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최초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유리화 설비는 무엇인가?
일부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방폐물 유리화 기술은 용융된 유리위에 방사성 폐기물을 투입하여 무기물과 방사성 핵종 등의 금속 원소들을 유리구조로 만드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기체 폐기물의 경우 밀폐 탱크에 넣어 방사능을 법적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린 후에 필터를 거쳐 방사능을 제거하고, 액체 폐기물의 경우에는 증발 장치를 이용하여 물은 재사용하고 잔여물은 고체로 만들어 철재 압축 드럼에 압축하고 고화하는 과정을 거쳐 밀봉하여 각 원자력발전소내의 임시 저장고에 저장해 왔다.
유리화 설비는 원전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 중 증발과정을 거친 액체폐기물의 찌꺼기와 고체 폐기물을 철재 드럼 대신에 유리 속에 넣는 설비이다.
특히 무엇보다 세계의 원전 국가를 비롯한 한수원이 유리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온 것은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978년 세계 최초로 상용운전을 시작한 프랑스와 유도가열식저온로를 이용한 유리화 기술을 공동 개발한 한수원은 유리화 설비의 상용화를 위해 국내 최초로 울진원자력발전소 5,6호기 방사성폐기물 건물 안에 시간당 18kg의 혼합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유리화 설비 건설을 끝마쳤다.
설계비용을 포함해 약 392억원을 투입해 방폐물 유리화설비를 완공한 한수원은 비방사성 성능시험을 거친 후 현재 방사성 물질 사용 성능 시험을 계획 중이다.
울진원전에 건설된 유리화 설비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울진 5,6호기의 방사성폐기물 건물이 협소한 점 등으로 설치공간이 확보되지 않아서 비가연성 폐기물 처리용 플라즈마 토치 용융로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울진원전 유리화 설비에서는 앞으로 울진원자력발전소 6개 호기에서 발생하는 비가연성 방사성 폐기물은 처리하지 않고, 가연성 방사성 폐기물만 처리하게 되며, 당연히 울진원전 내에서 유리화 설비를 운영하게 되더라도 애초에 한수원이 기대했던 방폐물 3/1 감축이 아닌 5/1 정도의 감축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센터는 ‘울진원전 유리화 설비 운영에 따른 감시(안)’을 통해, “현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부터 울진 유리화 설비에서의 소각 가능한 물질은 가연성 잡고체(작업복, 장갑, 비닐 등)와 저방사성 폐수지만을 대상으로 운영 변경 허가가 진행 중에 있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사업자는 차후 운영과정에서 가연성 잡고체 및 저방사성 폐수지 이외의 물질에 대해서도 연구 목적의 시험 설비로 대체 병행할 가능성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5월 27일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센터에서 울진 유리화 설비 건설 사무소 현장 확인시, 관련 담당자가 “한수원에서 400억원 이상의 큰돈을 투입하여 유리화 상용 설비의 목적으로 건설했지만, 앞으로 운영하면서 연구용 설비(농축폐액, 고방사성 폐수지 등을 소각)로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사실로 드러났다.
국내·외 최초로 울진원자력발전소 5,6호기 방사성폐기물 건물 내에 중·저준위 방폐물 유리화 설비가 건설되어 주민들에게 직·간접적인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만으로도 주민들과 군민들의 대의기관인 울진군의회 등의 반대 여론이 들끓는 이때, 향후 한수원이 유리화 설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농축폐액과 고방사성 폐수지 등을 소각하는 실험 설비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특히 우려되는 일이다.
이밖에도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센터는 ‘울진원전 유리화 설비 운영에 따른 감시(안)’에서 울진원전 유리화 설비의 문제점으로,
▲유리화 시설 운영 및 관리에 따른 관련 법률 고시 근거 마련 필요
▷원자력법 및 대기환경보존법 등에는 유리화 설비와 관련된 고유의 기술적 제어 규정사항이 없다. ▷방사선, 방사능 배출에 대한 규제·감독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담당하지만, 일반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감독의 주체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향후 문제가 발생할 시 책임 소지에 따른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 ▷유리화 설비의 안정성 확보와 안정적 운영을 위한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마련이 우선 요구된다.
