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자신을 폄하하는 말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하느님 말씀 안에서 조용히 묵상해봅시다.
2019/10/27/일
루카 복음 18장 9-14절
9예수님께서는 또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자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10“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사이였고 다른 사람은 세리였다. 11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12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13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14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의 모범
신앙생활이 깊어질수록 이것저것을 하고 있다며 자신을 드러내는 게 헛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폄하되는 것을 견디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보다 깊은 데로 데려가시기 위해 ‘낮추임’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십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이러한 낮추임의 내외적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프란치스코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천히 여겼으며 가장 엄하게 경멸하였다. 그리하여 자주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때마다 깊은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호의를 거절하였으며, 그는 누군가에 의해서 비난을 듣게끔 마음을 썼다. 그는 형제를 그에게 불러 말하곤 했다. "순명으로 이르는 말이니, 거칠게 나를 욕하고 남들의 거짓말을 물리쳐 진실을 말하시오." 그리하여 그 형제가 마지못해 그를 촌놈이요, 고용된 종이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위인이라고 반복하여 말했을 때에 프란치스코는 미소를 머금고 그때마다 박수로 환영하여 대답하곤 했다. "형제는 참으로 진실한 말을 하였으니, 주께서 축복하시기를! 베드로 베르나르도네의 아들은 그런 말을 들어 마땅합니다."” (토마스 첼라노,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덕德이라고 말하는 이 시대에 자신을 낮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하느님 앞에 모두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치는 일보다 머리를 치켜드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자신을 폄하하는 말에 박수를 치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과 성덕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윤정현 신부(부산교구 동대신성당) |
생활성서 2019년 10월호 '소금항아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