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나오자 마자 인천 공항 가는 손님을 태운탓에 오후 2 시경
되어야 걷어들일수 있는 수입을 앞당길수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뒤 돌아볼 필요도 없이 서울로 향해 치달아 나왔다.
항상 국제 공항 마당에 늘어선 빈차의 행렬을 번연히 알면서도 굳이 콜링을
하는 승객의 심사를 의아해 하면서 혹시라도 부족한 현금 때문에 카드차량이라도
부르는 승객이 있지 않을까하는 가정도 해보았지만 오후 8 시가 되도록 그러한
콜 멘트는 없었다.
어쩌다 한 달에 두어번 있는 행운이 오리라는 지레 짐작은 그야말로 행운에
가까운 처사였다.
김포공항까지 빈차로 내달려 나와 기 천원짜리 몇을 실어나르다 보니
강남 압구정까지 꾸역꾸역 찾아 들었다.
요즈음 들어 강남은 강북보다도 못해 보이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압구정 갤러리아 맞은편에서 줄 대기를 하면서 어느덧 30 여분이 지나 1 시간 가까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스물 남짓한 계집 아이 셋이 제철에 맞지않게 아이스크림을 핥아대면서 내차에 오르는 순간
가슴이 섬짓 내려앉아야 했다.
내려 앉은 가슴은 어줍잖은 점장이 못지 않게 곧잘 들어맞는 결과를 내놓곤 했다.
그나마도 세상 놀이에 철 들은 중년치들은 초단거리일 경우 늘어선 빈차를 택함보다는
승객 스스로가 지나가는 빈차를 애써 기다려가며 골라 타곤 하는 아량을 익히 보아온
터라 철 없는 아이들에게 이것 저것 가릴 아량을 기대하기엔 나만의 욕심일까?
아저씨 학동 사거리에서 좌회전 첫번째 횡단 보도에서 내려주세요.
제 철에 맞지않는 아이스 크림도 아이스 크림이었지만 타인을 앞에 앉혀놓고
음식을 핥아 먹던 빨아 먹던 아작아작 씹어대던 그것은 커다란 결례임에
틀림 없었다.
가정 교육의 문제이던가 또는 살아온 이제껏의 환경에 누구하나 지적해줄만한 위인이
이 계집아이들에게는 불운하게도 주어지지 않은탓으로 보였다.
굳이 굳이 스물을 넘어선 처녀들에게 내가 나서야할 이유로는 주제를 넘어선것이었다.
어느 녀석이 년에게 홀려 신접살림을 낼지는 알수없으나 어쨋던 그 행위는 푼수거리였다.
걸어가도 5 분 정도 인데 ?
의아해 하며 반문을 하는 나에게 철없는 아이들은 아저씨 바빠서 그래요....
바쁘다는데야 나로서는 합당한 요금을 받고 실어다 주면 끝이었다.
택시를 하면서 이상한 징크스가 나에게는 있어왔는데 곧잘 벌어들이다가도
기본거리 하나가 타고 내리면서 그 흐름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왕왕 있어왔다.
혹시 ? 이제껏 잘 굴러가던 흐름이 흐트러지면서 기본 단거리 행진이 시작되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조바심이 서면서 몇명째를 기본에서 허덕여야 했다.
기다렸다 태워도 기본이거나 기본 에서 조금 넘치거나 기본 단거리의 행진은 이미 시작
되어져 가고 있었다.
학동 사거리에서 학동 사거리 가자는 중년 여인도 있었다.
여기가 학동 사거리인데요 ... 어디를 가시자 함인지 ?
그래요? 제가 지리를 몰라서 ...
여인은 자신의 무지에 머쓱해 하면서 타자 마자 내려야 했다.
재수가 붙어버릴려니 손님 몇 몇이 택시를 타겠다는 신호를 보내는데도
차를 대면 내 뒤를 따라온 택시를 타곤 했다.
의아스러운 일이었다. 이제껏 이러한 일은 없었는데 ?
의문은 곧 풀렸다.
학동 사거리에서 학동 사거리를 가자는 무지한 중년 여인이 승차했을즈음 작동 시켜놓은
미터기의 빈차 버튼을 눌러놓지 않고 계속 운행을 한탓이었다.
빈차의 요금은 어느덧 만 몇천이 되어있었다.
재수 붙은 날은 방법이 없었다.
압구정 돌기를 한시간여 - 갤러리아 앞 뒷꽁지에 줄을 대기로 했다.
날이 제법 쌀쌀함에도 강남은 처절하리만치 빈차의 행렬이 여간해 줄어들지를 않고 있었다.
뒷꽁지의 내 차례가 되기까지 40 여분이 맥없이 흘러나갔다.
불운하게도 이번에도 철없는 계집아이 셋이 승차를 했다.
아저씨 압구정 역이요 .
승차거부일 경우 관련 법규에 명시된 과태료는 20 만원
승객의 신고시에는 가중처벌되어 30 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아야 한다.
미터를 누르고 출발할 밖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가씨 나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철부지 여아들에게 나름대로의 생활의 지혜를 전수하고자 했다.
