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열고 닫는 열쇠는
영원히 당신의 것 입니다.
내 마음은 이미 당신으로 가득차 있기에......
by야마꼬
"재호야~"
재호를 불러 보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제대후 복학 하기전
잠깐 알바를 하고 있는 재호 여러 중고딩 학생들에 둘러 쌓여서 내 목소리는
허공속으로 붕붕 사라져 버렸다.
[오빠 전 야채토스트요]
[난 햄으로요!!]
[오빠 우유도 주세요!!!]
재호를 둘러싼 많은 학생들의 목소리다. 오빠 오빠 하는 소리가 영 낯설다.
재호는 내가 온것도 모른 채 그 많은 아이들의 주문을 받아 주고 있었고 남자 손님 본다는
역시 여자 손님이 많았다. 그리고 토스트와 우유를 손에 쥔 학생들은 나를 지나치면서
꼭 한마디씩 하는데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야 저 오빠 매력있지 않어?]
[야 내가 찜했어 건들지마랑~]
[모야 내꺼야]
[이런 요것들아 내꺼란다 정재호란 사람은......]
어린 숙녀들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굉장히 비아냥 거리고 있었다.
재호가 인기 있을 뿐인데 내 어깨마저 으쓱 거렸다. 많은 인파가 물러서고 재호가
한숨을 쉬다가 나를 발견하곤 웃어보인다.
"정은아 언제 왔어?"
"아~~~까!!"
"그래? 미안하다 바빠서 몰랐어."
"괜찮아 한두번이냐 안녕하세요"
"어머 정은이 왔니~~"
나를 이렇듯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은 재호의 누나인 은애언니 머리는 질끈 올려메고
동그란 눈을 가진 귀여운 언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보다 동안이고 어려보여서 무안할때도 있다.
"언니 장사가 잘 되나봐요"
"응 재호가 알바 뛴후엔 매상이 장난이아냐"
"진짜요?"
"응 난 내 동생이라 잘 몰랐는데 이곳 여고생들이 전부 다 재호 보려고 온다"
"오~ 정재호 인기 많은데"
"아냐 무슨... 누나는 왜 헛소리 하고 그래"
"어머어머 쟤 얼굴 빨개진거 봐라"
은애언니의 말을 듣고 찬찬히 재호를 몰래 몰래 살펴 보았다.
178㎝의 키에 바람에 날릴듯한 갈색머리칼 그리고 다소 날카로워 보일수 있는 눈매
하지만 내가 볼땐 아주 선한 눈을 가진 재호이다. 마른것 같으면서도 옷 맵시가 나는 재호를
관찰한 결과는 역시 중고딩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 하다.
"권정은 몰 그렇게 빤히봐?"
"어? 아...아니 내가 언제!!"
"피식...아님 말구"
여고생들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꼭 이곳을 지나 토스트와 우유를 사가지고 수다도 떨면서
은근슬쩍 오래 있다가 재호도 스리슬쩍 봐주면서 가는걸 나는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재호는 모가 좋다고 저리도 싱글벙글인지 알수 없는 일이었다. 토스트를 만드는 재호의 모습에서 왠지 가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일을 하면서도 내게 신경 써주는게 여간 고마운게 아니었고 방해 될 듯 하여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는 생각에 일어났다.
"권정은 어디가?"
"응 너가 열심히 일해서 나 갈려고"
"엄머~ 정은이 심심했구나 재호 퇴근시켜줄까?"
"아뇨아뇨!! 언니 힘들잖아요 전 내일 또 오면 되구요"
"괜히 내가 미안하네"
"미안하시긴 몰요 재호야 이따 전화할께"
"정은아 조심히 가"
"응 야 그리고 중고딩 여학생들한테 선물 받으면"
"받으면?"
"나눠갖자고^-^"
"내가왜-0-"
"간다!!언니 갈께요~"
"정은아 토스트 좀 싸줄까 먹지도 않고"
"언니 저 다이어트요^^담에 많이 주세요"
"그래 조심히 가라~"
그렇게 재호와 언니를 뒤로 하고 토스트가게를 빠져나왔다.
뒤돌아 봤을땐 역시 재호는 또 다시 그 많은 인파속에서 토스트를 굽고 있었다.
처음엔 재호가 낯설었다. 수민이는 자상하게 다 챙겨주고 하더니 난 그걸 바라보면서 좋아해왔는데 이놈 성격이 아주 딴판이었다.
[역시 수민이 한테 잘해준건 수민이가 여자였기 때문일까......]
이녀석 아직도 날 여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것 같아서 가끔 섭섭할 때가 있다.
자꾸만 수민이 생각이 나게 되는건 어쩔수 없는건지 아니면 나의 지나친 생각인지...
[근데 재호야 나 감사하고 있어...지금 내 옆에 니가 있어줘서...]
♩사랑해요 사랑해요 세상의 말 다 치우니~♪
"수민 왠일이셔"
-응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기지배야-
"응 조카들은 잘 자라고 있지?"