▲유리화 설비 운영에 따른 배기체 유해가스에 대한 감시체계 구축 필요
▷현재 설치되어 있는 유해가스 감시설비 중 실시간으로 감시 가능한 물질은 6가지로 CO(코발트), CO2(이산화탄소), SOx(황산화물), NOx(질소산화물), O2(산소). HCI(염화수소)며, 이외의 물질에 대해서는 운영 과정 중에 확인·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실시간 감지되는 6가지(CO, CO2, SOx, NOx, O2, HCI) 배기체 유해가스 기준 초과 방출시 자동적으로 차단되는 장치가 설계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6가지(CO, CO2, SOx, NOx, O2, HCI) 이외의 배기체 유해 가스에 대해 법적 기준치(대기환경보전법) 이상의 배기가스 방출시, 이를 확인하고 사전에 차단 시킬 수 있는 연속 감시기의 설치 또는 대책 방안이 요구된다.
▲향후 운영과정 중 환경관리공단의 주기적 시험 평가(비방사능) 필요
▷2008년 4월 이후 환경관리공단에서 실시한 비방사능 물질에 대한 시험(25개 항목)을 마지막으로 추후 운영과정에서의 주기적 시험 평가는 별도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유리화 설비의 건전성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배기체 유해가스의 시험 평가가 주기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향후 감시기구의 유리화 설비 가동에 따른 철저한 감시 업무를 위해 사업자로부터 각종 실시간 자료 공유, 감시 장비의 도입 및 감시 인력의 증원 등이 요구된다.
▲유리화 설비 방출 배기체의 일반, 방사능 계측값 실시간 공개
▷유리화 설비 운영에 따른 안정성 확보와 대주민 신뢰성 및 투명성 제고의 일환으로 대기 방출 방사능 배기체 확인, 감시 강화를 위해 각종 실시간 자료 공유 및 방사능 계측 값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설치가 요구된다.
▲세계 최초 중·저준위 유리화 설비에 대한 전문가 및 기술력 부재
▷해외 선진국에서는 고준위 액체 폐기물만을 대상으로 유리화 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나, 중·저준위 폐기물 유리화 설비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이므로 설비와 관련한 전문가, 정보 자료 및 기술력 검증의 한계가 있다.
▲향후 유리화 설비 운영 관리 체계의 문제점
▷국내·외 최초의 중·저준위 유리화 설비 임에도 운영자인 한수원은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 운전 경험이 전혀 없는 나일플랜트(주)에 1차 용역을 주어 4조 3교대로 24시간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 유리화 설비의 운영 관리 감독은 제3발전소 방사선 안전부 유리화 운영과에서 하며, 주간에는 감독자 4인의 책임 하에 운영되지만 야간에는 감독자 없이 나일플랜트 직원만의 판단으로 운전 관리를 하게 된다. ▷따라서 유리화 설비에 대한 안전성 및 건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한수원(주)에서 직접 운전 관리를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정상 운영 중 안전성 확인 감시를 위한 상시 출입 필요
▷유리화 설비 운영과 관련하여 유해 배기체 추가 방출에 따른 환경에서의 이상 유무의 확인 감시와 주민들의 정서적 불안감을 고려, 유리화 시설 주변 지역에 대하여 주기적인 안전성 확인 및 방사선, 방사능 측정이 필요하다. ▷울진 유리화 시설 감시 활동 강화를 위한 감시센터 요원의 출입 절차 및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인접 지역 주민들, ‘울진원전 핵폐기물 유리화 반대추진위원회’구성, 집단으로 반발
죽변면 청년회·번영회·체육회가 주축이 되어 구성된「울진원전 핵폐기물 유리화반대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서순조 청년회장, 이윤근 번영회장, 명기홍 체육회장)」는 6월 5일부터 수차에 걸쳐 유리화 사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배포한데 이어, 6월 23일과 24일 양일간에 걸쳐 죽변파출소 앞과 울진원자력발전소 정문 앞에서 각각 주민 100여명이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참가한 가운데 시위를 벌였다. 6월 23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여 동안 열린 죽변면 1차 집회는 울진원전 핵폐기물 유리화 반대 추진위의 공동위원장인 이윤근 번영회장의 1차 성명서, 명기홍 체육회장의 2차 성명서에 이어 서순조 청년회장의 주민들과 함께 하는 구호 제창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주민들은 피켓과 플래카드를 앞세운 채 구호를 제창하면서 죽변파출소 앞을 출발해 어판장을 돌아 거리를 행진한 후 출발점으로 돌아온 후 자진 해산했다.