이렇게 초 단거리는 지나가는 빈차를 택해 탈수 있다면 기다린 시간의 손실이 택시 운전자에게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우리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게냐고 은근히 주문을 해 보았다.
그러나 철부지는 철부지였다.
우리가 한시간을 기다렸는지 두시간을 기다렸는지 어떻게 알고 타요?
계집아이는 도도했으며 당당했다. 얘 ? 잔돈 있어 ? 뒤에서 동전 세는 소리가 들렸다.
잔돈이라는 말에 오장이 뒤틀리고 심사가 꼬여 들어왔다.
호산 병원 사거리 지난 첫번째 신호등에서 하차한 철부지들에게 나는 요금을 받지 않았다.
누군가는 가르쳐야 했고 나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것 이외에는 가르킬 별 다른 재주가 없었다.
아저씨 ...... 정말 안 받으실거에요 ?
신호 몇개 지나왔는데 어떻게 요금을 받어 ? 나는 점잖게 응수했다.
아저씨 ...... 정말 안 받으시는거지요 ?
그럼 ? 뱉은 말을 줏어 담어 ?
나왔던 동전이 다시 계집아이들 호주머니속으로 되돌아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바늘로 찔러대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그러한 년이었다.
어느 년이 이런걸 새끼라고 세상에 내질러 놓고 미역국을 끓여 처 먹었는지 ? 아저씨 미처
거기까지는 몰랐어요 .미안해요 하면 그것으로 끝일수 있는 평범한 일상사가 꼬여 들어갔다.
아저씨 우리 지금 밥 먹으러 가거든요. 기분 좋게 밥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 년의 알량스러운 내장은 기분좋게 밥알 삼킬 걱정을 하면서 택시운전수의 읍소에 가까운 제안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기분 좋게 식사하라고 요금을 안 받는거요.
년들과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신사역에서 줄을 대며 강북 넘어갈 궁리를 하고 있던차에
후암 시장 가자는 승객이 탔다.
반포대교를 넘을까요? 아니면 하이얏트로 넘어갈까요? 항시 나는 승객이 목적지를 말하면 요금
시비를 피하기 위해 몇가지 노선을 제안하는 버릇을 갖고 있었다.
승객은 하이얏트 남산 순환로를 택했다. 1900 원의 행렬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되었다.
내내 머릿속은 복잡했다.이런 년들에게 적선을 했음이 이내 후회스러워졌다.
1900 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바늘로 찔러대도 피 한방울 나지 않을 년 들에게 무모하게 선을
쌓아 올렸음이 안타까웠다.
말 그대로 적선의 시행착오를 범한 꼬락서니가 되어버렸다.
오만과 편견의 댓가였다.
후암동 시장 뒷길로 나오다 풍납동 아산병원 가자는 여인을 태웠다.
외국 생활을 이십년 넘게 한 여성임에도 한국말을 곧잘 해서 이말 저말 나누던 끝에
한 고향 여인이 승차를 한것이었다.
요금은 만 천 삼백원 - 여인은 만원 짜리 한장과 오천원짜리 한장을 요금으로 내놓았다.
삼천 칠백원의 거스름을 내주기위해 천원짜리를 세고 있는데 여인은 됐다면서 하차했다.
삼천 칠백원의 공 수입이 생긴셈이었다.
철부지 계집아이들에게 무모하고 어리석게 오만에 끄달려 적선해 버린 천 구백원을 공제하고도
천 팔백원의 공수입이 생긴것이었다.
한 시간씩 줄대기를 하다 기본 타면 머리털 선다는 상식같지 않은 상식 - 택시 노동자라면 한두어번씩은
겪어야할 주변놀음이었다.
하나 둘을 모르는 철 없는 계집아이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지 못할 바에는 오만으로 응수하는것이
아니었다.
순간에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으려는 성급함과 조급함이 옳바르고 마땅한 생의 한 단면인것인지?
아니면 년이 인생 막장까지 내몰려 택시노동자로 한시간 줄 대기끝에 머리털 서는 싯점까지
느긋하고 근기있게 두리뭉실 세상이치에 따라 주는것이 합당한 것인지 ?
아저씨 ....... 미안해요 . 거기까지는 미처 몰랐어요. 다음에는 단거리 갈때는 지나가는 차를 탈께요...
10 명의 철부지중 적어도 너 댓은 수긍을 해 주었다.
그 철부지들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들의 은공이자 은혜였으며 곱고 착하게 자라난 아이들의 순진한
결론이었다..
집에 돌아와 우체통을 뒤져보니 ** 콜에서 보내온 한통의 편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누적된 적자로 운영이 어려워 2007 년 1 월부터 부득이하게 콜비를 인상하겠사오니 회원님들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어느 콜에 못지 않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실수 있도록 새로운 가입자도
무차별적이 아닌 선별적으로 이루어질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첫댓글 웃으면 안 되는 모습이겠지만....왜 자꾸 글을 읽어가며 웃게 되는지...^^ 택시를 타야할 시간이 거의 없는 생활권에 살고 있지만 오늘 많은걸 배우고 존경스러운 모습으로 가슴에 담아갑니다. 교훈적인 내용///하루의 일과가 고스란히 보여 지는 글/// 모든 것이 멋스럽게 이어진 문장///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