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나 대형서점처럼 책으로 꽉 차있는 넓은 공간에 놓여져서 맘대로 꺼내 보는 것이 허락된다면 무슨 책부터 고르게 될까. 나는 단연코 만화책이다. 그럼 만화책을 모두 보고 난 후에는? 아마 무협소설이 아닐까 싶다.
한동안 무협소설에 탐닉했던 적이 시절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는데 동아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되던 김광주선생의 <飛虎>가 책으로 출판되자 아버지가 사오셨는데 엄청 재미있게 읽었다. 맛이 들려 친구에게서 <群俠誌>를 외삼촌댁에서 <武遊誌>, <情俠誌>를 잇달아 빌려 본 후 마침내 동네 만화가게를 섭렵하게 되었다(당시 거의 모든 무협지의 저자가 와룡생이었는데 일부 혹은 상당수가 이름을 도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학교에도 가지고 가서 쉬는 시간 마다 읽었고 뒷줄에 앉은 친구와 자리를 바꾸어가며 수업시간에도 읽었다. 당연히 성적이 곤두박질쳤으며 학년초 체력검사 때 2.0 이던 시력이 다음 해 0.6으로 급격히 떨어졌는데 이놈의 무협소설이 지대한 역할을 했을 게다.
그 이후 군에서 제대하고 한동안 탐독하기도 했는데 그 기간이 별로 길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무협소설이란 것이 그 스토리가 천편일률적이다. 애당초 각오를 하고 읽는다. 주인공이 쫓기다 절벽에서 추락, 구사일생, 동굴, 기인이나 절세비급을 만나는 행운, 천부적인 자질, 靈丹이나 仙果도 우연히 복용, 강호에 나와 협행을 하다가 후반에 한번쯤 더 기연(奇緣)을 만나 무공 수위를 올리게 되고, 마지막으로 正邪가 대규모로 참가하는 回戰이나 무술대회에서 원수를 처치하고 무림의 평화, 등장하는 온갖 미인들을 독차지 하는 등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한다 싶을 만치 갈수록 황당무계해지고, 불필요하게 선정적 자극적이고, 알맹이 없는 내용으로 맞춤법도 무시하고 쪽수만 늘린 상혼에 얼마 되지 않아 식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는 무협소설 <斷腸記>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 이미 300회 이상 실렸는데 단숨에 읽었고 현재도 매우 재미있게 구독하는 중이다. 주인공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나름대로 史實에 근거한 배경으로 약간 난삽하다고 여겨질 만큼 다양한 사건이 타래처럼 얽인 채 전개되고, 많은 등장인물에 고루 개성을 불어 넣고 있으며, 간결하여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마칠 때가 되어간다니 지금까지 복잡하게 진행된 사건을 어떻게 귀납시킬지 궁금하기도 한데, 각설하고 한마디로 무협소설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던가 혹은 To see is to believe 라던가. 왕년에 무협소설을 좋아했던 친구들은 한번 읽어 바란다. 연재가 끝나면 곧 책으로 나올 것이 뻔하고 그리 되면 공짜 열람이 혹시 중지될지도 모르니 이왕이면 얼른 보거라. 단, 여기에 빠져 두문불출, 식음전폐, 수면부족에 이르거나 혹은 본연의 업무나 생업에 지장을 받게 되더라도 나를 탓하지 마라.
그런데 <斷腸記>라니 충무공의 유명한 시조가 떠오르네.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뭐 이런 거 배웠잖냐. 국민학교시절 국어시험에 무수히 나왔었지. <여기서 밑줄 친 ‘애’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딴 문제 말이다. 정답이 ‘뱃속의 아이’였지, 아마? 그러니까 함부로 피리 - 당연히 가죽피리도 포함되지 - 를 불다가 남이 자연유산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가르침이 그 시조의 주제였고. … 음, 아닌가?
첫댓글 가죽피리는 불지마라는 소린가...
무협지! 좋치 !!...난 다 읽기를 싫어했다.... 쭉~넘기다 요상야릇한 대화 나오는 페이지만 골라 읽었다.
구체적으로
수호지에 반금련??
책에 풀칠하는 넘이 너였구나.
고교때 스포츠신문에 "반금련과 무대" 만화 보려 가산 탕진했다^^
띠...엄니한테 들켰지 ?
요즘 만화 삼국지 재미있다
티물아 미안하다.. 여기서 [애]는 창자를 말한다.. 아는 척 해서 정말로 미안하다..
니가 아는척해서 내가 티물한테 미안한건 왜그러지.ㅋㅋ
그건.. 내가 가만히 있었으면 분명히 네가 한마디 했을테니까.. 안그래?
맞어, 넌 돗자리깔아야겠다.ㅋㅋ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우리가 티물한테 농락당한겨.. 야가 웃길려고 한 말이거든,, 마지막 멘트가 그걸 암시하지.. "음,아닌가?" 이말..
고상한 티물이 오랜만에 왔구나.게시판도 막 고상해지네.띠물은 역시 머리가 좋다.아니 중딩때 읽은 무협지 제목을 어케 다 그리 기억해내냐? 내도 숱하게 읽었지만 제목 기억나는건 하나도 없는데...하여튼 반갑다.인자 한 두넘만 다시 오면 되는데....
한 권만 더 보면 난다. ^^*
나도 좀 더 있으면 무슨 掌法 하나쯤 쓸것같은디..ㅋ
고상한글 언제올라오나 했는데 반가우이
꼭 띠물이 결론은 가죽피리 연관으로 끝나더라 ㅋㅋㅋ 간만이다 고상하게 한잔함세.
ㅋㅋㅋ 얀마 넌 꼭 요로코롬 써야 조치,,,암튼 몯 말리는 티물,,,,보기 좋구나^^
난 무협지를 한번도 못봤어. 3일정도 폐인되면 김용선생시리즈 하나 독파할 수 있을까? 반갑다. 티.
손바닥을 상대가슴에 대기만 해도 심잠이 8-9편으로 산산조각.. 催心掌法 무섭지? 나도 요즘 푹 빠져서 지하철 내리는 역 놓치기가 한두번이 아니다.
오랫만이다. 잘지냈지?
간만에 보는구나... 자주 들러라...
군대 말년 무료함을 무협지로 보냈는데.. 근데 잘 나가다 너는 우짜 삼천포로 빠진다냐? 노루네 창고 찾아 가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