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인기 끈 '의류보관 사업'도 함께 하고 싶은데…
Q: 저는 의류 클리닝(cleaning) 프랜차이즈 업체 '크린토피아'를 운영하고 있는 회장 이범택(58)입니다. 프랜차이즈 영업점에서 세탁물을 거두면 이를 수거해 공장에서 대량 세탁하는 사업입니다.저는 원래 염색 가공업체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1992년에 그 한 사업부로 의류 클리닝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염색 가공 사업은 접고 의류 클리닝 사업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세탁 시스템, 대량 생산으로 인한 세탁 요금 인하 등에 힘입어 최근 몇년간 연간 10%대의 꾸준한 성장을 이뤘습니다. 작년에는 전국에 70여개의 공장과 1200개의 대리점을 갖추며 프랜차이즈 세탁 시장 점유율 60%를 달성해 업계 1위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중소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영업도 위협 요인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신사업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안으로 의류 보관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도입됐던 서비스인데, 4계절이 뚜렷하고 주택 공간이 비좁은 특수성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과 비슷한 생활환경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정리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주거 공간을 보다 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됩니다.
세부 사업 계획은 이렇습니다. 지금까지 받아왔던 개별 세탁 요금에 약 50%를 추가로 받는 대신 세탁물을 6개월간 보관해 줍니다. 가을과 겨울철 옷은 3~6월에 받아 9~12월에 돌려주고, 봄과 여름철 옷은 9~12월부터 3~6월까지 보관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옷 훼손을 막기 위해 항온·항습기능과 방충·자외선차단 시설도 갖출 예정입니다. 이렇게 하면 3~5월 성수기에 폭주하는 세탁 주문 물량을 보관해 두었다가 비수기에 여유롭게 처리함으로써 세탁공장 인력 운영 및 생산성 증대에도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는 이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 의류 보관 서비스를 세탁 사업부문에 포함된 하나의 서비스로 론칭하는 것이 좋을지, 새로운 브랜드로 론칭하는 게 좋을지 잘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도 고민입니다. 지금까지 의류 클리닝 사업은 신문 광고와 포스터, 휴대전화 문자 발송 등에 매년 15억원 정도를 써왔습니다. 하지만 의류 보관 서비스는 아직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기존 마케팅과 병행해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경기도 분당신도시를 테스트 마켓(test market) 지역으로 선정, 케이블TV와 신문 전단 등에 광고하거나 영업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알리며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아울러 타깃 고객층을 누구로 해야 하며, 가격은 어느 정도가 좋은지도 궁금합니다.
이해선 CJ오쇼핑 대표의 멘토링
인지도 높은 기존 브랜도 활용하세요
A: 요즘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빠른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기업은 시장의 변화와 경쟁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새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룰(rule)은 상황별로 고객이 느끼는 니즈(수요)의 빈도, 강도와 함께 '시장은 충분히 존재하는가, 확장 가능성이 있는가'를 따져보는 일입니다.
크린토피아의 경우라면 한국에서도 '의류 보관'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일본만큼 클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일본과 한국의 생활환경은 비슷한 편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개인 물품을 오랜 기간 맡긴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시장이 상당히 크고 개척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 다음은 고객이 느끼는 필요성을 무엇으로 충족시킬지, 얼마나 독특하고 극적인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즈니스 콘셉트를 정해야 합니다.