-그럼 야 발로 차고 그래서 이 엄마가 힘들단다-
"발로 찬다고?"
-응 아무래도 축구를 잘 할것 같어-
"모야 이란성이라면서"
-그니깐 지희는 가만히 있고 우리 현준이가 그래-
"웃기셔 허풍쟁이 엄마야!!"
-호호호~정은아 놀러와 나 혼자 심심해-
"니가 왜 혼자야"
-야야 우리 아가들이 맛있는거 먹고 싶대-
"또 또 허풍!! 야 모 먹고 싶은데"
-음...족발!!!!!!!!-
"여전히 살 찌는 것만 좋아하는구나 야 근데 너 족발 못 먹잖아!!"
-아니 내가 아니고 우리 아가들이-
"됐어요 아주 친구 다이어트에 도움을 전혀 안준다니까 안 먹기만해!!"
-그럼 넌 구경만해-
"끊으시지"
수민이의 행복한 고민들을 들어주고는 말대로 족발집으로 향했다.
수민이가 결혼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임신을 하고 곧 쌍동이를 난다니 참 신기했다.
내 주위에 가장 가까운 친구의 임신 왜 이리도 신기하고 부러운지......
김현수 선생님이든 수민이든 쌍동이 집안이 없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수민인 지금 뱃속에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데 수민이는 그런 말들이 나올때 마다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다 내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 은혜야]
[머라고 기도했는데?]
[그냥 한번에 아들 딸 낳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지!!하하하!!!]
이렇게 당당한 수민이가 난 늘 부러웠다. 어쩌면 저런 모습을 재호가 사랑한 것 일수
도 있겠다 라는 생각에 늘 부러워 했다. 그러면서도 미워할수 없는건 왜일까......
"얼마에요?"
"네 이만오천원 입니다."
족발을 손에 들고 택시를 잡아 수민이네 집으로 향했다. 언제가도 이쁘고 아담한 신혼집 그 집 앞에 서서 벨을 눌렀다.
[딩동 딩동!!]
"앗 배달녀다 잠시만"
류수민의 엉뚱한 발언에 잠깐 당황했었다. 엄마의 말은 아가들이 뱃속에서도
다 알아 듣는 다는데 나와서 말을 하게 될때쯤 날 저렇게 부르면 어찌하나 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문을 열고 뒤뚱뒤뚱 거리는 뚱보아줌마 류수민이 눈
에 들어왔다.
"야 뚱보 배달녀라니 그리고 니 자태를 보아하니 굶어도 되겠다"
"야!! 나 별로 안 뚱뚱해"
"배는 산만해가지고!!"
"니도 애 가져봐 별수 있나!!"
"됐어 아줌마"
"흑...아가들아 배달녀가 엄마한테..."
"야 너 자꾸 배달녀 배달녀 할래!!!!!!!"
"빨리 뜯어봐 배고파"
"알았어 아줌마"
족발을 하나 하나 뜯고 있는 나를 싹 무시한 채로 수민인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많은 족발을 조금 집어 먹더니만...
"욱...욱...역시 못 먹겠어…어쩌지"
저것이 바로 입덧 이라고 하는건가 순간 의미심장한 미소가 흘렀다.
"야 류수민 거봐 왜 못 먹는걸 먹겠다고 억지부려!! 입덧이야?"
"욱...미안해 못 먹겠어 입덧은 무슨 그냥 냄새가 싫다."
"야!!!!!!!모야 너 나 젤 큰 걸로 사왔단 말야!!!!!"
"미안해 우리 아가들이 먹기 싫은가봐"
"쑈하네 옛날부터 냄새 싫다고 안 먹었으면서!!!"
구박하면서 어그적 어그적 조금만 먹는다는게 다 먹어 버렸다.
[나는 진정 미친것인가......]
"헉헉;;;배부르다"
"와우+ㅁ+권정은 너 정말 대단해"
"니 때문이야 류수민!!"
"자자 알았어 미안해 내가 커피 타줄께"
"최악이잖아"
"그냥 마셔 속을 달래면서"
"니 커피 마시면 속이 운다 울어"
"푸~~~~"
족발 먹은 흔적을 사사삭 없애고 주방으로 들어가서 차를 준비하는 수민일 보니
정말 주부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라는 생각보다는 왠지 엄마라는 생각?
하지만 그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수민이 한테 맞아 죽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야야 내가 들께 너 쓰러질것 같어"
"괜찮아 이 정도는 움직여 줘야지"
쟁반을 아슬아슬 하게 들고 뒤뚱뒤뚱 걸어오는 쌍동이 엄마 류수민은
그렇게 힘겹게 가져온 쟁반을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쇼파에 살짝 앉았다.
"음...제법이네"
"응 오빠가 가르쳐 준거야"
"선생님이?"
"응 나 커피 정말 못 탄다면서 강의해주던데"
"푸핫...강의까지?"
"응 자상한 남편이지"
"그래 좋겄다 기지배야"
"응 야 너 6년동안 평~생 시집 못 가는거 아냐?"
"너 친구 맞어?"
