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水滸傳•제 33편
양지는 황니강에서 생일선물을 탈취 당하고, 돌아가 양중서를 볼 면목이 없어 죽으려고 하였다. 막 황니강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하다가, 문득 깨닫고 발을 멈추었다.
“부모님이 날 낳으시고, 당당하고 늠름한 몸으로 길러주셨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열여덟 가지 무예를 몸에 익혔는데, 끝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끝낼 것인가? 오늘 이렇게 죽을 곳을 찾기보다는, 저놈들을 잡은 후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자.”
몸을 돌려 14명을 보니, 눈만 크게 뜨고 양지를 바라보고 있는데 일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다. 양지는 그들을 가리키며 욕을 했다.
“모든 것이 네놈들이 내 말을 듣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
양지는 나무 밑에서 박도를 찾아 손에 들고, 요도를 허리에 찼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양지는 한숨을 푹 내쉬고 언덕을 내려갔다.
나머지 14명은 밤에 되어서야 비로소 깨어났다. 하나씩 간신히 일어나면서 입으로는 ‘아이고!’를 연발하였다. 집사가 말했다.
“너희들이 양지의 말을 듣지 않아, 나까지 끝장났다!”
병사들이 말했다.
“어르신! 오늘 일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살아날 방도나 생각해 봅시다.”
“너희들에게 무슨 방도가 있느냐?”
“이번 일은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옛말에 이르기를, ‘불이 몸에 붙으면 각자 알아서 끄고, 독충이 품에 들어오면 즉시 옷을 벗어라.’고 했습니다. 만약 양지가 지금 여기 있다면, 우리는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가 어디로 갔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양중서 상공에게 돌아가서 모든 책임을 그에게 미루면 됩니다. ‘양지는 가는 내내 욕하고 때리면서 우리를 꼼짝달싹도 못하게 핍박하고서는, 강도들과 짜고 우리에게 수면제를 먹인 다음 꽁꽁 묶어 놓고 금은보화를 가지고 달아났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겁니다.”
“그 말이 옳다. 우리는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먼저 이곳 관아에 가서 고발하자. 두 군관은 남아서 관아에 협조하여 도적들을 잡기로 하고, 우리는 북경으로 돌아가 관아에 보고하고, 공문을 동경으로 보내 태사에게 아뢰어 제주 부윤으로 하여금 도적들을 체포하도록 해야겠다.”
다음 날, 날이 밝자 집사를 비롯한 일행은 제주부 관아로 가서 고발하였다.
한편, 양지는 박도를 들고 근심이 끊이지 않은 채 황니강을 내려가 남쪽으로 반나절을 걸어갔다. 날이 저물어 숲 속에서 쉬면서 생각했다.
“노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 이제 어떡해야 하나?”
날이 차츰 밝아오자 일찌감치 선선할 때 걷기 시작해서, 또 20여 리를 걸어갔다. 힘들게 억지로 걸어가다가 마침 한 주점 앞에 당도했다. 양지는 생각했다.
“술이라도 한 잔 마시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겠다.”
주점으로 들어가 탁자에 앉고 박도는 옆에 세워 두었다. 부엌에서 일하던 여인이 물었다.
“손님! 식사하시겠습니까?”
“먼저 술 한 병 주시오. 밥도 짓고, 안주도 좀 주시오. 있다가 한꺼번에 계산하겠소.”
여인은 젊은이를 불러 술을 거르게 하고, 밥을 짓고 고기를 볶아 양지 앞에 갖다 놓았다. 양지는 먹고 나서 박도를 들고 주점을 나섰다. 여인이 말했다.
“손님! 술값과 밥값 안 냈습니다!”
양지가 말했다.
“돌아올 때 줄 테니까, 외상으로 달아 놓으시오.”
그러고는 달아났다. 술을 거르던 젊은이가 뒤쫓아 와서 양지를 붙잡았다가 양지에게 한 대 맞고 넘어졌다. 여인이 소리쳤지만, 양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그런데 한 사람이 뒤쫓아 오면서 소리쳤다.
“야! 너 어디 가냐!”
양지가 고개를 돌려 보니, 한 사내가 팔을 걷어붙이고 봉을 들고 뒤쫓아 오고 있었다. 양지가 말했다.
“넌 재수가 없구나! 감히 나를 쫓아오다니!”
양지는 걸음을 멈추고 서 있었다. 그런데 사내의 뒤쪽에 술을 거르던 젊은이가 쇠스랑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거기다 그 뒤에는 또 세 명의 하인이 각기 봉을 들고 나는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양지가 말했다.
“요 한 놈만 요절을 내 버리면, 딴 놈들은 감히 쫓아오지 못하겠지!”