6월 23일 죽변면에서 1차 집회를 개최한 인접 지역 주민들은 6월 24일 한국수력원자력측에서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 따라 급히 마련한 주민 설명회가 울진원전 홍보관에서 열리는 가운데 2차 집회를 개최했다.
‘핵처리 유리화 시설, 누가 가담했나?’, ‘한수원 사장은 물러가라’, ‘이곳이 핵폐기장인가’, ‘유리화 시설이란 핵폐기물을 태워서 처리하는 시설’, ‘울진군민이 실험용 생쥐냐’, ‘유리화 사업자 자폭하라’,‘청정고장 울진 오염 다 시킨다’, ‘나도 같이 태워라’ 등의 과격한 구호가 적힌 피켓을 손에 든 주민들은 울진원전 내에 설치되어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방폐물 유리화 설비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이윤근 유리화반대 추진위 공동위원장의 성명서 낭독에 이어 김완수 군의원, 임원식 전 도의원 등이 자유 발언 시간을 가졌다.
한편 ‘울진원전 핵폐기물 유리화반대 추진위원회’는 7월 3일부터 죽변파출소 앞 등지에서 울진원전의 방폐물 유리화 설비를 반대하는 주민 1천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유리화 반대 추진위는 서명과 함께 배포된 성명서를 통해, ▲핵폐기물 유리화 사업이란 방폐장보다도 더 위험한 핵시설입니다. 쉽게 설명 드리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으로 오염된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핵폐기물을 유리와 함께 고열로 태워서 처리하는 과정입니다. ▲핵폐기물을 태워서 유리 속에 가둔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핵폐기물을 태우면 그 연기는 어디로 날아간다는 말입니까? 한수원에서는 핵폐기물을 태워도 2중 3중 필터 장치를 하여 충분히 정화과정을 거쳐 공기 중으로 내 보낸다고 합니다. 이 과정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은 핵폐기물 처리 사업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위험천만한 핵폐기물 처리 시설을 왜 하필 울진원자력발전소에서 최초로 시도하고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원자력발전소가 울진에만 있습니까? 우리 주민이 핵실험용 생쥐란 말입니까? ▲주민 여러분, 우리 주민의 생존권이 걸린 사실을 주민 공청회 한번 없이 핵폐기물 처리 시설을 완공하여 가동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우리는 핵폐기물 유리화 사업을 핵폐기물 처리 시설로 간주하여 즉각 실험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자자손손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 고장에 후손들에게 방사능으로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살지 않도록 하려면 유리화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사업 자체 철회를 요구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 주민 모두가 동참하여 우리 지역을 지켜 냅시다 등을 주장하며, 반대 운동에 보다 많은 주민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울진원전 핵폐기물 유리화반대 추진위'의 2차 집회(울진원전 정문 앞) |
울진군의회, '유리화 사업 전면 중단 촉구' 성명서 채택
울진원자력발전소 인접 주민들의 방폐물 유리화 사업 반대 운동을 관망하던 울진군의회는 7월 1일 제162회 임시회를 통해「울진원자력발전소 유리화 설비 사업 추진에 따른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성명서를 발표한 황유성 의원은 제안 설명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 울진원전에서 2005년부터 울진원전 5.6호기 유리화 설비 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원자력법과 전원개발촉진법,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 등의 관련 규정 등을 빙자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설명회나 공청회 한번 거치지 않고 추진해 왔다. 이에 군민의 대의기관인 우리 의회는 울진원전 5.6호기 유리화 설비사업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군민의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여 군민의 동의 없는 유리화 설비사업 추진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코자 한다”고 밝혔다.