"응^-^"
류수민의 부케를 받은지도 언 1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6개월 뒤에 시집을 못가면 6년동안
시집을 못 간다는 미신으로 나를 약올리는 수민일 확 때려버리고 싶었지만
사랑스런 우리 쌍동이 조카들을 생각해서 참았다.
"나는 권정은이 군대에 있는 재호라도 끌고 나와서 결혼 할줄 알았어"
"응 나도 그럴줄 알았지..."
"근데 왜?"
"글쎄...잘 모르겠어..."
"몰 몰라?"
"재호의 마음을..."
"엥?"
"그리고 나 이상하게 재호 앞에만 서면..."
"조용한 여자가 되는구나"
"아니 이상한여자가 되버려"
"응? 이상한여자라니?"
"속 마음을 숨긴 여자...좋아하면서도..."
"너 그래도 표현은 하잖아 은근슬쩍"
"내가?"
"그래 틱틱 대면서도 더는 표현을 해 사람마다 다 표현방식이 다르지...
그리고 내가 보기엔 재호도 널 무지 많이 생각하고 있어. 그게 재호의 표현방식이야"
"그랬음 좋겠지만..."
"바보 야 권정은 니 둘은 내가 더 잘 알아 걱정마셔!! 왠 진지모드 안 어울리게"
"그래 아참 넌 우유 먹냐?"
"응 우유 먹어~^-^오빠처럼 하얀 애기들 나오라고"
"그래 많이 먹어 좋다잖아 우유가"
"응응"
"아~~배도 부르고 잠도 오고~~~이제 그만 일어서야 겠다"
"벌써 가게?"
"그럼 니 서방님 오시기 전에 가야지"
"왜 인사라도 하고 가지"
"됐네요 그 깨들은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요~"
"깨는 무슨...그럼 조심히 가라"
"응 나오지마 전화할께"
"응 빠이~~"
행복한 신혼부부 집을 나와 외로이 혼자서 걷다가 택시를 타고 창문을
조금 열어 바람을 쐬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들이 모두 나를 비추고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정재호와 나의 사랑표현방식은 그다지 좋은 방법 같지 않다는 생각...
"엄마 다녀왔습니다"
"응 그래 늦었네"
"수민이네서 놀다 왔어"
"수민이 배 많이 불렀지?"
"응 산만해"
"에고고 수민이는 잘할줄 알았어 너는 언제 시집가서 애낳고"
"엄마 나 피곤해 들어갈께"
솔직히 지금 내 나이 24살인데 이렇게 닥달을 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 뿐일 것이다.
주위에 결혼한 친구가 조금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친구들이 일찍 서두른거지
난 아직 여유를 부릴 만도 한데 우리 엄마는 나를 너무나도 보내고 싶어하신다.
재호를 믿는다나 어쨌다나 아들로 여기시니 그럴만도 하다. 이제 거의 완성단계인
쿠션. 재호한테 주려고 십자수를 하느라 푹 잠을 잔게 언제 인지 기억조차 희미해졌다.
십자수 그림은 웨딩마치 고난이도의 십자수였는데 도전해보니 그래도 꽤 할만했다.
잠 조금 줄이고 눈 부릅뜨고 열심히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되는것이다.
"에고고~나 시집 너무 가고 싶은가보다!!"
비참모드로 돌아간 나는 마지막 단계로 십자수를 열심히 하고 언제 잠들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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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은 얼른 일어나!!!어머 이제 다했네"
"응? 아...응 엄마..."
"이제 잠 좀 잘수 있겠구나"
"응 엄마 어때 이뻐? 잘 봐봐"
"그래 잘했다 이쁘네 재호가 좋아하겠다"
"그래? 다행이다~"
"기지배 결혼 하고 싶으면서"
"아 모래 엄마 나 출근 해야지~"
"그래 밥 차려놨으니까 먹고"
"예쏠!!"
아침 일찍 출근 하는 날 위해서 매일 정성스레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
덕분에 항상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을수 있었다.
[아~나도 시집가면 이렇게 할수 있을려나......]
밥을 먹고 씻은 다음 화장을 하고 머리를 다듬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옷에 좀 신경을 썼다. 아무래도 그 중고딩 여학생들 한테 지고 싶지 않은
말도 안되는 질투심 때문인지 어려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애를 썼지만 그대로 권정은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들이었지만 오늘은 내손에
하나가 더 들려 있었으니 재호를 위한 나의 십자수였다.
"정은씨 오늘 이쁘네"
"감사합니다"
[그럼 평소엔 안 이뻤다는거야 모야;;]
평소와 같은 모습인데 사람들이 날 이쁘게 보는건 오늘따라 미소가 달라보여서 일까
역시 사람은 웃어야 한다는게 정말 맞는 말인것 같다. 회사에 오면 심히 우울해 져서
일만 하다가 재호랑 통화할 때만 웃었었는데 내 선물을 받고 감동할 재호를 생각하니
입이 가만히 있지 못 해서 사람들 눈에 이뻐 보인것 같다. 하지만 결코 평소에도 계속
웃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머 정은씨 그게 모야? 남자친구 줄 선물?"