양지는 박도를 들고 사내를 공격했다. 사내도 봉을 휘두르며 대적하였다. 두 사람이 2,30합을 싸웠는데, 사내는 양지를 대적하기 어려워 막는 데만 급급하며 이리저리 피하고 있었다.
젊은이와 하인들이 달려와서 막 덤벼들려는 순간, 사내가 사정권 밖으로 물러나면서 소리쳤다.
“모두 멈춰라! 박도 쓰는 호걸! 성명이나 통합시다!”
양지는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이름을 숨기지 않는다. 청면수 양지가 바로 나다!”
사내가 말했다.
“동경 전수부의 양무관이십니까?”
“너는 나를 어찌 아느냐?”
사내는 봉을 내던지고 절을 하면서 말했다.
“소인이 눈은 있어도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양지는 사내를 일으키며 물었다.
“족하는 누구시오?”
“소인은 본래 동경 사람이며, 금군 교두이신 임충의 제자입니다. 이름은 조정(曹正)이며 조상 대대로 백정 출신입니다. 소인은 도축을 잘 해서, 힘줄과 뼈를 발라내고 가죽을 벗기는데 능숙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칼 잘 쓰는 귀신’ ‘조도귀(操刀鬼)’라고 부릅니다. 이곳의 한 부자가 5천관의 밑천을 대주어 소인이 장사를 하게 되었는데, 밑천을 다 까먹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고향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이 집의 데릴사위가 되었습니다. 부엌에서 일하던 여인이 저의 아내이고, 쇠스랑을 들고 있는 저 사람이 저의 처남입니다. 양무관님의 칼 쓰는 솜씨가 저의 사부이신 임교두님과 비슷한 것을 보고 대적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양지가 말했다.
“원래 임교두의 제자였구먼! 자네의 사부는 고태위의 함정에 빠져 도적이 되었네. 지금 양산박에 있지.”
“소인도 그런 풍문은 들었습니다만, 진실을 알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으로 가셔서 잠시 쉬시지요.”
양지는 조정과 함께 다시 주점으로 돌아갔다. 조정은 양지를 내실로 안내하여 좌정하게 하고, 아내와 처남을 불러 양지에게 절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술과 음식을 가져와 대접하였다. 조정이 물었다.
“양무관님께서는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양지는 바위를 운반하다가 잃은 일부터 방금 양중서의 생일선물을 탈취 당한 일까지 소상히 얘기했다. 조정이 말했다.
“기왕에 일이 그렇게 되셨다면, 양무관님께서는 소인의 집에 잠시 머무시면서 다시 상의하시죠?”
“자네의 후의는 고맙네만, 관아에서 체포하러 올지 모르니 오래 머물 수는 없네.”
“그렇다면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나는 양산박으로 가서 자네의 사부 임교두를 찾아볼까 하네. 내가 지난번에 그곳을 지나다가 산을 내려온 임교두를 만나 겨룬 적이 있었네. 왕륜은 우리 둘의 실력이 비슷한 것을 보고, 나를 산채에 잡아두려고 했었네. 그때 자네 사부 임충을 알게 되었지. 왕륜이 간곡하게 머물러 주기를 바랐지만, 나는 도적이 되고 싶지는 않았네. 그런데 지금 얼굴에 문신을 새긴 꼴로 찾아가려고 하니, 용기가 나지 않네. 진퇴양난일세.”
“그 말씀이 맞습니다. 소인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왕륜이란 놈은 속이 좁아서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답니다. 임교두님도 처음 산에 올라갔을 때 많은 수모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청주에 이룡산이 있는데, 산 위에 보주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이 절은 산에 둘러싸여 들어가는 길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절의 주지가 환속하여 머리를 기르고 나머지 중들도 모두 그를 따라서 도적이 되었습니다. 4,5백의 무리를 모아 민가를 약탈한다고 합니다. 그 우두머리는 등룡이란 놈인데, 사람들이 ‘금빛 눈의 호랑이’ ‘금안호(金眼虎)’라고 부른답니다. 무관님께서 만약 도적이 될 생각이 있으시면, 그곳으로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런 곳이 있다면, 한번 가 봐야겠네.”
양지는 그날 조정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노자를 빌려 이룡산을 향해 떠나갔다. 하루 종일 걸었더니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데 높은 산이 하나 보였다.
“오늘 밤은 숲에서 쉬고 내일 산을 올라가자.”
양지는 숲으로 들어가다가 깜짝 놀랐다. 어떤 뚱뚱한 중이 옷을 벗어 제치고 벌거숭이로 나무 밑에 앉아 쉬고 있는데, 등에는 꽃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중은 양지를 보더니 선장을 짚고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웬 놈이냐! 너는 어디서 왔냐?”