울진군의회는「울진원자력 유리화 설비 사업 추진에 따른 전면 중단 촉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울진원전 5·6호기 유리화 설비는 국내 및 세계 최초 중·저준위 핵폐기물 소각 시설임을 고려할 때, 한수원(주)은 유리화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건설 전에 지역 주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반드시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 ▲한수원(주)은 울진군민의 정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울진원전 유리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의 정서를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었다면 작금의 반목(反目)은 없었을 것이다. ▲“울진원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유리화 사업은 법대로 진행되었다.”라고 하는 한수원(주)의 일관된 변명은 오히려 지역주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주민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동이라 할 것이다. ▲한수원(주)은 지금이라도 유리화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관련 부처를 포함하여 자기들만의 법률적 근거인 원자력법으로 더 이상 우롱하지 말고 지역주민의 초법적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법률적 태생부터 불완전한 유리화 시설을 한수원(주)이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결과라 할 것이다. ▲또한, 한수원은 지역주민의 유리화 사업 안전성 확보 요구를 무시한 채 더 이상 경제성 논리로만 일관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울진군의회는 군민의 중지(衆志)를 모아 울진원전 중·저준위 핵폐기물 유리화 설비 사업 추진에 따른 전면 중단을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하나, 한수원(주)은 선량한 울진군민을 더 이상 원전사업의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라. ▷하나, 한수원(주)은 울진원전 유리화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주민 동의 절차를 반드시 선행하라. ▷하나, 김종신 한수원(주) 사장은 울진원자력 중·저준위 핵폐기물 유리화 사업과 연관된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울진군민에게 공개 사과하라. ▷하나, 한수원(주)은 유리화로 가장한 중·저준위 핵폐기물 소각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핵폐기물 처분장으로 이설하라고 촉구하며, 한수원(주)은 지역주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라고 밝혔다.
울진군의회는 7월 1일 군의원 8명 전원 만장일치로 채택한「울진원자력 유리화 설비 사업 추진에 따른 전면 중단 촉구」성명서를 중앙부처를 포함해 원자력 관계 기관에 전달했다.
한국수력원자력(주), 주민 여론에 등 떠밀려 주민설명회 급조
6월 24일 한수원이 개최한 주민 설명회에서는 핵유리화 설비 시험가동 기간에 비방사성 물질로 만든 유리화 샘플이 공개됐다 |
울진원자력발전소 인접 지역 주민들에게 설명회나 공청회 한번 없이 방사성폐기물 유리화 설비를 완공한 후, 비방사성 물질에 대한 성능 시험을 마치고 현재 방사성 성능 시험을 위해 인·허가를 신청해둔 한수원은 주민들의 유리화 설비 반대 여론에 부딪치며 6월 24일 울진원전 홍보관 강당에서 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리화설비 관련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장 앞 광장에는 북면발전협의회와 북면청년회에서 ‘주민 의견 무시한 한수원과 지식경제부는 울진군민에게 공개 사과하라’, ‘방사성 폐기물은 경주 방폐장에서 소각하라’는 등의 플래카드를 게첩하고 방폐물 유리화 설비에 대해 한 목소리로 반대의견을 전달했다.
설명회에 앞서 100여명의 참석자들에게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유리화 설비란?’이라는 제목의 A4용지에 조악하게 인쇄된 만화 한 장씩이 봉투에 넣어져서 자료라면서 제공되어 참석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 만화는 방폐물 유리화 설비를 이용하면 방폐물의 부피 감소와 처분 비용이 절감된다는 식의 내용이 홍보 일색으로 꾸며져 있다.
이날 설명회는 한수원의 산하기관인 원자력발전기술원 관계자의 방폐물 유리화 설비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진행된 후에, 참석한 주민들의 공개 질의가 이어졌다.
주민 A씨는 “유리화 설비를 운영하기 전에 주민 설명회 등을 개최한 후에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어야 한다. 다 만들어 놓고 주민들이 데모를 하니까 마지못해 설명회를 하느냐? 그리고 설명회라며 주민들을 모아놓고 사용하는 용어가 모두 전문용어인데 알아 들을 수 있는 주민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질책했다.
이에 한수원 관계자는 “유리화 설비는 원자력발전소의 여러 관계 설비중 하나이고, 철저한 안전성을 거쳤으며, 사전에 설명회라도 개최하려고 노력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B씨는 “세계 최초로 운영되는 방폐물 유리화 설비는 당연히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건설된 후에 경주에서 처리해야 한다. 울진에 건설된 유리화 설비에서 방사성폐기물을 대상으로 하여 성능시험을 한 적이 있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다수의 원전국가에서 발전소 자체 내에 유리화 설비를 건설해서 이용하고 있다. 울진원전 내의 유리화 설비에서 방사성폐기물을 소각하여 처리해본 적은 없다. 모의 폐기물로 시험했다. 방사성 물질에 대한 실증시험 인·허가 전에는 전 세계가 동일하게 모의실험만 진행한다”고 밝혔다.