"네 그냥 해봤어요"
"어디 좀 봐봐"
"별로 못했는데 첫 작품이라서;;;"
"그래도 좀 보자. 어머~~~너무 잘했다~~정말 처음 한거 맞어?"
"네. 잘했어요? 다행이다~"
"남자친구 우는거 아냐? 아님 청혼이라도 하겠다!!"
"그렇게 좋아해 줄지나 모르겠어요"
"좋아하지 좋아하고 말고!!"
우리 회사 여직원 말에 솔깃 한것은 [청혼이라도 하겠다]란 말에 은근히 기대하게 되었다.
처음한 것인데도 잘 했다라는 칭찬에 기분이 좋아 그 기분으로 계속 고고 하면서 일을 했고
어느덧 기다리던 퇴근 시간이 되었다. 매일 전화하던 재호는 오늘따라 바쁜지 연락 한통 없다. 하긴 나도 안 했지만...
[재호야 기대하려무나 나의 이 멋진 선물을!!!!!!!]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정은씨 화이팅!!!"
그렇게 힘차게 퇴근해 본지도 얼마만인지 왠지 내 생활들이 재호로 인해 행복하고 있다는걸
느꼈다. 재호도 나때문에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이 커지면서 또 토스트 가게로 향했다.
역시나 무심코 지나칠수 없는 토스트 가게 많은 인파에 둘러 쌓인 재호는 정신없이 토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꼭 한번 쳐다 보게 될것 같고 꼭 한번 먹어보게 될것 같은 토스트 가게는
언젠가는 더더더 커져 있지 않을까 하는...그리고 그 가게 주인은 재호와 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수민이가 기도하면 꼭 이루어 진다는 말을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은아"
"응 재호야 나 기다릴께"
아무말 없이 토스트를 만들던 재호의 입에서 정은이라는 말이 나오자 대답을 하는 난...
중고딩 여학생들의 표적이 되었다. 나를 힘껏 야리는 그 중고딩 학생들은 한순간에
공동체를 이루면서 똑같은 표정들로 나를 보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야린게 맞는 말이다.
거기에 질 권정은이 아니지 싹 무시한채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야 오빠 이름 재호래 왠일이니]
[호박이다 야 다행이다 호박이라서]
우흐흐흐...... 울화가 치밀었지만 저 어린 중고딩에게 맞설 위인이 아니었기에
그냥 꾸욱 꾸욱 울화를 눌러 참았다. 그 밉살스런 중고딩들이 자리를 뜨고
재호가 내 앞에 서서 혼자 피식 댄다.
"왜 웃는데!!!!!언니는 어디 갔어?"
"호박이래잖아"
"씨... 언니는!!"
"아 누나? 잠깐 모 사러 갔어"
"응 그래"
"아참 나 이거 받았다"
"그게 몬데"
"바바 짜자잔~십자수 쿠션!!"
"누가 준건데?"
"매일매일 나를 보기 위해 이 가게에 오는 한 귀여운 처자가"
"좋겠다"
"응 그럼~"
"야 반 갈라"
"머?"
"나누기로 했잖아"
"내가언제?"
"어제!!!!!!!"
"그런적 없는데 오호라~너 십자수 못해서 그러는구나 야 그래도 안되는거야
이건 내가 선물 받은건데 좀 참아주라 정은아~"
"내가 못한다고?"
"응!"
"됐어 야 너나 가져 안 달라고 할테니까 너나 가지라고 이것도 너 가져버려"
순간 모를 화에 떠밀려 재호에게 멋지게 건내야 했던 내 선물을 재호 품에 확 안겨준채
가게를 빠져나왔다. 나를 뒤 따르려던 재호는 손님들이 몰려와 그저 내 뒷모습만 바라본채
토스트를 만들고 있었고 그런 재호를 등뒤로 울컥 하는 마음에 눈물을 흘려 버렸다.
[모야 대체...이게 모냐고...이건 아니었는데...중고딩한테 질투해서 나 지금 화낸건가...
그런거야 권정은 너 정말 유치해 오늘 정말 최악이야!!!!!!]
집에 돌아와 대충 씻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밤을 샜다. 밤새 똑같은 벨소리를 내며 울려퍼지는 내 핸드폰을 무시한채 그렇게 한없는 눈물 만을 흘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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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오고 거울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눈이 팅팅 부어있었다. 엄마한테 들킬새라
얼른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물론 엄마한테는 메모 한장을 남겼다.
[엄마 나 오늘 일 있어서 일찍가]
정말 정 떨어질만한 멘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눈도 부었고 기운도 없었다.
힘없이 회사로 걸어 들어오는데 너무 일찍 온탓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여전히 핸드폰은 울려대는데 무음으로 바꿔놔서 다른 사람은 들을수가 없었다.
[재호야 미안해...]
어제와 너무 다른 모습에 사람들은 나를 가까이 대할수 없었고 어제 그렇게 칭찬을 하던
여직원도 잘 안된거냐고 물어볼법 한데 그냥 조용하게 가만히 있어준다.
