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풀이 때 총무 멍게형이 후기를 누가 쓸까 물어봐서 싫다고 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반성을 하고 잽싸게 작성해 올립니다. ^^
09:00 오랜만에 칼같이 출발
이번 산행은 집합시간이 9시여서 그런지 새벽에 만나던 다른 때보다 꽤 여유가 있다.
출근하는 날 기상시각에 맞춰 일어나 준비하고, 딸내미와 함께 집을 나서 해군본부 사거리에서 스쿨버스를 태워 학교로 보내고 대방역까지 걸어가서 전철로 강변역으로 향했다.
강변역에 45분쯤 도착해서 조금 일찍 왔나 했더니 벌써 회장님을 비롯해 사니형, 멍게형, 뜬구름형, 가상이 선배, 동기인 지리산도 도착해 있다. 그냥형님과 왕눈이형은 회원들을 위해 자판기 커피도 뽑아오셨다. 잠시 사이를 두고 오솔길 선배, 어중이 형님, 마포나루형, 컴불형님이 오시고 알대장님이 정기산행 공지 때 말했던 김봉규 선배님을 모시고 와 회원들에게 소개하셨다. 그래서 전체 모인 인원이 15명이나 되었고, 차량 3대에 만땅으로 분승하여 정암산으로 출발하였다. (회장님 왈 “오랜만에 정시 출발하네”)
광주 가는 길
올림픽로와 미사리를 거쳐 팔당호를 왼쪽에 끼고 가는 길이 참 좋다. 맑은 날씨에 나무마다 돋은 파릇한 새싹이 호수와 어울려 괜찮은 그림이다. 운전하던 뜬구름형이 ‘서울을 잠시만 벗어나면 이렇게 좋은 곳이 많은데...’ 하고 멘트를 날린다. 약 1시간을 달려 붕어찜집이 많은 귀여리에 도착해서 물, 소주 등 일용품을 구입하고 마을회관에 주차하고 준비물을 배낭에 나눠 담아 산행 준비를 했다.
10:15 정암산 오르내리기
봉규 선배님의 인솔로 별로 길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마을 뒷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누군가 ‘역시 아는 사람과 같이 다니니 좋구만’이라고 말한다. 초장에 약간 경사가 있는 길을 오르면서 봉규 선배님은 고사리, 원추리나물 등을 알려 주셨고, 라면에 넣어 먹으면 별미라고 하면서 뜯으셨다. 이 나물 채취는 그냥형님, 사니형님, 가상 선배 등이 올라가면서 지속적으로 해서 꽤 많은 양이 모였다.
오랜만의 산행이어서 그런지 오르는 중에 숨도 조금 차고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흘렀지만 기분이 개운하다. 산행 중 잠시 쉬면서 그냥형님이 가져 오신 떡을 1~2개씩 먹고 계속 올라가서 약 1시간 10분만에 정암산 정상(403m)에 도착했다. 배와 사과를 먹고 10여분의 휴식 후에 대문사진을 찍고 점심식사를 할 해협산 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정암산에서 내려가는 길이 쭉 이어진다. 내심 사정없이 오르내리던 재작년 원적산의 기억이 떠올라 불안해졌지만 그때만큼은 아닌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일단 내려가서 올라가는 길이 다소 힘들었을 회원들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해협산 아래쪽의 삼거리로 도착해서 점심식사 준비를 했다.
산중에서의 요리 배틀
산에서의 취사가 금지되기 전에는 솥단지 메고 멍멍이도 끌고 계곡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주로 간편한 도시락 종류가 대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알대장님이 산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고 했었고, 출발 전 짐이 많아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는데 막상 펼쳐놓고 준비하는 메뉴가 화려하고 양쪽에서 요리 경연이 벌어졌다.
1번 봉규 선배님(메뉴 : 전복버터구이, 족발, 파김치, 산나물 데침, 라면 볶음)
전복은 주로 회나 죽으로 먹었고, 주머니 생각해서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닌데 산에서 때
아닌 호사를 했다. 봉규 선배님이 후라이팬에다 버터와 함께 구워내는 전복을 모이 받아먹는 새들처럼 1인당 2개씩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냥형님이 마주 앉아 손을 베면서까지 전복을 까느라 고생하셨고(전복 하나는 생으로 베어 드셨다^^), 파김치와 함께 소주가 절로 넘어갔다. 또 오는 도중에 뜯은 산나물을 팬에 데쳐 김치 국물과 함께 먹는 맛도 일품이었고, 마지막에 라면볶음까지 깔끔하게 완성...
