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은 지난 10월 28일부터 가자지구(Gaza Strip)를 봉쇄한 후 지상병력을 투입하여 2단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전차와 장갑차들은 하마스(Hamas)의 근거지인 가자시티를 북쪽, 동쪽 및 남쪽에서 3면으로 포위했고, 곧바로 소부대로 편조된 보전협동부대가 가자시티 외곽으로부터 중심으로 하마스가 구축한 지하 메트로를 파괴하면서 전진하고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특수작전부대들은 하마스의 지도부를 제거하거나 인질을 구축하기 위해 포위망 안에서 핀셋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그림 1>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시티를 포위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전차와 장갑차들
* 출처 : https://nagalandpost.com/index.php/israeli-forces-surrounding-gaza-city/
이스라엘군의 본격적인 지하전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현재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앞서 언급한 포위망을 좁혀가면서 가자 메트로와 연결된 주요 출입구에서 저항하는 하마스 전투원들과 근접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마스 전투원들은 현재 진행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초기 모습처럼 드론에 장착된 급조폭발물을 낙하시켜 이스라엘 지상군을 기습하고 있다. 또한, 땅굴과 수직으로 연결되어 있는 구멍을 이용하여 RPG-7으로 이스라엘군의 전차와 장갑차를 기습사격을 가한 후 다시 땅굴로 사라지는 전투기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것은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때 헤즈볼라 전투원들이나, 이후 2016년 모술(Mosul) 전투 이전까지 중동 곳곳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IS 전투원들의 전투기술과 유사한 모습이다. 즉, 하마스의 전투원들은 첨단 무기체계로 무장한 이스라엘 지상군에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전투수행방법인 게릴라전으로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영상 1> 첨단 무기체계로 무장한 이스라엘 지상군을 상대로 기상천외한 전투수행방법인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는 하마스 전투원들
그렇지만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 메트로로 진입하여 이들과 교전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대신 테디 베어(Teddy Bear)로 불리는 장갑 불도저는 이 구멍들을 흙으로 메꾸거나 이곳들을 은·엄폐하고 있는 건물 자체를 붕괴시키고 있다. 이스라엘군 지상 병력들도 주야간 탐색을 통해 식별한 하마스의 가자 메트로 지상 출입구를 폭약으로 봉쇄하고 있다. 이는 포위망 외곽에서부터 불필요한 피해를 최대한 회피하겠다는 이스라엘군의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2> 이스라엘 지상군이 운용하고 있는 장갑 불도저 ‘Teddy Bear(D9R)’
* 출처 : https://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12626891/The-worlds-indestructible-bulldozer-Israels-D9R-nicknamed-teddy-bear-features-large-heavy-blade-clear-explosive-devices-slat-armour-counter-rocket-propelled-grenades.html
그렇지만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시티 중심부로 진입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빽빽한 건물지역을 은·엄폐물 삼고, 가자 메트로를 차폐 기동로로 이용하여 ‘치고 빠지기(Hit & Run)’ 전법을 구사하는 하마스의 전투원들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지하전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포위망이 가자시티 중심부로 좁혀질수록 이와 같은 전투의 빈도와 강도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이스라엘 지상군의 사상자는 급격히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3> 가자시티 전경(2022. 5. 29)
* 출처 : https://www.reuters.com/world/middle-east/hamas-authorities-execute-five-palestinians-gaza-2022-09-04/
이와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포위망 내부의 하마스와 가자시티 시민들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사자성어처럼 가자시티 시민들은 하마스에게 병력, 정보, 보급 등을 제공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는 하마스로부터 가자시티 시민들을 분리한다면 하마스의 전투력은 급격히 저하될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시티 시민들을 포위망 외부로 소개시킬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군도 이를 위해 가자시티 시민들에게 남부 가자지구로 소개할 것을 여러차례 권고했다. 하지만 아직 상당수가 가자시티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하마스가 이들의 소개를 가로막고 있기도 하지만, 이들이 옮겨갈 안정적인 거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00만 명이 넘는 가자시티 시민들이 남부 가자지구로 옮겨갈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안정적인 거처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림 4> 이스라엘군이 지정한 소개 지역(가자시티)과 이동지역(남부 가자지구)
* 출처 : https://abcnews.go.com/International/israel-tells-million-gazans-flee-south-avoid-fighting/story?id=103958853
