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죽지마
계속 하늘이 흐리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시애틀의 우울한 겨울에 너무나 경악할 소식에 접했다. 시애틀 빌라델비아 교회의 김정일 목사님의 아내인 박 사모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였다. 아직 너무 젊으시고 건강해 보이셨는데 심방 다녀오시다가 갑자기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그 이야기를 남편이 GSM 선교회 회장이신 황선규 목사님께 이야기하니 황 목사님께서 당신은 서울에 가야 하기 때문에 장례식에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조의금을 전달해 달라고 하시며 봉투에 “부활”이라고 쓰시고 조의금을 주셨다.
김정일 목사님은 고 김병섭 장로님의 아드님으로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이승만 대통령 기념 사업회”의 회장님이시고 남편은 부회장으로 모임이 있었을 때에 사모님의 밝고 건강한 모습을 뵈웠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서 마음이 아팠는데 “부활”이라는 그 조의금은 참으로 소망의 위로가 아닐 수가 없다.
1월 12일 토요일에 장례식이 있었는데 시애틀 교회 큰 성전에 사람들이 가득 차게 모이고 청년들과 미국인들이 많고 모두 영어로만 순서가 진행되었다. 아들과 변호사인 딸의 어머니의 대한 소개와 추모사가 있었고 너무나 아름다운 찬양을 고인에게 올리는 피아노 연주도 있었다. 내 앞에 앉아 있던 청년이 고개를 숙이고 계속 흐느끼고 있었는데 사모님의 사랑을 많이도 받았나보다.
아직 너무 젊으신데 하늘나라로 가셔서 너무 아쉽지만 60이 넘으셨고 자녀들도 다 장성했으니 주님께서 편히 쉬라고 부르셨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고 많이 아프시지 않고 갑자기 가시고 애통하는 자녀들과 남편과 가족들과 성도들의 안타까운 사랑 속에 떠난다는 것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도록 장례식은 엄숙하고 애도의 물결이 넘쳤다.
이제껏 비가 오고 흐린 날씨였는데 오늘 장례식 날은 좀 쌀쌀하기는 했지만 하늘이 파랗고 해가 화사하게 비쳐주어 하늘에서 사모님 어서 오시라고 환영해 주시는 것 같았다. 하관예배를 마치고 바닷가 중국 식당에서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요리를 들면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죄송하지만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남편이 “아내가 남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은 행복한 것이지.”라고 한다. “남자들은 아내가 죽으면 금방 젊은 여자들과 재혼하데요.” “그래도 어디 조강지처만 한가?” “그러니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더 낫겠지요.” “그러니까 죽지 마.”라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야기를 했다. 특별히 환하게 웃기를 잘 하시는 사모님의 그 밝은 모습을 그 자녀들과 특별히 김 목사님은 어떻게 그 빈자리를 감당하실까?
어차피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날 것이면 아직 더 살아계셨으면 하고 모두가 바랄 때 많이 아프지 않고 갑자기 갈 수 있다는 것은, 더구나 남편 앞에서 먼저 간다는 것은 큰 복인지도 모른다. 육신은 비록 땅에 묻히고 흙으로 돌아갈지라도 우리의 영혼은 자유를 얻어 눈물과 아픔의 고통이 없는 아름다운 내세의 영생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우리의 이 땅의 남은 삶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행여 짐이 되지 않고 힘이 되어주는 삶을 살다가 화창한 날에 하늘 가는 밝은 길을 갔으면 좋겠다. 만약 남편이 세상을 떠난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외로움은 자식들에게 큰 짐이 될 것이다. 남편이 더욱 소중해지고 “그러니까 당신도 죽지마세요.”라고 속으로 말하며 우리 서로 영육이 건강하게 살다가 한날에 같이 죽어서 합장하면 좋겠다고 소원해본다. |