주민 C씨는 “왜 하필 울진원전 5,6호기에 방폐물 유리화 설비를 도입했나? 울진원자력발전소 5,6호기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방폐물 유리화 설비와 관련한 사항들이 전혀 언급되지도 않았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화 설비는 신규사업으로 보아야 한다. 원자력법 등에서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고 환경영향 평가 등을 거쳐서 발전소를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왜 편법을 이용해서 운영 변경 절차만 승인 받느냐? 애초부터 유리화 설비는 건물을 증축하는 것으로 신청하는 등 유리화 설비 건설 과정은 편법으로 일관되어 있다. 왜 그동안 지역 주민들에게는 사업 자체를 철저히 숨겨 왔느냐?”고 추궁했다.
이런 가운데 설명회에 참석한 다수 주민들은 유리화 설비 기술팀장이 책임질 수 있는 답변을 할 수 있겠느냐며, 책임질 수 있는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주민들의 질의에 답변해 줄 것을 요구했고, 그 결과 박현택 울진원전 본부장이 마이크를 넘겨받게 된다.
박본부장은 “2002년(유리화 원형 플랜트 개발 연구과제에 착수했을) 당시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하필 울진원전 5,6호기여서 방폐물 유리화 설비가 울진 5,6호기에 건설되게 되었다. 아쉽게도 현재 관계법상으로는 유리화 설비 공청회 등의 절차는 없다. 다만 인·허가 문제 때문에 울진군청 관계자들에게는 설명을 거쳤다. 유리화 설비와 관계되는 법률이 있다면 사업자가 어떻게 피해갈수 있겠는가? 의도적이거나 고의적인 은폐는 없었다. 또한 현재 유리화 설비가 있는 건물은 방사선 구역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을 직접 태워가면서 실험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주민 D씨는 “유리화 설비를 가동할 시에 PVC류는 제외했다는데, 왜 제외했는가?”를 질의했고, 한수원 담당자는 “PVC를 처리할 때 배출되는 가스가 유리화 설비의 계통 설비를 상하게 하기 때문에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 D씨는“PVC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무슨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성되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냐?”며 비난했다.
<한수원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자료> |
2005년도에 방폐물유리화사업 설명회·면담 32회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그러나 정작 주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본지 [월간울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실제 울진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성 폐기물 유리화 설비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총 32회의 설명회 및 면담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32회의 설명회와 면담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울진군청, 울진군의회, 울진원자력민간환경감시위원회, 일부 지역·지방지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한수원의 설명회 및 면담이 이뤄지던 시기는 2005년도에 주로 집중되어 있는데, 2005년은 방폐물 유리화 설비의 설계를 완료한 한수원이 산업자원부에 울진원전 5,6호기의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변경을 신청함과 동시에 과학기술부에 울진 5,6호기의 운영 변경 허가를 신청하던 시점이다.
2003년 12월 울진원전 방폐물 유리화 시설과 관련한 건설 도급계약이 체결되고 한달이 지난 2004년 1월 30일 한수원은 울진군의회의 핵비대위 의원들을 대상으로 유리화 설비 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울진원전 5,6호기 방사성폐기물 건물 내의 유리화시설 예정지역을 둘러보도록 한다.
2004년 1월 30일 첫 설명회를 시작으로 한수원은 울진군의회에 ▲2004. 6. 30-울진군의회 의장 및 의원 면담(환경기술원)/10. 14-울진군의회 전 의원 면담(환경기술원)/11. 18-군의회 의장, 울진 군청 주민자치과에 유리화 관련 자료 제출 요구/11. 24-환경기술원에서 울진군청으로 유리화 설비 개요, 환경 영향 등 울진군의회 의장 관심 사항에 대한 답변 자료 송부/12. 14-울진군의회 전 의원 면담(환경기술원)/12. 29-울진군의회 의장 면담(환경기술원) ▲2005. 6. 21-울진군의회 관계자 면담, 군의회 설명회 가능성 여부 타진(유리화 설비 T/F 그룹장)/7. 7-울진군의회 의원 6명 유리화 설비 간담회 개최(기술평가 정리실 실장)/11. 18-군의회 의장 등 관계자 면담 및 협조 요청(기술평가 정리실 담당자) 등 면담 및 설명회를 11회 개최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한수원 산하 기관인 환경기술원 담당자는 2004년 6월 30일 울진군청 총무과장을 면담하면서 군청을 대상으로 유리화 설비 설명회를 제안한다.
