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동네마다 약장사가 돌아다니면서 동네의 공터에서 사람을 모아놓고 약을 파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어떤 약장수는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라고 외쳤던 것이 기억납니다. 아이들이 듣기에 민망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 하는 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병자들도 고쳐주시고, 귀신 들린 사람에게서 귀신도 쫓아내시고, 놀라운 가르침도 주시니 사람들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예수님이 만져주시길 원했습니다(13절). 그 당시에는 랍비라고 불리는 존경받는 스승들에게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와서 축복을 위해 안수받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예수님을 위대한 스승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녀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안수받으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대열이 끊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그 사람들을 꾸짖으며 예수님께 데리고 나아오는 것을 제지하였습니다(13절). 이것을 보신 예수님은 노하시며 어린 아이들이 예수님께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14절). 노하셨다는 말은 제자들의 행동은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기에 안타까워하셨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제가 독일에서 사역할 때 한국을 방문하면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내는 목사님들을 만나기 위해 그 교회 사무실에 전화해서 담임목사님을 만나고 싶다고 연락하게 되는데, 가끔은 중간에서 제지당하여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생기게 됩니다. 흔히 “알아서 긴다”는 말이 있는데, 중간에 있는 비서 목사나 사무실의 비서가 나름대로 바쁜 담임목사님의 일정들을 조정하기 위해 임의(任意)로 차단한 것입니다. 만나야 할 담임목사님과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친근한 관계인데, 예의상 직접 전화하지 않고 교회 사무실로 전화하면 그런 일이 생기게 됩니다. 나중이 이런 일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중간이 제지했던 분이 꾸지람을 당하는 일도 생깁니다. 아마 제자들도 어린 아이들이 끊임없이 예수님께 찾아오니 바쁘신 예수님이 귀찮아지지 않도록 조정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오히려 제자들을 꾸짖으십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이러한 어린 아이를 기꺼이 만나 축복하길 원하신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나라는 이러한 어린 아이와 같은 자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시며(14절),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십니다(15절). 일반적으로 어린 아이는 매우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존성이 매우 강합니다. 어른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이들에게 열려있는 나라입니다. 이렇게 가르치신 예수님은 어린 아이들을 안고 그들에게 안수하여 축복해 주셨습니다(16절).
그 이후에 예수님께서 길로 나가시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와서 무릎 꿇고 “선한 선생님이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라고 묻습니다. 이 사람은 예수님께 달려왔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선한 선생님”이라고 불렀습니다. 매우 간절한 마음, 그리고 겸손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고, 예수님을 매우 존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영생(永生)에 대한 질문은 이 사람의 영적 갈급함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사람이 예수님께 선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것에 대하여, 선한 분은 하나님 한 분밖에는 없다고 말씀하십니다(18절). 이러한 예수님은 말씀은 예수님은 선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질문하려는 내용과 관련하여 인간에게는 참된 선함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예수님을 선한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아직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며, 메시아라고 고백한 것이 아니기에, 그러한 배경을 전제로 하여 선한 분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다고 대답하신 것입니다.
청년(마태복음 19:20은 이 사람을 청년이라고 표현)의 질문에 예수님은 십계명에 나오는 내용을 일부 언급하면서 네가 원래 알고 있는 이러한 계명들을 지키라고 말씀하십니다(19절). 그러자 이 청년은 그러한 계명은 어렸을 때부터 다 지켰다고 자신 있게 대답합니다. 이런 청년에게 예수님은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시며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나를 따르라”라고 말씀하십니다(21절). 청년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은 “그를 보시고 사랑하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21절). 진정한 마음으로 이 청년이 온전한 진리를 깨닫기를 원하시는 마음으로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이 청년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17절). 그러나 영생은, 하나님의 나라는 “무엇을 하여” 얻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율법과 계명을 잘 지켜도, 그러한 선한 행위로 영생을 얻거나,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린 아이와 같이 아직도 부족하고, 아직도 힘이 없고, 아직도 누군가를 의지해야만 하는 상태이지만, 전적으로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 영생을 얻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비결입니다.
이 청년은 재물이 많은 고로 이러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슬픈 기색을 띠고 근심하며 돌아갔습니다(22절). 예수님께서 재물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신 것은 단순히 물질의 소유나 물질의 나눔에 대한 것만은 아닙니다. 인간이 율법과 계명을 그 본래의 의미에 따라 그대로 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예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나아오기를 바라신 것이라 여겨집니다.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은, 이 청년에게는 재물인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각각 자신에게 부족한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말씀입니다. 즉 그 부족함은 인간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행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 부족한 것을 해결한다면, 또 다른 한 가지 부족한 부분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하여, 내가 어떤 행위를 하여, 내가 무엇인가를 지켜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와 주님으로 믿고 따르면 되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처럼 단순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믿음으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축복을 누릴 수 있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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