이와 같은 이유로 포위망 내부에서는 민간 피해가 끊이지 않게 발생하고 있으며, 외신은 이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스라엘에게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다. 우선,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지상군의 민간 피해를 계속해서 특필할 것이고, 이게 축적되면 이스라엘 군사행동의 정당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이와 같은 패턴의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주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가담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레바논의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는 드론, 로켓 등으로 이미 하마스를 지원하기 위한 군사활동을 시작했다. 시리아의 친이란 세력, 예멘의 후티 반군 등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개입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림 5> 헤즈볼라가 보유한 드론과 로켓
* 출처 : https://english.almayadeen.net/news/politics/hezbollah-deploys-drones-in-a-first--targets-19-israeli-site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이 앞서 언급한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양측의 분쟁은 지속될 수 있다. 이 분쟁을 목도(目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 아이들이 장차 생존을 위한 투쟁에 다시 가담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실제로, 하마스가 운영하는 여름캠프에서 가족을 잃은 어린 아이들이 군사훈련을 받은 모습이 여러차례 식별되고 있다.
<그림 6> 하마스 여름캠프에서 군사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
* 출처 : https://freebeacon.com/national-security/palestinian-terror-groups-recruit-children-at-militant-summer-camps/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가자시티 시민들이 물리적, 심리적 위협과 위험으로부터 당분간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장소가 가급적 가자지역으로부터 최대한 이격된 지역에 설치되어야 한다. 현재처럼 소개 후 이동한 지역이 가자지구 내부로 한정될 경우 하마스의 영향력이 다시 미치게 되고, 이로 인해 이스라엘의 오폭, 과잉 대응 등이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단계 작전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 내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국제적 이슈로 여러차례 특필되었다.
<그림 7> 11월 1일, 이스라엘 공군으로부터 폭격된 가자지구 내 자발리아(Jabalia) 난민촌
* 출처 : https://www.businessinsider.com/new-satellite-images-destruction-israel-gaza-refugee-camp-hamas-2023-11
가자지구 난민들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곳으로 이스라엘과 동맹 관계에 있는 미국과 외교 관계가 좋은 인접국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 미국은 이집트와 요르단과의 군사협력을 통해 관계를 개선해왔고, 이스라엘과 이들의 관계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최근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경제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요르단은 이스라엘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몇 안되는 이슬람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이스라엘 내부지역에서는 앞서 언급한 이집트와 요르단과의 국경지역도 난민촌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이집트와 요르단을 통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제공될 수 있으므로 하마스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서 가자지구 난민들에 대한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물론, 이와 같은 조치에도 100만이 넘는 가자시티 시민들을 모두 소개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적략적으로 난민 보호 이미지가 부각되어 군사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작전적으로 민간 피해를 최소화함으로써 단기속결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술적으로 하마스의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시티 중심부에서의 지하전투 간 행동의 자유를 확보함으로써 하마스의 최후 저항을 최단 시간 내 최소 희생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군의 3단계 작전은 하마스와의 본격적인 지하전투가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강공으로 결의에 가득찬 하마스 전투원들을 맞이하여 격렬한 지하전투를 수행한다면 아군뿐만 아니라 민간인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불필요한 희생과 민간 피해는 국내·외의 여론을 자극시켜 전쟁을 정치화시키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전쟁의 정당성이 훼손되어 과거 베트남 전쟁처럼 더 이상 전쟁을 치를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도 하마스의 전투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이 이를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되었으면 한다. 이처럼 지하전투는 충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온전한 승리를 달성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한반도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