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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골의 실폭포, 너무 가물어서 실폭포가 되었다
말을 몰아 마천령에 올라서 보니 驅馬磨天嶺
층층 봉우리가 구름 속에 있네 層峯上入雲
저 아래 펼쳐 있는 큰 못을 前臨有大澤
대개 북해라 부른다고 하네 蓋乃北海云
―― 동명 정두경(東溟 鄭斗卿, 1501∼1570), 「마천령에 올라(登磨天嶺)」
▶ 산행일시 : 2016년 6월 19일(일), 흐림, 안개
▶ 산행인원 : 10명(캐이, 진성호, 정대장, 킬문, 솜다리, 악수, 전배균, 아사비, 먼산, 높은산)
▶ 산행코스 : 설악동 C지구→피골,가리마골,화채봉 동릉 1040m봉,864m봉,453m봉,
△90.7m봉,태봉산→물치
▶ 산행거리 : GPS 거리 17.2km
▶ 산행시간 : 12시간 31분
▶ 교 통 편 : 승용차 2대에 분승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3 : 40 - 천호대교 남단 출발
05 : 45 ~ 05 : 52 - 설악동 C지구, 산행준비, 산행시작
06 : 18 - 피골 산책로 종점
06 : 28 ~ 07 : 08 - 너럭바위, 아침식사
07 : 30 - 실폭포
08 : 06 - 피골폭포
10 : 20 - 832m봉 옆, 골짜기 벗어나 생사면 오름
11 : 33 - 화채봉 동릉 1,040m봉
12 : 00 ~ 12 : 46 - 점심
13 : 02 - 864m봉, Y자 능선 분기, 오른쪽은 송암산으로 감
13 : 18 - Y자 갈림길, 왼쪽은 피골로 감
13 : 53 - 610m봉, Y자 능선 분기, 왼쪽은 피골 입구로 감
14 : 26 - 432.5m봉
15 : 42 - 해맞이길, 이정표(해맞이길 정상 3.43km)
16 : 22 - △90.7m봉
16 : 56 - 태봉산(77m)
17 : 57 - 해맞이길 정상(80m)
18 : 23 - 물치, 산행종료
19 : 20 ~ 19 : 53 - 속초, 저녁
23 : 00 - 천호대교 남단
1. 태봉산 정상에서, 정대장 님, 먼산 님과 전배균 님은 산행도중 차량회수 자원봉사 나가는
바람에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고, 킬문 님은 마루금 유지하느라 늦다
2. 하산 길에 보이는 달마봉
3. 해맞이길
▶ 피골, 가리마골
한편, 망각은 축복이라고 했다. 확실히 그러하다. 내가 전에 피골(가리마골)을 간 것을 까맣
게 잊고 거기를 간다는 높은산 님을 따라 나섰는데 일행들이 나에게 여기를 또 오느냐고 깨
우쳐 준다. 그때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되었으니 어찌 축복이 아니랴. 5년 전 가을에 갔
었다. 설악의 사나이 하늘재 님과 함께였다.
천호대교 남단의 88올림픽대로와 연결되는 곳으로 03시 35분까지 나오라고 했다. 잠을 미
리 좀 자두어야 하기에 평소와는 다르게 21시부터 자려니 어렵다. 애만 쓰며 뒤척이다가 나
간다. 어둠 속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쾌속으로 달린다. 동홍천IC를 빠져나와 화양강휴게소에
들린다. 나는 아침식사용으로 김밥 한 줄을 산다. 김밥 주인에게 언제적 김밥이냐고 물었더
니 이 새벽에 만들어 왔다고 한다. 언젠가 여름 산행 때 사온 김밥이 쉬었는데, 허기져 탈출
하기보다는 배탈이 날 것을 각오하고 먹었다.