이어 ▲2004. 10. 14-울진군청 총무과장 면담(환경기술원)/12. 14-울진군청 주민자치과장 면담, 기술 설명회 제안(환경기술원)/12. 28-울진군청 총무과에 유리화 설비 기술 설명회 개최 요청 공문 제출(울진군청 접수 보류) ▲2005. 6. 12-울진원전 본부장 울진군수 면담/6. 16-울진군청 관계자 면담, 유리화 설비 설치의 당위성 설명 및 인·허가 협조 요청(유리화 설비 T/F 부장)/6. 16-울진군청 주민자치과장 외 1명 대전 유리화 설비 방문/6.22-울진군청 관계자 면담, 환경기술원 유리화 설비 방문 결과 보고 내용 및 향후 유리화 설비 인·허가 추진 방향 협의(유리화 설비 T/F 부장)/11. 24-유리화 설비 인·허가 관련 설계도서 제출방안 협의(유리화 설비 T/F 구조팀 과장)/12. 6-울진군수 면담(유리화 설비 T/F 그룹장) 등 한수원은 울진군청을 대상으로 총 10회에 걸친 면담 등을 가졌다.
울진원자력민간환경감시센터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한수원 산하 기관인 환경기술원 관계자는 2005년 3월 4일 민간환경감시센터를 방문해 소장 등 4명을 면담했다.
이를 시작으로 ▲2005. 6. 17-울진원자력민간환경감시센터 직원 6명 대상 유리화 설비 설명회 개최(환경기술원)/6. 29-울진원자력민간환경감시위원회 운영위원회에서 설명회 요청/6. 30-울진원자력민간환경감시위원회 위원 등 울진군청 관계자 등 면담(T/F 그룹장)/7. 5-울진원자력민간환경감시위원회 운영위원회 대상 설명회 개최(환경기술원)/10. 11~12-울진원자력민간환경감시위원회 운영위원회 및 감시센터 직원, 대전 유리화 사업 실증설비 방문(1박 2일, 운영위원장 등 10명)/11. 17-울진원자력민간환경감시위원회 운영위원장 등 2명 울진군수 면담, 유리화 실증 설비 방문 결과 보고 및 유리화 설비에 대한 의견 전달 등 총 7회의 설명회 및 면담에 이어 대전 유리화 사업 실증설비를 방문한다.
한수원은 울진군의회, 울진군청, 울진원자력민간환경감시센터 및 운영위원회에 대한 설명회 및 면담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을 비롯해 지역·지방 언론사에 대한 면담과 1박2일간의 대전 유리화 설비 실증설비에 대한 방문 등을 함께 추진했다.
한수원 산하 환경기술원 관계자는 2005년 4월 13일 당시 울진 지역 김광원 국회의원을 방문해 유리화 설비의 기술적 특성과 현황을 설명하고 설치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해 듣는다.
또한 2005년 8월 23일과 8월 24일 양일간에 걸쳐 2개의 지역 신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유리화 설비의 개요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8월 29일부터 1박 2일간 울진에 주재하는 지방지 기자 2명의 대전 유리화 설비 실증설비 방문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수원에서 울진원자력발전소 5,6호기 방사성폐기물 건물 내에 유리화 설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울진군의회, 울진군청,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센터 및 운영위원회, 국회의원, 지역·지방지 기자들에게 30여 차례에 걸쳐서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면담하고, 대전 유리화 설비 실증 설비의 방문을 추진하는 가운데서도, 정작 울진원전과 인접한 주민들이 유리화 설비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은 실로 아이러니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수력원자력도 유리화설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행정 기관과 유력 단체와의 면담이나 설명회는 수십 차례 개최했으면서도 단 한번도 주민 설명회를 개최한 적이 없고,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나 단체들도 방폐물 유리화설비에 대한 각종 정보를 지역 주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단 한번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후사정이 이런 만큼 지역 주민들이 지금까지 유리화 설비에 대해서 전혀 들은 바도, 아는 바도 없다고 입을 모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주민들 대다수는 이런 면을 들어 한수원과 아울러 행정기관과 원자력 유관 기관·단체의 대주민 홍보 정책과 정보 독점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죽했으면 6월 24일 한수원측에서 부랴부랴 급조한 ‘울진 유리화 설비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만난 나이든 한 주민은 “다들 유리화 설비, 유리화 설비 하기에 울진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유리를 만드는 공장이 들어 서는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4년 말부터 2005년에 이르기까지 지역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먼저 울진원전 내에 건설되던 방폐물 유리화 설비의 개요와 위험성, 건설 과정을 상세하게 알고 있었던 기관·단체는 한수원, 울진군의회, 울진군,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센터·운영위원회, 국회의원, 지역·지방지 기자들이다.
