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실 정유희(22세) 소청명(20) 이서희(19) 소옥명(17) 서유화(15) 이렇게 5년동안
부인들은 늘어만 갔으나 청수와 정식으로 밤을 보낸 여자들이 없었으며 아직 손도 안댄 여인들이었다.
모두 유희와 같은 세월을보냈고 그러다보니 사랑을 못받는 아픔을
돈으로 치유하겠다는 마음이 생겨 유희와 얼마전에 이 집안에 들어온 서유화 부인 빼곤 모두들 사치생활에 찌들여 있었다.
값비싼 향료, 비단, 옷, 보석들이 방안을 난무하고 있었고 새로 사놓고 안쓰는것들이 창고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디 그것 뿐이랴, 집안에서 절대로 금하는 술을 몰래 마시며
이국에서 건너온 값비싼 목욕재나 향수 등을 물쓰듯 쓰는것이다.
다들 그렇게 세월을 보내왔으며 그렇게 설움을 달래어 왔다.
유희가 맨처음 왔을때 느꼈던것처럼.. 그 두려움을 없에고자 화려한 생활을하고.
그 외로움을 없에고자 값비싼 물건들을 사댓던 것이다.
그렇게 여인들은 망가져 갔고 시기와 욕심 탐욕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청수의 아버지는 5년이 지났는데도 부인들의 임신이나
출산에 관한 문제가 한번도 들리지 않아
청수의 아버지는 고민끝에 청수를 불러들였다.
“청수야. 네가 어찌 부인들을 관심밖으로 몰아내고 천대한다는 말이냐? 아버지는 죽기전 너의 핏줄을 안아 보고 싶다. 제발 부탁이니 청수야, 유희만이라도 안거라. 그아이는 5년동안 너만을 바라보고 산 아이다. 그러니 유희만이라도 안거라.”
“아버지! 어찌 사랑하지 않는 여인을 품에안는단 말입니까? 어찌 모른척해왔던 여인을 이제와서 무슨 낮짝으로 안는단 말입니까?!”
“아버지말을 따르거라!!! 너보다 세월을 많이 살아왔고, 경험도 많다!!! 그리고 내 말데로 하지 않겠다면 어쩔것이냐?! 계속 이럴것이냐?!!”
“아버지, 유희가 저에게 그런식으로 안긴다고 좋아할 것 같습니까? 모욕을 느낄것
입니다. 자신이 사랑받기 위해서가아닌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 있는 존재라고 생각될 것입니다.”
“그건 어느 부인이든 마땅히 해야되는 일이다.”
“아버지.....”
“내말을 들어!!!!!!”
청수는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마음을 가라 앉히고 입을연다.
“그럼 그다음에 어찌되는 저는 알바 아닙니다! 아버지가 책임지십시오! 저는 그에게 사랑한단 말도. 그밖의 말들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 저런..! 저런 배은망덕한녀석!!! 내가 어떻게 널 키웠는데!”
청수는 아버지의 방문을 있는힘껏 닫아버리고는 빠른걸음으로 뒷마당,
모든 방들중 가장 중심에 있는 유희의 방으로 성큼성큼걸어간다.
곧 유희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고 유희는 놀란 얼굴을 한다.
“눕거라!!!”
“예?”
“누우래도!!”
유희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했으며 곧 그 말뜯을 알아들었다. 그러나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으며 청수의 눈에는 눈물이 또르르 흘러 방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유희는 슬픈 눈을하고는 청수를 끌어 당겨 자신의 무릎에 뉘였다.
“왜 눈물을 보이십니까?”
“너는 내가 너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안는 것이 좋으냐?”
“아뇨.”
“그런데 오늘. 아버지께서 손자를 보고 싶다 하시는 이유로 너를 안으라는구나.”
유희는 조용히 입을열었다.
“청수님 저는 지난세월동안 청수님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옛날은 아이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다른 마을까지도 소문이 자자한 훌륭한 용모와 재능을 가지고 계시며, 총명함은 입을 대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저는 항상 그 분의 부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이집안 정실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일이 있어도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셨는데. 오늘 이렇게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보니 오죽이나 싫으셨나 보군요. 그럼 제가 거짓말을 해 드리겠습니다. 청수님은 아랫목에 주무십시오. 만약 누군가가 안아 주었느냐고 묻거든 그리 했다고 하지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하루만 여기에 묵고 가시면 됩니다.”
청수는 유희를 올려다본다. 손질이 잘된 긴 흑발은 매우 부드러웠으며 유기를 띄고 있었다.
또 붉은 꽃잎색의 입술, 흑진주와도 같은 눈동자, 흰 피부는 옥처럼 깨끗하고 잡티 하나 없었으며 유리처럼 너무나도 투명해 달빛이 뚫고 지나 갈 것만 같았다.
턱과 손은 깍아 노은 듯 매끄러웠으며 흠잡을데가 없었다.
