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악기는 영어로 wind instruments다. wind, 그러니까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 내는 악기를 말한다. 데미안 라이스의 명곡 ’The blower’s daughter’도 떠오른다. 제목에 등장하는 Blower는 직역하면 ‘부는 사람’ 정도인데 데미안 라이스는 관악기 중 하나인 클라리넷 연주자의 딸을 사랑해 이 곡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관악기는 쉽게 말해 입으로 불어 소리 내는 악기다.
지구 최초의 악기, 관악기
▲ 리코더도 관악기 중 하나다
관악기는 구석기 시대쯤 나무줄기를 불어 소리를 내는 피리가 최초의 악기였을 정도로 그 역사가 오래됐다. 단순한 구조였던 관악기는 구멍이 뚫리고, 연주자들의 테크닉이 늘면서 꾸준히 업그레이드했다. 관악기의 재질은 나무, 진흙, 동물 뼈 등에서 점차 발전해 금속, 플라스틱 등이 널리 쓰이고 있다.
▲ 색소폰은 나무리드를 사용해 목관악기에 가깝다
크게 나무 재질의 악기는 목관악기, 금속 재질의 악기는 금관악기로 나누는데 분류해 놓은 걸 보면 금속으로 된 악기가 목관악기에 포함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플루트, 색소폰은 현재 금속 재질의 악기가 널리 쓰이지만, 목관악기에 속한다. 플루트는 원래 나무로 만들던 것을 지금은 금속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 역사에 따라 목관악기로 친다. 또 소리의 결이 목관악기에 더 가깝다. 색소폰은 마우스피스에 나무로 된 리드를 대어 소리를 내는 구조가 목관악기에 가깝다고 해서 목관악기로 친다.
관악기, 당신에게 어울릴까?
서양악기 중 멜로디를 표현할 수 있는 악기를 크게 관악기, 현악기, 건반악기로 나눴을 때 그중 난이도가 가장 쉬운 걸 고르라면 아마 관악기가 아닐까. 관악기는 기본기만 탄탄하게 다지면 금방 그럴듯하게 연주해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어르신들도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는 카테고리다.
관악기는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이기 때문에 폐활량이 좋은 사람에게 유리하다. 호흡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면 더 듣기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 관악기를 연주하다 보면 자연스레 복식호흡을 하다 보니 복근이 생기기도 한다고.
악기를 골라보자!
1. 하모니카
▲ 부는 부분이 격자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게 트레몰로 하모니카다. 집에 하나씩 있는 하모니카가 바로 이 하모니카
연습용 악기 가격 : 5~10만원
추천 종류 : 다이아토닉
대표 브랜드 : 미화, 호너, 톰보
난이도 : 하(시작할 때만...)
하모니카는 소개되는 관악기 중 가장 소리내기 쉬운 악기다. 대신 유일하게 들숨까지 사용하는 악기다. 같은 곳을 불어도 들숨이냐 날숨이냐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주법이나 호흡법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어 멜로디 악기도 되지만 포크 음악 등의 반주용 악기도 된다.
하모니카는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다양하다. 트레몰로, 다이아토닉, 크로매틱 등등. 온음계 악기이기 때문에 코드에 따라 그에 맞는 하모니카를 따로 챙기거나 반음계를 표현해줄 하모니카를 쌍으로 가지고 연주해야 한다. 단, 크로매틱 하모니카는 밸브를 눌러 반음 소리를 낼 수 있다.
▲ 하모니카에 밸브가 달려 있는 게 크로매틱 하모니카
연습용 하모니카 하나가 1~5만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라도 여러 개를 구비해 둬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다른 연습용 악기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가장 대중적인 것, 배우기 쉬운 것은 트레몰로 하모니카이지만 최근 곡을 연주하고 싶다면 조금 어렵더라도 다이아토닉이나 크로매틱으로 배우는 게 더 활용도가 높다.
추가로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는 ‘벤딩’이라는 주법을 익혀야 하는데 마스터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구사할 줄만 알게 되면 재즈나 블루스 같은 장르를 연주할 수 있게 된다.
