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시안컵 역시 베트남의 8강 진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상했던 팀들이 올라왔지만, 자세히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많은 이변이 연출된 상당히 흥미진진한 조별 리그였다.
골닷컴은 2부작 칼럼을 통해 4개조 16개국이 2장의 티켓을 놓고 치열한 열전을 펼쳤던 아시안컵 조별 리그를 결산해 보도록 하겠다.
동남아의 돌풍, 하지만 태생적 한계
이번 아시안컵은 공동 개최국이었던 동남아의 돌풍(말레이시아를 제외한)이 매서웠다. A조의 태국은 아시안컵 개막전 경기였던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1대1 무승부를 거두었고, 오만과의 2차전에서 2대0 승리를 기록하며 상승 분위기를 탔다.
비록 그들이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에게 0대4로 대패했지만 실상 경기 내용은 결과만큼 일방적인 게 아니었다. 비록 태국이 전반에 실점하며 0대1로 지고 있었지만 다득점 원칙에 의거 태국이 더이상의 실점만 허용하지 않으면 8강 진출은 태국의 몫이었다. 게다가 도리어 후반엔 태국이 호주를 거세게 밀어부쳤다.
아쉽게도 경기 종료 10분을 남긴 상황에서 마크 비두카에게 태국으로선 치명적인 2번째 골을 실점하며 이후 급격히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말았지만 그 이전까지 태국은 독일 월드컵 16강팀 호주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과 함께 D조에 편성된 인도네시아의 돌풍 역시 무서웠다. 바레인과의 첫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한 인도네시아는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열심히 뛰며 정규시간 90분이 지날 때까지 1대1 무승부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비록 인저리 타임에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1대2로 패했지만 그들의 분투는 승리한 사우디보다 더 빛나보였다.
마지막 한국과의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는 사우디가 바레인에게 패하지만 않는다면 무승부만 거둬도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 그리고 실제 사우디는 바레인을 4대0으로 이겼다. 비록 미드필더인 김정우가 34분에 실점을 허용하면서 0대1로 패했지만, 인도네시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승부를 향해 전진했다.
호주에서 아시안컵을 독점 생중계하고 있는 FOX 스포츠의 해설진 역시 승리한 한국보다 인도네시아의 분전이 더 보기 좋았다고 경기평을 내렸을 정도였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아깝게 탈락한 반면(그것도 마치 일란성 쌍둥이처럼 1승 1무 1패를 기록했고, 마지막 경기 상대에게 패해 승자승 원칙에 의거 아깝게 탈락했다) B조의 베트남은 개최국들 중 유일하게 8강에 진출했다.
비록 아랍 에미레이츠가 카타르에게 승리를 거두며 어부지리로 올라가게 됐지만,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치부하기엔 일본과의 경기였던 최종전을 제외한 그들의 경기력은 8강에 올라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러면 동남아 팀들이 돌풍을 일으킨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기후적인 요건도 있었고, 그리 좋지 않은 그라운드 컨디션 역시 이미 그 곳에 익숙한 그들에겐 이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조직력이라고 할 수 있다. 태국과 베트남, 그리고 인도네시아는 모두 좋은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홈에서 자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2개월이 넘는 기간을 합숙하며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그러하기에 조직적인 수비를 펼칠 수 있었고, 약속된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빠른 역습이 가능했다. 비록 선수 개개인의 기량 부족으로 인해 마무리가 부족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문전까지 가는 장면들은 아시아의 강호들의 플레이에 비추어봐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홈팬들의 성원도 그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9만명에 가까운 자국팬들이 매경기 자카르타의 게로라 붕 카르노 구장을 찾아와 열성적으로 그들을 응원해줬다. 태국과 베트남 역시 이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팬들 앞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고, 정말 진이 빠질 정도로 달리고 또 달렸다. 부족한 기술을 체력으로 메운 셈이었다.
하지만 동남아 팀들은 마지막 날 경기에서 자신들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단 기술의 부족으로 인해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만약 그들이 마무리만 좋았다면 더 쉽게 경기를 앞서나가거나 쫓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정작 가장 중요한 최종전에서 중요한 실점을 허용한 이후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연출했다(태국과 호주의 경기에선 1번째 실점은 태국에게 큰 의미가 아니었다). 이는 바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그들은 경험 부족으로 인해 큰 경기의 압박감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최종 관문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출저 : 골닷컴
첫댓글 말레이시아 빼고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선전 결국은 베트남만 8강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