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까이 사노라니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삶에
의욕을 잃었을 때는 시장구경을 하라’는 속담이 있다. 오후가 되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고 활기찬 시장이 있다. 바로
전주 ‘모래내시장’이다.
이른 봄나물은 물론 사계절의 변화를 직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주에는
이 밖의 전통시장으로 남부시장(완산구
전동), 중앙시장(완산구
태평동), 서부시장(완산구
효자동), 동부시장(완산구
경원동), 농수산물도매시장(덕진구
송천동)등이 있다.
‘모래내’는
전라북도 전주시 인후동에 있는 하천이다. 전주천의 한 지류로서 기린 봉에서 발원해 인후동과 노송동을 지나 진북동에서 전주천으로 합류된다.
곡류(曲流)하던 하천에 모래 퇴적물이 많이 쌓여서 ‘모래내’라 이름하였다.
이제
하천 대부분은 복개돼 도로가 됐지만 그 주변을 모래내로 부르고 있다. 이 시장은 1974년쯤 개설됐다. 나는 1977년에 이 근처로 옮겨와
살았으니 근 반세기나 된 셈이다. 도로명주소도 ‘모래내’가 붙어 10번 길까지 있다. 처음에는 자연발생적으로 주민과 노점상 소수상인들이 모여서
상행위를 시작했다. 대부분이 농산물을 파는 노점형식의 가판형태로 장이 이루어졌다. 지금도 점포 앞의 노점상들이 남녀노소를 상대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시장 살리기 정책에 힘입어 발전해 왔다. 잘 정비된 300여 개의 상점이 있는 중형시장으로 발전헸다.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들까지 합해 약
500여 명이 장사를 하고 있다. 가끔 시골 아줌마들이 길바닥 한 뼘을 차지하지 못해 아귀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신선도를
자랑하며 직거래가 생명인 채소·과일·정육·생선·건어물·의류·잡화 등이 주거래 품목들이다. 그중 산지에서 직송으로 판매하는 배추와 무가 가장
유명하다. 시장의 새벽 풍경을 보면, 트럭 가득 배추와 무를 싣고 온 생산자에 상인과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매업자와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전주시와
가까운 완주군 소양·용진면과 진안 등에서 수확한 청정농산물들이 매일 직접 배송되니 그들의 돈줄이 된다. 중간유통단계를 생략해 타 경쟁시장보다
싸고 신선한 채소를 판매한다. 언제든지 품질 좋은 텃밭 채소를 살 수 있어, 다른 동네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도 많다. 청정지역에서 길러 낸
소·돼지·닭 등의 축산물 또한 모래내 시장을 대표하는 상품들이다.
푸짐한
인심과 다양한 먹거리로 팥 칼국수, 순대국밥, 통닭, 호떡, 찹쌀도넛, 등 다양한 먹거리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피 순대가 일품인 원조
모래내 순대국밥집은 20여 년 동안 변함없는 맛과 전통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시장골목
안쪽에 있는 K닭집은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옛 추억을 느끼게 하는 일명 시장통닭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그밖에 간판도 없이 오직
입소문만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도넛가게도 있다. 바삭하고 고소한 찹쌀 도넛과 꽈배기를 맛보려는 분들로 언제나 붐빈다.
시장주변에는
조용하고 아늑한 단독주택가가 있다. 한때는 부유층이 살던 곳이나 새로운 개발지역으로 철새처럼 날아가 버렸다. 버스정류소와 갖가지 병의원,
한의원, 약국 등도 자리 잡고 있다.
더욱
초중고의 여러 교육시설에 행정과 금융시설이 겸비한 편의시설이 모여드는 곳이다. 자동차 소음이 들리지 않은 조용한 주택가라 고시합격생도 다수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시장
가까이 사니 좋은 점도 많다. 첫째가 고학년의 자녀들이 밤늦게 돌아오는 길이 안심이 된다. 물건사기는 필요에 따라 오가며 사오니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집에 방문객이 찾아오기 쉽고, 주차에 문제가 없다. 손님접대는 취향 따라 골라 먹을 수 있어 좋다. 가끔 파장 싸구려도 살 수 있다.
특히 명절에는 넓은 주차장이 무료개방되니 자녀들의 주차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연중 여러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어 좋고, 상술 백태(百態)를
감상할 수 있다. 무려(無慮)하고 한가한 시각에는 거닐며 구경을 하니 기분전환에도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어쩌다
재테크와 편의를 위한 도시 유목민이 못되고 근 반세기를 살다보니 원주민이 몇 없는 터줏대감이 되었다. 왜, 이곳을 떠나지 못했을까? 후회도
남지만 자녀들은 이곳을 떠나 저마다 맡은 일을 잘하고 있다. 소임을 다했다며 위로하고 살아 갈 것이다. 살기 좋아 떠나지 못한 88노옹의 미름
달, 빼빼로 데이를 보내고 있다.
(2017.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