짜리 명품으로 안다는 것이었다. 자기는 그런 명품이 있는 줄도 모르는데 저거들끼리 수샘 신고 다니는 것이 70만원짜리라고 한다는 것이다. 명품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명품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것이다. 명품을 사 줄 형편은 못되지만 (설사 사 준대도 신을 사람은 아니지만) 수리는 해 줘야 할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