2번 왕눈이형(메뉴 : 왕눈이표 김치찌개, 총각김치, 밥)
왕눈이형이 만든 음식을 우리 산악회회원들은 한두번씩 먹어 봤겠지만 이번만은 남다른 각오로 임한 듯하다. 새벽2시에 일어나 밥을 짓고 비계 붙은 돼지고기에 파, 양념, 두부, 라면까지 준비하여 제대로 형식 갖춘 김치찌개를 산에서도 맛보게 해주었다. 다만 처음보는 전복구이에 회원들의 관심이 많은듯하여 왕눈이형이 조바심이 났나 보다. “알대장 김치찌개 좀 먹어봐요!”, “준호야 김치찌개 많이 먹어라!” ㅎ ㅎ ㅎ
3번 알대장님(메뉴 : 더덕구이, 고구마 줄기 나물 등 3가지 반찬과 밥)
3~4개의 찬통에 형수님이 담아 주신 듯한 반찬이 깔끔하게 담겨 있고, 밥도 준비하셨다.
다만 밥은 회원 전체가 먹고도 남을 정도였는데 왕눈이형과 서로 자기 밥을 처치하려다
왕눈이형이 눈을 한번 부라리는 통에 눈크기에서 알대장님이 밀린 것 같다. ㅋ ㅋ
4번 뜬구름형(메뉴: 족발)
매번 산행의 고정 메뉴인데 이번에는 다른 음식들이 워낙 많았나보다.^^
해협산 정상을 거쳐 하산
다소 장황하게 먹는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기억에 남는다는게 아닌지...
식후에 컴불형님과 사니형님은 잠시 단잠을 주무시고 주변 정리한 후에 해협산 정상 쪽으로 향했다. 다소 걸음이 느려진 마포나루형님과 알대장, 멍게형 등과 뒤쳐져 올라가는데 이번에는 마실 물이 문제다. 식사 준비 때도 식수를 아꼈었는데 정상으로 가면서 물이 모자랄 것 같아 사니형님이 계곡으로 물을 뜨러 가셨다고 한다. 그 지점에서 알대장과 멍게형이 추가로 물을 뜨러 따라 가고 조금 있다가 왕눈이형과 뜬구름형이 차를 가지러 간다며 역으로 내려온다. 두형과 헤어지고 조금 더 올라가면서 사니형과 만났다.
해협산 정상까지는 가파르다고 해서 긴장했었는데 그리 심한 경사는 아니었다. 해협산(531m, 산 이름이 왜 해협일까?) 정상에서 알대장과 멍게형이 합류했고, 다른 회원들은 정상을 거쳐 이미 하산하고 있는 중이었다. 해협산 정상에서는 양수리와 양평 쪽의 한강과 다리들의 조망이 괜찮은 듯했다.
남은 다섯 명이 정상 사진을 찍고 천천히 하산했다. 소나무 쉼터도 지나고 국사봉 가는 4거리에서 도수리 쪽으로 내려 왔다. 한참을 걸어 도수리에 있는 휴게소에 다들 모였고, 시원한 캔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회장님, 컴불형님, 사니형님, 가상선배가 다른 일정 때문에 먼저 출발하게 되었고 나는 처음 출발지인 귀여리 마을 회관으로 가서 뜬구름형과 함께 남은 차를 끌고 와서 서울로 출발했다.
뒷풀이 & 기타
11명이 둔촌역 인근의 찬호네집에 도착하니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점심때 그리 잘 먹었지만 그래도 술자리는 또 다르다. 홍삼(빨간 해삼)과 오징어 숙회, 물회와 마시는 소주, 폭탄주(그냥형님이 휴대용 술통에 넣어 오신 양주로 제조) 맛이 그만이다.
몇 번의 ‘위하여’를 합창하고 소주를 마신 끝에 기분이 나신 봉규 선배님이 서서 마시는 생맥주 1잔을 사시겠다고 하여 근처의 호프집으로 이동하여 정말 서서(나중에 잠깐 앉긴 했지만...) 1잔씩 마시고 헤어졌다.
이번 산행은 돌이 많지 않은 흙산에다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가 개인적으로 좋았고, 오랜만에 많은 인원이 참석해서 더욱 분위기가 산 것 같다. 또 처음 뵌 봉규 선배님의 풀코스 서비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산행을 철저하게 준비하신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첫댓글 애덥아, 참말로 수고혔다. 그리고 뒷풀이 참석 못한 것 미안케 생각하고, 맨날 바쁜 척 하다보니 요번엔 일정이 너무 엉켜서리. 나는 결국 강남역에 7시에 도착해서 상황이 끝나는 순간에 입성. 그 쪽에도 백배 사죄를 하고...에휴, 이젠 5월부턴 좀 다르게 살아볼란다. 암튼 봉규 선배 많은 준비와 경비 지출 감사하고 미안합니다. 빠른 시간 내 신세 갚도록 하지요...