양지가 말했다.
“말씨를 들어보니, 관서 사람이군요. 나와 같은 고향 출신이니 뭐 하나 물어봅시다. 스님은 어디서 왔습니까?”
하지만 중은 대답도 하지 않고 선장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양지가 말했다.
“이 민대가리가 무례하구나! 오냐! 네놈한테 분풀이나 하자!”
양지도 박도를 들고 대적하였다. 둘은 숲 속에서 밀고 밀리면서 결투를 벌였다. 둘은 50합을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중이 빈틈을 보이는 척하면서 사정권 밖으로 물러나더니 소리쳤다.
“잠깐!”
둘은 손을 멈췄다. 양지는 속으로 갈채를 보내며 생각했다.
“어디서 온 중인지, 진짜 실력이 대단하구나! 아주 고수야! 간신히 막아 냈네.”
중이 말했다.
“어이! 얼굴 파란 놈! 넌 대체 누구냐?”
양지가 말했다.
“나는 동경의 무관 양지다!”
“네가 동경에서 칼 팔다가 파락호 우이를 죽인 바로 그 자냐?”
“내 얼굴에 문신이 안 보이냐?”
중은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사형은 대체 뉘시오? 내가 칼을 판 것은 어떻게 아시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연안부 경략상공 휘하의 군관 노달이오. 주먹 세 방으로 진관서를 때려죽이고 오대산으로 가서 머리 깎고 중이 되었소. 사람들은 내 등의 꽃 문신을 보고 나를 ‘꽃 문신 승려’ ‘화화상(花和尚)’ 노지심이라 부르오.”
양지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같은 고향 사람이로군. 강호에서 사형의 큰 이름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상국사에 계시는 줄 알았는데, 여기는 어쩐 일입니까?”
노지심이 말했다.
“한 마디로 말하긴 어렵소. 내가 대상국사 채소밭에서 표자두 임충을 만났는데, 그는 고태위의 함정에 빠져 죽을 뻔하였소. 유배 가는 도중에 위험할 것을 알고 내가 직접 창주까지 데려다 주어 그를 구했소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압송관 두 놈이 돌아와서 고구에게 말하기를, ‘야저림에서 임충을 막 끝장내려 할 적에 대상국사의 노지심이 나타나 임충을 구하고, 창주까지 따라오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보고한 거요. 그래서 어미도 팔아먹을 그 도적놈이 내게 원한을 품고 본사 장로에게 나를 쫓아내게 하고 또 사람을 보내 날 죽이려 하였소. 하지만 다행히도 동네 불량배들이 통보해 주어서 그놈들 손에 붙잡히지 않을 수 있었소. 할 수 없이 채소밭 관사에 불을 지르고 강호로 도망쳤소.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맹주의 십자파에서 주점에 들어갔는데, 주점 아낙네가 술에 수면제를 타서 날 죽이려 하였소. 다행히 그 남편이 일찍 돌아와서 내 생김새를 보고, 또 내 선장과 계도를 보고 놀라서 해독약을 먹여 나를 살려주었소. 그는 내 이름을 물어 보더니 며칠간 머물게 하고, 나와 의형제를 맺었소. 그 부부 역시 강호에서 유명한 호걸이었소. 사내 이름은 장청(張青)인데 본래 채소밭을 지키던 자였기 때문에 ‘채원자(菜園子)’라 불리고, 그 처의 이름은 손이랑(孫二娘)인데 야차 같은 여인이라고 ‘모야차(母夜叉)’라 불리오. 의기가 있는 사람들이었소.
그 집에 4,5일 머물다가, 여기 이룡산 보주사가 몸을 피하기에 좋을 듯하여 등룡을 찾아갔소. 그런데 그놈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해서 한 판 붙었지. 아, 근데 이놈이 나를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까, 관문 세 개를 꼭꼭 닫아 버렸소. 달리 갈 데도 없는데, 그 뭣 같은 새끼는 욕만 퍼부어대면서 도무지 나오지를 않는 거요. 화가 치밀지만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 머뭇거리고 있는데, 마침 형씨가 나타난 거요.”
양지는 크게 기뻐하였다. 둘은 숲에서 땅을 대충 고른 다음, 거기 앉아 밤을 지샜다. 양지는 칼을 팔러 나왔다가 우이를 죽이게 된 일부터 생일선물을 약탈당한 일까지 자세히 얘기했다. 그리고 조정이 이곳을 가리켜 준 것을 얘기하고서, 노지심에게 말했다.
“저놈들이 관문을 닫아 버렸다면, 우리가 여기서 저놈들을 어떻게 내려오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일단 조정의 집으로 가서 상의하십시다.”
