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일 밤 11시 30분쯤, 화재가 발생한 숭례문 주변에서 소방차들이 화재진압 작업을 하고 있다. /이태경기자ecaro@chosun.com
숭례문 2층 누각 아래 부분에서 흰 연기가 30m 높이로 치솟았고, 반경 100여m 지점까지 연기만 퍼져 있었다. 소방당국은 10시 30분쯤 화재가 진압된 것으로 판단하고, 잔불 진화작업에 나섰다. 현장 소방관들은 취재 기자들에게도 "대충 불길을 다 잡고 잔불 처리 작업만 남았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의 오판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실패했다는 것이 확인 된 것은 오후 10시 40분쯤. 소방관들이 누각 2층에 잔불 처리를 하고 있던 순간 연기만 치솟던 2층 현판 5m 안쪽 지점에서 직경 6m 정도의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소방관들은 다시 호스로 물을 뿜기 시작했지만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했다. 오후 11시쯤 불길은 2층 지붕 전체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으며, 오후 11시 30분쯤 지붕 위로까지 화마가 모습을 드러내며 숭례문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소방당국은 이때까지도 '왜 불길이 잡히지 않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 소방 관계자는 "불길이 있는 곳이 숭례문 2층 중앙 지점으로 추정하고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지만, 복잡한 지붕 구조 때문에 물이 닿지 않아 화재가 빨리 진압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번지기 시작한 화재가 진압되지 않은 것은 숭례문 2층 지붕과 아래 서까래 부분에 방수 처리가 돼 있기 때문이었다. 아래 위에서 소방 호스로 아무리 물을 뿜어 봐야 불길에 닿지 조차 못한 것이다. 오후 11시 40분쯤, 소방 당국은 지붕을 걷어 내고 위에서 물을 쏟아 붓겠다고 했지만 이미 숭례문 지붕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소방관들의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인근 상인 강성애(70)씨는 "가정집도 아닌 국보 1호가 이렇게 불에 타도록 소방서나
문화재청이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불 끄기 시작한 지가 2시간이 넘어 불길이 다시 치솟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도 없어화재가 발생한 숭례문 내부에는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 등 화재 초기 진압 설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의 경우 내부 시설 보존을 위해 소방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최근 관련 규정을 만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과학수사팀 등 경찰관 50여명을 현장에 파견해 화재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진화작업이 끝나지 않아 숭례문 접근 및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재가 난 숭례문은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395년(태조 4년)에 짓기 시작해 1398년(태조 7년)에 완성된 누각형 2층 건물이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세종 29년(1447)에 고쳐 지은 것으로 1961~1963년 해체·수리 작업이 한때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