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야구가 재미없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 손목 비틀듯 너무 쉽게 이기니까 흥미롭지 않다는 것이 그분들의 주장입니다. "태국이나 필리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 1군이 경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대만한테 어렵게 이겼더니 "1군 올스타가 나갔는데 저게 무슨 망신이냐"는 얘기도 합니다.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의견입니다.
우리나라의 국가대표가 상대 전력에 맞춰서 팀을 하향평준화 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 프로팀이 안 나온 것은 프로리그가 아예 없거나, 아니면 (일본처럼) 그들이 아시안게임에 별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해서겠죠. 하지만 그거야 그들의 사정일 뿐입니다. 우리는 프로리그도 있고 아시안게임에 걸린 중요성도 있죠. 병역 문제만 걸린 게 아니라, 원래 우리나라는 금메달 아니면 잘 안 쳐주고,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게 밀려 3등이라도 하면 선수단은 죄인 취급을 받을겁니다.
도하에서 일본과 대만에게 졌다고 김재박 감독과 당시 국대가 두고두고 욕을 먹죠. 만일 그때 아마추어 선수단이 가서 졌으면 사람들이 뭐라고 했을까요. "아마니까 져도 괜찮아" 했을까요. 아니면 "왜 일본한테 졌냐. 왜 아무개를 안데려갔냐. 병역혜택 받았다고 국대 빠진 양아치 같은 놈들!"하면서 욕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충분히 그랬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로 1군이 져서 욕먹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졌으니까 욕을 먹는겁니다. 그렇다면 안 지는게 가장 중요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프로 선수들로 꾸려서 가는 게 맞습니다.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을 내보내도 되지만 그것은 그저 '선택'의 문제일 뿐,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죠.
대표팀이 결승전에서 고전한 것은 그들이 병역에 목숨 걸어서가 아니고, 정신상태가 해이해서도 아닙니다. 상대 투수가 제법 훌륭했고 (NPB 세이부 라이온즈 입단 예정인 투수라고 하죠) 1회에 흔들렸지만 위기를 넘겼고, 분위기를 타니까 말려 들었습니다. 야구가 원래 그렇습니다. 강한 타자들을 모아놨어도 상대 투수가 공 좋으면 그냥 지는겁니다. 리그전이야 전력대로 순위가 갈리지만 단기전(특히 단판승부는)의 경우 그렇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기에 1군 선수들을 모아서 가는게 왜 문제일까요.
몸상태를 숨기고 대표팀에 합류한 나지완은 비판을 받아야 됩니다. 결과적으로 팀 전력이 더 효율적으로 운용되지 못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됩니다. 그런데 아픈것을 숨기고 뛰는 선수가 나지완 하나는 아닙니다. 지금 한화에도 몸이 아픈데 '2군으로 내려갈까봐' 아니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까봐' 말 못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이태양의 병역 해결이 절실하듯, 누군가에게는 나지완의 그것도 아주 절실한 문제겠지요.
금메달을 땄다고 대체복무를 허용해주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는 좀 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병역특례' 라는 규정은 굳이 야구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모든 스포츠 종목에 적용되는 룰입니다. 그렇다면 현 규정상에서는 딱히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물론 차이는 있습니다. 수영은 금메달 따기 어렵지만 야구는 상대적으로 금메달 따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그게 야구인들의 책임은 아니겠지요. 태국에 프로리그가 없는 것은 태국 사정이고, 일본이 AG에 주력 멤버를 내보내지 않는 것 역시 그들의 사정입니다. 대만이 올스타급 선수들을 지금보다 더 모으지 못한 것도 그들 사정이고요. 그걸 우리가 왜 신경써야 합니까. 우리는 우리의 필요에 맞게 대표팀을 구성하면 됩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누구는 잘했는데 못가고 누구는 상대적으로 못했는데 갔다는 겁니다. 하지만 선수단 숫자가 정해져 있고 병역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으니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그 문제 때문에 프로 빼고 전부 아마추어만 간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위 아 더 월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김현수 박병호 김광현 양현종 안 나가고 홍익대의 누구, 경희대의 아무개, 고려대의 에이스만 나간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어느 기업이 아시안게임 야구 중계에 후원하고 일반인들이 그 중계에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요. 우리같은 팬들도 대륙간컵 야구 거의 안 보잖습니까. 그게 정말 야구 인기를 위해 도움이 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더라도 차라리 이겨서 금메달 따는 게 오히려 [위 아 더 월드] 되지요.