차창 밖 여명이 뿌옇게 밝아오고 하늘금 뭇 산들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미시
령터널을 지나자마자 전혀 다른 나라다. 지척조차 알아볼 수 없게 안개가 자욱하다. 울산바
위도 캄캄 가렸다. 목우재 넘어 설악동 C지구 주차장으로 간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다. 운동
장보다 더 넓은 주차장이 텅 비었다.
피골은 작년 토왕성폭포 관폭대 개방할 때 같이 개방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가벼운 산책차
림이 아닌 묵직한 배낭을 메고서 이 새벽에 거기를 간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수상할 터, 잰걸
음 한다. 피골의 유래는 어떠한가? 산행 중 논의가 있었다. 이곳 가을단풍이 핏빛처럼 특히
붉어서라는 설, 6.25 때 치열한 전투로 피아간에 많은 피를 흘렸다는 설이다.
가리마골은 피골로 수렴하는 여러 골 중 가리마처럼 가운데로 난 골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오른쪽에 바치골, 복구골이 있고, 왼쪽으로는 까막골, 바른골, 너래골이 있다. 개방
한 피골 산책길은 폐가 같은 여관촌을 지나 너른 골짜기 너덜 비킨 숲속 소로다. 내내 하늘
가린 숲속이다. 울창한 수림이 바람을 막았을까 후덥지근하여 금방 등에 땀이 밴다.
26분 걸려 피골 산책길 종점이다. 아무 볼 것이 없다. 하다못해 길가에 야생화라도 심어놓든
지, 적어도 폭포나 소까지는 안내하든지 해야지 이대로 끝나버리면 속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
을까. 금줄을 넘는다. 인적은 금줄을 넘어서도 분명하다. 점점 흐릿해지는 산비탈 인적을 쫓
느니 계곡 너덜을 간다. 암릉 같은 바위를 넘고 넘는다. 암릉 타는 손맛 본다.
너덜 평정한 너럭바위가 나온다.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 아침식사를 한다. 식후 커피 끓여 입
가심한다. 일행들은 오지산행 신마담 수준의 커피 맛은 아닐 테지만 마셔보라고 한다. 나중
에 어쩌면 신마담은 스타벅스와 겨눌 커피전문점을 차릴지 모르겠다. 수시로 슬랩을 오른다.
너무 가물어서 와폭은 슬랩으로 변했다.
선두는 진성호 님이다. 그러나 그 뒤를 눈대중하여서도 내가 따르기에는 벅차다. 가파른 슬
랩을 아무렇게나 막 오른다. 실폭포를 만난다. 지루하던 발걸음에 눈이 번쩍 뜨인다. 피골 비
경의 흔적이다. 등로는 실폭포 오른쪽 사면이다. 거의 수직인 사면을 나무뿌리 잡고 오르다
오금 저리며 트래버스 하여 실폭포 상단이다.
4. 피골, 너럭바위(식당바위)에서
5. 피골 실폭포, 등로는 오른쪽 거의 수직사면이다
6. 올려다 본 피골 실폭포
7. 정면에서 바라본 피골 실폭포
8. 내려다 본 피골 실폭포
9. 피골 실폭포 상단
10. 피골 실폭포 상단에서 잠시 휴식
11. 선두인 진성호 님, 가파른 슬랩도 아무렇게나 올라 그 뒤를 따르기가 버거웠다
12. 피골 실폭포 상단에서
13. 피골폭포, 가물어 건폭으로 변했다
14. 피골폭포 중단
▶ 화채봉 동릉
탁주 입산주의 안주는 주변 가경이다. 경치 좋은 곳이 나오면 쉬어가기로 한다. 자주 쉰다.
그리고 안개 속을 간다. 조망 없는 숲속을 가니 안개 속 은은한 풍경이 차라리 낫다. 피골폭
포도 말랐다. 대슬랩이다. 폭포가 흐르면 엄두를 내지 못할 대슬랩을 손바닥 발바닥 밀착하
여 오른다. 피골폭포 중단에서 가느다란 물줄기 바라보며 잠시 휴식한다. 물줄기 아래 소는
꽤 깊다. 선남선녀(仙男仙女)가 되고 싶지만 갈 길이 멀어 그만 둔다.