■브랜드는 '연상작용'과 '독특성'의 산물
브랜드는 고객의 인식 속에 문신과 같이 어떤 이미지를 새기는 일입니다. 또 브랜드는 구매 결정 과정에 수반되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줄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크린토피아가 고객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새기기 위해서는 어떤 '연상작용(set of association)'이 떠오르도록 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독특한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기존 브랜드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변형하거나 업그레이드하기를 권장합니다. 크린토피아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세탁소' 브랜드로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기존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하되 새로운 의류 보관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크린토피아·K(Keeping의 의미)'라던지 '크린토피아 엑스트라 케어(Extra Care)' 등과 같은 변형된 브랜드명과 디자인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형 유통매장인 '홈플러스'가 기업형 수퍼마켓(SSM) 브랜드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쓰는 것처럼 기존의 브랜드 인지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특화된 서비스 내용을 쉽게 전달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소비자신뢰 구축 위한 장치 마련
생활필수품과 달리 소비자 판단과 선택에 따라 구매가 결정되는 신규 서비스 사업의 경우 핵심 가치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의류 보관 서비스의 중요 가치는 안정성, 전문성과 편리성을 기반으로 한 신뢰도이며, 이를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와 서비스 개발이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확실한 홈페이지 구축입니다. 신뢰 형성을 위해서는 전문화된 기업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존 홈페이지와 별도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서비스의 신뢰성과 전문성, 보관시스템, 손상시 보상에 대한 체계 등을 완벽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서비스 업체에서 고객이 맡긴 애완동물들이 지내는 모습을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게 하거나, 사진이 포함된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또한 서비스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강조하고, 고객의 의류 보관에 따른 추가 비용에 대해 감성적 만족감을 주기 위해 멤버십 제도와 고객 커뮤니티를 함께 운영할 것을 권해 드립니다.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자들이 의류 보관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고객 참여도와 잠재 소비자 그룹에 대한 구전 효과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한방 브랜드인 '설화수'의 성공 배경에는 '설화클럽'이라는 고객 커뮤니티와 이들 그룹의 입소문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사회적 네트워크의 활용도 적극적으로 권할 만합니다. 가령, 살림 잘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나 주부들의 블로그를 통해 서비스를 알리거나 우호적인 고객 집단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CJ오쇼핑에서 판매하는 '김혜자의 정성찬'이라는 반찬 브랜드의 경우 판매 초기에는 40~50대 이상의 고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젊은 파워 블로거들의 경험담이 널리 소개되자 30대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으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테스트 마케팅 통한 사업 콘셉트 조정
표적 고객을 선정한다는 것은 회사의 자원과 서비스를 그곳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이슈입니다. 고객의 생활수준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세분화해서 관리한다면 목표는 좀 더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의류 보관 서비스의 타깃 고객은 30~40대의 중소형 아파트 거주자로서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지만 시간은 부족한 맞벌이 부부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거점을 대상으로 테스트 마케팅을 시도하는 건 추천할 만합니다. 분당 신도시는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구매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표적 고객층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테스트 과정 중에 어떤 연령대의 고객이 어떤 품목을 이용하는지 면밀히 분석하여 그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거 공간의 협소함을 해결하기 위해 부피가 큰 의류, 카펫, 이불 등을 맡기려는 수요가 큰지, 아니면 고가 의류나 모피, 겨울 부츠를 전문 보관업체에 맡기려는 수요가 많은지 등 고객들의 반응을 수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류 보관 서비스의 고객은 일차적으로는 당연히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이겠지만, 더 중요한 고객은 프랜차이즈의 점주들일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점주에 의해 서비스의 가치가 전달되고 가맹점의 서비스 수준에 따라 고객들의 평판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객과 접점에 있는 가맹점 점주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시에 가맹 점주를 통해 고객의 소리를 정기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개발해야 합니다.
■ 가격은 소비자가 인식하는 가치의 합
현재 설정한 의류 보관비(세탁 요금에 추가 50%)는 다소 높은 감이 있어 보입니다. 대개의 세탁소들이 일정 기간 의류를 보관해주고 있는 관행을 감안, 서비스에 대한 초기 경험을 촉진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을 테스트해보길 권합니다.
대략의 가격 구간이 설정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고객에게 던짐으로써 가격 정책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 어느 가격이면 (너무 싸서) 서비스 품질에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는가?
▲ 어느 가격이면 품질에는 불안이 없지만 싸다고 느끼기 시작하는가?
▲ 어느 가격이면 품질은 괜찮겠지만 비싸다고 느끼기 시작하는가?
▲ 어느 가격이면 너무 비싸서 품질에 관계없이 구매하지 않을 것인가?
가격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절대적 위치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가격 체계라도 소비자들의 심리를 어떻게 유도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의류 보관 서비스는 비교 가능한 대체재가 명확히 존재한다고 소비자들이 인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차별적 가치에 더욱 집중해서 가격을 정하고, 그 가치를 확실히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브랜드의 신뢰성과 전문성이 확보되면 이러한 차별적 가치에 고객들은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할 수 있습니다.
불황이든 호황이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변치 않는 룰이 하나 있습니다. '남들이 갖고 싶어하는 상품을 만드는 것'(애플)과 '남들이 잘 못하는 서비스 조건을 개선해주는 것'(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그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항상 떠나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