태국을 이겼건, NPB를 이겼건, 그 가치를 과소평가할 필요 없습니다. 스포츠는 상대와의 대결이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죠. 김현수의 말 처럼,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과 싸우는 것이 더 힘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패배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고요. '투수 두명한테 발려서 질 뻔 했으니 챙피한 줄 알아라' 하고 말하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그 질문을 이렇게 되돌려보고 싶습니다. "원래 야구가 그렇지 않습니까?" 라고 말입니다. 투수가 긁히면 최강타선이라도 침묵해서 질 수 있는, 의외로 변수가 많은 스포츠 아니냔 말입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 가치 있고 09WBC 준우승이 가치 있듯,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치가 병역혜택 때문에 생겼든,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로 생겼든간에 말입니다.
첫댓글 극공감! 왜 그들의 금메달과 그 과정을 그렇게 비난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공감합니다. 잘해줬습니다. 선수들. 정말 한경기라도 지기라도 했다면.. 끔찍했을겁니다.
머찌십니다^^
공감 합니다
다른건 다 이해해도, 정규시즌까지 중단시키면서, AG야구를 해야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언론 인터뷰에서 병역이야기를 거론하다보니. 국민들의 반감이 너무 커졌던거 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진심으로 결승전에서 대만 응원했습니다.
wbc때나 올림픽처럼. 국위선양을 위해 진심으로 뛰는것 같은 모습이 아니라. 그들의 연금과 병역혜택을 위해서 뛰는 것처럼 인터뷰할때 흘러나왔죠.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절대 언론에는 병역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되었습니다.
일부 공감합니다. 다들 알고있더라도 강정호 선수를 비롯해서 군면제에 관한건 언론에 직접 표출하면 안될문제였죠. 그치만 아시안게임 중에 시즌을 중단하는건 맞다고 봅니다. 많은 야구팬들은 아시안게임보다 야구를 보길 원합니다 제 주변에도 아시안게임때문에 야구 못본다고 짜증 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더군요. 만약 중단하지 않았다면 아시안게임보다 야구에 관심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시안게임 시청율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이런 큰 대회야말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아시안게임 마저도 야구 때문에 "아웃 오브 안중" 모드로 바뀌면 설 자리가 없어지죠. 중단은 옳다고봅니
@빙그레톱타자이정훈 제 생각은 좀 다른게 비인기종목을 위해 인기종목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역차별이라 생각됩니다. 비인기 종목이 인기종목이 되기위해선 해당 종목이 노력을 해야하는 문제라고 보고요, 오히려 야구를 중단함으로써 야구팬들의 볼권리를 박탈당한 느낌이 더 강합니다. 그리고 제가 아시안게임을 자세히 들여다보질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비인기종목은 야간이 아닌 오후시간대에 하는거 같더라고요. 프로야구를 했더라도 비인기 종목과 겹치는 일이 많지는 않았을거라 생각됩니다.
@말없는넘 물론 생각은 이해합니다만 제가 말씀드리는것은 관심이 나뉘어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일 저녁 8시에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을 하는데 저는 별 관심없기 때문에 다시 시작한 야구를 보게 될거같습니다. 물론 축구는 비인기종목은 아니지만 야구팬의 경우에는 축구결승도 제껴놓고 야구를 보죠. 비인기종목의 경우에 오후에 경기가 많은건 맞습니다만 아시안게임 하이라이트 같은 프로그램도 야구가 시작하면서 관심이 떨어질게 분명합니다. 비인기종목이 그나마 짧게 받는 관심을 야구 시즌 중단하지 않고 뺏는것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것 같은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김태균빠 기자들은 기사를 낼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냅니다. 인터뷰중 전체맥락을 쓰지않고 부분적인 것들만 캡쳐해서 자극적인 소재가 있으면 이슈화 시키죠. 이러다가 잘못된 여론이 조성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프로선수라면..기자들도 일반인보다 많이 접해봤을텐데..기자가 인터뷰할때 병역에 관련된 질문이 있었더라도 요령껏 잘 피했어야 국민들의 질타를 덜 받겠죠.