왼쪽 가파른 사면을 오르고 피골폭포 상단이다. 완만한 골이다. 계류는 너덜 밑에 숨어 흐른
다. 앞으로 계류가 더는 보이지 않을까봐 식수를 꾹꾹 눌러 보충했는데 산모퉁이 도니 반석
위로 옥수가 흐른다. 계류와 몇 번 숨바꼭질 하고 먼지 나는 너덜을 한참 오른 832m봉 아래
에서 생사면을 친다. 잡목 숲이다. 그중 철사보다 더 센 철쭉은 역방향으로 누웠다. 땀난다.
832m봉 위쪽 능선을 잡아 오른다. 잡목 숲속 흐릿한 인적이 앞서간다. 화채봉 동릉 1,040m
봉에 오르고 나서 길이 풀린다. 킬문 님이 변했다. 아니면 산릉이 안개에 가려서일까. 화채봉
까지 편도 1.7km밖에 되지 않는데도 거기 다녀오기를 마다한다. 긴 내리막. 길 좋다. 숲속 가
리마로 난 길이다. 쭉쭉 내린다. 가파름이 멎은 숲속에 공터가 있다. 때마침 점심 먹을 명당
이다.
진성호 셰프의 고추장삼겹살이 일미다. 썬 양배추까지 일습을 준비해 왔다. 곰취와 당귀순
만큼은 이곳 현지 조달이다. 탁주 반주 곁들인다. 나중에는 밥을 볶아 먹었다. 이리 만복과
반주에 취한 걸음이니 산을 힘들게 간다. 점심 마치자 비 뿌리기 시작한다. 비라고 하기에는
어색하고 기상청 예보의 체면을 살려준다. 원뢰는 소나기를 주문하지만 오히려 햇볕 난다.
864m봉에서 Y자 능선이 분기한다. 오른쪽은 송암산으로 간다. 우리는 왼쪽으로 간다. 송암
산의 위수지역인지 소나무 숲길이다. 보기 좋고 걷기 좋다. 능선이 엷어 길을 자주 헷갈린다.
길 찾는 재미로 간다. GPS는 사후적이다. 여기저기 쑤셔보기를 반복한다. 피골 가는 갈림길
에서 정대장 님, 먼산 님과 전배균 님이 차량회수 자원봉사로 나선다. 그들과 헤어진다.
산행 도중에 산행을 포기하고 일행을 위하는 마음으로 자청하여 차를 가지러 간다는 것은 매
우 어려운 일이다. 박수를 보낸다. 소나무 숲 오솔길은 계속된다. 간혹 갈 길을 몰라 풀숲을
헤매는 통에 온 산에 내린 비를 소급하여 맞는다. 바지자락은 젖어 감기고 등산양말까지 질
척인다. 나뭇가지 사이 기웃거려 달마봉과 울산바위를 감상한다. 거기는 대해 고도다.
15. 피골폭포 상단
16. 피골폭포 상단 가는 길
17. 피골폭포 상단에서
18. 계곡 너덜은 끝이 없다. 계류는 너덜 밑으로 숨어서 흐른다
19. 바위떡풀 꽃
20. 계류가 말라 이렇게 지나갈 수가 있다
21. 건폭
22. 건폭
23. 건폭, 수량이 많았다면 오르기 까다로웠을 것 같다
24. 산꿩의다리
▶ 태봉산(77m), 물치
물치까지 가기로 한다. 가는 도중에 등로 벗어난 태봉산을 꼭 들리자고 한다.
높이는 비록 77m이지만 오늘 산행 중 유일하게 이름 붙은 산이다. 물치까지 산간도로 3곳을
지나야 한다. 비산비야일까? 높은산 님은 아마 둘레길이지 않을까 추측한다. 상복리 첫도로.
