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기분이 좋으면 술을 마시고,
기분이 안 좋으면 술을 마시고,
기분이 그저 그럴 땐,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어디까지 진담인진 모르겠지만,
술을 즐겨하지 않는 나는 다른 취미가 있다.
기분이 불편한 날,
뭔가 일이 꼬여서 잘 풀리지 않는 날,
그럴 때는 내용은 생각치 않고,
그저 색감이 예쁜 그림책을 집어든다.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지려고 말이다.
마르쿠스 피스터의 <무지개 물고기>시리즈를 그래서 꺼내들었다.
#2
세상에 아름다운 그림책은 정말이지 많다.
요즘은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에 빠져 있다.
처음 그림책을 보고 '와, 예쁘다' 했던 기억이 나는데,
온라인 서점을 검색해서 이 책이 총 8권짜리 시리즈란 걸 알고는
무척이나 설렜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책이 8권이나 있어!' 하면서 말이다.
#3
<날 좀 도와줘, 무지개 물고기!>는 이야기가 독특하다.
아름다운 비늘을 갖지 못한 물고기를 친구들이 따돌리는데,
그 모습을 보던 무지개 물고기가 안타까워하는 내용이 그렇다.
왜냐하면 이전 작품에선 따돌림을 당하는 물고기가 바로,
'무지개 물고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무지개 물고기'는 자신의 소중한 비늘을 나눠주고,
대신 친구를 얻는다.
그렇게 친해졌던 물고기들인데,
마치 비늘이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양,
반짝이 비늘이 없는 줄무늬 물고기를 무리에 끼워주려 하지 않는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도 있지만,
읽으면서도 '와, 벌써 이런 식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4
가장 공감이 갔던 건 무지개 물고기의 심리 묘사다.
역시 사람은 경험을 해봐야 이해를 한다고,
따돌림 당했던 무지개 물고기는 자기 과거가 생각 나 불편하다.
그래서 줄무늬 물고기에게 감정이입이 되었을 테고,
줄무늬 물고기가 위험에 처하자 가장 먼저 돕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당연한 결말이지만, 물고기들은 모두 친구가 된다.
때때로 생각하는 일이지만,
친구를 사귀는 일은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하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건다는 것,
그게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기는 어려운 것 같다.
'무지개 물고기'가 줄무늬 물고기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선뜻 함께 놀자고 말하지 못했던 것처럼.
#5
책의 면지를 살펴 보면, 가장 첫 장에 무지개 물고기와
줄무늬 물고기는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반면 가장 마지막인 면지에는 서로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정이란, 함께하는 것,
서로를 돕는 것.
본문에서 그런 메시지를 읽고 나서 마지막 면지를 보니,
그림이 참 다르게 보인다.
<바바야가 할머니>도 그렇지만,
관계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책을 읽다 보면
사람에게 다쳐 거칠어진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30~50페이지 정도 분량의 그림책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이 여유로워질 수 있다니,
그림책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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