청수는 무안함에 유희의 방문을 열어 뒷마당 연못을 본다.
연꽃은 아름답게 피어있었고 매화나무는 거의 져가며 벚꽃과 복숭아꽃은 만발해 있었다.
달빛은 은은히 마당을 비추고 있었으며 5월말.
벚꽃이 슬슬 지기 시작하는지 눈꽃을 날리고 있었다.
방안으로 벚꽃잎이 하나 둘 들어왔다.
“밤에보니 은은한 화려함이 있구나.”
“외로울때마다 저도 저 풍경을 본답니다. 자, 이제 문을 닫읍시다 청수님, 감기드시겠습니다.”
청수는 말없이 문을닫고 자리에 누웠다. 고요히 달빛만이 문살을 뚫고 들어와 은은히 비추어 줄 뿐이었다.
청수는 유희를 가만히 본다 벌써 잠이 들었는지 쌔근 거리고 있다.
청수는 웃으며 유희의 자리를 끌어다 아랫목에 두고 자신의 자리를 윗목에 둔뒤 입을연다.
“억지로 자는척하지 마시오. 난이만 가보겠소. 내일을 위해 푹쉬시오.”
유희는 눈을뜨고 가만히 누워있는다. 청수는 방문을 열고 나간다. 유희의 뺨에 눈물이 또르르 흐른다.
‘무시당하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두번째 잠자리에서도 결국은.. 이렇게 되는군요... 그리고... 절대 부인을... 부인이라 칭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이 일에 관한 소문이 돌지 안길 빌었다..
다음날. 유희의 소원과는 달리 너무나도 빠르게 온 집안에 그 소문이 돌았다 결국 다른 부인들의 귀에까지 들려버렸다.
부인들은 유희를 빼고 모두 모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요? 저희와는 눈도 안마주치신 분이 지금 정실이라는 이유로 유희만을 안아 주셨다니...”
“하루라도 빨리 누군가가 유희를 대신해 청수님의 맘을 잡아야합니다.”
“그러나 청수님이 저희를 어떻게 대하시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불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요???”
“부인들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는 이제 막 시집을 온 터라..”
“아.. 그렇군요. 서유화 부인께서도 저희들처럼 몇 년이 지나도 청수님은 봐주지
않을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들 또한 4년이 지나고 3년이지나도 청수님과 눈한번 마주치치 못했습니다. 눈길도 받지 못했구요.. 그런데.. 그랬던분이 어제 유희부인을 정실이라는 이유로 안으셨다니! 그것 때문에 저희가 머릴 모으고 음모를 꾸미는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아내로서 청수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자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유희부인이 청수님의 마음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아이를가지게 된다면 더더욱 큰 일이구요.. 그것이 또한 남자아이라면 일이 심각해 집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유희부인이 아무리 온순한 성품이라고 하나.. 아이를 낳고 청수님의 사랑을 독점한다면, 감추고있던 발톱을 세울것입니다. 잘못하면 저희는 유희부인 때문에 집안에서 쫓겨 날수도 있단 말입니다.”
“저희는 청수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유희부인이 그분의 마음을 독점한다면, 뒤에 가려져 있는 우리의 모습이 어떨지 생각해보십시오. 비참할 따름입니다.”
“유희부인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방법인 한가지...”
“유희부인을 쫓아 내는겁니다.”
“어떻게 하실겁니까? 우리 네명의 부인이 서로 계약을해 유희를 쫓아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나머지 세 부인들은 잠시 고민을하더니 그렇게 하기로하고 각자 새끼 손가락을 칼로 밴 뒤 피를 내어 계약서에 찍는다.
“그리고 배신을 하는부인은.. 유희부인과 한패로 보고 처치할것입니다.”
“우리의 계약은 절대 깨질 리가 없습니다.”“우선 무엇으로 유희부인을 위협할지 생각해 봅시다.”
“그럼 청명부인 방으로 내일 모두 모이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것 좋지요.”
“청명부인은 유희부인 다음으로 이집안에 오셨으니까 무언가 많이 알고 계실겁니다.”
“그렇담.. 내일 저의 방으로 오시지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음날..
“소랑, 너는 언제 여자를 찾을 것이냐?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아직 아내가 없으
니..”
“저는 제 임무에 충성을 다 하기 위해 여자는 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안되지. 언까지 내 곁에만 있을순 없어. 그리고 아이를 보고 해야지.”
“.....그러는 청수님은 언제 부인들을 안으실겁니까?”
청수는 흠칫한다.
“그래서 지금 내가 말하는 것 아니냐? 나는 내가 원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못 했
다. 그러나 너는 네가 좋아하는 여인을 찾아 결혼하란 말이다.”
“그렇다면... 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청수님은 부인들중 하나라면 어떻하시겠습니까?”
“?!”
“뭘 그리 놀라십니까? 혹시 맘에 드시는 분이라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제게 한분을 주실수도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