▶ 하모니카 관련제품
▲ 다벨 하모니카 케이스, 호너 하모니카 홀더
- 하모니카 케이스
여러 개를 들고 다녀야 하는 악기이기 때문에 보관할 수 있는 가방은 필수다.
- 하모니카 홀더
피아노나 기타를 치며 하모니카를 불 예정이라면 필요한 용품. 목에 걸어 단단히 고정해주는 기구다.
▶ 전투력 상승시켜주는 연주 영상
▲ 조금만 배워도 금방 연주할 수 있는 곡이다. 이런 곡이야말로 희망을 품게 하는 곡이다.
▲ 이번엔 하모니카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곡을 찾아왔다.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씨의 테크닉을 보라. 넘사벽이지만 하모니카가 결코 허접한 악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2. 플루트
연습용 악기 가격 : 30만원
대표 브랜드 : 야마하, 암스트롱, 산쿄
난이도 : 중
반짝이는 은빛 악기에서 고운 소리를 내는 플루트도 이제는 친숙한 악기다. 연습용 악기 가격은 타 관악기보다 높으나 소리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편. 리드를 통하지 않고 바로 호흡을 불어 소리를 내는 악기라 사람 목소리와 가장 흡사한 소리를 낸다고 평가된다. 서양의 관악기는 대부분 앞으로 쥐고 부는 게 일반적인데 플루트는 옆으로 들고 불기 때문에 자세도 우아하다. 일단 소리 내는 법을 익히고 운지를 외우면 기본적인 연주가 가능하다.
연습용 플루트의 가격은 30만 원 정도지만 고급 악기는 은이나 금으로 만들어 1,000만 원이 넘는 다. 앞서 플루트가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했지만 소리 내기가 쉽다고 한 거지 고운 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다. 특히 호흡으로 옥타브를 조절하는 게 숙달돼야 한 곡이라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다.
그밖에 혀를 떨어서 내는 플러터 텅잉, 악기를 흔들어 만드는 비브라토, 여러 음정을 동시에 내는 멀티포닉스 등의 주법이 있다.
▶ 플루트 관련제품
▲ 야마하 실버 폴리쉬, 야마하 키 오일
- 실버 폴리쉬
은으로 된 플루트는 쓰다 보면 자연히 녹이 슬기 마련이다. 그럴 땐 전용 실버 폴리쉬로 열심히 닦아주면 다시 깨끗해진다.
- 키 오일
비슷한 맥락이지만 금속이다보니 연결 부분이 뻑뻑해질 수 있다. 오일 몇 방울이면 다시 키가 부드럽게 눌린다.
▶ 전투력 상승시켜주는 연주 영상
▲ 익숙한 멜로디의 재즈 연주곡이다. 반복되는 멜로디가 많아서 열심히 연습하면 금방 연주할 수 있다
▲ 플루트의 고운 음색과 기교를 제대로 보여주는 클래식 장르 곡
3. 클라리넷
연습용 악기 가격 : 50만원
추천 종류 : B 플랫 클라리넷
대표 브랜드 : 부페, 야마하, 우에벨
난이도 : 중상
전형적인 목관악기로는 클라리넷이 대표적이다. 바디 자체도 나무로 만들었고, 마우스피스에 리드를 덧대 부는 방식이다. 묵직한 무광 블랙의 나무 몸체가 시크하다. 하지만 리드를 사용하는 악기는 맨 처음 소리 내는 게 조금 더 어렵다. 리드의 상태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니 관리도 까다로운 편이다. 거기다 초보자의 경우 음이탈이 많이 나기 때문에 연주하다 틀리면 티가 많이 난다. 그래도 특유의 중후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연습용 악기는 10만원 짜리도 있다. 물론 나무는 아니다. 소리의 차이가 꽤 나니 연습용 악기라도 50~100만원 사이의 악기를 쓰는 걸 추천한다. 아니면 악기는 조금 싼 걸 사더라도 리드는 좋은 걸로 사용할 것. 클라리넷은 음역이 넓어서 어떤 곡이든 연주하기 좋지만 대중적인 클라리넷은 B플랫의 악기이기 때문에 다른 악기와 합주하려면 전용 악보가 따로 있어야 한다. 음들을 부드럽게 이어 높이거나 내리는 글리산도, 음에 파장을 만드는 비브라토 주법까지는 열심히 노력하면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다.