물론 그 행동에 무지 고마울 따름이지만......만약 그 여직원이 잘 안된거냐고 한마디만 했더라면 내 눈에선 폭우가 쏟아질 것이다.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권정은"
"재호야...왠일이야?"
"야 나 눈 부은거 안보여?"
"어?"
언제부터 기다린건지 회사 정문앞에 서있는 재호의 눈은 내 눈 보다는 덜 하지만 부어 있다는걸 알수 있었다.
[걱정하긴 했나보네 회사 앞까지 오다니......]
"모야 전화는 왜 안 받아"
"어? 아...미안 무음으로 되있었네"
"일부러 그런거면서"
"어? 아니야...아니야 일부러 그런거"
"권정은양 얼굴에 다 써있네요 나 지금 정재호 꼴도 보기 싫다"
"맘대로 생각하지마"
"울면서 밤 샜으면서"
"여기서 계속 이럴꺼야?"
"아니 가야지 우리 술 마시러 가자"
"왠 술 나 피곤한데"
"가자 십자수 너무 이뻐서 내가 쏘는거야"
"어?"
"자 타라"
차 문을 열고 나를 태운후 운전석에 앉는 재호를 보면서 나는 의아했다.
"왠 차?"
"누나 차야"
"응 알어 근데 왜?"
"내가 뺏었지^-^"
"가게 가야 하는거 아냐?"
"오늘 휴가다"
"알바도 휴가가?"
"사장이 누난데 내맘이지 자 출발!!!!!!"
그리곤 수민이와 셋이 자주 갔던 술집으로 갔다. 아직 초저녁이라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늘 앉던 자리가 비어서 습관처럼 우린 그 자리에 마주 앉게 되었다.
"모 먹을까? 먹고 싶은거 다 시켜 내가 쏜다"
"알바생이 돈이 어딨어"
"알바생 무시하는거야? 용서할수 없닷! 오늘 내가 시킨거 너 다 먹어"
"제발~나 다이어트!!"
"그럼 니가 골라 먹고 싶은거...주문이요~"
종업원이 나와 우리 앞에 섰고 나는 몰 시킬지 고민고민 하면서
계속 메뉴판만 바라보다가 문득 그 종업원의 뻘쭘한 눈빛에 얼른 주문을 했다.
"골뱅이 소면 이랑 황도 그리고 병으로 마실까?"
"그래 맥주 병으로 일단 두병만 주세요"
"네 골뱅이 소면 이랑 황도 맥주 두병 주문하신거 맞습니까?"
"네"
"손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곤 주문한걸 가지고 돌아간다. 예의바른 종업원은 나와 재호에게
간단하게 뻥튀기와 새우깡을 내 주었다. 새우깡 하면 또 나 권정은이지!!!
"배고팠구나 너"
"어?아 나 원래 새우깡 좋아하잖아"
"십자수 때문에 계속 잠도 못잤었지 너?"
"처음한거야 별로 못했지? 그 중고딩이 준거 가지고 자"
"피식..."
[야 정재호 이럴땐 아니라고 답해주는거야 씨...권정은 너도 계속 다른 말만 하고 있잖아]
"손님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종업원이 무겁게 두손 가득 들고온 안주와 맥주를 받아 건배를 한후 마시기 시작했다.
마시고 먹고 먹고 마시고...그 이후로 몇병을 더 시켰는지 알수 없다. 계속 부어라 마셨으니까
말리는 재호도 뿌리치고 미친듯이 마셔버렸다. 권정은 드디어 미쳐버리다.
"딸꾹...야 정재호...딸꾹...너 그러는 거 아니야...딸꾹...내가 널...얼~~마나 좋아하는지...
니가 알기나해? 딸꾹..."
"정은아 너무 취한거 같아 그만 마셔"
"내가...딸꾹...마시던 말던 니가...딸꾹...무슨 상관...이냐고!!"
"정은아..."
"그래...니 맘속에 수민이가 있다는거...딸꾹...나 알아...딸꾹 알면서도!!!딸꾹////"
"권정은 잘 들어 그래 나 류수민 좋아해 지금도 근데..."
충격이었다. 사실 난 술이 떡이 되게 마셔서 도대체 내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알수 없었다.
재호의 대답도 들어줄수 없었다. 내 딸꾹 대는 소리에 거의 정신이 없었는데 단한마디는
내 귓전을...내 마음을 울리게 했다.
[그래 나 류수민 좋아해]
이말에 눈물이 나려 했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울지 말라고 자꾸만 되내이고 있는데
내 눈에선 그말을 듣지 않는다. 내 마음은 그말을 듣지 않고 눈물이 흘러 내린다.
그래서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고 눈물 흘리며 재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비참해 질꺼 아니까 그래서 그냥 눈을 감았고 나를 업는 재호를 밀어 내고
싶었지만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더 함께 하고 픈 마음이 있어서 였다. 재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말도...그냥 그렇게 나를 업고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그리고 난 술김에 정말로 잠이 들어버렸다. 한없이 흐르는 눈물과함께......
