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최대 年8% 정책금융상품, 출시 석달새 신청자 5분의 1로 급감
사회초년생 목돈 마련 위한 상품
인플레와 고금리에 청년들 외면
실제 가입한 인원은 42만여명
당ㅇ국 예상 인원의 14%에 불과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27)씨는 최근 목돈 마련을 위해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알아보다가 포기했다. 월급 실수령액이 260만원 남짓인데 월세(60만원)와 통신비, 공과금, 교통비를 비롯해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 매달 들어가는 돈을 빼면 60~70만원도 남기기 어렵다. 적은 돈이라도 매달 넣는 것은 이씨에게 버거운 일이었다. 이씨는 "청년도약계좌는 빚 없고, 부모 지원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 청년들이나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청년들이나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경기 둔화 등으로 당장의 생활 유지가 시급한 청년들에겐 '그림의 떡'이란 지적도 나온다. 청년도약 계좌는 19~34세인 청년이 5년간 꾸준히 적금을 부으면 정부 지원금 (월 최대 2만4000원)과 이자 비과세 혜택을 합쳐 최대 5000만원가량(월 최대 납입액 70만원 기준)을 마련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전년에 소득이 있어야 하며 연소득 7500만원 이하, 가구 중위소득의 180% 이하인 청년만 가입할 수 있다.
▷ 인기 시들해진 청년도약계좌
청년도약계좌는 개인`가구별 소득, 연령 기준(2년 군복무시 36세까지)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신청한다고 바로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6~8월 가입 신청자 (135만 9000명) 중 은행으로부터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해서 전부 계좌를 개설한 것도 아니었다. 가입 가능 통보를 받은 10명 중 6명 정도 (42만2000명)만 계좌를 만들었다. 즉 청년도약계좌 신청자 10명 중 3명 정도(31%)만 최종 가입을 완료한 것이다. 이는 금융 당국이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하면서 예상한 가입 인원 300만명의 14%에 불과하다. 정부 지원금을 합쳐 최대 연 8%대의 높은 실질 이자를 앞세워 대대적으로 정책을 홍보한 것을 감안할 때 청년들의 호응도는 매우 낮은 편이란 말이 나온다.
▷ 팍팍한 생활에 여유 없는 청년들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배경으론 갈수록 팍팍해지는 청년들의 생활 여건이 꼽힌다. 경기 둔화 등으로 수입이 충분치 않은 청년들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매달 여윳돈을 마련해 5년이라는 오랜 기간 저축을 한다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도우려면 훨씬 더 세심하게 설계된 정책 상품을 내놓거나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큰 빚을 지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23년 10월 11일 수, 조선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