▶ 클라리넷 관련제품
▲ K&M 15222 클라리넷 스탠드, 반도린 리드 & 리드케이스
- 클라리넷 스탠드
클라리넷은 아랫부분이 나팔처럼 퍼지는 모양이기 때문에 옆으로 뉘여놓기가 불안하다. 스탠드에 꽂아두면 보기도 좋고 편리하고 안전하다.
- 리드 & 리드케이스
리드는 소모품이다.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선 리드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브랜드는 반도린이 최고다.
▶ 전투력 상승시켜주는 연주 영상
▲ 올드보이의 미도 테마곡이다. 부드러운 클라리넷의 매력을 표현할 수 있다. 난이도도 적당한 수준
▲ 클라리넷의 글리산도 주법을 제대로 보여주는 곡이다. 난이도는 높지만 노력하면 흉내는 낼 수 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오프닝 곡으로도 유명하다
4. 색소폰
연습용 악기 가격 : 100만원
추천 종류 : E 플랫 알토 색소폰
대표 브랜드 : 셀머, 줄리어스, 야나기사와, 야마하
난이도 : 중상
색소폰하면 끈적끈적한 음악을 연주하거나 트로트를 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제대로 연주한 색소폰 소리를 들으면 생각이 바뀐다. 클라리넷을 변형해 만든 악기라 소리도 운지법도 클라리넷과 비슷하다. 클래식 악기를 지향하며 태어났지만 오케스트라보다 빅밴드에서 재즈 장르로 더 활약하고 있는 악기.
익숙하고 친근한 악기지만 가격은 친근하지 않다. 최소 100만원은 들여야 악기를 장만할 수 있다. 색소폰은 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키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데 가장 대표적인 건 E플랫의 알토 색소폰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색소폰은 끝이 둥그렇게 말린 악기인데, 클라리넷처럼 길게 쭉 뻗어있는 색소폰도 있다. 클라리넷처럼 정직하게 불기보다 글리산도나 비브라토 등을 자유롭게 사용해 개성있는 소리를 내며 연주한다. 소리가 워낙 커서 집에서 연습하기는 힘들다.
▶ 색소폰 관련제품
▲ 메이어 알토 색소폰 마우스피스, BG프랑스 가죽 스트랩 S20M
- 마우스피스
마우스피스만 바꿔도 색소폰 소리가 달라진다. 다른 음색을 내고 싶다면 마우스피스를 교체해보자.
- 색소폰 스트랩
색소폰은 악기 자체의 무게가 상당해서 스트랩을 해야 메고 불 수 있다. 착용감은 가죽으로 된 제품이 좋다.
▶ 전투력 상승시켜주는 연주 영상
▲ 차인표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색소폰 열풍이 불게 한 연주자다. 재즈나 클래식 장르에 비해 연주하기 쉬운 곡이 많으니 도전!
▲ 거리 연주자의 미친 실력. 색소폰은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영상이다
5. 오보에
연습용 악기 가격 : 100만원
대표 브랜드 : 마리고, 로레, 리고타
난이도 : 상
오보에는 ‘음이 높은 나무 피리’라는 뜻에서 그 이름이 지어졌다. 아주 맑고 고운 소리를 낸다. 오보에는 오케스트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오보에 A 음에 맞춰 모든 악기가 조율을 한다는 것. 그만큼 오보에가 예민한 악기다.
