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어느 날,
나는 지친 얼굴로 부산대병원 신경과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여기에 오기까지 나는 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4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원인 모를 두통, 대낮에도 쏟아지는 극심한 졸음,
그리고 가끔씩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 왼손 새끼손가락.
무엇보다도 계속되는 머릿속이 멍하고 띵한 느낌은 나를 더욱 괴롭혔다.
동네 신경과에서는 긴장성 두통이라 했고,
약물치료와 침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전전했지만 별다른 호전은 없었다.
결국 스스로 인터넷을 뒤지며 병명을 찾다가,
큰 병원 신경과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됐다.
그렇게 찾아온 부산대병원 신경과,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연로한 어르신들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그곳에 앉아 있는 내가 어쩐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마침내 내 이름이 불렸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교수님은 내 손가락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진단용 손망치로 무릎을 두드려 반응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파킨슨병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교수님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젊은 사람도 걸릴 수도 있지."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텅 빈 듯했다.
지금 무슨일이 벌어진 건지 제대로 받아드릴 겨를도 없이 나는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3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샀다.
그자리에서서 연거푸 세 개비를 태웠다.
그때 내 나이 마흔둘.
가정에서는 14살 아들과 9살 딸을 둔 아버지이자,
직장에서는 나름 인정받으며 핵심 부서에서 일하던 시기였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보는 순간,
나는 그만 참으려 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성실하게 살아온 내게, 왜 이런 일이 닥친 걸까.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날 밤,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이 아이들이 클 때까지만이라도...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끝내 마주한 현실, 그리고 사찰로의 길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희망을 붙잡기로 했다.
혹시나 오진이 아닐까, 실낱같은 기대를 안고 부산의 또 다른 대학병원을 찾았다.
뇌 MRI와 PET-CT를 포함한 정밀 검사를 받으며,
기도하듯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제발,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교수님 앞에 앉았을 때,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교수님은 내 검사 영상을 한참 들여다보셨다.
그러나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한 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이미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말로 듣기 전에, 교수님의 어두운 얼굴이 먼저 내 병을 확진했다.
그 난감하고 안타까운 표정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파킨슨병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래, 견뎌내자. 어떻게든 극복해 내자."
하지만 그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막연한 두려움과 끝없는 불안,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날 짓눌렀고,
출근을 해도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손에 잡히는 것 없이 하루하루가 무너져 내렸다.
결국 나는 직장에서 장기 병가를 내고,
지인의 소개로 경주시 평동에 있는 작은 사찰로 향했다.
첫댓글 그맘 너무나도 압니다.
저역시 그랬구요 동네 의원장이 가까이 지냈는데요 한번은 가서 걷는것이 왜 이렇게 힘드냐 했더만. 아~~그럼 파킨슨인데 하더군요 ㅠㅠㅠㅡ
검사결과 파킨슨 입니다.
마음 선하신 곰솔님 힘내세요.
네 감사합니다.
우린 이미 같은배를 탔습니다.
같이 의지하며 잘 이겨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제 얘기인거 같아서 맘이 너무 아프네요.
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모두는 주어진 상황에 맞게 잘 적응해 내야 하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처음 우리에게 찾아온 파킨슨은 그 기세가 상당히 신사적이여서 소리없이 우리 몸을 점령하고 얼마간의 잠복기를 거치고
난 후에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우리는 그 우리 몸의 침입자의 정체를 알고나서
놀랍고
때론 두렵고...
.......
.......
42세의 잘나가던 가정의 가장에게 불어온 광풍(廣風).....
곰솔님!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인것을..
어려운 시간들을 통과한 후에 지금은 환우로의 좋은 관리와 치병의 모습들이
늘 부럽고
많이 응원합니다
지금보다 더 힘내시길...
화이팅 입니다
月白(강성범)
월백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든시간을 견디면서도 항상 반듯한자세와 바른행동 젠틀한모습 이런것이 곰솔님인줄만알았 는데 ~~ 지난세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고생하셨습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네~ 부회장님
저를 너무 좋게만 보신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렇지가 않아서 송구하네요^^;
부회장님께서도 행복하시고요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