그 가운데 당시 직접 유리화 설비 건설 예정지역을 둘러보고 한수원과 간담회를 가진 울진군의회 의원 다수는 대 군민 설명회 개최 등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또 울진군청은 유리화 설비와 관련한 기술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요청하는 공문을 한수원에서 울진군청에 제출했지만, 막상 기술 설명회 개최는 안중에도 없이 공문을 접수한 다음에 보류하는 실수와 함께 서류상 하자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군민들의 사회적 합의 없이 핵유리화 설비의 사용 승인을 허가하는 과오를 범했다.
그리고 울진원자력민간환경감시위원회 운영위원회는 한수원측의 설명회와 면담에 이어 운영위원장 등 10명이 1박2일간 대전 유리화 사업 실증설비를 방문하는 등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주민 홍보가 미숙했고, 6월 5일 울진원전 핵폐기물 유리화반대 추진위원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에야 뒤늦게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시 지역 국회의원과 지역·지방지 기자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2005년 4월 13일 김광원국회의원은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을 방문한 환경기술원 관계자들로부터 울진원전의 유리화 설비에 대한 현황 등을 자세히 설명 받고도 울진 지역에서 여론화 시키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지역·지방지의 신문 기자들 일부 또한 유리화 설비 관계자들이 신문사를 방문한 가운데 이와 관련한 현황을 설명 받거나, 또는 대전에 위치한 유리화 실증 설비를 방문하고 나서 세계 최초로 울진원전에 건설되는 유리화 설비에 대해 일방적으로 홍보하거나 기본적인 개요를 설명하는 데만 급급했다.
따지고 보면 결국 한수원, 울진군의회, 울진군,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센터·운영위원회, 국회의원, 지역·지방지 기자 등 울진원전 5,6호기 내에 건설되어 운영을 앞두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유리화 설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유관 기관, 단체는 그리 많지 않은 셈이다.
어쩌면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주)만을 대상으로 핵폐기물 유리화 설비 가동 반대를 외치고 있는「울진원전 핵폐기물 유리화 반대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좀 더 많은 상대와 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울진원전 핵폐기물 유리화반대 추진위는 7월 3일부터 유리화반대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울진원전 핵폐기물 유리화반대 추진위'의 2차 집회(울진원전 정문 앞) |
■ 울진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폐기물 유리화 설비 건설 과정 ■
▷1994. 11~1995. 11 : 방사성폐기물 유리화 가능성 입증. 유리화 기술의 경제성 확인 ▷1996. 7~2000. 5 : 유리화 실증 설비 설계. 유리화 실증 설비 건설 ▷2000. 6~2002. 8 : 유리화 공정 최적화. 유리화 공정 실증 ▷2002. 9 : 유리화 원형 플랜트 개발 연구 과제 착수 ▷2003. 12 : 유리화 설비 건설 도급 계약 체결 ▷2004 .9~2008. 6 : 유리화 설비 건설. 상용 설비 운영 기술 확보 ▷2004. 12 : 유리화 설비 인·허가 신청 문서 작성(울진원전 5,6호기 최종 안전성 분석 보고서, 유리화 설비 안전성 분석 보고서, 유리화 설비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2005. 2~2005. 12 : 유리화 설비 건설비용 평가 ▷2005. 4 : 유리화 설비 설계 완료 ▷2005. 5 : 울진원자력발전소 5,6호기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변경(산업자원부) ▷2005. 5. 23 : 전촉법에 의거 실시계획 변경 신고(울진군) ▷2005. 6. 28 :울진원자력발전소 5,6호기 운영변경허가 신청(과학기술부) ▷2005. 12. 26 :유리화 설비 기본 설계 서류 울진군청 제출 ▷2006. 3 : 유리화 설비 건설 도급 후속 계약 체결 ▷2006. 4. 20 : 유리화 설비 착공 신고서 제출(울진군) ▷2006. 6. 20 : 유리화 설비 시공 승인(과학기술부) ▷2006. 6. 27 : 유리화 설비 시공 착수 ▷2007. 6 : 규제기관 현장 검사 수검 계획서 제출 ▷2008. 1. 17 : 시공 현장 실사 완료 ▷2008. 2. 12 : 건축물 사용 승인(울진군) ▷2008. 3 : 인·허가 문서 개정본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