무심코 능선 마루금을 잘못 들어 떼알바 한다. 알바는 항상 힘들다.
산간고개에 이정표가 있다. 해맞이길 정상 3.43km. 길을 잘 다듬었다. 높은산 님의 둘레길
추측이 딱 들어맞았다. 해맞이길 주변은 온통 소나무 숲길이다. 길섶에는 산딸기가 열렸다.
아직 달지 않고 지리다. 나지막한 봉우리들을 줄달음하여 오르고 내린다. 두 번째 도로. 산돌
배나무에는 산돌배가, 다래나무에는 다래가 주렁주렁 열렸다. 차량회수조가 보급 왔다. 냉맥
주를 사왔다. 이 정도면 황제산행이다.
△90.7m봉. 등로를 약간 벗어났다. 수대로 풀숲 뒤져 찾은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알아
볼 수 있다. 임도 지나고 봉봉을 넘자 산맥은 고속도로로 끊겼다. 공사 중이다. 절개지 옹벽
은 깊어 내릴 수 없고 크게 빙 돌아야 한다. 적어도 1km는 가외 걸음이다. 해맞이길은 도로
공사중이라 산 아래 마을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태봉산이 멀고 험하다. 절개지 초지 사면 오르고 폐장한 사격훈련장을 지나 덤불숲을 뚫는
다. 잡목 숲과 거미줄 헤치며 두 피치 올라 태봉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참호시설이 있다. 능
선 마루금을 고수하느라고(?) 늦어지는 킬문 님을 기다리다 너무 오래일 것 같아 기념사진
찍고 내린다. 다시 능선 마루금에 들어 공사 중인 도로 건너편에 킬문 님이 보인다. 어련히
오실까. 기다리지 않고 간다.
야산을 간다. 가시덤불 헤친다. 세 번째 도로. 대로로 온 해맞이길을 만난다. 해맞이길은 마
을길을 돌고 우리는 능선 마루금을 잡는다. 시누대 대숲 길이다. 해맞이길 정상이 가까웠다.
80m봉. 준봉이다. 가파른 오르막길 스퍼트 낸다. 마침내 정상. 너른 공터에 간이운동시설을
설치하였다. 해맞이하게 전망이 좋을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예상은 벗어났다. 사방 가린
숲속이다. 왜 해맞이길이라고 작명했는지 의문이다.
목적지인 물치는 560m 남았다. 이정표가 안내한다. 전망이 트일까 길 벗어나 직등하여 봉우
리에 올랐다가 군부대 철조망에 막히고 뒤돈다. 철조망 끼고 사면을 돌고 돈다. 이윽고 바다
가 보이고 물치다. 로타리공원 앞 도로 건너가 바다다. 우리 차들이 연락 받고 금세 달려온
다. 근처에는 샤워할만한 시설이 없다. 공용화장실에서 대충 얼굴만 씻는다.
25. 오색에서 대청봉 오르는 능선, 화채봉 동릉 1,040m봉에서
26. 점심자리
27. 화채봉, 그 앞 능선을 올랐다
28. 고도인 달마봉
29. 고도인 달마봉
30. 소나무 숲길
31. 울산바위와 달마봉, 그 뒤는 상봉과 신선봉
32. 길 찾는 중, 몇 번이나 발로 찾았다
33. 소나무 숲길
34. 소나무 숲길
35. 물치 가는 길, 해맞이길
35-1. 큰까지수염, 여름의 전령사다
36. 해맞이길 가는 중에 비켜 있는 태봉산을 들렸다
37. 해맞이길 정상 오르는 도중에 만난 노랑망태버섯
38. 물치 로타리공원
첫댓글 이리 좋은 곳을 댕겨 오신건가요 !!
후반부는 취산으로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간만에 넉넉하고 잼난 산행했습니다...
계곡산행을 널널하게 다녀오셨네요^^,,,소나무길의 정취가 엿보입니다..^^
그런데 더덕이나 산삼 같은 것이 없어서 좀 쓸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