지금 소개하는 악기들 중 난도가 가장 높기도 하다. 오보에는 몸통도 얇고 호흡을 불어넣는 리드도 얄팍하다. 고로 숨을 불어넣는 것 자체부터 숨이 차기 시작한다. 입술을 오므려 적은 숨을 겹쳐진 리드 안으로 불어 넣어야 하니 일단 기본자세부터 어렵다. 클라리넷이나 색소폰에 비해 리드 관리도 까다로운 편이다. 거기다 리드가 두 개나 쓰이는 더블리드 악기다. 클라리넷이나 색소폰은 불기 전에 리드를 촉촉하게만 만들어주면 되는데 오보에는 칼로 깎고 다듬어 본인에게 맞는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 MBC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이순재 할아버지가 연주하는 악기가 오보에다
악기의 가격은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어쩐지 비싸고 어렵기만 한 악기로 소개한 것 같은데 오보에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희소성 있는 악기를 배우고 싶다면 추천.
▶ 오보에 관련제품
▲ 크루크 앤 스테이플 오보에 리드 메이킹 키트, 프로텍 오보에 리드 케이스
- 리드 메이킹 툴
초보자에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지만 그래도 소개. 리드를 다듬는 데 필요한 모든 게 들어있는 키트다. 리드 깎는 장인이 따로 있을 정도로 오보에에서 리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리드 케이스
귀하신 리드를 담을 수 있는 케이스도 필수다.
▶ 전투력 상승시켜주는 연주 영상
▲ 오보에 연주곡 중에 이보다 유명한 곡은 없다. 이곡을 연주하기 위해 오보에를 배우고 싶을 정도다. 오보에의 아름다운 음색이 돋보인다
▲ 전형적인 클래식 곡에서는 이런 느낌이다
6. 트럼펫
연습용 악기 가격 : 100만원
추천 종류 : B 플랫 밸브 트럼펫
대표 브랜드 : 바하, 야마하
난이도 : 상
금관악기도 하나 골라봤다. 금관악기 중 휴대성이 뛰어난 트럼펫이다. 전형적인 나팔의 형상이다. 언뜻 보기엔 버튼이 3개뿐이라 3가지 음 밖에 못 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트럼펫은 버튼보다 호흡이나 입술 모양으로 음을 내는 악기다. 버튼은 호흡과 입술로 만든 음에서 조금씩 음을 올리거나 내릴 때, 트릴 기법을 연주할 때 사용한다. 따라서 음감이 어지간히 없는 사람은 제대로 소리 내기가 어렵다. 종류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건 B 플랫의 밸브 트럼펫이다.
▲ 모던 트럼펫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이 암스트롱
트럼펫은 기상나팔로 쓰일 정도로 소리가 우렁찬데 소리를 줄여주는 뮤트라는 기구가 있다. 다만 뮤트를 사용해도 집에서 연습하기는 힘들고 뮤트를 통해 다른 악기와의 합주에서 볼륨을 조절하는 정도다. 또 밸브 트럼펫은 크게 피스톤식과 로터리식으로 나뉘는데 통상적으로 재즈 장르는 피스톤식, 클래식 장르는 로터리식을 사용하는 편이다.
▶ 트럼펫 관련제품
▲ 야마하 픽업 뮤트 PM7X, 프로텍 마우스피스 브러쉬
- 뮤트
뮤트라고 해서 음소거 해주는 기기가 아니다. 볼륨을 조절해주는 정도. 트럼펫의 기본 음색은 그대로 유지해준다.
- 마우스피스 브러쉬
부는 악기는 잘 닦아 줘야 한다. 녹이 슬 위험이 있는 금관 악기는 더 열심히 닦아야 한다.
▶ 전투력 상승시켜주는 연주 영상
▲ 익숙한 멜로디다. 트럼펫이 아니라 색소폰으로 불어야 할 것 같은 부드러운 분위기의 곡
▲ 초보자용 곡으로는 한강찬가도 좋다. 귀에 익은 음악이 연주하기도 쉬운 법이다
기획, 편집 /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염아영 news@danawa.com
원문보기: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4&listSeq=3619545&page=1#csidx028ec18bb482625a7e6f02d4fd25ea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