"어머머 이 기지배가 왜 이렇게 술을 퍼 마신거래니?"
"죄송해요 어머니"
"재호가 죄송할껀 없지 내가 다 미안하네"
"아닙니다. 어머님 이거요"
"이게 모니?"
"술 많이 먹어서 속 쓰릴꺼에요 내일 끓여주세요"
"어머 고맙다 재호야 조심히 가라 늦었는데"
"네 밤늦게 죄송해요 안녕히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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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잤는지 침대는 어지럽고 정신은 몽롱한 상태 눈에선 밤새 울었는지
눈물의 흔적이 남아있고 등에 업힌채로 잠들고 그 이후론 기억이 나질 않았다.
머리는 부시시한게 그래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 한마디.
[그래 나 류수민 좋아해]
그 한마디는 아직도 내귓전에...내 마음에 내방을 가득메워 나를 괴롭게만 했다.
[겨우 이거야!!!!!!!지금껏 해온게 겨우 이거였냐고!!!!!!!!!]
"정은아 얼른 나와서 북어국 먹어라"
"응 엄마 미안해..."
"으이구 재호한테나 사과해 이것아"
"응?"
"너를 업고 집까지 왔더라 북어국도 사가지고"
"재호가?"
"그래"
"엄마 나 재호랑 헤어질꺼야"
"모라고?"
"아~시원하다"
애써 웃음 지으며 씻고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엘리베이터 문에 턱 하니
붙어 있는 메모가 있었다. 경비실에서 쓴듯한 메모는 나를 놀라게 했다.
[금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10시까지 운행을 중지 하오니 불편 하시더라도
계단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어제 쓴듯한 메모였고 나는 어제 분명 11시가 넘어서 쯤 들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난 혼자가
아니었고 재호의 등에 업혀있었을 것이다. 우리집은 7층인데 그럼 재호는 나를 업고 여기까지...미안한 마음이 밀려와 내 눈을 적시었다.
[재호야 괜히 미안해 나때문에...미안해...이젠 너 놓아줄께...]
♩사랑해요 사랑해요 세상에 말 다 치우니♪
"응 재호야"
-괜찮아?북어국은 먹었어?-
"응 먹었어 고마워"
-그래-
"저기 재호야..."
-응 말해-
"우리...아니다...나중에 말할께"
-무슨말인데?무슨일 있어?-
"아니야 재호야 이따 전화할께"
헤.어.져 란 말 지금 하게 되면 서있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참았다.
계속 해서 흐르는 눈물을 닦은후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로 가는 동안 내내 버스안에 앉아서 창문을 보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수민이를 계속 기억하는 재호한테 난 여자가 될 수 없을 꺼라는 생각과 잊어야지 잊어야지
계속 같은 말만 되뇌이는데 결국은...잊을수 없다 였다.
"휴...오늘을 또 어찌 보낸담..."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면서 일을 열심히 했다. 일에 몰두하면 다른건 잊을 꺼라는 생각에서였지만 모니터에는 왜 자꾸만 재호 얼굴이 아른 거리고 내 눈은 자꾸만 슬퍼져
그 모니터 마저 흐릿해 지는지 알수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긴 시간이 흘렀고 기운 없이
퇴근을 하고 있었다.
"권정은~~~"
축 쳐진 어깨로 고개 숙여 걷는 날 방갑게 불러주는 남자 정재호 였다.
고개를 들어 재호를 바라보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하지만 그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아서 계속 바라만 보고 서있자 재호는 내게로
달려와 내 손을 잡는다.
"전화한다면서 너 안하더라"
"응 바빴어."
"아까 하고 싶은말 모였는데?"
"응?"
"궁금해서 듣고 일 갈려고 나 알바 지각이다. 누나가 월급에서 깍을지도 몰라"
"가지 왜 안갔어"
"궁금한거 못 견디니까!!빨리 말해줘"
호기심 가득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재호에게 힘겹게 입을 열어 말했다.
"재호야 우리 헤어지자."
"어?"
"나 혼자만 사랑하는거 지쳤어. 보내줄께"
"권정은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나를 반갑게 맞이 하던 눈빛은 어디로 사라지고 두번째로 보게 되는 차가운 눈빛이었다.
내가 좋아한다고 처음 말했을때 그때도 저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수민일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면서 나를 저런 눈빛으로 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모르는 사람 대하는것 같아서 참 싫어 했었다. 근데 지금 날 바라보는 눈빛이 그 눈빛이었다.
"헤어지자고 짝사랑하는거 이제 지겨워"
"짝사랑이었다고..."
"그럼 몬데 이게"
"알았어 그래 헤어지자"
재호 그렇게 말하고 터벅터벅 뒤도 한번 돌아 보지 않은채 걸어간다.
왠지 그 걸음이 다신 볼수 없는 곳으로 가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는걸 알고 있는데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은 모르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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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호와 헤어진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나버렸다. 그래도 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고...