강정호는 선배들에게 선물을 받았으니 후배들에게도 선물을 주겠다. 라고 인터뷰한후 호되게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기자들의 노림수에 당한것인지..본인의 말실수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병역문제 만큼은 정말 민감한건 사실입니다.
저도 1번선발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다만, 윗 분 말씀과 같이 언론에 대놓고 병역때문에 뛰었다는 식의 발언은 적절치 않았다고 봅니다. 그런식의 발언보단 모두가 다 아는 선의의 거짓말일지라도, 따분한 인터뷰멘트일지라도 '나라를 위해 뛰겠다' 는 말이 훨씬 더 적절한 발언이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병역혜택으로만 초점이 맞춰지는데에는 그러한 선수들의 자세 내지는 발언들이 원인이 된것같기 때문입니다.
완전 동감합니다 아 속시원해
동감..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문제인듯합니다. 질뻔했던 경기에서 선수들이 집중해서 이겼으니 박수치면 끝!이죠
흥미가 반감되는건 사실입니다..
퇴출 위기에 있느것 또한 사실이고요
선수들은 비난 받을 이유가 없고요
야구의 다국화를 이루던지 혜택에 있어서 어떠한 형태로든 타종목과의 실질적 형평을 이룰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역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니 논란은 어쩔수 없다고 생각되는데. 그것보다 리그까지 중단하고 출전한 아시안 게임이 너무 재미 없어서 실망이 크네요. 야구는 국가대항전이 참 어려운 게임이란걸 새삼 다시 느끼네요.
공감합니다 :D
1번선발님 글은 항상 공감해왔고 속이 시원했었습니다만 이번만은..글쎄요. 입니다. 선수들의 태도에대해서 다뤄주셨 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일단 맞는말을 하셨다고 봅니다.그들이 실력이 안되는건 그들 입장이죠.리그중단은 아시안게임때 구장을 빌려준 이유도 있겠지만 선수들 기록하고도 관련이 있죠.특히나 야구란 종목이 기록을 더 중요시하는데요.다른리그에서도 리그중단안하고 국대를 출전시키면 되지만 안하는 이유가 선수들이 개인기록에 손해보기때문이잖아요.국대 차출하고 자팀 선수들이 빠져서 기록을 손해본다면 다들 이해하실수 있는문제라고 봅니다.개인기록이 곧 돈이랑 관련 있으니까요.그리고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는건 정말 자랑스럽다고 느끼지 않을까요?병역문제는 말 그대로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병역면제가 되는 성적을 내는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생활하면서 국가대표가 되는건 느낌이 다를꺼라고 생각합니다.그리고 그 국가대표가 되었으니 열심히해서 좋은성적을 내고 싶은거구요.병역면제가 목적이 아니라 그냥 1등!금메달 자체가 큰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다만 인터뷰스킬이 부족한 선수들이나 전체 인터뷰 내용에서 군대문제만 핵심문장으로 기사를 내보내 클릭수를 유도하는 사람들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중용의 미덕을 생각할때 프로선수들의 아마대회 참가는 적정선을 넘었다고 보여집니다.
태릉선수촌에서 1년내내 국제경기 준비하며 운동하는 선수들에대한 보상규정과 운동으로 일정부분 부와 명예를 갖춘 프로선수들의 참가에 따른 보상규정을 차등화 되어야할 시점이 된듯해보입니다. 야구계도 팬도 모두 인지하듯이 병역면제라는 인센티브로 운영되는 국제경기의 생리를 외면한다고 논란이 사그러들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군면제받기위해 서른살이 다되도록 국제대회 참가 기회만 노리는 모습은 사회인으로서나 프로선수로서나 결코 아름다운 모습은 아닙니다.
핵심을 잘 짚어주신거 같습니다. 전적으로 동감되는 댓글입니다.
사실.. 야구가 금메달을 따는거에 대한 반감은 없는 것 같습니다. 2009년 때만해도 다들 축하해주는 분위기였죠. 다만, 이번 국가대표가 냉정하게 정말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로 갔는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정말.. 최정예로 꾸려서 가서 거기에서 헤택을 받았다면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을겁니다. 문제는 야구의 금메달 면제가 아닌, 금메달을 위한 팀을 만든 KBO가 문제가 아니었을까요?
몸이 아파서 2군에 내려갈까봐... 그리고 경기에 못나갈까봐...부상을 숨긴다????.
물론 부상을 숨긴다는 의미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글쎄요 ..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