두 사람은 숲을 떠나 조정의 주점으로 갔다. 양지가 노지심을 인사시키자, 조정은 서둘러 술을 마련하여 대접하고, 이룡산 일을 의논하였다. 조정이 말했다.
“만약 관문을 닫아 버리면, 두 분은 말할 것도 없고 1만 군마가 와도 올라갈 수 없습니다. 지혜로 취해야지 힘으로는 취할 수 없습니다.”
노지심이 말했다.
“그 뭣 같은 새끼가 내가 처음 찾아갔을 때 관문 밖에서 만나더라고. 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해서 내가 그놈 배때기를 발로 차서 쓰러뜨렸지. 막 요절을 내려고 하는데, 졸개들이 달려들어서 그놈을 구해 산으로 올라가면서 관문을 닫아 버린 거야. 내가 관문 아래에서 아무리 욕을 해도 도무지 나오지 않는 거야.”
양지가 말했다.
“그런 좋은 곳이니까, 우리가 어떻게 해서라도 빼앗아야지요.”
노지심이 말했다.
“올라갈 방도가 없으니 어떻게 빼앗나?”
조정이 말했다.
“저한테 계책이 하나 있는데, 두 분의 뜻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양지가 말했다.
“계책이란 게 뭔가?”
조정이 말했다.
“양무관님께서는 그런 복장을 하지 마시고, 인근 마을의 농부 차림을 하십시오. 저는 스님의 선장과 계도를 가지고 가는데, 제 처남과 몇몇 사람이 스님을 밧줄로 묶어 산 아래로 데려갑니다. 밧줄은 쉽게 풀 수 있도록 묶고서, 산 아래 가서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우리는 인근 마을에서 주점을 열고 있는데, 이 중이 술을 진탕 마시고는 취해서 돈을 내지 않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산채로 쳐들어갈 거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그 말을 듣고, 그가 취한 틈을 타서 밧줄로 묶어 이렇게 대왕께 바치러 왔습니다.’ 그러면 저들이 필시 우리를 산으로 올라오게 할 것입니다. 산채에 들어가서 등룡을 발견하면 곧바로 밧줄을 풀고 제가 선장과 계도를 스님께 드리겠습니다. 두 분이 한꺼번에 덤벼들면 그놈이 어디로 도망치겠습니까? 우두머리만 해치우면 그 나머지는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계책이 어떻습니까?”
노지심과 양지가 일제히 말했다.
“묘하다! 묘해!”
그날 저녁 모두들 술과 음식을 먹고, 내일 노상에서 먹을 마른 양식도 준비했다. 다음 날 아침 모두들 배부르게 먹고, 노지심의 보따리는 조정의 집에 맡겨 두었다. 양지·노지심·조정은 조정의 처남과 대여섯 명의 농부들을 데리고 이룡산으로 갔다. 정오가 지나서 숲속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밧줄이 쉽게 풀릴 수 있도록 노지심을 묶고 두 농부가 끌고 가게 하였다. 양지는 삿갓을 쓰고 손에는 박도를 거꾸로 들었다. 조정은 선장과 계도를 들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봉을 들고서 노지심을 에워싸고 갔다. 산 아래 도착하여 관문을 보니, 곳곳에 쇠뇌와 돌덩이 등이 배치되어 있었다.
관문 위에 있는 졸개가 중을 묶어서 데리고 오는 것을 보고, 나는 듯이 산 위로 올라가 보고하였다. 잠시 후 소두목 둘이 관문에 올라와 물었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느냐? 여기는 무슨 일로 왔으며, 저 중놈은 어디서 잡아왔느냐?”
조정이 대답했다.
“저희들은 산 아래 인근 마을에서 주점을 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뚱뚱한 중이 느닷없이 주점에 들이닥쳐 술을 마시고는 크게 취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돈은 내지 않고서, ‘양산박에서 천 명을 이끌고 와서 이룡산을 치고 인근 마을도 모두 쓸어버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은 술을 잔뜩 먹여서 취하게 만든 다음에 이렇게 밧줄로 묶어서 대왕께 바치러 왔습니다. 저희는 대왕께 순종하고 있사오니 후환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소두목들은 그 말을 듣고 기뻐 날뛰면서 말했다.
“좋아! 너희들은 거기서 잠시 기다려라!”
두 소두목은 곧바로 산 위로 올라가 등용에게 뚱뚱한 중놈을 잡아왔다고 보고하였다. 등룡은 아주 기뻐하며 말했다.
“산 위로 끌고 오너라. 그놈의 심장을 도려내어 술안주로 삼아 원한을 씻어야겠다.”
🔊 다음 제34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