옛날엔 재호가 내 곁에 없는 날이 오면 세상이 없거나 내가 없거나 둘 중 하나가 될꺼라고
생각해왔는데 모든게 다 멀쩡했다. 내가 조금 야위었다는것 외엔 달라진게 하나도 없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세상에 말 다 치우니♪
"여보세요"
-정은아-
"네 언니 안녕하세요"
-그래...정은아 잠깐 시간좀 내줄래?-
"네?"
-지금 회사앞인데 잠깐이면 되거든-
"그래요 언니 잠시만 기다려요"
부장님께 허락을 맡고 천천히 내려 가고 있었다.
갑작스레 회사 앞까지 온 언니와의 통화로 인해 갑자기 재호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해졌다.
"정은아 여기야~"
"언니 오랜만이네요"
"응 잠깐 차에서 얘기 하자"
"네"
"자 음료수 내가 미리 사왔어"
"잘 마실께요"
차안에서 언니와 음료수를 한모금씩 했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아
우두커니 있는 나에게 언니가 입을 열었다.
"재호랑 헤어졌다고"
"...네..."
"재호 알바도 안한다"
"네?"
"요 며칠새 살도 많이 빠졌어. 정은이 너도 그런것 같네"
"아...재호 괜찮아요?"
"괜찮다고 말할순 없을 정도 음...이렇게 둘이 사랑하는데 왜 그럴까"
"아니에요 언니 재호는..."
"기분나빠 하지말고 들어줄래?"
"네 언니...말씀하세요"
"권정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바보야"
".........."
"말하지 않아도 알아 재호가 수민이한테 어떻게 했는지 내가 더 잘 알지.
그거 신경쓰고 있다는 것도 다 알아. 여잔 원래 그렇잖아."
"언니 알고 있었어요?"
"당연하지 내가 눈치가 얼마나 빠른데...휴...정은아 근데 아니야"
"네?"
"니가 있은 후론 아니라고 재호는 확실하게 수민일 정리했어"
"하지만...재호는 수민일 좋아한다고..."
"넌 그럼 친구를 싫어해?"
"네?"
"내가 이거까진 말 안할려고 했는데 해야겠다. 너 재호한테 스웨터 사준적 있었지?"
"네"
"그걸 입고 알바 왔더라 근데 그날따라 유난히 해가 뜨거워서 더웠어.
재호가 또 토스트를 하면 얼마나 덥겠니 그 뜨거운 열기에 밖에선 태양에...
겉옷을 벗으랬더니 죽어도 안 벗는거야."
"아..."
"왜 그랬는줄 알어?"
"왜요?"
"그안에 니가 사준 스웨터가 있었어... 기름이 조금이라도 튈까봐 안된다는거야."
"재호가요?"
"그래 그래서 내가 그럼 옷을 벗어 놓고 겉옷 하나만 입으랬더니만
이따가 정은이 올텐데 헤어스탈 망가지면 안된다고 죽어도 안 벗더라"
"........."
"할말 없지? 또 있어 니가 준 십자수 꼭 끌어안고 자 매일!!!
그 중고딩이 준건 나나 가지라면서 던져 주고 가더라"
"언니...몰랐어요...전혀..."
"그래서 바보라는거야 하긴 재호 그자식도 바보지 사내녀석이 으이구 둘다 못말려!!"
"언니...재호는 왜 그런 얘길 저한테 하나도 하지 않는걸까요...왜..."
"정은아 그건 이제 너네 둘이서 해결할 문제야 아무튼 난 여기까지고
성인이니까 너네 둘을 믿는다. 이제 빨리 들어가봐"
"언니 조심히 가세요"
"정은아!!토스트가게에서 또 보길 바래!!!!!!!"
인사를 하고 돌아선 나에게 큰소리로 외쳐주는 언니가 큰 위안이 되었다.
[정재호 이 바보 등신 멍청이 왜 말을 안했어!!!!!!]
그런 재호에게 짝사랑을 했다고 줄곧 난 짝사랑이었다고 말했으니 그건 아마도
재호에게 있어 크나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알바까지 안 나갈줄이야. 진정 내가 좋아한 재호의 모습이 이렇게 여리고 여린 모습이었나......]
금방까지만 해도 불안하고 우울했던 내 마음이 언니를 통한 재호의 진실들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어느덧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고 덩달아 마음도 홀가분해 졌다. 모처럼 힘찬 발걸음으로 퇴근을 했다. 재호가 없는 내가 아직은 낯설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내가 만든 쿠션을 안고 잘 재호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 올라 지금이라도 당장 보러 가고 싶었지만 갈수가 없었다.
재호한테 너무 미안해서 갈수가 없었다. 그렇게 혼자서 재호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차 정신을 차려 보니 집앞이었다.
"정은아"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사람은 재호라는걸 짐작 할 수 있었다.
너무 보고 싶었는데 얼굴을 보니 확실히 말라 있었다.
[권정은 니가 그렇게 만든거야]
"오랜만이네..."
"잘지냈어?"
"응!"
나 권정은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잘 지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한척
"그래 다행이네."