그 날 가상이 차에서 쫓겨나^^(내가 가상이 아줌마보다 조금만 더 힘이 쎘었으면, 절대로 차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건데...^^...), 다시 돌아가선 자리도 없는데 어쩐 일이냐고, 어떤 대원이 어찌나 구박을 하던지...저 울 뻔(실제로 눈물 한 방울 똑 떨어졌던 거 같기도 하고...) 했습니다. 나이 들면서(선배들께는 죄송하지만) 함께 느는 게 또 노여움이라더니....여튼 귀경길, 다리 긴 알 대장님을 비롯, 지리산, 애덥에게 불편을 끼쳐 미안했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봄의 기운을 맘껏 호흡한 산행이었습니다. 마치 화물 터미널을 출발해 옥녀봉 매봉 이수봉 국사봉을 지나 정신문화연구원으로 내려오는 코스처럼 오르락 내리락 아기자기하고 높지는 않으나 적절히 힘도 드는 멋진 코스였습니다. 해협산 정상에서 멀리 바라본 양평 읍내와 한강의 경치도 눈에 선합니다. 특히 전복 버터구이를 손수 조리해 주신 김봉규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김치찌게도 좋았고 족발도 파김치도 그리고 즉석 산채나물도 맛있었습니다. 저는 맨날 빈손으로 갔다가 좋은 기억과 건강해진 몸뚱아리만 갖고 내려 옵니다. 다음 산행이 또 기다려 집니다.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
산행 중간에 마지막 정상을 밟지 못한 것이 지리산에 이어 두번쨉니다. 이번에는 굳이 대원님들 편의를 위해 차를 가지러 돌아간것이 아니라 실은.. 해협산 중간에서 만난 외톨이 등산객 분께서 멧돼지를 보았다길래, 멧돼지 잡으러 다시 내려 갔습니다. 잘 했으면 애프트로 멧돼지 바베큐를 할수 있다는 욕심에... 근데 욕심은 욕심이고, 생각해보니 멧돼지 못 만난것이 다행이지요. 무사히 내려올수 있었으니..
준호야 수고했다. 발빠르게 산행기를 올렸구나. 산에 물구하기가 지리산종주때 처럼 힘든 것이 흠이었지만 산해진미를 맛본 최초의 점심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살려주신 김봉규선배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사진 정리하면서 산행기까지 써야 하나 잠깐 고민했더랬는데....준호, 가뿐하게 해결해 줘서 고맙다. 그리고 김봉규 형님의 사진들은 알 형의 이메일로 보내겠습니다.
댓글쟁이 간만에 인사드립니다. 반가운 얼굴들 사진으로 보니 참 좋네요. 저는 세상구경 오십주년 기념으로 몸고생 좀 하느라 인터넷을 당분간 멀리 하고 있답니다. 벗어놓고 갈 육신이라고 구박을 했더니 쩝~.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인연되면 또 뵈요.^^
산행기 쓰느라 수고했다 준호야 . 험하지는 않지만 쉽게 볼 수 있는 산도 아니었습니다. 물을 너무 적게 준비해서 대원들 갈증에 시달리게 한 것 반성합니다. 김치찌개 끓일 물만 생각했는데, 날이 더워 개인수통들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비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날이 더 더워지면 물이 더 많이 필요할테니 개인수통들을 보다 확실히 준비해 주시기를..
봉규 형님에게 이 글들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나.감읍과 감읍이 넘쳐나는 이 글들 말이다.
백수가 노느라 바빠 늦게 들어왔습니다. 오솔길언니 사진은 역쉬! 근데 처자를 무릎에 앉힐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를 다들 저버린 것 같구만ㅉㅉ... 노상에 먹을 게(산나물들) 그렇게 많이 널려있다는 게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제게는. ^.^
근데 가상이의 위 멘트는.....나처럼 연식이 제법 된(가상 씨를 기준으로) 제품이 대상자일 경우 '해학' 또는 '풍자'로 읽히지만, 반대로 그 처자가 아리따운 여자 후배의 경우였다면.... '희롱'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만치 아슬아슬하긴 허다....
헬렌아,오랜만이다.몸이 건강해졌다는 이야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오래 고생한 것 아니냐? 몸고생한다고 이것 저것 멀리 하는 것도 별로...조만간 동기모임 때 여전히 의젓한 모습으로 참가하길 바란데이.
뒤풀이에 함께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참 호젓하고 아늑한 산행코스입니다. 모두들 반가왔습니다. 산행을 위해 준비하고 애쓰신 분들,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정다운 얼굴들 뵈니 반갑습니다...자연스럽게 신세타령이 나오는구먼유...그리고 컴불 형님 파란색 재킷 멋지시네요...
요리배틀이라...가진 않았지만 그림이 선하네....상당히 많은 사람의 노고가 담긴 진수성찬인데...창조성에선 1번이 베리굿이고 2번은 주인장의 분위기가 좋고 3번은 제수씨의 고운 맘씨에 가산점이 붙고 4번은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의 정성이라 한번 더 봐 줘야 할 것 같고...슈타인 형님의 상대성원리에 의해서 모두 1등이라 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