"왠일이야?"
"어? 아니 그냥 지나다가..."
"응 그래...그럼 나 먼저 들어갈께"
그렇게 재호를 등뒤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현관을 통과하려는데
왜 내 눈에선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지...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너 얼굴 계속 보고 있으면 이렇게 눈물이 흘러 버려서 맘 아프게 할까봐 나 그냥 들어왔어
재호야 미안해 너 아프게 한것도...널 사랑한것도 다 미안해...]
"권정은!!!!!!!"
재호의 목소리에 뒤돌아 서야 했다. 하지만 난 뒤돌아 설수가 없다. 눈물이 나고 있으므로
그래서 뒤돌아설 용기가 없었다. 재호의 얼굴을 보고 싶은데 자꾸만 눈물이 흘러서......
"누가 짝사랑이래!!!너가 줄곧 신경 써왔다는거 알아. 수민이때문에...그래 나 류수민 좋아해
친구니까...그래서 좋아해...근데...권정은 넌....나한텐 사랑이야...지금도 여전히"
"..........."
가슴이 벅차 올라서 아무런 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서 있었다.
그냥 그렇게 재호를 등뒤로 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서 있었다.
"잃고 싶지 않았어...수민이 좋아할땐 해주고 싶은거 다 해주고 그랬었는데...잃었잖아...
너한테도 그러면...너도 잃게 될까봐 그게 두려웠어. 그래서...그래서 그렇게 대하지 못한거야. 정은아...미안하다...나 그게 두려웠어 정은이 너...나한테 마음의 문 닫아 버릴까봐"
"이 바보!!!!!!내가 류수민이야!!!!!!!난 권정은이라고!!!!!!!멀 잃는 다는거야!!!!!머가 두렵다는 거냐고!!!!!!!"
용기내어 뒤를 돌아 봤는데 내 시야에 가득찬 재호를 보고 있노라니 더 눈물이 나서
시야가 흐려졌다. 그리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릴 질렀다.
"정은아...이제 나 봐주네^-^"
"모가 좋다고 웃어 이 바보야"
"내가 너한테 잘해주면 너 달아날까봐 그래서...말 못했어..."
"정재호 바보"
"근데 이제 안그럴꺼다. 내 마음 마음껏 표현 할꺼야"
야윈얼굴로 나를 보면서 베시시 웃는 모습이 너무나 이쁘고 안쓰러워서
재호를 꼭 안아주었다. 키는 커가지고 속은 완전 애기다.
"바보...난 처음부터 너한테 마음의 문 열고 시작 한거잖아...
내 마음의 열쇠는 니가 가지고 있으니까...여는 사람도 닫는 사람도...
정재호 너 하나뿐이야."
"응 알고 있어 이제 알아...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해 그러니까 이젠 울지마."
그렇게 재호의 품안에서 사랑표현을 바꾼 우리는 다시 시작 하기로 했다.
한참을 울다가 조금 진정을 하니 억울한 일이 생각이 났다.
수민이의 부케를 받은 사건
"야 나 6년동안 시집 못가"
"그 미신을 아직도 믿는거야?"
"모래-0-수민이가 그랬어"
"류수민이?"
"어 나 시집 못간다잖아"
"그 미신은 뻥이야"
"어떻게 알어?"
"보면 알잖아"
"몰 보면 아는데 몰!!!"
"짜잔~정은아 우리 결혼하자"
재호는 내게 반지를 건냈다. 그토록 끼고 싶은 결혼반지를 이렇게 추한 상태에서 받게 되다니
정말 정재호는 알수 없는 남자인것 같다.
"야 프로포즈를 누가 이렇게 해 좀더 멋있게 해야지!!!"
"권정은 모야 그 미신에서 벗어나게 해줬더니!!!싫음 말아라"
"야 누...누가 싫대"
"거봐 그럴꺼면서 내가 끼워줄께"
"나 마스카라도 번지고 막 눈도 부었는데"
"^-^정은아 그래도 나한테는 이뻐보여 괜찮아"
얼굴엔 미소가 가득한 재호가 내게 반지를 끼워주었다. 사실 난 지금 날아갈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이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늘 지금처럼 행복하게 해줄께 사랑해 정은아..."
다시 날 품안에 꼭 껴안는 재호를 내가 너무나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걸 말해주고 싶었다.
근데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귀에 걸려있었다.
[재호야 나도 너만 사랑할께. 내 마음의 열쇠 주인이니까 사랑해♡]
"권정은 너도 내 마음의 열쇠 주인이니까 잘 간수해 잃어버리지 말고 알았어?"
내 마음을 열고 닫는 열쇠는
영원히 당신의 것 입니다.
내 마음은 이미 당신으로 가득차 있기에......
by야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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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선생님내꺼만들기번외-내마음의열쇠-
야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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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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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에고고 죄송해요 수정했어요^-^죄송합니다
으아~~~눈물나잖아요...ㅠ.ㅠ번외가 좋았으요..
번외가 좋았다니 다행이에요~~~울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